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약을 다 바른 후, 뚜껑을 닫아 한쪽에 놓았다. 무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약을 바르는 동안 이렇게 긴장하긴 처음이었다. 이마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 진우현이 그에게 약을 발라줄 때는 전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무진은 성연이 자신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꼈다.연고를 제자리에 놓은 성연이 고개를 돌렸다.약을 먹고 쉬고 싶은 성연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무진의 다리로 시선이 향했다. 무진은 검은색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살짝 열린 가운 사이로 길고 튼튼한 다리가 드러났다. 아마도 방금 약을 바르던 중에 실수로 가운이 벌어진 모양이었다.무진의 허벅지에 있는 작은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일반인들은 잘 못 보지만, 늘 이런 상처를 보고 치료해 온 성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런데,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통 상처가 아닌 총상이었다.상처 가장자리에 총알에 마찰되며 긁힌 흔적이 있었다.성연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집에서 쌀만 축내는 빈대 같은 남자가 어떻게 이런 상처를 입었지?’‘어쩐지, 다친 지 오래되었는데도 상처가 잘 낫질 않는다 했더니.’성연은 궁금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강씨 집안의 복잡한 일에 절대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강씨 집안에 들어온 것은 모두 ‘스카이 아이 시스템’ 때문이었다. 다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찾기 전에는 어떤 문제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날, 집안 모임에서 강씨 집안 내의 알력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 똑똑히 봤다. 그들 모두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성연의 시선이 계속 자신의 다리를 향하자, 무진은 성연이 이미 자신의 상처를 봤음을 눈치챘다.숨기기보다 차라리 인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무진이 물었다.“내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어?”성연은 그의 물음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의사가 아니
“정말 많은 의사들에게 상처를 보이고 치료도 받았어. 하지만 모두 효과를 보지 못했지. 한의사 양의사 모두 만나봤지만.”무진 자신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었다.똑같은 상처인데 왜 송성연의 방법은 효과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아닐까?성연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여기서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하게 되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얘기해버렸으니,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성연은 머릿속으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아마도…… 그 약이 당신의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예전에 내가 어떤 마을에 있을 때, 이웃집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다리뼈가 부러졌는데, 천천히 치료하다 보니 걷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어요. 마침 어떤 약재가 쓰였는지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적어서 드릴게요.”‘아마도, 그 노부인의 다리를 치료한 사람도 송성연이었겠지?’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행동을 묵묵히 지켜봤다.하지만, 성연은 자신의 연기가 뛰어나 상황을 잘 모면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했다.그날 저녁, 약을 다 바른 무진과 성연은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다.성연은 소파에 눕는 대신, 무진과 큰 침대에 함께 누웠다. 두 사람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음날, 성연은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그전처럼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여전히 많은 학생이 뒤에서 그녀를 손가락질했다.성연이 쳐다보면 모두들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앞을 지나갔다.‘쳇! 모두 나를 완전 재수덩어리로 취급하는데?’‘뭐, 이것도 괜찮네. 적어도 귀찮게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교실로 돌아온 성연은 마침 생리가 시작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자장가 같은 수업을 듣고 있자니 푹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성연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생리통 때문에 몸이 더욱 힘들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느덧 책상에 엎드려 편안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오늘은 감히, 그녀
