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단순한 거절이었지만, 문현만이 별 의도 없이 한 행동에 채은서의 마음속에는 비상벨이 울렸다. ‘아버님 소남이네 집에서 겨우 하룻밤을 보냈을 뿐인데, 이제는 예성이가 가까이 오는 것조차도 꺼려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채은서는 어두워진 얼굴로 조용히 문현만의 뒤를 따랐다. 문현만의 나이 든 뒷모습을 바라보며 채은서의 마음에는 깊은 불만이 쌓여갔다. 김 집사가 문현만을 거실 소파까지 부축한 후 조용히 물었다. “어르신, 아침은 드셨습니까?” “소남이네 집에서 먹었지.” 문현만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아직
잠시 후, 김 집사가 차를 준비해 가져왔다. “어르신, 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음.” 문현만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감탄했다. “이 차 향기가 정말 좋구나.” “어제 찻잎을 소남이네 집에 좀 가져갔어야 했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또 한 모금 마셨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러고 보면 차 마시는 거 정말 좋아하세요. 어제 차를 못 드셨어요?” 예성이 호기심에 물으며, 자신도 한 잔 따랐다. “소남이는 차를 좋아하지 않으니, 그 집에 좋은 차가 있을 리 없지 않겠냐?” 문현만은 말했다. 소남의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집사님, 사람들을 안으로 모셔오세요.” “네, 사모님.” 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하늘이하고 송희가 안 보이는 구나?”문현만은 예성에게 물었다.“할아버지, 아마 하늘이는 화장 중일 거고, 송희는 어젯밤에 잠을 안 자겠다고 떼를 써서 좀 더 자고 있을 거예요.”예성이 대답했다.“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는 법이지. 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구나. 밤을 새웠니?” 문현만은 세심하게 관찰하며 물었다. 예성이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애써도, 피로가 여실히 드러났다.“할아버
원아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대표님, 제가 가는 건 적절치 않아요. 그곳은 대표님 아내분의 가족이잖아요.” 소남은 깊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내라니? 내 아내는 바로 당신, 바로 눈앞에 있는 당신이잖아.’ ‘원아도 사실 이런 날에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 할 꺼야. 하지만, 자신의 신분과 뒤에서 자신을 조종하는 세력 때문에 갈 수 없는 거고...’ 소남도 이 점을 굳이 밝히지 않고 말했다. “이 선물들 당신이 골랐잖아요. 같이 가고 싶어했던 거 아니에요? 원아는 고개를 떨구며 잠시 생각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곧 해결될 거야.” 소남이 조용히 말했다. 헨리는 자기가 한 말 때문에 분위가 이상해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사실 아이들은 모두가 원아가 빨리 자신을 되찾기를 원했고, 소남 역시도 그랬다. 그래서 소남과 아이들이 지금까지 계속 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다. 설령 어린 헨리도 현재 ‘초설 누나’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형인 훈아가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즉, ‘염초설’이 된 엄마를 억압하는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은 너무 은밀하고 강력해서 신중하게 조사해야 하고, 그 과정
“장모님, 감사합니다.” 소남은 거절하지 않았다. 이것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축복이었다. 그는 원아를 대신하여 이 용돈을 받았다. “장모님, 이건 홍삼인데요. 할아버지 드리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이따가 장모님이 할아버님 뵈러 가실 때 장모님이 대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남이 말했다.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세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원아에게 미리 준비를 부탁했다. 주희진이 임계철에게 세배를 드리러 갈 때, 자연스럽게 이 선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주희진은
“사실, 오늘 너와 할 이야기가 좀 있다.” “말씀하세요.” 소남은 임문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왜 원아는 데리고 오지 않았어?”임문정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바로 원아의 상태였다. 그는 두 딸을 두었지만, 임영은은 사실상 무너졌고, 더 이상 이 양녀에게 마음을 쓰지 않았다. 남은 딸은 오직 친딸인 원아뿐이었다. 비록 원아가 납치되어 3년간 실종되었지만, 지금도 친부모를 생각해주고 몰래 돌보고 있으니, 임문정이 이렇게 원아를 신경 쓰는 이유였다. ‘염초설’이 된 원아의 마음속에 여전히 부모가 자리하고 있었기에,
야심한 밤, A시의 최상급 부지에 자리 잡은 고급 저택에 검은색 링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원아의 두 눈은 비단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상대방은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겁내지 말자, 심호흡을 하자.”“원아야, 넌 할 수 있어,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라며 원아는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차가 별장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긴장됬다.일이 이지경에 이르니 오직 할 수 있는 건 자아 위로뿐이었다.문소남은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고 문을 열어보니 침실에 서 있는 원아가 한눈에 보였는데 그녀는 꽃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