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처음엔 그저 여시화에게 따끔한 맛만 좀 보여줄 생각이었다.여시화의 악취 나는 입을 좀 씻겨주고 싶을 뿐.동시에 자신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여시화에게 알려 줄 생각도.하지만 이런 결과가 될 줄은 몰랐다.성연은 매우 만족했다.오후 내내 여시화의 추악한 이중성에 대한 소문이 성연의 것을 이미 덮어버렸다.여시화의 본 모습이 폭로되자 다들 이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에 반해 성연에 관한 소문들은 이미 언급할 가치가 없는 듯 보였다.심지어 어떤 애들은 성연의 얼굴을 게시판에서 대조까지 했다.역시 노 메이크업, 노 필터. 그 결과, 여시화는 송성연과 비교도 되지 않음이 증명되었다.성연은 평소 화장품을 좀 하는 편이지만 학교에 있을 때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깨끗하고 보드라운 피부는 아무리 확대를 해도 모공 하나 보이지 않았다.정말 여자애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피부결이다.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성연은 마치 하늘의 밝은 달과 같다. 그러나 여시화는 한줌의 흙 같이 느껴질 정도이니. 마치 존재의 이유가 바로 성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 듯하다.하지만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이런 피부가 진짜 존재한다고? 게시자가 함부로 만들어 낸 거 아냐?][내 말이. 조작한 것 같지 않아? 지금 이런 피부를 가진 건 아마 아기들뿐일 걸?][근데, 너무 비교 되지 않아? 여시화가 이렇게까지 추해지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성연을 의심하는 글도 게시판에 보였다.결국 성연의 짝이 나섰다. 게시판 아래에 실명을 까며 글을 올렸다.[나는 송성연의 반 짝지다. 매일 이런 미인과 같이 지내다 보니 정말 내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진짜 내가 증인이다. 송성연의 피부는 정말 너무 섬세하고 보드랍다. 사진에 보이는 피부 상태보다 훨씬 더 좋다. 매일 미인의 옆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너희들도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송성연은, 진짜 타고난 미인이다. 화장으로 만든 여시화의 미모는…… 일초면 원래 대로 돌아가 버리겠지만.]
저녁에 수업이 끝나자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성연이 학교를 나왔다.늘 하던 대로 학교 근처 구석에 세워진 승용차로 갔다. 오늘도 운전기사가 골목 입구에서 성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성연은 차문을 열고 강씨 집안의 승용차에 올라탔다.묵묵히 성연의 뒤를 따라 가던 진우진이 이 장면을 보았다.진우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처음부터 그 소문을 믿지 않았던 그는 좀 늦었지만 확실하게 말하려고 성연을 따라온 것이다.자신은 성연을 믿는다고.그런데 송성연이 고급승용차에 타는 걸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이다.진우진의 집안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서 자연히 알았다. 저 승용차는 결코 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송성연이…….’진우진이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송성연이 돈을 쫓는 여자애라는 소문은 처음부터 사실이었다.그는 속으로 분개했다.‘애초에 내가 눈이 멀었지.’‘어떻게 저런 아이를 좋아했을까?’사실 성연은 자신을 뒤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진우진은 너무 숨기지 않았다. 성연이 이 정도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요 몇 년 동안 헛수고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성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차를 타고 떠날 때 진우진이 기둥 뒤에 숨어 있는 것도 보았다.여전히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진우진을 알게 되면서 이렇게 귀찮은 일들이 생길 줄 진즉 알았더라면차라리 진우진이라는 애와 알고 지내지 않았을 것이다.여시화는 진우진을 좋아하면서도 감히 말 못하고 있다가 결국 자신에게 분풀이한 게 아닌가.그 화풀이를 자신이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과 진우진 사이에 뭐가 있다고.진우진이 자신을 게시판에 올라온 소문 그대로라고 믿는다 해도 상관없었다.처음부터 진우진과는 친하지도 않았으니까.성연의 눈에는 진우진은 게시판의 그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어쩌면 진우진은 자신에 대해 아주 아주 약간 감정이 있을 지도 모른다.하지만 마침 이런 모습을 보았으니 진우진을 단념시킬 수도 있을 터.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성연이