송아연은 물을 사러 간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그리고는 임정용을 옥상으로 불렀다.“공, 공주님.”손가락을 입안에 문 채 임정용이 송아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다.송아연은 혐오감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뚱뚱한 데다 머리와 귀가 컸다. 몸집은 어른만 했지만, 아이큐는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집안이 좋다는 것과 자신을 좋아한다 것 말고는 하등 볼게 없는 존재였다. 임정용은 송아연을 처음 볼 때부터 ‘공주님’이라고 불렀다.그녀는 그런 그가 귀찮고 싫었다. 하지만 이제 쓸모가 생겼다. 송아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정용아, 부탁할 일이 있어.”그는 그녀의 웃음에 넋을 잃은 듯했다.“공주님, 공주님!”송아연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음료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건 너 주려고 산 거야. 비밀은 꼭 지켜야 해? 안 그러면 이 음료수를 다른 아이들에게 빼앗길지도 몰라.”임정용은 그녀가 건네준 음료수를 온 힘을 다해 사수했다.“나는 공주님이 준 거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우리 정용이 정말 착한 친구네.” 송아연은 음료수를 귀한 것이라도 되는 양 한 모금씩 마시는 임정용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그리고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정용아, 나랑 어디 좀 갔다 올래?”음료수를 품에 꼭 끌어안은 임정요이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임정용에게 교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시킨 아연이 의기양양하게 운동장으로 갔다.‘음료수 안에다 무언가를 집어넣은 것도 모르고, 흥.’교실에 온 임정용은 온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이내 눈이 충혈되며 눈동자에 초점을 잃기 시작했다.안절부절하며 교실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교실은 이내 그의 무거운 발소리로 가득 찼다.그러다가 갑자기 성연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임정용의 두 눈이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하지만, 깊이 잠이 든 성연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임정용은 교실에 있는 유일한 사람, 성연에게 도움을 청하려
성연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아무도 없는 틈을 타 누군가 일부러 임정용을 들여보낸 것이 분명했다.자신을 향한 계략이 나름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다.‘대체 나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 악랄하고 비열한 모략을 꾸며!’‘평범한 고등학생이 이런 지독한 방법을 쓰다니, 정말 무섭군,’성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가 나를 해코지하려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글쎄? 일단, 내가 알았으니…….’마침 수업이 끝나는 음악 소리가 울렸고, 조용했던 교실 밖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성연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렸다.‘만약 애들이 돌아와서 지금 장면을 보면, 나는 죽어도 누명을 벗을 수 없겠지?’그녀는 창가로 걸어가서 CCTV의 위치와 높이를 살펴봤다.그리고는 바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그녀가 있던 곳은 3층이었다.성연은 몹시 빨랐다. 다른 교실 창문에 붙어서 아래로 뛰어내렸다.그리고 긴 끈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높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또, 교묘하게 CCTV 사각 지대를 이용해 움직였다.일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성연은 바닥에 발을 디뎠다.그리고 치맛자락과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강의동 1층으로 향했다.바로 그 시각, 송아연과 그녀의 ‘친한 자매들’ 그리고 반 학우들이 하나 둘씩 교실 문 앞에 도착했다.송아연과 ‘학교 자매들’은 각자 밀크티 한 잔씩을 들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달짝지근한 밀크티가 입안에 들어갔지만 송아연은 그 맛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마음은 다른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송성연의 처참한 몰골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었다.‘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보호 아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복도는 학생들로 붐볐다.[문이 왜 잠겼어?][누가 마지막으로 나간 거야? 문은 왜 잠근 거야?][내가 나갈 때는 교실에 사람이 없었어. 그때만 해도 문이 열려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누가 양심도 없이 문을 잠갔지? 사이코지, 이건.]
눈을 동그랗게 튼 뜬 송아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송성연이 없는 거야?’‘혹시 숨은 건가? 그럴 리가 없지. 교실에는 숨을 데가 없는데.’학생들은 교실 안의 장면을 보며 너무 놀라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게다가 다른 반 학생들도 와서 구경하는 바람에 사람들로 가득 찬 복도가 시끌벅적했다.학생들 몇은 선생님을 부르러 갔다.학생들 뒤쪽에 선 성연은 표정 하나 놓치지 않을 만큼 송아연을 뚫어져라 주시했다.조금 전의 사건이 누구의 계략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성연의 표정이 가라앉으며, 눈빛도 차가워졌다.송아연이 단지 자신을 싫어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자신을 미워할 줄은 몰랐다. 송성연을 과소평가한 것이다.송아연이 이렇게 지독하다니! ‘순결이 여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성연은 마음속으로 송아연의 악행 하나를 더 추가했다.선생님은 생각보다 일찍 왔다.그는 교실 안의 장면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일단 몸집이 큰 너희들이 가서 옷을 입혀. 여학생들은 잠시 다른 곳에 가서 기다리고. 더 이상 보지 않는 게 좋겠다.”선생님은 애써 진정하며 학생들을 안내했다.다른 반 여학생들은 모두 자기 반으로 돌아갔지만, 같은 반 여학생들은 교실을 등지고 서서 감히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현장을 정리했다. 몇몇 키 큰 남학생들이 힘을 모아 임정용을 일으켜 옷을 입혔다. 옷이 너덜너덜 찢어져 있어서 한참을 낑낑댄 후에야 겨우 입힐 수 있었다.옷을 입힌 후 얼마 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요원들이 임정용을 들것에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임정용을 보내고 나서야 학생들은 다시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로 돌아왔다.임정용이 누워있던 곳에 방향제를 뿌렸다.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성연은 느릿느릿 교실로 들어갔다.학생들은 대부분 임정용의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그 바보 같은 녀석이 약을 잘못 먹
