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수하를 보내 구매자와 교섭하게 한 서한기는 우선 뒤에서 지켜만 보았다.구매자는 경호원 두 명만 대동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수에 비하면 좀 적은 인원이다.바로 오래 거래해온 구매자가 자신들에게 보이는 신뢰였다.이터너티에서 사람이 올 거라는 정보를 사전 입수했던 서한기는 이미 북성에서 많은 인원을 차출해서 대비 중이었다.협상이 막 시작되었을 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단체로 입은 듯한 검은색 양복에 동작이 일사불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전문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다.그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구매자와 아수라문 중간에 끼어들며 협상을 가로막았다.‘이터너티?’몸을 바로 세운 서한기가 빨리 앞으로 나서며 리더를 한 걸음 뒤로 물렸다. 이어서 엄호하듯 구매자 앞에 섰다.자신들 아수라문과 협력하는 이상 구매자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거래를 하는 동안 줄곧 성실하게 신의와 의리를 지켜왔다. 그러니 업계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제일 먼저 아수라문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구매자를 후방에 두고서야 앞으로 걸어 나온 서한기가 블랙 슈트의 사람과 직접 상대했다.“이봐, 무슨 의도야? 물건을 강탈하려고?”“오해하지 마십시오. 물건을 강탈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번에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마주 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전의 칼부림은 못 봤는지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불현듯 기억이 떠올랐다. “어…… 그러고 보니 이터너티 쪽이었구만? 협상이 안되니 강탈하려는 게 아니라고? 과연 당신들 이터너티의 풍격에 어울리는군?”조롱 가득한 말이 서한기의 입에서 나왔다.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라는 명령을 받은 맞은편의 리더는 즉시 설명했다.“우리는 충분한 성의를 표할 생각입니다. 진심으로 당신들의 물건을 원하니까 말입니다. 아수라문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최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또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파는 게 어떻습니까?”상대도 확실히 아수라문과 척지고
서한기의 말을 들은 이터너티 쪽 협상자는 생각을 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 뒤편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았다.성연은 계속 차 안에 앉아서 이쪽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그 남자의 미세한 동작을 본 성연은 순간 경계심이 일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어쩐지 오늘 이 자리에 이터너티의 보스가 나와 있을 줄이야.성연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저쪽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쪽도 자연히 나설 수 없다. 협력이 성사되든 아니든 아직 성연의 결정에 달려 있다.차에서 무료하게 앉아 있던 성연은 광택이 도는 둥근 수정구 두 알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조금도 조급할 필요 없다. 서한기가 모든 걸 잘 처리할 테니.아니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게 쓸데없는 짓이었던 거지.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조용히 전방을 주시했다.쌍방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갑자기 한가운데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더니 보이지 않게 어떤 강한 기세가 쏟아졌다.돌연 수하 하나가 다가와 서한기의 귀에 속삭였다.서한기의 안색이 싹 변했다.“한기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수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한기가 침울한 얼굴로 이터너티 쪽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뭘 어떻게 해? 저쪽에서 움직였는데, 우리가 안 움직일 수 있어? 후방 애들한테 알려. 저들 후방을 해결해.”“예.”지시를 받은 수하가 바로 자리를 떴다.서한기는 이를 갈았다. 이터너티 쪽을 바라보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방금 수하가 와서 보고하길, 이터너티 쪽이 후방에 잠복해 있던 우리 쪽 애들을 정리했다고 한다.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이터너티의 실력이 쓸 만하다는 말이다.적어도 자신들 아수라문보다 못하지 않았다.그래서 속으로 더 많은 방비를 했다.우리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터너티 쪽이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수라문도 똑같이 할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이터너티 쪽의 잠복 인원들을 정리하고 우리 쪽 인원으로 교체했다고 전해왔다.
