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투닥거리는 것뿐이었지만 심유진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여형민도 다른 손님들처럼 일회용을 사용하는데 그녀가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스테이크를 썰다가 예리한 칼날이 접시와 부딪히면서 귀청을 찢는듯한 소리를 내게 되었다.허태준과 여형민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혹시 허 대표가 구운 스테이크 맛이 별로예요?”여형민이 잔뜩 신난 말투로 물었다.“아니에요!”그녀는 허태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스테이크 맛있어요.”허태준의 요리 솜씨는 예상 밖으로 훌륭했다. 스테이크가 익은 정도는 아주 적당했다. 사용한 것도 직접 제작한 후추소스였지만 맛이 딱 좋았고 레스토랑 스테이크 못지않았다.허태준은 단번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슬리퍼는 지나가다가 예뻐 보여서 그냥 산 거야. 내 집에 들어오는 여자가 없으니까 그냥 너한테 신으라고 준 거야. 일회용품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해도 돼. 스테이크 썰기 어려울까 봐 실버로 준 거야.”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심유진, 설마 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야?”속마음이 들킨 바람에 심유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에 심유진은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진짜 좋아하게 될 리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허태준이 계속 박차를 가했다.“너도 그러지 않길 바래.”심유진은 손에 든 포크와 나이프를 확 움켜잡더니 이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의 대답에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심유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스테이크를 먹는 데만 집중했다.그녀는 빨리 식사를 마치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어색한 분위기에 여형민은 게 다리를 뜯는 속도를 늦추었다.“크큼.”그는 목을 풀며 강제적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오늘 북성구 파출소에 한 번 들렸어.”심유진은 힘겹게 고기를 삼킨 뒤 물었다.“가서 뭐 했는데요?”“또 다른
문이 닫히는 순간 허태준은 손에 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너...”안 먹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여형민은 그가 접시에 남은 스테이크와 깔끔하게 손질한 랍스타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지켜보았다.“아--”여형민이 막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안 먹을 거면 나한테 주면 되잖아!”그는 가슴 아픈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허태준은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식기들을 거둬 싱크대에 넣었다.그는 수도꼭지를 틀어 손에 묻은 찌꺼기들을 씻어냈다.“이거”그는 손으로 싱크대에 쌓인 식기들을 가리키며 여형민에게 말했다.“네가 씻어.”**허태준이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도 여형민은 아직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고 싱크대는 이미 텅텅 비어있었다.허태준은 머리를 닦은 수건을 목에 걸치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아직도 안 돌아가고 뭐해?”여형민은 진지한 자세로 고쳐 앉더니 말했다.“수업 해줄게.”“무슨 수업?”“여자 꼬시는 법.”“필요 없어.”허태준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여형민은 재빨리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설마 평생 솔로로 살 생각이야?”허태준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더니 아리송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한텐 네가 있잖아?”허태준이 애정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여형민은 단번에 손을 놓고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은 채 방어 태세를 보였다.“꿈 깨! 난 여자랑 결혼할 몸이야!”그는 곧바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풉.”허태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재촉했다.“그럼 결혼이나 하고 말해. 여자를 어떻게 꼬시는지.”여형민은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가 곧바로 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포인트를 찾았다.“나도 비록 연애 경험은 없지만 너보단 나아. 적어도 난 너처럼 자존심 세워가며 좋아하는 마음도 드러내지 못하진 않거든. 넌 절대 여자를 꼬실 수 없어!”허태준은 걸음을 멈추더니 한껏 싸늘해진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티 낸 적
그녀는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귀를 쫑긋 세우고 바깥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문 앞으로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려 다 지나간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전만 지났을 뿐인데 그녀는 이미 평소 퇴근할 때처럼 피곤하기 그지없었다.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심유진은 절반 완성한 파일을 저장한 뒤 전원을 끄고 식당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무실 밖으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게다가 이번에는 지나가지 않고 그녀의 사무실 앞에 멈춰 섰다.심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그녀가 자세히 들어보니 심장 소리 외에 다른 소리도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똑똑똑.누군가 문을 세 번 두드렸다.심유진은 침을 꿀꺽 삼킨 뒤 힘들게 말을 꺼냈다.“누구세요?”“저예요.”젊은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심유진이 열심히 기억을 떠올려 보는데 그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정재하입니다.”정재하?“혼자 오셨어요?”그녀가 경계 어린 말투로 되물었다.그녀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정재하는 당황스러웠다.“당연히 저 혼자죠. 제가 누구랑 오길 바라는 거예요?”심유진은 그제야 의심을 내려놓고 다급히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무슨 일이에요?”그녀가 물었다.정재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왔어요.”“무슨 비즈니스요?”심유진은 의아하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인상 속 정재하는 늘 노느라 바쁜 재벌 집 도련님이었다.두 사람은 몇 번이나 만남을 가졌지만 심유진은 단 한 번도 그가 비즈니스를 언급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정재하는 다짜고짜 의자를 잡아당겨 자리에 앉더니 두 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비즈니스 자세를 취했다.심유진은 재빨리 일회용 컵에 따뜻한 물을 떠서 그에게 넘겼다.“물밖에 없으니까 일단 마셔요.”“괜찮아요.”정재하는 잔을 건네받고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사실은 곧 여자친구 생일이거든요. 로열 호텔에서 생일