송아연의 말에 수군대던 학생들이 입을 다물고 이쪽을 바라봤다.그녀의 사악한 마음은 식견을 넓혀줄 뿐, 그런 수작은 성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진심으로 그녀를 골탕먹이고 싶다면, 몇백 년은 더 수련하고 다시 붙어야 할 것이었다. 그런 유치한 방법으로는 전혀 성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반박했다.“너 내가 교실에 계속 있는 것을 봤어? 설마 너 다시 교실에 왔던 거야?”그러자 송아연은 안색이 변하며 목이 잠겨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수업 가기 전에 다들 봤잖아.”“그래?”성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어떡하니?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보건실에서 자다가, 선생님이 수업 끝났다고 깨워줘서 지금 온 건데 내가 들어오는 거 다들 봤잖아.”그러면서 그녀는 갑자기 아연에게 다가갔다.“뭐 하는 거야?”송아연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성연은 아무 말 없이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송아연은 계속 뒷걸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성연은 걸음을 멈췄다.송아연은 그녀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몸을 빼며 뒤로 기울였다.성연은 몸을 굽혀 송아연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난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송아연, 넌 나와 친하지 않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상하게도 왜 사사건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온종일 나만 보고 있잖아. 그 임정용이라는 애, 네가 교실로 데려온 거지?”그녀는 원래 그 바보의 이름을 몰랐지만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송아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송성연, 함부로 남을 모함하지 마!”그녀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성연은 차가운 눈으로 송아연을 바라보았다.“내가 겨우 이 정도 말한 것 가지고 모함이라니? 너는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전학 오자마자 내 몸에 더러운 물을 끼얹고는 내가 억울해 할 것은 왜 생각 못 해?”“너!
송성연은 속으로 대답했다.‘난 정말 3층에서 뛰어내렸어.’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서 해명을 해주는 것만 같아 그녀는 기뻤다. 이로써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생각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그녀는 자리로 돌아와 책상에 엎드려 계속 잠을 잤다.조금 전 3층에서 뛰어내리느라 너무 힘을 많이 썼는지 배가 더 아픈 것 같았다.그녀는 배를 문지르며 어떻게든 다시 잠을 청해 보려고 노력했다.잠이 들면 고통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드디어 하교 시간이 되었다.임정용의 일로 학교는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몇몇 말하기 좋아하는 학생들이 그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학교 측은 임정용 일가의 체면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덮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소문이 퍼져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 측은 할 수 없이 그의 부모를 모셔왔다.교장은 임정용의 부모 앞에 서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버님, 어머님. 저는 임정용 학생을 위해 전학을 제안합니다. 우리 학교에 계속 다니게 되면, 임정용 학생의 학교생활이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소문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아무리 바보라 하더라도 그런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전학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정용의 아버지는 늘씬한 몸매에 정장 차림이었다. 어머니는 예쁜 얼굴에 정성 들인 화장을 하고 있었다.아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울었는지 눈시울이 붉어져 약간 초췌해 보였다.그들 부부는 각각 자신의 사업이 있어 지위가 꽤 높았다.하지만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은 바보였다. 둘은 매일 일하느라 바빠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해 그가 이렇게 되었다며 자책했다.임정용의 상태는 그들 일생의 고통일지도 몰랐다.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아들을 사랑했고,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그들은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에 대해 분노했다.임정용은 분명히 스스로 약을 먹