길다란 롤스로이스 리무진 안. 창밖에서 흘러 들어온 불빛이 남자의 수려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커다란 키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가볍게 걸친 채 앉아있었다.두 시간 전 성연에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말한 강무진이다.전방의 상황을 전하는 수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원래 대로라면 자신들이 러브콜을 보낸 이상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반드시 얻으리라 확신했었다.그런데 아수라문 쪽에서 통상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무진이 픽, 실소를 흘렀다.‘수하들을 이렇게나 꽉 잡다니. 아수라문 문주, 정말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네.’똑똑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강무진이다.그래서인지 아수라문의 문주에게 흥미가 생겼다.[가서, 아수라문 쪽에다 말해. 내가 직접 문주를 만나서 이번 거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물러간 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다가가 무진의 지시를 전달했다.“우리 보스가 당신들 문주와의 만남을 청하십니다.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보스들에게 맡깁시다.” 이터너티 쪽 남자가 서한기에게 제안했다.무의식 중에 눈살을 찌푸린 서한기는 의심이 들었다. 저쪽에서 일부러 우리 보스 불러내려고 작전 쓰는 게 아닐까 하고.잠시 뒤, 원래의 표정을 바로 되찾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당신들이 보고 싶다고, 우리 보스가 만나줘야 하나?”“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이 보스 대신해서 결정하려는 거야?” 이터너티의 남자도 표정이 굳어졌다.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으니, 저들을 치켜세워 준 셈이다.이럴 때조차 허세부리는 걸 보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서한기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수하에게 귓속말을 했다.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돌아서서 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을 번거롭게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양측은 맨손으로만 싸웠다. 아무도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양측 모두 최상급 조직이므로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서로 원수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싸우면서도 여지를 남겨 두었고, 필사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마치 대련을 하는듯 그 자리에서 적당히 싸웠다.그러나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점 또한 서로 잘 알았다. 왜냐?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싸움도 서로의 체면을 생각한 것이다.서한기와 맞붙은 이터너티 쪽 리더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서로 몇 합을 겨루자 서한기의 몸에 적지 않은 회색 발자국이 찍혔다.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허연 자국이 더 선명해 보인다.서한기는 실력도 만만찮은지라 상대방의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서한기의 주먹에 한 대 얻어맞아 얼굴이 온통 청자색을 띠었다. 입가에는 약간의 핏자국도 배어 있고.서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상대방의 뛰어난 실력에 만족했다. 서한기가 아주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이봐, 실력 좋은 걸.”상대방 역시 입가에 묻은 핏발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찬의 말씀.”양측의 싸움은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 따라 멈추었다.주위의 수하들이 잇달아 싸움을 멈추고 상대방을 주시했다.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은 채.싸움이 진행되며 서한기 쪽도 이터너티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서로 막상막하의 엇비슷한 실력이니, 계속 이렇게 싸우다가 언제까지 갈지 몰랐다.이 싸움을 지켜보던 구매자가 서한기의 옆으로 가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물건, 사지 않겠습니다.”서한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안 사겠다는 게 확실합니까?”구매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시 망설였지만, 저쪽 편의 사람이 이터너티 쪽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네. 포기하겠습니다.”‘내가 어떻게 원하겠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상대방이 이터너티 쪽 사람인데, 감히 이터너티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저들 양쪽은 다 함부로