성연의 대답에 무진은 속으로 좀 실망했다.‘이 아이는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아.’그러나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을 먹은 후 무진은 서재로 가서 업무를 처리했다.성연이 늘 그렇듯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천둥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천둥과 번개가 소리가 꽤나 대단했다. 마치 폭우가 쏟아질 듯한 기세였다.성연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천둥소리는 성연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놀다가 지친 성연이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뛰어난 수면의 질을 가진 성연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중간에 깨지 않을 것이다.막 달콤한 수면을 취하고 있던 성연이 한참동안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성연이 눈을 가늘게 떠서 보니 그제야 평소 자신의 곁에서 자고 있어야 할 무진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성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집사와 손건호가 문 밖에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성연이 일어나 나오는 것을 본 집사가 얼른 말했다.“사모님, 어서 가서 도련님 좀 봐 주세요. 사고가 있었습니다.”당황한 성연이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 무진은 멀쩡했다. 성연과 게시판 이야기도 나누었고.그런데 집에 멀쩡히 있다가 어떻게 사고가 난다는 말인가?그러나 집사와 손건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성연의 눈도 초조함 기색을 띠기 시작했다.성연은 곧바로 집사와 손건호를 따라 서재로 달려갔다.그런데 서재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 문 앞으로 다가가니 안에서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무언가 쓰러진 것 같았다.성연의 눈에 의아함이 들어찼다. 손을 들어 힘껏 문을 두드렸다.“무진 씨, 무진 씨. 괜찮아요? 어서 문 열어요.”서재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무진은 대답이 없었다.상황이 이상함을 느낀 성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성연을 쳐다보던 손건호는 이 일에 대해
“그 당시 아직 어렸던 보스가 부모님이 외출하시지 못하게 말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대표님과 사모님은 집을 나서셨지요. 그 후, 비가 오는 밤은 보스의 발작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만, 사모님이 오신 이후로 한동안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오늘 밤 다시 발작이 시작…….”손건호의 안색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무진은 부모님의 비행기 사고 과정에 함께 있지는 않았지만,비가 오는 밤이면 늘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부모님의 사고 소식이 그에게 준 타격은 두말할 것 없이 치명적이었다.요 몇 년 동안 줄곧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왔지만 끝내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줄곧 힘들게 버티며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성연이가 온 이후 무진은 힘들게 고통을 참을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성연으로 인한 효과가 예상치 못하게 효력을 잃은 듯했다.손건호의 설명을 들은 성연의 안색도 그리 좋지 않았다. 손건호를 돌아본 성연이 물었다.“심리 상태가 안 좋은 걸 알면서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비상 키 가져오세요.”성연도 어떤 때는 심리적인 고통이 신체적인 상처에 의해 더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무진은 지금,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 중이었다.아마 그는 부모님의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던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을 것이다.부모님이 자신 앞에서 죽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게, 가히 짐작되었다.성연의 말을 들은 집사가 대답했다.“작은 사모님, 우리에겐 예비용 키가 없습니다. 이 서재는 도련님만 열쇠가 가지고 계십니다. 이 자물쇠도 특수 제작된 것이라 부수기 어렵습니다.”무진은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된 후 스스로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까 봐 방에 자신을 가두는 선택을 한 것이다.발작이 끝나면 무진은 거의 죽다 살아난 상태였다. 서재도 완전히 아
