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확인한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은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게임을 하고 끝냈다.어쨌든 자신 역시 내일 학교에 가야 했다. 너무 늦게 자면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 게임을 마친 성연은 방으로 돌아왔다. 손건호와 상의할 일이 있는 무진 때문에 옆방에 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했다.혹시 무진이 같은 방을 쓰자고 요구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침대에서 자고 남은 한 사람은 소파에서 자는 거니까 상관 없었다.이 점에 대해서는 무진과 이미 약속을 한 상태였다.며칠 함께 지내면서 무진이 꽤 매너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첫날은 빼고 말이다. 그날 일은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기로 했다.무진이 자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때때로 강씨 집안의 이상한 친척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 말고는, 이곳은 송씨 집안보다 훨씬 편했다.적어도 강무진은 그녀에게 잘해 주는 편이니까.밤 10시 반.성연은 욕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었다.욕실을 나오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수건으로 올리고 있던 머리를 풀며 문을 열었다. 입구에 손건호가 서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손건호는 그녀를 보며 초조한 듯이 말했다.“제가 보스에게 약을 발라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긴급 콜이 왔습니다. 지금 당장 가 봐야 하는데, 혹시 사모님께서 제 대신에 약을 발라 주실 수 있는지요?”성연이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집사님에게 부탁하시면 되잖아요.”성연은 손건호가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회사 일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자기에게 와서 이런 부탁을 할 시간에 약을 바르면 됐을 터.손건호는 성연이 그런 계산까지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이제는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집사님은 연세가 많으셔서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편두통이 심해지십니다. 그러면 종일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지요. 사모님도 아시다시피 집사님은 이 집안의 살림을 꾸려 나가야
성연은 침대 옆에 앉아 그를 눕힌 후, 상처를 가리고 있는 목욕가운을 젖혔다.자세히 살펴보니, 상처는 이전에 창고에서 봤을 때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이제 서서히 아물기 시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몸에 깊은 흔적을 남긴 상처였기에 그렇게 빨리 낫지는 않을 것이다.성연은 손에 든 연고를 한 번 살펴보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손가락 끝에 약을 짜서 무진의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아주 일반적인 상처에 바르는 연고는 병원에서 처방한 것이라, 순하면서도 서서히 상처를 아물게 할 것이다.그전에 무진이 사용했던 성연이 만든 연고는 상처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만약 계속 그 연고를 사용했다면 지금쯤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을 터였다.그러나 성연은 무진 앞에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너무 똑똑한 사람이라 자칫하면 다른 사실들까지 알아낼 지도 모른다.그래서 성연은 매사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침착한 얼굴로 약을 바르며, 다른 감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보통, 여자들은 이런 상처를 보면 깜짝 놀랐다. 소리까지는 지르지 않아도 그녀처럼 침착하지는 못했다.무진은 성연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호기심이 생겼다.하지만, 손건호가 조사해온 자료에 의하면, 평범하기 그지없었다.무진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의도적으로 물었다.“너는 이런 상처를 보고도 무섭지 않아?”성연은 무진의 복부를 가볍게 마사지하며 약이 더 잘 흡수되도록 했다.질문을 받고 성연이 놀리던 손을 멈췄다.“무서울 게 뭐 있어요? 그냥 상처일 뿐이잖아요.”무진이 웃으며 말했다.“넌 상처도 능숙하게 치료하고 마사지도 잘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의술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그는 마치 성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긴장한 나머지 손끝이 살짝 떨렸지만 계속해서 부드러운 손길로 약을 발랐다.무진은 그녀의 손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간지러우면서도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다.무진의 검은 눈동자가 더 새까매졌다.성연이 헛
성연은 약을 다 바른 후, 뚜껑을 닫아 한쪽에 놓았다. 무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약을 바르는 동안 이렇게 긴장하긴 처음이었다. 이마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 진우현이 그에게 약을 발라줄 때는 전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무진은 성연이 자신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꼈다.연고를 제자리에 놓은 성연이 고개를 돌렸다.약을 먹고 쉬고 싶은 성연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무진의 다리로 시선이 향했다. 무진은 검은색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살짝 열린 가운 사이로 길고 튼튼한 다리가 드러났다. 아마도 방금 약을 바르던 중에 실수로 가운이 벌어진 모양이었다.무진의 허벅지에 있는 작은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일반인들은 잘 못 보지만, 늘 이런 상처를 보고 치료해 온 성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런데,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통 상처가 아닌 총상이었다.상처 가장자리에 총알에 마찰되며 긁힌 흔적이 있었다.성연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집에서 쌀만 축내는 빈대 같은 남자가 어떻게 이런 상처를 입었지?’‘어쩐지, 다친 지 오래되었는데도 상처가 잘 낫질 않는다 했더니.’성연은 궁금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강씨 집안의 복잡한 일에 절대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강씨 집안에 들어온 것은 모두 ‘스카이 아이 시스템’ 때문이었다. 다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찾기 전에는 어떤 문제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날, 집안 모임에서 강씨 집안 내의 알력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 똑똑히 봤다. 그들 모두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성연의 시선이 계속 자신의 다리를 향하자, 무진은 성연이 이미 자신의 상처를 봤음을 눈치챘다.숨기기보다 차라리 인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무진이 물었다.“내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어?”성연은 그의 물음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의사가 아니