다음날 송성연은 등교해 수업을 들었다.이윤하는 강단에 서있었다. 그녀는 담임으로서 반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조용히 해. 모두 어제 교실에서 발생한 일을 잘 알고 있을 거야. 나는 개인 소지품을 검사해서라도 고의로 학우를 망신시킨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찾아야겠어.”그녀는 억지스러운 발언으로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개인 소지품을 검사하는 것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것과 같아요.][비밀이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렇게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아요.][대놓고 우리 물건을 뒤지는 것은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학생이지만 독립된 개체로서 인권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에요!]많은 학생이 내키지 않아 하며 불만의 소리가 커져갔다.그러나 자기 반에서 사건이 터진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윤하는 송성연의 약점을 잡고 싶었다.전에 사무실에서 체면을 구겼으니 이번에 반드시 복수해야 했다.그녀는 송성연과 그녀의 보호자의 태도 그리고, 교장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머리 숙여 사과한 굴욕적인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 화가 나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 같았다.만약 송성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아무리 힘 있는 보호자라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게다가 어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나갔는데 송성연만 가지 않았었다.“이 일은 학교의 명성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또 학생들의 도덕성과도 관련되어 있으니, 너희들이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검사해야 해."이윤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송아연이 제일 먼저 나서서 그녀의 말을 두둔했다.“선생님, 주범을 잡기 위해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예요. 먼저 서랍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건을 숨기기에 제일 좋은 곳이잖아요.”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웃으며 성연이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송성연, 너도 참 운이 좋은 애야! 여러 번 내 계획을 무산시켰
그래함은 모든 일의 과정을 자세히 돌이켜보았다.풀리지 않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이었다“나는 방금 이곳에 왔고 다른 사람과 원한도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거지?”‘일부러 내 방으로 물건을 보낸 건 분명히 나를 해치려는 거야.’그래함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에게 미움을 샀다면, 나는 방금 북성에 왔기에 불가능한 일이야.’성연도 일찌감치 이 문제를 생각했다.그래함이 문제를 제기한 이상 성연이 바로 말했다.“그자가 나를 목표로 했을 거예요. 독을 쓴 대상이 아마도 나였을 거예요. 다만 그때 내가 먹을 수 없었지요.”‘그때 성연이 정말 음식을 다 먹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는 상상할 수도 없어.’‘지금 그래함이 성연을 대신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야.’무진은 갑자기 당황스러웠다.‘지금 결국 누군가가 성연에게 독수를 썼어.’바로 옆을 보고 말했다.“손 비서, 사람을 보내서 그 대체되었다는 종업원을 추적해!”“예.”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갔다.그래함의 마음속에는 더욱 많은 의문이 들었다.“성연이는 줄곧 선량했고 또 의술을 익혀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도와주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악랄한 인간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겠어?”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다 큰 남자인 나도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었는데, 여린 소녀인 성연은 더 말할 것도 없어.’무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성연이 상처를 받은 것은 십중팔구 모두 나 때문이야.’‘만약 내 옆에 있지 않았다면, 성연이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겪지는 않았을 거야.’‘성연을 잘 보호해야 했어.’무진이 자신 때문이라고 막 입을 열려고 했다.옆에 있던 성연이 바로 말했다.“사형, 이 일은 얘기하자면 길어요. 다음에 다시 사형에게 얘기해 줄게요. 때로는 사형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도 귀찮은 일이 찾아오는 법이지요.”성연은 이런 것들이 모두 무진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모두 나쁜 마음을 품은 그 인간들이 소란을 피웠을 뿐이야.’“네 말도 맞지만, 이런 일은
집에 돌아온 성연은 약재를 가지고 황급히 해독약을 조제했다.다 만든 뒤에 바로 그래함에게 보냈다.“사형, 이건 해독환이에요. 빨리 먹어요.”그래함이 바로 해독환을 먹자 작용도 빨랐다. 그래함의 배는 곧 아프지 않게 되었고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괜찮아요? 사형?” 성연은 시종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그래함이 위로하며 말했다.“네 약이 아주 효과가 있네. 지금은 이미 많이 좋아졌어.”“그럼 됐어요.” 성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그래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서, 오는 도중에 성연의 마음은 시종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안 생겼으니 그나마 다행이야.’이때 무진도 병원에 도착해서 그래함에게 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원래의 종업원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매수되었을 겁니다. 제가 지배인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고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연락을 할 수 없었습니다.”무진은 눈썹을 찌푸렸다.대신한 사람에 관해서도 어떤 소식도 찾을 수 없었다.누가 자신의 눈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생각하니 무진은 정말 화가 났다.