옆에서 무진의 반응을 관찰한 성연은 확실히 무진이 발작한 것이 맞았다.눈동자가 탁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평소의 깊고 까맣던 눈동자에 붉은 핏발이 가득 맺혀 있었다.무엇보다 체격이 큰 무진은 흡사 미쳐 날뛰는 야수처럼 무서워 보였다.누군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듯 했으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무진의 감각 기관이 모두 닫힌 듯하다. “저리 가, 나가, 꺼져!”목이 쉬도록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부모형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이다.성연이 천천히 다가갔다.맥을 짚어 봐야지 무진이 어떤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터.성연이 이곳 엠파이어 하우스에 온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무진의 발작은 처음 보았다.그런데 예상치 않게 무진이 비수 같이 날아들어 성연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한순간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던 성연을 무진이 온몸으로 압박했다. 무진의 힘이 너무 세서 성연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다행히도 그때 성연을 혼자 내려 보낸 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손건호가 따라 내려왔다.이 장면을 보는 순간 하마터면 숨이 멎을 뻔했다.만약 자신이 성연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무진이 나중에 알게 된다면 자책감으로 괴로워할 것이 분명했다.손건호는 지체없이 달려가 무진을 성연에게서 떼어놓았다.그러자 다시 숨을 쉬게 된 성연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성연은 즉시 과감하게 무진의 뒷목을 쳐 기절시켰다.손건호가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손 비서님. 어서 무진 씨를 데려다 침대에 눕히죠.”후들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일어난 성연이 호흡을 가다듭었다.계속 걱정이 된 손건호는 무진을 부축해서 문을 열면서 의사에게 무진을 보이려 했다.무진의 발작이 시작되었을 때 이미 의사에게 연락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의사가 앞으로 나와 무진의 상태를 보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이 가로막았다.“가까이 오지 마세요.”의사가 머뭇거리며 고개를 돌려 손건호를 보았다.손건
그날 밤, 엠파이어 하우스의 모든 이들이 밤을 꼬박 새웠다.성연 또한 밤새워 무진의 침대 옆을 지켰다.무진이 완전히 안정을 찾은 후에야 여유가 생긴 성연이 무진의 맥을 짚었다.맥을 짚던 성연의 눈썹이 찌푸려졌다.무진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짚어보지 않았다면 무진의 몸이 이렇게 나쁘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평소에는 멀쩡해 보였으니까.성연이 바로 고개를 들어 손건호에게 물었다.“요즘 무진 씨 제대로 식사 안 했어요?”딱 봐도 자신의 건강에 신경 쓰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제대로 관리한다면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을 테지만.손건호가 바로 대답했다.“저녁에 사모님과 함께 계실 때는 식사를 잘 하시지만 낮에 회사에 계실 때는 확실히 제대로 드시지 않았습니다.”WS씨그룹을 인수한 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 회사에 아직 남아있는 둘째 작은할아버지 강상철과 셋째 작은할아버지 강상규의 사람들을 정리하느라 무척 골치가 아팠다.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늙은 여우들도 적지 않았고.또 지금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무진은 매일 같이 바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다 보니 몸을 돌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식사할 시간도 없이 회의가 연이어 있는 일도 다반사였다.가끔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이미 입맛이 잃은 무진이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그렇다고 누가 감히 무진에게 식사를 강요하겠는가? 손건호 또한 기껏해야 두 마디 거들 수 있을 뿐.한 번 일에 집중하면 미친 듯이 빠지는 보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날 일을 다 처리하지 전엔 절대 손을 놓지 않는 강무진이었다.그런 생활이 오래도록 이어지며 무진이 제대로 식사하지 않는 건 이미 일상화가 되어버렸다.宋星凉立刻就不爽了。손건호의 말을 듣자마자 성연은 바로 화가 났다.자신은 이곳에서 고생고생 해가며 강무진을 치료했는데, 정작 강무진 이 인간은 자기 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이 인간은 환자로서의 자각이 조금이라도 있기나 한 거야?’성연이 화가 나서 말했다.“진작에 제때에