다음날, 학교에서는 가짜 성적을 샀다는 둥, 부정행위를 했다는 둥, 또 문제지를 훔쳤다는 둥의 성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말할수록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또 어떤 사람은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악의적으로 성연을 비난했다.물론 글을 올린 이는 송아연에 매수된 아이였다.없던 화제도 만들어 가며 여론을 성연에게로 몰아갔다.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성연의 성품이 안 좋아 선생님도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성연이 다른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골에서 올라온 애가 어떻게 그런 후원자가 얻을 수 있겠는가?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성연을 편드는 말을 했다. 이윤하 선생과의 불화는 분명 이윤하 선생의 잘못이지 성연의 잘못이 아니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호의적인 글들은 아주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송아연이 돈으로 모온 ‘댓글 알바'와 이름 모를 네티즌들에 의해 싹 지워진 때문이다.이 사건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이 몰려와 계속해서 글을 올렸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하나 같이 건방져. 선생님을 직접 사과하게 만드는데도 부모는 팔짱 끼고 있는 거야?][집에 돈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성적을 사는 일도 할 수 있다니, 세상 아직도 이런 법이 있어?][너무 대단하구나. 내가 공부할 때는 선생님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말이야. 여학생이 선생님 앞에서 이런 강짜를 부리다니, 정말 대단해, 대단해.]“…….”성연을 욕하는 사람, 손가락질하는 사람, 또 이 사건을 그저 품평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리고 그냥 심심해서, 이 게시물이 핫해서 들어와서 떠들썩하게 한 사람도 있었다.불과 하루 만에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만 회를 찍었다.일부 뒤 늦게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인기를 끌어들이려고 몰래 찍은 성연의 사진을 게시물 아래에 올리기도 했다.다른 사람이 이 게시물을 보는 목적이 무엇이든, 또 어떻게 생각하든 송아연은 상관없었다.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
송성연이 웃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네. 지금 내 이름이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학교 밖에까지 소문이 났단 말이야?’“부정행위? 직접 봤어요? 직접 봤다면 증거를 내놔 봐요. 몇 시 몇 분, 어디서 부정 행위를 했는지? 정확하게 말 못하면 유언비어 날조에 인신모욕으로 고소할 테니까.” 성연의 얼굴이 싸늘했다.영문도 모른 채 한바탕 막말을 들었다. 특히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욕을 먹으니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알바생이 기세 등등하게 대답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가짜겠어? 아직도 몰라? 너 지금 게시판에서 유명인이야.”게시판이라는 말이 언급되자,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다.입술을 빼문 채 눈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다른 사람이 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면, 내가 부정행위를 한 게 되는 거야? 당신이 진짜로 봤냐고? 그럼 다시 말해서, 내가 당신이 돈 훔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면, 당신 진짜 훔친 게 되겠네?”말하면서 성연이 휴대폰을 꺼내 점원을 향해 계속 사진을 찍었다.“아이고, 밀크티 가게 알바생 손이 너무 더러워. 마침 나한테 딱 걸렸네.”말하는 내내 알바생을 향해 큰 눈을 깜박였다.“이 사진들 게시판에 이 제목으로 올리는 게 어때요?”알바생의 얼굴이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다.“돈, 안 훔쳤어. 그만 멈춰, 그만해.”자신도 알았다. 성연이 정말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면, 자신이 훔치지 않은 걸 거짓으로 올렸다해도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창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쑥덕댈 것이다.진짜 소문이 퍼지면 이 밀크티 가게 사장님도 가게 명성을 위해 자신을 해고할 게 분명했다.그럼 이 알바도 끝이다.곰곰이 생각하던 알바생은 마침내 성연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송성연이 부정행위를 했냐, 안 했냐는 나 혼자 결론 내릴 수도 없는 거지, 뭐.’‘스스로 꽤 정의감이 있다 생각했는데, 사실 흑백도 가리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과 무슨 차이가 있지?’‘이렇게 억울함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야.’