“강 대표님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그래함도 이런 일은 성연과 무진이 바라던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닙니다. 총재님의 몸은 좀 어떻습니까?” 무진도 걱정이 되었다.그래함은 성연에게 있어서 당연히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성연이가 방금 약을 가져와서 지금은 이미 많이 좋아졌습니다. 강 대표님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래함의 손에는 아직 링거가 꼽혀 있었다.병원의 약효는 성연 자신이 배합한 약보다 못했다.효과도 느렸다.성연의 약이 있어서 그래함의 몸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다.“별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제가 배후에 있는 자를 잡아낼 테니, 그 점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만약 이런 작은 일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래함 그들도 틀림없이 내가 성연이를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야.’“저는 걱정하지
성연이 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서 그래함을 긴급히 병원으로 호송했다.그리고 남아서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수집한 성연은 무진에게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다.무진은 서류들을 다 처리하고 마침 호텔 방향으로 달려오던 중이었다.‘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무진이 운전기사에게 다급하게 지시했다.“빨리 가자!”조수석에 앉아 있던 손건호도 무진의 초조한 말투를 듣고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그래함에게 사고가 생겼어. 서둘러.” 무진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그러나 손건호도 그래함 이 사람의 중요성을 알기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표정이 굳어졌다.곧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성연이 뛰어나와서 무진에게 말했다.“음식에 독이 있었어요. 무진 씨가 여기를 조사해 보세요. 난 돌아가서 물건을 좀 가져올게요.”급하게 나온 성연은 몸에 다른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방금 그래함에게 은침을 놓아서 독소의 확산을 어느 정도는 억제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독은 일반적인 독이 아니라서 반드시 성연이 돌아가서 조제해야 했다.병원이라고 반드시 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무진은 성연이 무엇을 하러 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건호와 함께 들어갔다.호텔의 지배인이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기서 큰 인물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말에 지배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그는 정말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지배인 앞으로 다가간 무진이 바로 노여워하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당신네 호텔 음식에 누가 독을 넣었어요?”지배인은 정말 억울했다.무진의 앞에 선 채 땀도 감히 닦지 못했다.“강 대표님, 저희 음식은 모두 겹겹이 점검해서 깨끗하지 못하거나 누가 독을 넣는 상황은 생길 수 없습니다.”“손 비서, 가서 물건을 가져와.” 무진이 지시했다.손건호는 무진의 말 뜻을 알아차렸다.바로 그래함의 방으로 가서 그 음식들을 모두 가져왔다.그리고 검사를 담당하는 의사도 왔다. 음
성연은 잠시 눈썹을 찌푸렸지만 물을 좀 마시자 많이 좋아졌다.가슴에서 솟구치던 메스꺼움도 이렇게 내려갔다.그러나 앞에 있는 음식에는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그래서 성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그래함이 휴지를 주면서 말했다.“괜찮아. 불편하면 억지로 먹지 마. 나 혼자 먹으면 돼.”“그래요, 옆에서 과일이나 좀 먹으면서 기다릴게요.” 성연도 자신이 왜 이런지 의아했다.이전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곧 개의치 않았다. 이런 불편한 느낌은 포도를 먹자 많이 완화되었다.그래함은 혼자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아주 깔끔하게 먹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성연은 정말 아쉬워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내 주변의 사형들은 모두 최고의 남자들이야.’‘내게 절친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최고인 사형들을 다른 여자들이 채 가는 걸 걱정하지 않았을 거야.’성연은 아쉬운 표정이었다.그래도 다행히 성연이 주문한 음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식량 낭비를 피하기 위해서 그래함은 앞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깨끗하게 먹었다.성연이 때맞춰서 그래함에게 물 한 잔을 꺼냈다.“사형, 물 드세요.”그래함이 물컵을 받으며 말했다.“너는 정말 철이 들었어”성연은 다소 불복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당연하지요. 나는 지금 성인인데요, 그렇죠? 사형들은 나를 어린애로 보지 말아요.”“너 근데 애잖아?” 그래함이 성연을 놀렸다.그래함의 눈에 성연은 줄곧 자신이 보살펴야 할 여동생이었다.“나야말로 아니거든요. 난 결혼도 할 건데요.” 성연이 불만스럽게 반박했다.그래함이 감탄하면서 말했다.“맞아,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네.”“빨리 사형을 받아줄 사람을 찾아요. 혼자는 외롭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래함이 막 대답하려고 하는데 배에서 따끔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이 통증은 너무 심해서 그래함처럼 인내심이 좋은 사람조차 허리를 굽힐 정도로 아팠다.심