성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진의 상태는 정말이지 낙관할 수 없었다.무진의 조광증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성연은 자연히 이런 상태도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성연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전에도 많은 난치병들을 치료했었다.증상이 드러나야만 그 증상에 맞는 약을 쓸 수 있다.늦은 시간이었지만 안금여, 강운경 그리고 조승우까지 모두 달려왔다.모두 잔뜩 걱정스런 얼굴들이다.고모 운경이 먼저 물었다.“성연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멀쩡하던 무진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이때 침대에 누워있던 무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불긋불긋한 얼굴이 보기조차 안스러웠다. “그러게. 성연아, 무진이 평소 꽤 건강했잖니? 그런데 어쩌다 갑자기 이리 몸이 펄펄 끓는 거야?”옆에 있던 안금여도 질문을 했다.성연은 무진의 발작이 시작된 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저도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조금 전 자신이 진단했던 무진의 상태를 강운경과 안금여에게는 아직 말할 수가 없었다.강씨 집안 사람들의 눈에 자신은 그저 의술을 조금 알고 있는 정도이지 전문 의료인이 아니었으니까. “에효, 간신히 좀 좋아지나 했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구나.” 안금여가 휴 한숨을 내쉬었다.모두들 성연이 온 후로는 무진이 더 이상 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니 이번 발작이 그전보다 더 심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예전에는 발작이 지나가면 무진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이번 같은 고열은 없었다.하느님이 무진을 불쌍하게 여기길 빌 밖에. 부디 양친 부모를 잃은 무진이 더 이상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해주길 빌었다.“장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 볼게요.”고모부 조승우가 장모 안금여를 위로하며 말했다. 의료 상자에서 청진기를 꺼내 무진을 진찰했다.진찰을 마친 조승우의 안색이 어두웠다. “어때요?” 강운경은 초조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지만 무진을 자극할까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별로 안 좋아. 무진이 열이 심한데다 몸이
철이 든 성연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잘 알았다.하지만 안금여는 성연의 마음을 거절했다. 성연의 손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무진을 돌보는 일은 집사와 고용인들에게 맡기면 된다. 너는 내일 학교에 가야지. 학습을 우선을 해야 하는 게 옳아.”비록 성연이 이미 자신들 강씨 집안의 사람이 되었지만, 제대로 공부를 해 둬야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좀 더 쉽게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런 일로 성연이 공부를 방해해서는 안되지.’ “학교 수업은 제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어요, 할머니. 제가 여기서 무진 씨를 돌보게 해주세요. 안그러면 제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성연은 기어코 학교에 가려 하지 않았다.안금여와 다른 사람들은 성연의 학업 성적을 잘 모르기에 자연히 일반학생처럼 생각했다.북성남고를 다니는 건 단지 학창 생활을 체험하기 위한 것일 뿐, 고등학교 졸업장에 준하는 증서를 이미 손에 넣은 성연이다.더 중요한 것은 무진의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만약 이대로라면 만일의 하나 안 좋을 수도 있었다.어쨌든 자신이 무진에게 침을 놓은 것이니까.늘 이렇듯 철이 든 성연은 윗 어른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았다.강운경과 안금여를 너무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말려도 또 말렸지만 결국 성연은 무진 곁에 남았다. 기왕 성연이 남은 이상 안금여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무진의 약혼녀인 성연이 남아서 돌보는 것도 당연했다.지금이 저들 젊은 부부의 감정이 발전하기 좋을 때이기도 하고.그리하여 그날 저녁, 집사는 안금여가 묵을 방을 준비해 주었고 몇 사람도 엠파이어 하우스에 남아서 쉬었다.운경은 잠도 자지 않고 무진의 방에 남아 성연을 도왔다.그동안 성연은 거의 30분 간격으로 무진의 체온을 쟀다.밤새 왔다갔다하며 수건을 물에 적셔 무진의 이마에 올리고 또 손과 몸을 닦아주며 체온을 낮추려 애썼다. 마치 뱅글뱅글 끊임없이 도는 팽이처럼 멈추지 않았다.성연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옆에 있던 운경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