성연이 호주머니에 있던 손을 꺼내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갔다.이전에 가입했지만, 줄곧 들어간 적은 없었다.게시물을 뒤적거리다가 제일 위에 자신에 관한 글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갖 죄명들이 모두 그녀의 머리에 씌워져 있었다.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성연은 학교 측에서 상황을 명확하게 확인해서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었다.그러나 지금까지 학교 측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이런 유언비어는 이미 자신의 생활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심각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무슨 손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학교에서는 그렇다 쳐도 게시판을 통해 이미 학교 밖에까지 소문이 났다.앞으로 그녀가 밥 먹으려 어디 들어가면 모두 쫓겨나지 않을까 싶다.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조급해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 할 때다.보건실에 가서 서한기를 찾았다.마침 게임을 끝낸 서한기가 고개를 들어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성연을 쳐다보았다.보건실의 업무는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잠자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보스, 왜 그래요?”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섰다.“네 컴퓨터 꺼내 봐, 내가 좀 쓰자.” 성연은 침대에 기대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서한기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캐비닛 안의 배낭에서 얇은 노트북을 꺼냈다. 성연이 직접 만든 이 노트북은 부하마다 한 대씩 가지고 있었다.노트북을 건네받은 성연은 고개를 숙인 채 말도 하지 않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재빨리 입력했다.게시판에 들어가서 글쓴이를 찾은 다음, 그가 글을 올린 시간을 따라 IP 주소를 찾아냈다.그리고 바로 그 놈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개인 정보를 조회했다.성연은 글쓴이가 놀랍게도 북성남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검은 테의 안경을 쓴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가득했다. 자세히
서한기는 학교 보건실 선생님으로서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는 학교 경비실에 가서 보안요원에게 작은 물건을 잃어버려서 CCTV를 확신할 필요가 있다고 사정했다.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보안요원이 바로 서한기에게 CCTV를 보여주었다.한 시간 후, 서한기는 그날 밤의 CCTV 화면을 찾았다.화면을 성연 앞으로 돌렸고, 화면은 검은 뒷모습에서 멈췄다.성연이 화면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CCTV에서 확인해 보니, 영상 속의 사람이 송아연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전에는 그저 송아연에 대해 의심만 했었다. 성연은 송아연이 좀 더 똑똑하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다. 이 시험지는 뜻밖에도 송아연이 직접 학교에 숨어 들어와서 훔쳤다.아마도 최근에 송씨 집안이 송아연 때문에 20억을 써서 돈이 없어서일 거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을 터.영상 속 인물이 송아연이니, 훨씬 일을 처리하기 쉬워졌다.“그날 밤 송씨 저택 앞의 CCTV를 확인해봐. 내가 IP주소를 줄게. 풀 수 있지?” 성연은 노트북을 켰고, IP주소를 입력했다.“보스, 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요, 당연한 것을.” 서한기는 보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바로 풀기 시작했다.10분도 안 되어 송씨 저택 앞의 CCTV를 확인했다.두 사람의 몸매를 비교해 보니, 자신을 모함한 사람이 송아연이라는 게 확실해졌다.“너는 이 두 CCTV를 녹화 영상을 편집해서 다운로드해서 내 휴대폰으로 전송해.”송성연은 손을 주머니를 꽂으며 나갔다.동영상을 편집하느라 바빴던 서한기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보았다.“보스, 어디 가세요?”“그루터기에 토끼가 부딪쳐 죽기만을 기다린다.” 성연은 이 말만 하고 바로 가버렸다. 서한기는 영문 모르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교실이 있는 건물 옆의 큰 나무에 기대어 앉은 성연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많은 학생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학생들을 관찰
