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왜 소남이 그렇게 단언하는지 의아해하며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난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고 있어요. 만약 어머니가 그 돈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마음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예요.”소남은 냉정하게 말했다. 장인숙에게 절대 굽히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원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소남이 아직 완전히 장인숙과의 끈을 끊지 않았다는 사실을. ‘만약 내가 장인숙이라면, 지금 당장은 조용히 있는 편을 택할 걸야... 하지만 장인숙이 과연 그럴까?’ “하지만 제 생각엔 그래도 어느 정도의 경고성 메시지를
장인숙은 속이 몹시 상했지만, 결국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장인숙과 우정희는 근처의 한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장인숙은 사람들이 자신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별도의 룸을 요청했다. 룸 안에서, 정희는 장인숙에게 레몬수를 건네며 말했다. “사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화를 안 내겠어? 내가 그래도 그 녀석 친어머니인데,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정말...” 장인숙은 요즘 들어 더욱 답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아 레몬수를 받아 한
하지만 이미 문소남 대표가 관리사무소에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장인숙이 어떤 물건을 가져와도 그냥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장인숙은 경비원을 무시한 채, 어제처럼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곧바로 호출 버튼을 눌렀다. 두 번이나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경비원을 바라보았다. “이 호출기 고장 났는데 어제 나한테 연결 안된다고 했던 거 아니야?” “아닙니다, 고장 난 건 아니고요. 어제 문 대표님께서 방문 호출을 차단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눌러도 반응이 없는 겁니다
“아이들 얼굴 한 번 보는 게 이렇게 힘든 게 말이 되는 거냐?” 장인숙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지만, 소남이 이미 전화를 끊어버린 뒤였다. 정희는 손에 든 두 개의 무거운 가방을 들고 몹시 힘들어했지만, 장인숙의 표정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사모님, 이제 그만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팔이 무거운 가방에 눌려 거의 끊어질 듯 아팠기 때문이다. 장인숙은 소남을 달래기 위해 큰돈을 들여 아이들을 위한 고급용품을 많이 샀다.그녀와 장인숙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만약 다시
그는 방에 들어가지 않고, 문가에 서서 원아가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한참 후에야, 원아는 아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는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소남과 마주쳤다.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급한 건 아닌데, 많이 바빠요?” 소남은 그녀가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에요, 그렇게 바쁜 건 아니에요. 말씀하세요.” 소남의 물음에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일은 다 끝났어요?” 소남은 자신의 계획을 말하지 않고 물
“네.” 원아는 장인숙이 소남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아이들을 통해 접근하려 한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지만, 그간 장인숙이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소남은 더 이상 장인숙을 믿을 리 없었다.그때 헨리가 신나게 달려와 원아의 손을 잡았다. “누나! 누나! 아빠가 오늘 우리랑 여행 간대요! 알고 있어요?” “응, 알고 있어.” 원아는 웃으며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좋아요! 설날에 빌었던 소원이 이뤄졌어요!” 헨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원아는 궁금해졌다. “소원?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우
이런 방식의 교육은 분명 성공적인 교육이었다.헨리는 환하게 웃으며, 원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누나, 나 배고파요. 우리 밥 먹으러 가요.” “그래, 이모님, 지금 밥 먹을 수 있나요?” 원아는 오현자에게 물었다. 오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점심 준비가 다 됐어요. 언제든 드실 수 있습니다.” “가자, 밥 먹으러 가자.” 원아는 헨리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소남과 훈아, 원원이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현자는 곧바로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원
“아빠, 그럼 우리는 어디에서 지내요?” 헨리는 뒷좌석에서 두 어른의 대화를 듣다가 호기심에 물었다. 헨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X 시에 가는 것이었다. “증조할아버지가 X시의 조상 집터 위에 작은 별장을 지어 두셨는데. 그곳은 항상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서, 우리는 그곳에서 묵을 거야.” 소남은 말했다. 그는 호텔에 묵을 생각은 없었다. X 시는 자연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시였고, 문현만이 지은 별장도 소남이 직접 설계한 작품이었다. 그 집은 X 시의 전통문화를 잘 반영한 건축물로 매우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