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예성의 가족도 내려와 문현만에게 세배를 드렸다. 사람들이 거의 모인 것을 본 문현만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말했다. “가자, 뒷마당에 가서 조상님들과 진호에게 향을 올리자.” “네, 증조할아버지!” 헨리가 먼저 나섰다. 김 집사가 나와 문현만을 부축하며 조용히 물었다. “어르신, 작은 사모님은...” 문현만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장인숙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역시 장인숙은 한결같았다. 채은서가 비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냥 가요. 진호 씨가 정식으로 맞아들인 부인도 아닌데.
“채은서, 너도 별반 다를 거 없어, 다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장인숙은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김 집사가 건넨 긴 향을 받으며 그녀도 한마디 반격했다. “너...!!” 채은서는 당장이라도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문현만이 화난 목소리로 나무랐다. “어제 싸운 걸로도 아직 부족해? 이제는 조상님들 앞에서도 싸우려는 거냐?” 장인숙은 채은서를 향해 도발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쳐다봤다. 채은서는 그 순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조상님들과 문진호의 위패 앞에서 보란 듯이 장인숙에
“아버님...” 장인숙은 집사를 만류하려 했지만, 문현만의 쏘아보는 눈빛에 겁을 먹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지금 더 이상 한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문현만에게서 완전히 쫓겨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장인숙은 처음에 자신의 연기로 문현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자신이 일을 그르쳤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소남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소남아, 엄마 대신 할아버지께 말 좀 잘 해줘.” 소남은 냉정한 눈빛으로 한 번 우정희를 스치듯 보고
야심한 밤, A시의 최상급 부지에 자리 잡은 고급 저택에 검은색 링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원아의 두 눈은 비단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상대방은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겁내지 말자, 심호흡을 하자.”“원아야, 넌 할 수 있어,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라며 원아는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차가 별장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긴장됬다.일이 이지경에 이르니 오직 할 수 있는 건 자아 위로뿐이었다.문소남은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고 문을 열어보니 침실에 서 있는 원아가 한눈에 보였는데 그녀는 꽃보다
일을 마치고 문소남은 떠났다.피곤했던 원아는 한참 동안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의사 말로는 이렇게 하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문소남은 회사일을 마치고 매일 별장에 왔었다.박기사와 정집사는 반백이 넘는 부부였는데 피곤한 도련님에게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성질이 도도한 도련님은 주장이 세고 말하기 어렵기로 소문났었다!그래서 부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원아는 정력이 왕성한 도련님을 상대하느라 매일 지쳐있었고 나른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이번 달 마지막 밤.원아는 때로는
“강수 씨, 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딸이 두 명 있어요. 비록 선미는 당신의 친자식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당신을 아빠라고 불렀어요…”이혜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상에 누워있던 원강수는“할 말 있으면 해, 내가 너를 가장 아끼는 남편이잖아”라며 말했다.이혜진은“당신이 날 아끼고 우리 선미를 아끼는 줄 알아요…”라며 원강수의 손을 잡고“원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로 유학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선미도 원아보다 겨우 두 살 많은데, 지금 하루 종일 술집에 틀어박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아서 정말 걱정이에요.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엄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원아의 절친 이연이었다.“안녕, 너랑 영상통화 한지 오래됐는데 날 일부러 피하는 거야?”이연은 투덜대며 말했다.“너 정말 영국 갈 생각이었어?그쪽에서 누가 괴롭히면 어떡해?”“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외국에서는 침실에서 남녀가 섞여 산다고 하던데, 네가 반드시 주의해야 해. 내 말 뭔지 알지? 내가 너에게 솔직하게 말할게, 만약 외국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시 안전조치 잘 해야 되!”이연은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
원아가 다시 A 시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5년 뒤였다.어린 시절 무자비하게 무시당했던 그녀는 지금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미래를 펼쳐나가려 했다.이른 아침.“원아야, 여기야.”이연은 골목 길에서 나오는 원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세월이 흘러 어느덧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열여덟 살의 풋풋한 소녀가 아니었다.원아와 이강은 어제 귀국했다.이연이 마중 나가서 원아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이연이네 부모는 원아를 미래의 며느리로 받아들였으며 엄청 이뻐했다.이튿날 아침 이강은 원아와 함께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