저택에서 잠시 쉬었다가, 무진과 성연은 다시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결혼식에 온 손님들을 파티에 초대하기 위해서였다.지금은 이미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갈아 입지 않았다면 몹시 불편했을 것이다.무진은 자리에 앉자마자 연계진과 조수경의 모습을 발견했다.조수경은 알지만, 연계진의 얼굴은 알지 못했다.그러나 연계진은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졌다.‘조수경이 저런 사람과 어울리면서 또 무슨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눈썹을 찌푸린 무진의 모습은 분명히 그들의 존재에 신경이 쓰이는 게 확실했다.무진의 표정이 좀 이상한 걸 보고 성연이 물었다.“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무진은 성연의 기분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 일을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어쨌든 술을 손님들께 술을 권해야겠네요. 자, 갑시다.” 그래함이 다가와서 무진과 목현수에게 말했다.‘그러고 보니 손님들 대부분이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야.’‘술을 권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겠지.’무진이 술잔을 들고 술을 권하러 두 사람을 따라 갔다.성연이 무진의 소매를 잡고 걱정스럽게 말했다.“조금만 마셔요.”‘무진 씨 위장이 좋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술을 마신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라.“알았어.” 무진은 미소를 지으며 성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목현수와 그래함이 말했다.“성연아 걱정 마. 네 남편이 더 이상 나빠지진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 둘이 막고 있으니까 괜찮아.”두 사람의 놀리는 말에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예요? 빨리 가기나 해요!”성연의 목소리에는 부끄러움이 담겨 있었다.성연을 더 이상 농리지 않고 세 사람은 바로 손님들에게 갔다.곧 무진, 목현수와 그래함이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술을 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성연은 샤넬, 유채연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유채연은 궁금한 듯 미스 샤넬을 바라보며 말했다.성연이 미처 대답
전통 혼례가 끝나자 이 결혼식도 비로소 완전히 끝나게 되었다.무진과 성연은 방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갑자기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두 사람은 함께 침대에 드러누웠다.‘정말 비즈니스나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갑자기 상체를 세운 무진이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도 눈을 뜨고 무진을 바라보았다.“너 드디어, 내 거야.” 무진이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성연도 무진의 등을 감싸 안고 말했다.“그래요, 나는 무진 씨 거고, 무진 씨도 내 거예요.”‘처음에 무진을 만나서 다행이었어.’‘무진 씨는 줄곧 나를 총애하고 감싸줬지.’‘아무도 내게 그렇게 잘해 준 적이 없었어.’무진의 눈빛에는 깊은 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송성연 한 사람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성연은 천천히 눈을 감자 무진이 성연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이제 습관이 되었기에 성연에게 예전 같은 수줍음은 이미 사라졌고, 때로는 주동적으로 무진의 열정에 응하기도 했다.적절하게 동작을 멈춘 무진이 성연의 몸에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성연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무진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잠시 후 무진이 물었다.“성연아, 할머니께 한 말은 진심이야?”성연은 약간 멍해졌다.“무슨 말요?”“아이를 갖는 일 말이야.” 무진은 곧 서른이 된다.아이를 키울 나이가 된 것이다.무진도 아이를 갈망했다.그러나 성연의 생각을 더 많이 고려했다.“당연히 사실이지요.” 성연은 자신이 승낙한 일을 식언하지 않았다.‘이미 무진 씨하고 결혼했으니까 조만간 아이도 가져야 해.’성연은 여러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도 썩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할머니께 잘 말씀드릴게.” 무진은 성연이 이 결혼에서 행복하기를 원했다.성연이 원하지 않는 어떤 일도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누가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내 말을 멋대로 해석하지 말아 줄래요?” 성연은 불만스럽게 무진을 노려보았다.무진은 좀 놀
“앞으로 우리는 한 가족이야.” 이렇게 말하는 안금여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다.“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는 항상 한식구였는데요.”성연이 입술을 삐죽이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래, 성연이 네 말이 맞구나.” 안금여는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무진이도 이리 와.” 안금여가 무진에게도 손짓을 했다.무진이 천천히 안금여 앞으로 다가갔다.“예전에 나는 네가 앞으로 외톨이가 되는 게 두려워서 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또 앞으로 네가 외톨이가 된다면, 내가 무슨 낯으로 네 부모를 대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 그러나 지금 이렇게 성연이와 함께 하게 되어서 정말 안심이 돼. 마침내 내 걱정을 덜었어.” 