무진은 그래함에게 로얄 스위트룸을 마련해 주었다.안에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고 그래함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었다.그래함과 밥을 먹은 후, 무진은 아직 처리해야 할 급한 서류가 남아 있었다.성연을 남겨두고서 회사에 갔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성연은 그래함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무릎 위에 땅콩 한 봉지를 놓고 먹으면서 아주 쾌적한 모습이었다.그리고 그래함의 앞에는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왜 강무진을 선택했어?”“사형,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또 물어봐요?” 성연은 그래함이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고 느꼈다.“난 잘 모르겠어. 네 마음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래함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장난도 심한 데다가 애교도 잘 부려서, 거의 아무도 굴복시킬 수 없었지.’‘엄격한 고학중 사부님조차도 성연이를 대하면서 총애할 수밖에 없었어.’‘성연이가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인연이 오는 건 누구도 막을 수 없잖아요.” 성연은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말도 안 돼.” 그래함은 담소하면서 성연의 말을 믿지 않았다.사실 성연 자신도 무진과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잘 몰랐다.애초에 두 사람이 상대방에게 접근했을 때 목적은 모두 단순하지 않았다.나중에 두 사람이 서로 보살피고 고백하면서 성연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성연은 이렇게 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이다.무진만 성연을 원하면서 인내심 있게 성연이 깨닫기를 기다렸을 뿐이다.무진의 성연에 대한 이 인내심만으로도 성연은 완전히 마음이 기울었다.“사형, 정말로, 감정 이런 일은 인연에 달려 있어요.” 성연은 자신의 생각에 어떤 문제도 없다고 느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함의 시선은 어딘가 아련해 보였다.마치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는 것 같았다.성연이 말한 인연이 있는 그곳...“그 얘기는 그만해요
“만약 강 대표님이 관심이 있다면 저와 함께 미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가장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그래함은 무진의 명성이 과연 헛된 것이 아님을 발견하였다.‘그는 정말 사업에 소질이 있어.’‘이 점에서는 다른 사람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어.’무진에 대해 그래함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그런 의향이 있다면 총재님께 연락하겠습니다.” 무진에게는 지금 발목을 잡고 있는 일이 너무 많다.지금 WS그룹의 근간이 북성에 있다는 건 차치하고라도.안금여와 강운경도 동분서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발전 프로젝트는 괜찮지만, 미국에 간다면 아마 통하지 않을 것이다.“강 대표님이 가든 안 가든, 나와 강 대표님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에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함의 표정은 온화했고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무진의 차가움과는 다르다.그래함은 뼛속까지 온유함이 새겨져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그건 당연하지요.” 무진도 그래함이라는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단히 만족했다.“무진 씨와 성연이는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그래함이 이번에 온 것은 역시 주로 이 일 때문이다.지난 번에 목현수가 소식을 알려주었지만, 그는 시종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반드시 와서 직접 봐야 했다.“이미 준비 중입니다.” 무진의 표정은 온화했고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부드러움이 가득했다.“그럼 정말 좋지요, 그러면 제가 남아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겠군요.” 그래함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그래함이 무진에게 아주 만족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잠시 쉬었다가 그래함이 계속 말했다.“예전에 성연이 스승님이 우리 사형들에게 성연이를 돌봐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약속이자 책임이지요. 저희는 모두 성연이의 친정 식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연이를 강 대표에게 맡기면 우리 모두 정말 안심할 수 있겠습니다.”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강무진의 사람됨을
특별히 외국에서 돌아온 그래함이 성연을 방문했다.성연에게 재미있는 선물도 많이 가져왔다.의심의 여지없이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이다.성연은 선물을 들고 손에서 놓지 않았다.그래함은 성연을 아주 잘 알고 있다.선물한 물건은 그야말로 모두 성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고 고른 것이다.“네가 좋아하니 됐어, 내가 이번에 괜히 오지는 않았구나.” 그래함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바쁜 사람인데 시간을 내서 저를 보러 온 걸로 이미 만족해요. 또 무슨 선물까지 가지고 왔어요?” 성연은 그래함이 정말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매일 발을 땅에 댈 사이도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한가할 때가 드물었다.“다 들었어. 우리 성연이가 약혼자를 정했다고. 나는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한번 보러 온 거야.”그래함이 담담하게 말했다.오히려 목현수처럼 무진에게 적대적이지는 않았다.성연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모두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성연이가 행복하면 돼.’그 이유를 들은 성연은 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저녁에 데리고 와서 보게 해 줄게요.”