“정말 많은 의사들에게 상처를 보이고 치료도 받았어. 하지만 모두 효과를 보지 못했지. 한의사 양의사 모두 만나봤지만.”무진 자신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었다.똑같은 상처인데 왜 송성연의 방법은 효과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닐까?성연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여기서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하게 되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얘기해버렸으니,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성연은 머릿속으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아마도…… 그 약이 당신의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예전에 내가 어떤 마을에 있을 때, 이웃집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다리뼈가 부러졌는데, 천천히 치료하다 보니 걷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어요. 마침 어떤 약재가 쓰였는지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적어서 드릴게요.”‘아마도, 그 노부인의 다리를 치료한 사람도 송성연이었겠지?’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봤다.하지만, 성연은 자신의 연기가 뛰어나 상황을 잘 모면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했다.그날 저녁, 약을 다 바른 무진과 성연은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다.성연은 소파에 눕는 대신, 무진과 큰 침대에 함께 누웠다. 두 사람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음날, 성연은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그전처럼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여전히 많은 학생이 뒤에서 그녀를 손가락질했다.성연이 쳐다보면 모두들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앞을 지나갔다.‘쳇! 모두 나를 완전 재수덩어리로 취급하는데?’‘뭐, 이것도 괜찮네. 적어도 귀찮게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교실로 돌아온 성연은 마침 생리가 시작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자장가 같은 수업을 듣고 있자니 푹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성연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생리통 때문에 몸이 더욱 힘들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느덧 책상에 엎드려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오늘은 감히, 그녀
송아연은 물을 사러 간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그리고는 임정용을 옥상으로 불렀다.“공, 공주님.”손가락을 입안에 문 채 임정용이 송아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송아연은 혐오감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뚱뚱한 데다 머리와 귀가 컸다. 몸집은 어른만 했지만, 아이큐는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집안이 좋다는 것과 자신을 좋아한다 것 말고는 하등 볼게 없는 존재였다. 임정용은 송아연을 처음 볼 때부터 ‘공주님’이라고 불렀다.그녀는 그런 그가 귀찮고 싫었다. 하지만 이제 쓸모가 생겼다. 송아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정용아, 부탁할 일이 있어.”그는 그녀의 웃음에 넋을 잃은 듯했다.“공주님, 공주님!”송아연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음료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건 너 주려고 산 거야. 비밀은 꼭 지켜야 해? 안 그러면 이 음료수를 다른 아이들에게 빼앗길지도 몰라.”임정용은 그녀가 건네준 음료수를 온 힘을 다해 사수했다.“나는 공주님이 준 거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우리 정용이 정말 착한 친구네.” 송아연은 음료수를 귀한 것이라도 되는 양 한 모금씩 마시는 임정용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그리고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정용아, 나랑 어디 좀 갔다 올래?”음료수를 품에 꼭 끌어안은 임정요이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임정용에게 교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시킨 아연이 의기양양하게 운동장으로 갔다.‘음료수 안에다 무언가를 집어넣은 것도 모르고, 흥.’교실에 온 임정용은 온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이내 눈이 충혈되며 눈동자에 초점을 잃기 시작했다.안절부절하며 교실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교실은 이내 그의 무거운 발소리로 가득 찼다.그러다가 갑자기 성연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임정용의 두 눈이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하지만, 깊이 잠이 든 성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임정용은 교실에 있는 유일한 사람, 성연에게 도움을 청하려
성연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아무도 없는 틈을 타 누군가 일부러 임정용을 들여보낸 것이 분명했다.자신을 향한 계략이 나름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다.‘대체 나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 악랄하고 비열한 모략을 꾸며!’‘평범한 고등학생이 이런 지독한 방법을 쓰다니, 정말 무섭군,’성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가 나를 해코지하려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글쎄? 일단, 내가 알았으니…….’마침 수업이 끝나는 음악 소리가 울렸고, 조용했던 교실 밖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성연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렸다.‘만약 애들이 돌아와서 지금 장면을 보면, 나는 죽어도 누명을 벗을 수 없겠지?’그녀는 창가로 걸어가서 CCTV의 위치와 높이를 살펴봤다.그리고는 바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그녀가 있던 곳은 3층이었다.성연은 몹시 빨랐다. 다른 교실 창문에 붙어서 아래로 뛰어내렸다.그리고 긴 끈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높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또, 교묘하게 CCTV 사각 지대를 이용해 움직였다.일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성연은 바닥에 발을 디뎠다.그리고 치맛자락과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강의동 1층으로 향했다.바로 그 시각, 송아연과 그녀의 ‘친한 자매들’ 그리고 반 학우들이 하나 둘씩 교실 문 앞에 도착했다.송아연과 ‘학교 자매들’은 각자 밀크티 한 잔씩을 들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달짝지근한 밀크티가 입안에 들어갔지만 송아연은 그 맛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마음은 다른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송성연의 처참한 몰골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었다.‘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보호 아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복도는 학생들로 붐볐다.[문이 왜 잠겼어?][누가 마지막으로 나간 거야? 문은 왜 잠근 거야?][내가 나갈 때는 교실에 사람이 없었어. 그때만 해도 문이 열려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누가 양심도 없이 문을 잠갔지? 사이코지, 이건.]
