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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그는 당황한 눈빛을 지은 채 손으로 힘껏 오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죽고 싶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따끔하게 혼냈다.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 막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몰라?”

이런 상식쯤은 심유진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어도 다급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소리 없이 손을 뒤로 숨기려고 했지만 허태준이 먼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녀의 손바닥과 손등에는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부어오른 얼굴처럼 보기 흉했다.

허태준의 눈빛이 확 싸늘해졌다. 심유진은 이를 눈치채고 재빨리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더욱 꽉 잡히고 말았다.

“움직이지 마.”

그의 목소리는 나긋했지만 말투는 유달리 무거웠다.

심유진은 곧바로 그의 말에 따랐다.

하지만 이윽고 또다시 고뇌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가 잘못했다고 해도 결국 다친 건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마주할 때 왜 이토록 작아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허태준은 20층 버튼을 눌렀다.

심유진은 버튼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손도 잡혀있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8층 눌러주세요, 고마워요.”

허태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18층?”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여형민한테 볼 일 있어?”

아니다.

그녀는 단지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없을 뿐이었다.

허태준은 그녀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아직 안 왔어, 먼저 내 집으로 가.”

이는 상의가 아니라 명령이었다.

“...네.”

심유진도 거절할 마음이 없었다.

**

리친시아로 이사 온 지는 몇 달이 되어가지만 이는 심유진이 처음으로 허태준 집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같은 평층이지만 천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층과 아래층 구조는 완전히 달랐다.

허태준이 모든 칸막이를 없앤 탓에 입구에서도 집 안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안이 유달리 넓어 보였다.

시야가 닿는 곳에 검은색, 흰색, 회색 외에 다른 색은 없었다.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모던한 스타일이었다.

정작 허태준 본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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