심유진은 며칠 동안 불안감에 휩싸인 나날을 보냈지만 다행히도 사영은을 만나진 않았다.그녀의 추측대로라면 사영은은 아마 경주로 돌아갔을 것이다.조 씨 가문 사건도 해결하고 말괄량이 딸도 혼냈으니 상처는 받더라고 자신의 평판에 금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렇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 대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조 씨 가문 사람들이 조건웅 발인 때문에 정신없는 틈을 타 심유진은 여형민과 함께 여러 차례나 법원을 드나들었다.조건웅의 사망으로 그녀는 더 이상 이혼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했다.증거가 확실한 데다 조건웅 비리사무소 직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덕에 법원은 조건웅의 명이 이전을 무효로 판결 내렸고 부동산 관리국에서도 집문서 소유인을 심유진으로 수정했다.이 모든 과정은 어렵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것도 아니었다.여형민이 도와준 덕에 법원에서 심의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조 씨 가문 사람들이 재산분할로 난동을 부리기 전에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심유진은 조건웅이 이전해 간 결혼 중 재산을 돌려받을 계획이 없었다.그건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쓸데없는 곳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집을 돌려받은 뒤 심유진은 가정 관리 회사에 찾아가 모든 걸 말끔히 처리했다.그녀는 조건웅의 물건을 몽땅 가져다 버렸고 자신이 남겼던 물건도 절반이나 버린 다음 남은 짐을 끌고 리친시아로 돌아왔다.모든 걸 끝낸 다음 그녀는 집세 비용으로 용돈을 벌기 위해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2일이 되었다.정재하는 로열 호텔에 와서 파티장 세팅 정황을 확인하는 김에 심유진 사무실에 들려 23일 저녁 생일파티 참석 요청을 제안하려고 했다.최신 일정표가 이미 그녀의 사무실 테이블 끝에 붙여져 있었다.심유진이 힐끗 확인해 보니 23일 일정표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단번에 동의했다.정재하는 아기처럼 기뻐하며 가기 전에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내일
웨이터가 명부를 뒤적이더니 그녀를 보았다.“이쪽으로 따라오세요.”심유진은 들어서자마자 연회장을 가득 채운 분홍색 장미를 보고 놀랐다.샹들리에는 물론이고 벽과 천장 그리고 식탁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어있는 것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따듯한 불빛이 더해져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그녀는 방금 아래층에서 연회장을 장식하는 장미들은 해외에서 항공으로 공수해 온 것이며 열 몇 사람이 꼬박 하루 걸려서 장식했다는 말을 들었다. 심유진은 정재하의 미적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녀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아름다운 홀에 들어오게 됐다. 홀에는 3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세심하게도 자리마다 이름이 붙어있어 헷갈리지 않았다.심유진의 좌석은 가운데 테이블의 맨 앞자리였으며 그의 앞자리에는 빈 좌석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허태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이름표에 있는 세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날 밤 이후로 심유진은 다시 그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여형민의 허태준이 이튿날 본사 인수합병을 위해 부산으로 갔고, 적어도 한 두달은 족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사실 심유진은 여형민의 말을 듣고 내심 기뻤다. 두 달이면 반년의 3분의 1이다.그녀가 그와 계약한 기간이 보름이나 지났으니 앞으로 실제 계약 기간은 딱 3개월이 남은 셈이었다. 하지만 기쁨의 뒤에는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따라왔다.그녀는 허태준이 이 곳에 올지 오지 않을 지 궁금했다.만약 허태준이 온다면…… 그녀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 몰라 복잡했다.심유진이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정재하가 나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자친구도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회장에는 젊은 사람들만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싱그러웠으며 다들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그들은 이곳에 초대된 것이 기쁜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으며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이슈