눈을 동그랗게 튼 뜬 송아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송성연이 없는 거야?’‘혹시 숨은 건가? 그럴 리가 없지. 교실에는 숨을 데가 없는데.’학생들은 교실 안의 장면을 보며 너무 놀라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게다가 다른 반 학생들도 와서 구경하는 바람에 사람들로 가득 찬 복도가 시끌벅적했다.학생들 몇은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학생들 뒤쪽에 선 성연은 표정 하나 놓치지 않을 만큼 송아연을 뚫어져라 주시했다.조금 전의 사건이 누구의 계략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성연의 표정이 가라앉으며, 눈빛도 차가워졌다.송아연이 단지 자신을 싫어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자신을 미워할 줄은 몰랐다. 송성연을 과소평가한 것이다.송아연이 이렇게 지독하다니! ‘순결이 여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성연은 마음속으로 송아연의 악행 하나를 더 추가했다.선생님은 생각보다 일찍 왔다.그는 교실 안의 장면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일단 몸집이 큰 너희들이 가서 옷을 입혀. 여학생들은 잠시 다른 곳에 가서 기다리고. 더 이상 보지 않는 게 좋겠다.”선생님은 애써 진정하며 학생들을 안내했다.다른 반 여학생들은 모두 자기 반으로 돌아갔지만, 같은 반 여학생들은 교실을 등지고 서서 감히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현장을 정리했다. 몇몇 키 큰 남학생들이 힘을 모아 임정용을 일으켜 옷을 입혔다. 옷이 너덜너덜 찢어져 있어서 한참을 낑낑댄 후에야 겨우 입힐 수 있었다.옷을 입힌 후 얼마 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요원들이 임정용을 들것에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임정용을 보내고 나서야 학생들은 다시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로 돌아왔다.임정용이 누워있던 곳에 방향제를 뿌렸다.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성연은 느릿느릿 교실로 들어갔다.학생들은 대부분 임정용의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그 바보 같은 녀석이 약을 잘못 먹
송아연의 말에 수군대던 학생들이 입을 다물고 이쪽을 바라봤다.그녀의 사악한 마음은 식견을 넓혀줄 뿐, 그런 수작은 성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진심으로 그녀를 골탕먹이고 싶다면, 몇백 년은 더 수련하고 다시 붙어야 할 것이었다. 그런 유치한 방법으로는 전혀 성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반박했다.“너 내가 교실에 계속 있는 것을 봤어? 설마 너 다시 교실에 왔던 거야?”그러자 송아연은 안색이 변하며 목이 잠겨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수업 가기 전에 다들 봤잖아.”“그래?”성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어떡하니?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보건실에서 자다가, 선생님이 수업 끝났다고 깨워줘서 지금 온 건데 내가 들어오는 거 다들 봤잖아.”그러면서 그녀는 갑자기 아연에게 다가갔다.“뭐 하는 거야?”송아연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성연은 아무 말 없이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송아연은 계속 뒷걸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성연은 걸음을 멈췄다.송아연은 그녀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몸을 빼며 뒤로 기울였다.성연은 몸을 굽혀 송아연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난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송아연, 넌 나와 친하지 않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상하게도 왜 사사건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온종일 나만 보고 있잖아. 그 임정용이라는 애, 네가 교실로 데려온 거지?”그녀는 원래 그 바보의 이름을 몰랐지만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송아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송성연, 함부로 남을 모함하지 마!”그녀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성연은 차가운 눈으로 송아연을 바라보았다.“내가 겨우 이 정도 말한 것 가지고 모함이라니? 너는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전학 오자마자 내 몸에 더러운 물을 끼얹고는 내가 억울해 할 것은 왜 생각 못 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