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 흥, 자기 남편이 뭐 대단한 능력이나 있는 줄 아나? 감히 나대기는.” 장인숙은 채은서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싫어했다. 비록 이하늘이 공개적으로 자신에게 무례를 범한 적이나 대놓고 맞선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장인숙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하늘도 앞으로 자기 집안 재력을 바탕으로 문예성을 도우면, 문예성이 문소남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모님, 식사하시죠. 식으면 맛없어요.” 정희는 장인숙의 말을 받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돌렸다. ‘장인숙과 같이 포악
...“시간이 다 됐구나. 가자, 거실로 가서 설날특집 프로그램이나 같이 보자구나.” 문현만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자신이 항상 즐겨보는 설날특집 프로그램이 곧 시작될 시간이었다. “할아버지, 거실로 가서 보시겠다고요...?” 예성은 약간 놀랐다. 문현만이 서재에서 TV를 시청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실에 큰 TV가 있는데, 거기서 봐야지.” 문현만은 이제 두 며느리가 이 시간에 거실에 와서 또 시비를 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소남이 일어나서 문현만을 부축했고, 그들은 함께 서재를 떠나
“사모님...” 정희는 장인숙 옆으로 다가가 일렬로 놓인 마스크팩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장인숙이 마스크팩을 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 매일 피부 관리에 들이는 시간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얼굴이 다시 망가질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인숙은 고개를 들어 정희의 불만 섞인 얼굴을 보고는 다시 마스크팩을 고르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소남이를 두 번 본 게 전부인데 그 정도로 마음을 빼앗긴 거야?” “사모님,
“내가 너를 도와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소남이는 원래 내 말을 안 듣는 애야. 내가 너를 도와준다면 오히려 너한테 불리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어떻게 할지, 뭘 할지는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게다가 소남이도 이제 예전의 소남이가 아니고.” 장인숙은 피부가 건조하다고 느끼며 수분 공급용 마스크팩을 하나 집어 들었다. “사모님...” “소남이는 아직 원아와 이혼 전이지만, 이미 다른 여자가 있어. 그 여자 얘가 그렇게 행동한다는 건, 너도 소남이 옆에 설 기회가 있다는 뜻이지. 소남이 할아버지도 이제 소남이의 그런 행동
소남의 차가운 목소리에 우정희의 몸이 떨렸다. 방 안에는 따뜻한 난방 덕분에 온기가 가득해 마치 봄날 같았지만, 지금 그녀는 마치 추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부는 들판 속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눈보라가 그녀의 몸에서 온기를 점차 빼앗아 가는 듯했다. 정희는 입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더 침착해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두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고,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 소남을 바라보며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반드시 제 남자로 만들고 싶다는 탐욕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죄송해요, 문 대표님. 저...
하늘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하늘은 처음에 정희에게 크게 호감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정희에 대한 혐오감이 커졌다. 왜냐하면 고택에는 남자들도 있고 아이들도 많은데, 만약 누군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어땠을까? 특히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수년 동안 예성을 유혹하려는 여자가 많았기에, 하늘은 이런 뻔뻔한 여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저, 사모님, 정말 오해하셨어요...” 정희는 급히 변명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직도 방으
예성은 하늘의 질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우정희 씨?” “어떻게 알았어? 나갔었어?” 하늘은 갑자기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간 적 없어. 지금 집에 있는 외부인은 우정희 씨뿐이잖아. 네가 그렇게 묻는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인 줄 알겠지.” 예성이 설명했다. 그가 하늘을 잘 아는 만큼, 만약 그녀가 문씨 가문 사람 중 누군가를 봤다면, 그냥 바로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이다.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한 것이 더 이상했다. 하늘은 잠시 생각하더니, 예성의 말이
잠시 후, 예성의 가족도 내려와 문현만에게 세배를 드렸다. 사람들이 거의 모인 것을 본 문현만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말했다. “가자, 뒷마당에 가서 조상님들과 진호에게 향을 올리자.” “네, 증조할아버지!” 헨리가 먼저 나섰다. 김 집사가 나와 문현만을 부축하며 조용히 물었다. “어르신, 작은 사모님은...” 문현만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장인숙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역시 장인숙은 한결같았다. 채은서가 비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냥 가요. 진호 씨가 정식으로 맞아들인 부인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