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걱정 안 되세요?” 정희는 이 기간 동안 장인숙과 문소남의 모자 관계가 많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숙의 모든 생활비는 문소남이 대고 있었다. 아들이 어머니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소남의 경우에는 어머니의 생활비를 대는 아들이 더 권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문소남은 어머니 장인숙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네가 보기에는 내가 이 긴 세월 허투루 산 줄 아니? 난 소남이 엄마야. 걔가 입으로는 뭐라 해도 나한테는 어쩔 수 없어. 날 못 돌아오게 하
정희는 이하늘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더러 피부 관리를 해달라고?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앞으로도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두고 봐.’주방에 있는 요리사가 이하늘이 떠난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정희를 보고 물었다. “정희 아가씨,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아, 맞다. 사모님께서 배가 고프시다고 해서 음식을 좀 준비해 달라고 하셨어요. 저도 같이 먹을 테니 두 사람 몫으로 준비해 주세요.” 정희는 정신을 차리며 요리사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하늘? 흥, 자기 남편이 뭐 대단한 능력이나 있는 줄 아나? 감히 나대기는.” 장인숙은 채은서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싫어했다. 비록 이하늘이 공개적으로 자신에게 무례를 범한 적이나 대놓고 맞선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장인숙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하늘도 앞으로 자기 집안 재력을 바탕으로 문예성을 도우면, 문예성이 문소남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모님, 식사하시죠. 식으면 맛없어요.” 정희는 장인숙의 말을 받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돌렸다. ‘장인숙과 같이 포악
...“시간이 다 됐구나. 가자, 거실로 가서 설날특집 프로그램이나 같이 보자구나.” 문현만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자신이 항상 즐겨보는 설날특집 프로그램이 곧 시작될 시간이었다. “할아버지, 거실로 가서 보시겠다고요...?” 예성은 약간 놀랐다. 문현만이 서재에서 TV를 시청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실에 큰 TV가 있는데, 거기서 봐야지.” 문현만은 이제 두 며느리가 이 시간에 거실에 와서 또 시비를 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소남이 일어나서 문현만을 부축했고, 그들은 함께 서재를 떠나
“사모님...” 정희는 장인숙 옆으로 다가가 일렬로 놓인 마스크팩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장인숙이 마스크팩을 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 매일 피부 관리에 들이는 시간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얼굴이 다시 망가질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인숙은 고개를 들어 정희의 불만 섞인 얼굴을 보고는 다시 마스크팩을 고르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소남이를 두 번 본 게 전부인데 그 정도로 마음을 빼앗긴 거야?” “사모님,
“내가 너를 도와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소남이는 원래 내 말을 안 듣는 애야. 내가 너를 도와준다면 오히려 너한테 불리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어떻게 할지, 뭘 할지는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게다가 소남이도 이제 예전의 소남이가 아니고.” 장인숙은 피부가 건조하다고 느끼며 수분 공급용 마스크팩을 하나 집어 들었다. “사모님...” “소남이는 아직 원아와 이혼 전이지만, 이미 다른 여자가 있어. 그 여자 얘가 그렇게 행동한다는 건, 너도 소남이 옆에 설 기회가 있다는 뜻이지. 소남이 할아버지도 이제 소남이의 그런 행동
소남의 차가운 목소리에 우정희의 몸이 떨렸다. 방 안에는 따뜻한 난방 덕분에 온기가 가득해 마치 봄날 같았지만, 지금 그녀는 마치 추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부는 들판 속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눈보라가 그녀의 몸에서 온기를 점차 빼앗아 가는 듯했다. 정희는 입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더 침착해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두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고,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 소남을 바라보며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반드시 제 남자로 만들고 싶다는 탐욕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죄송해요, 문 대표님. 저...
하늘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하늘은 처음에 정희에게 크게 호감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나니 정희에 대한 혐오감이 커졌다. 왜냐하면 고택에는 남자들도 있고 아이들도 많은데, 만약 누군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어땠을까? 특히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수년 동안 예성을 유혹하려는 여자가 많았기에, 하늘은 이런 뻔뻔한 여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저, 사모님, 정말 오해하셨어요...” 정희는 급히 변명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직도 방으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