“기다릴게.” 그래함의 말은 온화함이 가득했다.성연은 조치하기 전에 먼저 이 일을 무진에게 알렸다.성연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었을 때 무진은 한순간 멍해졌다.“그 그래함 씨야?”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무진 씨가 생각하는 그 사람 같네요.”무진은 잠잠해졌다.‘성연이가 도대체 또 얼마나 많은 큰 인물을 알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건가?’그러나 성연이 소지한과 목현수와 아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 뒤에, 그래함을 아는 걸 기이하게 여기는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오늘 저녁에 시간이 돼요?” 성연이 물었다.“돼, 걱정하지 마. 내가 준비할게.” 무진이 바로 대답했다.‘만약 정말 그 그래함이라면, 어쨌든 예의를 잃어서는 안 돼.’저녁.성연, 무진과 그래함이 식당에서 만났다.‘자료상으로는 그래함은 줄곧 미국에서 거주해왔어.’‘그가 국내에 왔지만 국내 음식에 익숙하
곧, 조씨 가문에서도 사람이 왔다.아마도 손씨 가문에서 알려주었을 것이다.조수경과 손민철 이 두 사람의 사소한 일이 없어도, 손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관계가 아주 좋았다.온 사람은 조수경의 부친이었다.조수경의 부친은 딸의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누가 조수경에게 이런 잘못을 저지르라고 했는가?조수경의 부친이 안금여를 향해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노마님, 노마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엄하게 가르치지 못해서 수경이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제 딸을 엄하게 가르치지 못했으니 만약 처벌하신다면 제게 벌을 내려주세요.”“이번에 사고가 날 뻔한 사람이 우리 강씨 가문의 며느리라는 것을 알아야 해. 만약 우리 강씨 가문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어?” 안금여는 매서운 표정이었다.일찍이 조수경이 그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자신들은 여전히 조수경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주었다.그러나 조수경은 조금도 깨닫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네, 저희 잘못입니다. 수경이가 철이 없습니다. 노마님, 수경이의 나이가 어린 것을 봐서 용서해 주십시오.” 조수경의 부친은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그런 모습을 보자 안금여도 동정심이 들었다.‘자식의 잘못을 나이든 아버지가 짊어지게 해서는 안 돼.’‘하지만 반드시 조수경에게 오늘의 교훈을 기억하게 해야 해.’‘다행히도 성연이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안금여는 평생 자책했을 것이다.“나는 용서하지만 내 손주며느리가 받은 놀라움은 누가 달래주겠어? 수경이에게 물어봐. 아직 어린 아가씨일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독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조수경을 보자 안금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수경이가 잠시 뭔가에 홀렸을 뿐입니다. 수경이도 정말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조수경의 부친이 얼른 해명했다.그리고 옆에 있는 조수경을 잡아당겼다.“수경아, 빨리 할머님에게 사과를 드려야지
쌍방이 대치하면서 얻은 결과는 비할 데 없이 실망스러웠다.그때 손민철의 집에서 사람이 왔다.바로 손민철의 친동생이었다.무진도 막지 않고 바로 들어오게 했다.손민철의 동생은 점잖고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강 대표님, 형님을 훈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이 여자에 홀려서 본업에 힘쓰지 못했습니다.”“됐습니다. 당신네 손씨 가문에서 좀 더 엄하게 가르침을 주기 바랍니다.” 무진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이 일은 완전히 손민철의 잘못도 아니었다.그래서 무진도 손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인상을 쓸 생각은 없었다.“당연히 그래야지요. 저희 형님이 고집이 세셔서, 제가 오기 전에 아버지께서 형님에게 강 대표님에게 인사하라고 특별히 신신당부하셨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손민철의 동생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형이 강씨 가문에 끌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강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으려 했다.아버지가 가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괜찮습니다.”무진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사람을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먼저 하지도 않았다.손민철의 동생은 이를 악물었다.‘강무진이 대처하기 어렵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결국 이렇게 맞추기 어렵다니.’‘보아하니 오늘 뭔가 내놓지 않으면 강무진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렵겠어.’손민철의 동생은 손민철을 노려보았다.‘온종일 일을 성사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망쳤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님을 감싸야 해.’손민철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손민철의 동생이 앞으로 나와서 무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형님이 잘못하셨으니 저희 손씨 가문에서는 북성에 추진 중인 큰 프로젝트를 강 대표님에게 양보하려고 합니다. 강 대표님께서 가볍게 처벌해 주셔서 형님을 데려가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집에 돌아가면 저희 부친께서 반드시 잘 가르치실 겁니다.”‘이번에 손씨 가문은 바로 이 프로젝트로 북성에 발을 붙이려고 했어.’‘지금 이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은 그들이 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