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의 차가운 목소리에 우정희의 몸이 떨렸다. 방 안에는 따뜻한 난방 덕분에 온기가 가득해 마치 봄날 같았지만, 지금 그녀는 마치 추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부는 들판 속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눈보라가 그녀의 몸에서 온기를 점차 빼앗아 가는 듯했다. 정희는 입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더 침착해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두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고,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 소남을 바라보며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반드시 제 남자로 만들고 싶다는 탐욕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죄송해요, 문 대표님. 저...
하늘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하늘은 처음에 정희에게 크게 호감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정희에 대한 혐오감이 커졌다. 왜냐하면 고택에는 남자들도 있고 아이들도 많은데, 만약 누군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어땠을까? 특히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수년 동안 예성을 유혹하려는 여자가 많았기에, 하늘은 이런 뻔뻔한 여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저, 사모님, 정말 오해하셨어요...” 정희는 급히 변명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직도 방으
예성은 하늘의 질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우정희 씨?” “어떻게 알았어? 나갔었어?” 하늘은 갑자기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간 적 없어. 지금 집에 있는 외부인은 우정희 씨뿐이잖아. 네가 그렇게 묻는다면 누구라도 그 사람인 줄 알겠지.” 예성이 설명했다. 그가 하늘을 잘 아는 만큼, 만약 그녀가 문씨 가문 사람 중 누군가를 봤다면, 그냥 바로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이다.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한 것이 더 이상했다. 하늘은 잠시 생각하더니, 예성의 말이
잠시 후, 예성의 가족도 내려와 문현만에게 세배를 드렸다. 사람들이 거의 모인 것을 본 문현만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말했다. “가자, 뒷마당에 가서 조상님들과 진호에게 향을 올리자.” “네, 증조할아버지!” 헨리가 먼저 나섰다. 김 집사가 나와 문현만을 부축하며 조용히 물었다. “어르신, 작은 사모님은...” 문현만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장인숙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역시 장인숙은 한결같았다. 채은서가 비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냥 가요. 진호 씨가 정식으로 맞아들인 부인도 아닌데.
“채은서, 너도 별반 다를 거 없어, 다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장인숙은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김 집사가 건넨 긴 향을 받으며 그녀도 한마디 반격했다. “너...!!” 채은서는 당장이라도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문현만이 화난 목소리로 나무랐다. “어제 싸운 걸로도 아직 부족해? 이제는 조상님들 앞에서도 싸우려는 거냐?” 장인숙은 채은서를 향해 도발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쳐다봤다. 채은서는 그 순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조상님들과 문진호의 위패 앞에서 보란 듯이 장인숙에
“아버님...” 장인숙은 집사를 만류하려 했지만, 문현만의 쏘아보는 눈빛에 겁을 먹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지금 더 이상 한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문현만에게서 완전히 쫓겨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장인숙은 처음에 자신의 연기로 문현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자신이 일을 그르쳤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소남을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소남아, 엄마 대신 할아버지께 말 좀 잘 해줘.” 소남은 냉정한 눈빛으로 한 번 우정희를 스치듯 보고
야심한 밤, A시의 최상급 부지에 자리 잡은 고급 저택에 검은색 링컨 한 대가 들어서고 있었다.원아의 두 눈은 비단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상대방은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겁내지 말자, 심호흡을 하자.”“원아야, 넌 할 수 있어,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라며 원아는 속으로 자신한테 말했다.차가 별장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긴장됬다.일이 이지경에 이르니 오직 할 수 있는 건 자아 위로뿐이었다.문소남은 훤칠한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졌고 문을 열어보니 침실에 서 있는 원아가 한눈에 보였는데 그녀는 꽃보다
일을 마치고 문소남은 떠났다.피곤했던 원아는 한참 동안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의사 말로는 이렇게 하면 임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문소남은 회사일을 마치고 매일 별장에 왔었다.박기사와 정집사는 반백이 넘는 부부였는데 피곤한 도련님에게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성질이 도도한 도련님은 주장이 세고 말하기 어렵기로 소문났었다!그래서 부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원아는 정력이 왕성한 도련님을 상대하느라 매일 지쳐있었고 나른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이번 달 마지막 밤.원아는 때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