성연과 무진을 보는 안금여의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렸다.기쁨의 눈물이다.‘마지막 소원을 이루었어.’“할머니.” 성연도 코가 시큰거리면서 울고 싶어졌다.‘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면서, 할머니는 묵묵히 나를 지지하시면서 뒤에서 보호해 주셨지.’‘만약 할머니와 어른들의 지지와 사랑이 없었다면, 절대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할머니는 내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온정을 주셨어.’옆에 있던 강운경이 위로했다.“엄마, 즐거운 날이잖아요? 앞으로 무진이하고 성연이가 함께 엄마 노후를 모실 거고, 나중에 또 아이도 생기면 집안이 더 시끌벅적할 거예요.”“그래, 너희들 서둘러야 해. 얼른 내게 증손자를 안겨줘야지.” 안금여는 바로 핵심을 짚었다.만약 무진과 성연의 아이를 볼 수 있다면, 안금여는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할머니, 가능한 한 빨리 아이를 가질게요.”이전에 성연은 줄곧 아직 어린데 아이를 갖는 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안금여의 눈에 비친 갈망을 보자 곧바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할머니의 한평생 소원은 바로 자손이 번창하는 거였어.’‘지금은 할머니를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실 수도 있어.’‘할머니의 이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는 게 당연히 가장 좋겠지.’“정말이니?” 안
서양식 결혼식이 끝났다.무진과 성연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전통 혼례를 올려야 했다.결혼식장에서 바로 저택으로 향했다.전통 혼례의 절차는 더 복잡했다.자리에 앉은 채 안금여는 목을 빼고 기다렸다.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안금여와 식구들은 미리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성연과 무진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엄마, 그 말은 몇 번이나 물어봤어요.” 강운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강운경 자신도 마찬가지였기에 안금여의 초조한 심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조급해서는 안 돼.’“얼마나 지났는지 좀 볼래?” 안금여는 시계를 들고 강운경에게 보여 주었다.강운경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조승호가 옆에서 위로했다.“어머님, 저쪽에는 무진이하고 성연이 친구들도 많아요. 일이 있어서 지체되는 모양이에요. 시간도 아직 안 됐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무슨 일로 지체되는 거야?” 안금여는 다소 불만스러웠다.‘이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밤낮으로 학수고대했는데 말이야.“엄마, 애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걔들이 애도 아니니까 좀더 기다려봐요.” 강운경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조급하다 해도 어른이 너무 조급하게 재촉하는 건 좋지 않아.’딸과 사위가 모두 이렇게 말하자 안금여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다만 입구 쪽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곧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성연과 무진이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운경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할머니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알아!”성연도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걸 알고 황급하게 달려왔다.바로 고모에게 사과했다.“고모, 죄송해요. 친구들이 많아서 접대하느라 좀 늦었어요.”“괜찮아, 왔으니 됐어, 빨리 가자.” 강운경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무진과 성연은 세 어른에게 차를 올렸다.세 어른들은 각자 두 사람에게 두둑한 돈봉투를 주셨다
지금 연계진과 조수경도 결혼식장의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눈길을 보내는 사람조차 없었다.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거물들에 비하면 두 사람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조수경은 그야말로 성연을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하고 증오했다.‘저 자리는 분명히 내 거였어.’‘그러나 송성연이 거듭 초를 쳤지.’‘송성연만 없었다면 지금 강무진과 결혼하는 사람은 나였을 거야.’그리고 무진을 주시하는 연계진의 눈빛은 더욱 원망이 가득했다.‘연씨 가문이라는 강력한 적수가 없었기에 강씨 가문이 지금 잘 나갈 수 있었어.’‘강씨 가문이 지금 가진 모든 건 연씨 집안의 것이었어.’‘강씨 가문과 강무진이 우리 걸 도둑질했어!’‘연씨 가문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저들 차지가 될 수 있단 말이야?’어두운 표정의 두 사람은 낯빛도 좋지 않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자세히 보았다면, 아마도 결혼식에 참석한 게 아니라 신부를 훔치러 왔다고 여겼을 것이다.정말 참을 수 없게 된 조수경은 이를 악물고 연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진 씨, 우리의 계획은 도대체 언제쯤 실행할 수 있을까요?”