“저거 심연희잖아!”심유진은 손을 덜덜 떨며 오늘이 무슨 날인지 확인했다.“10월 23일……”가만 생각해보니 오늘은 심연희의 생일이었다.심유진은 손을 덜덜 떨면서 핸드백을 꽉 쥐었다.심연희를 본 그녀는 마치 어릴적에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그녀가 집을 떠나기 전 10월 23일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던 날 중 하나였다.이날이 되면 밖에서는 생일 파티를 하느라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왁자지껄했지만, 그녀는 방에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늘 자신이 이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살았다.아득했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솟아오르니 그녀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아아-”사회자가 내미는 마이크를 받은 정재하가 목소리를 가다듬었고, 그 소리에 무대 아래는 조용해졌다.분위기가 바뀌자 정신을 차린 심유진은 허리를 굽히고 일어나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그러나 두 걸음을 떼기도 전에 그녀는 누군가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히고 말았다.은은하고 익숙한 향수, 분홍색 장미의 상큼한 향기가 그녀의 콧속을 파고들었다.몸이 굳어버린 심유진은 깜짝 놀라 몸을 조금씩 곧게 폈다.“어디 가는 거야?”어둠 속에서도 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눈부시게 빛났다.그는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심유진은 그의 등장에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어 갑자기 그를 와락 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충동을 이긴 심유진은 고개를 쳐들고 억지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아, 일이 좀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해서요.”“아직 파티 시작 전인데? 좀 즐기다가 가지?”그는 심유진이 왜 이러는지 사실 알고 있었다.그는 억지로 그녀의 손을 잡아 끌더니 심유진은 원래 자리에 앉혔다. “여기가 내 자리인가?”“아, 네……”“저기 봐. 이제 케이크 자른다.”허태준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자, 그녀는 순식간에 온몸이 달아올랐다.그 순간 심연희의 존재, 그녀의 생일, 불쾌
무대 위의 두사람은 무대 아래의 사람들을 의식이라도 한 듯 더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2년 전 우리 공주 생일, 나와 공주의 가족들은 부산에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작년에는 공주도 나도 너무 바빠서 서로 떨어져 있는 바람에 공주의 생일을 함께 할 수 없어 너무 슬펐어요. 하지만 올해는 공주와 함께 이 대구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정재하는 심연희의 허리를 감싸고는 뜨거운 눈빛으로 심연희를 바라보았다.“공주야, 내가 준비한 이 모든게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연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너무 마음에 들어!”그 순간 관중들은 격하게 외쳤다.“키스해! 키스해!”정재하는 얼굴을 붉히며 심연희를 바라보았지만 끝끝내 입을 맞추지는 않았다.한참 뒤 그는 손사래를 치며 관중들에게 말했다.“부끄러우니 그만하시지요~”그의 말에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네가 그러고도 무슨 남자야!”사람들은 연신 웃어댔고, 정재하도 머쓱하게 웃었다.“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애정 행각은 좋지 않죠~?”정재하는 말을 마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마이크를 심연희에게 주었다.심연희는 마이크를 받고는 우아하게 무대 아래를 향해 인사를 하였다.“여러분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그녀의 귀엽고 다정한 목소리는 그녀의 외모와 잘 맞아 떨어졌다.정재하는 그런 심연희를 귀엽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심연희는 갑자기 정재하를 바라보더니 그의 두 볼을 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연회장 안의 분위기는 심연희의 대담한 행동으로 인해 후끈해졌다.모두들 두 사람을 축하하는 분위기였지만, 심유진은 그녀의 행동에 적지않게 놀랐다.그녀의 머릿속에 심연희는 아직도 중학생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이었다.‘어떻게 저런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지?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은 저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교육했을 텐데……’심연희는 심유진과 같은 엄격한 가정교육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
심유진은 두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홀을 돌아다니는 관리인이 음식을 테이블마다 배치했고 사람들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모두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정재하와 심연희의 자리는 허태준과 심유진의 맞은편에 위치했다.정재하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허태준에게 달려왔다.“허 대표님!”그의 얼굴은 조금 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허태준을 보고 너무 기뻐서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에 의해 뒤에서 심연희는 그런 정재하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쓴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정재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기뻐 허태준에게 연신 인사를 했다.정재하가 오는 것을 본 허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재하와 심연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온화하게 인사했다.“심연희 씨 오늘 생일 축하해요.”심연희는 허태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이 되자 의례적인 미소를 지었다.사실 심연희 역시도 허태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라 그의 조각 같은 외모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정재하는 그제서야 심연희가 떠오른 듯 뒤를 돌았다.“연희야! 연희야! 이리와! 여기 내가 가장 존경하는 허 대표 님이라고 잘 알지?”“응. 잘 알지.”“대표님 이렇게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정재하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허태준에게 악수를 청했고,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스타를 만난 소녀 팬 같았다.심유진은 그런 정재하의 모습이 살짝 의심스러웠다.“저는 대표님이 오늘 못 오시는 줄 알았어요! 부산에 길게 출장을 가셨다고 전해 들어서…… 사실 기대 안하고 자리를 준비한 건데,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기 이를 데 없네요!”“저도 하마터면 못 올 뻔했네요. 파티만 참석하고 다시 부산으로 가봐야 합니다.”“어이쿠, 그러셨군요.”정재하는 허태준이 바쁜 와중에도 파티에 와줬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그의 뒤에 서있던 심연희가 허태준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허 대표님은 정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시네요.”허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