얼른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이쪽에 주의하지 않자, 연계진은 비로소 눈썹을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그런 말을 왜 해? 우리가 뭘 하겠다고 사람들한테 광고라도 하는 거야? 만약 강무진이 알게 되면, 우리 둘을 끝까지 쫓을 거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불만이었다.‘결국 연계진은 강무진이 두려운 게 아닐까?’그러나 감히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조수경도 연계진의 성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연계진은 다른 사람이 자기 뜻을 거스르는 걸 가장 싫어하지.’조수경은 얼른 사과했다.“내가 너무 조급했어요.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저것들은 왜 저렇게 잘 사는 걸까요.”이 말이 오히려 연계진을 자극했다.연계진도 조수경과 같은 생각이었다.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이에 결혼식도 진행되기 시작했다.연미복을 입은 무진은 기사처럼 묵묵히 성연의 곁을 지키면서, 성연에게 가장 진지한 애정을 보여 주었다.성연은 눈처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웨딩드레스의 아래쪽 레이스에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어서, 한 벌에 수억 원이나 할 정도로 화려했다.물론 목현수와 샤넬, 그래함과 유채연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그들의 출중한 외모와 아름다움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사람마다 모두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레드카펫에 나란히 선 세 쌍의 신랑 신부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무진과 성연은 가운데에 있었다.결국 목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혼인 선서를 하고 반지를 끼워 주었다.결혼식이 끝났다.세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서 자신의 아내를 쳐다보았다.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모든 사람들이 이 결혼식을 축복했다.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이건 분명히 내가 여태까지 본 결혼식 중에서 가장 호화롭고 가장 성대한 결혼식이야.”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북성에서의 신분과 지위도 낮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큰 인물들이 돋보이는 속에서는, 그들도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게다가 이 결혼식에는 더욱 큰 돈을 썼을 텐데, 누가 이렇게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낼 수 있겠어?’‘강씨 가문 이외에는 누구도 이렇게 하지 못할 거야.’“그래, 내가 예전에 참석했던 결혼식들은 모두 결혼식도 아닌 것 같아. 이거야말로 진정한 결혼식이야.”“강 대표가 자신의 소중한 여자에게 다시없는 총애를 준 거야.”“이렇게 좋은 남자는 왜 내 남자가 아닌 거야?”이렇게 말하는 젊은 아가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또 가끔씩 머리를 흔들면서 탄식하기도 했다.옆에 있던 동료가 바로 그 아가씨의 입을 막았다.“오늘은 강 대표와 부인의 결혼식인데,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혹시라도 화를 입지 않도록 조심해!”그 아가씨가 주위를 둘러보고 곰곰이 생각해
그 외에도 점점 더 많은 거물들이 등장했다.모두 이 세 쌍의 신랑 신부들을 축복하러 온 것이다.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 모두는 이 라인업에 놀라면서도 어느새 좀 무감각해졌다.어떤 불가사의한 인물이 오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눈앞의 장면을 보면서 성연도 마음속으로 감탄했다.‘보아하니 다들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평소에는 몰랐는데, 이제야 이렇게 많은 인물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무진 씨였어.’무진은 속으로는 더욱 놀라서 성연에게 물었다.“성연아, 저 사람들이 모두 네 친구들이야?”‘이 사람들 중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있겠어?’“맞아요.”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진이 왜 이렇게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는 어쩜 이렇게 대단한 거야?” 무진의 입에서 감탄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성연이가 정말 깊숙하게도 숨기고 있었네.’‘내가 아직도 모르는 게 있울지 모르겠어.’“아무리 대단해도 무진 씨 건데요?” 성연은 무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날 무진에게 솔직하게 말했을 때부터 성연은 무진에게 속일 일이 없었다.무진이 자신을 믿고 있기에, 성연도 당연히 상응하는 믿음을 줘야 했다.“그 말이 맞아.” 무진은 이마로 성연의 이마에 마주한 채 달콤하게 서 있었다.다른 두 쌍의 달콤함에 비해서, 미스 샤넬과 목현수는 거리가 좀 멀었다.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했던 목현수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미스 샤넬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그렇지만 한동안은 미스 샤넬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랐다.그 동안은 줄곧 미스 샤넬이 주동적이었다. 지금 목현수에게 기회가 생겼지만, 오히려 자신을 수동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미스 샤넬은 몇 번이나 목현수에게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잠시 후, 미스 샤넬이 머뭇거리면서 물었다.“현수 씨, 당신은 불쾌하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목현수는 멍해졌다.“왜 그렇게 물어?”“내가 당신에게 결혼을 강요해서 당신이 억지로 나와 결혼했
갑자기 현장에서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즐겁고 경쾌한 바이올린 소리에도 축복이 담겨 있었다.이 은은한 소리는 좀 익숙했다.그 소리를 들은 성연은 깜짝 놀랐다.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과연 루카의 모습이 보였다.루카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슈퍼스타급의 바이올리니스트이다.루카의 연주회 티켓을 아가씨들이 사려고 해도 매번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된다.루카는 용모도 아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서 거의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이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결혼식에 특별히 와서 연주를 한 것이다.여기에는 루카의 팬들도 많았다.무대 위의 루카를 보면서 팬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눈시울도 붉어졌다.한 명문가의 아가씨가 옆에 있던 동료의 손을 꼭 잡고서 말했다.“나는 몇 년 동안이나 항상 루카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했지만, 현장에서 들어보지 못하고 동영상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 루카의 연주를 봤으니 내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고 생각해.”그 아가씨의 흥분한 모습을 보고 있던 동료는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지금 강 대표의 결혼식을 빌어서 소원을 이뤘으니, 앞으로 강 대표와 강 대표 부인에게 감사해야 해.”“물론이지, 루카, 내 루카는 어쩌면 저렇게 대단할까?” 그 아가씨는 여전히 루카가 있는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집착하는 눈빛이었다.문득 뭔가 생각이 난 그 아가씨가 옆에 있던 동료의 손을 치면서 말했다.“빨리, 빨리, 핸드폰으로 나하고 루카의 사진을 한 장 찍어 줘, 빨리.”동료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몇 장만 더 찍어. 오랜만에 루카의 모습을 봤으니까 반드시 많이 찍어야겠어.” 그 아가씨는 자신을 과시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동료를 재촉했다.성연은 웨딩드레스 자락을 들고 루카의 앞으로 걸어갔다.“네 결혼식인데 내가 당연히 참석해야지. 우리는 예전에 모두 약속했어.” 루카는 온몸에서 온화한 기운을 발산했다.성연이 놀리듯이 말했다. “첼리스트의 출연료는 저는 정말 드릴 수
이렇게 국제적인 스타 가수인 소지한.그런 소모한이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러 온 것이다.소모한은 오늘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다.한쪽에 서서 세 쌍의 신랑 신부를 보고 있자니, 위안도 얻으면서 즐거웠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한 대의 전용기가 무진과 성연의 결혼식장에 도착했다.알고 보니 심우재가 온 것이다.성연은 심우재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심우재의 일은 정말 바빴기 때문이다.결혼식에 올 수 있는 것도 인연에 따른 것이기에, 성연은 결코 강요하지 않았다.그러나 뜻밖에도 정말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 온 것이다.무진과 성연은 함께 심우재를 맞이하러 갔다.“우재 오빠.” 성연은 나지막하게 불렀다.“왜? 곧 아줌마가 되는데도 아직도 아가씨처럼 그렇게 쉽게 부끄러워하는 거야.”심우재가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우재 오빠, 너무 바쁘신데 안 오셔도 됐어요.” 심우재 눈 밑의 다크 서클을 보면서, 성연은 심우재가 얼마나 급하게 일을 해서 시간을 냈을지 생각했다.“내 여동생의 결혼식인데 당연히 내가 와야지. 이 정도의 시간도 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야.”심우재는 성연이 결혼을 하든 어떤 모습이 되든 줄곧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여겼다.“강 대표.” 심우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이 손을 내밀어 심우재와 악수를 했다.“심 회장님.”“우리 집 성연이를 이제 자네한테 맡길 테니까 잘 해줘야 해. 만약 성연이에게 무슨 억울한 일이 생기게 한다면, 다른 사람이 자네 자리를 물려받게 될 거야.” 심우재의 이 말은 오빠로서 매제에게 하는 경고였다.성연의 친정 사람으로서 무진에게 좀 엄포를 놓으려고 한 게 분명했다.“심 회장님 안심하세요. 저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무진은 예리한 표정으로 심우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강 대표, 그럴 필요는 없어요. 강 대표의 그런 마음만 있으면 돼. 만약 성연이에게 잘하지 못했다면, 여기서 나하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