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에게 짐이 되지 않을 거야.” 헨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세 아이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지막 사진 촬영이 끝났다. 원아는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메이크업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으러 미아의 보조와 함께 이동해야 했다. 소남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애들아, 오늘 정말 잘했어.” “아빠, 저도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해요.” 헨리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소남은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 대신 애정을 담아주었다. 그리고 오현자에게 말했다.
“그래요?” 원아는 그가 한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진 촬영은 꽤 피곤한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모님도 없는데, 제가 뭘 사야 할지 모르겠는데요...”소남의 눈빛이 원아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원아는 계속 세심하게 행동하면서, 연극처럼 끝까지 초설 역할을 해내고 있네...’“걱정 마요, 이모님이 리스트를 보냈으니 그거 보고 사면 될 거예요.” 그가 말했다. “네.” 원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사실 명절 준비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었지만, 소남과 함께 쇼핑몰에 가는 것은 너무 눈에 띌 것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서빙 직원이 물었다. “문 대표님, 이제 음식을 가져다 드려도 될까요?” “네.” 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룸을 예약할 때 메뉴도 확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서 시간을 절약하려 했고, 원아가 너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싶었다. 소남이 메뉴까지 미리 정해 둔 것을 알게 된 원아는 아무 말 없이 레몬물을 몇 모금 마셨다. 촬영 중에는 립스틱이 지워질까 봐 물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목이 말랐다. 서빙 직원이 물러가려는 순간, 소남이 덧붙였다. “포도 주스도
원아는 놀란 눈으로 소남을 바라보았다. ‘커플 세트?’ 그녀는 다시 한번 음식들을 살펴보았다. 정말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히 푸아그라의 플레이팅이 하트 모양이었다. 게다가 추가로 주문한 포도 주스도 하트 모양의 빨대가 꽂혀 있었다. 소남은 원아의 놀란 표정을 보고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원아와 데이트 중이었고, 데이트라면 당연히 조금 더 로맨틱한 법이니 커플 세트 메뉴를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서빙 직원이 떠나고 방 문이 닫히자 소남은 전채 요리와 메인
직원은 그녀가 촬영할 의향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들고 룸을 나갔다.소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아가 왜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억지로 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방금 전에 두 사람이 꽤 친밀한 사진을 찍었으니, 이번에는 원아의 뜻을 따르는 게 좋았다. “잡지에서 보니 여기 이 디저트는 매일 한정 수량으로만 제공된다고 하더군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먹기 어렵대요. 한번 먹어봐요.” 소남은 디저트를 원아에게 내밀며 말했다.“고마워요.” 원아는 포크로 작은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소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원아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러나 지금은 원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더 조용히. 그녀의 정체를 들추어내지 않고 마치 자신이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소남은 모든 일을 자신이 통제 아래 둘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러나 원아와 관련된 일만큼은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소남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원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 노력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소남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직원은 힘이 센 남자 직원을 불러서 말했다. “이 고객님을 도와서 차까지 물건을 옮겨 드리세요.” “네.” 남자 직원은 가방들을 들어 올렸다. 소남은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올게요.” “네.” 원아는 그가 자신을 더 이상 피곤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임을 알고 조용히 동의하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소남은 남자 직원을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다른 직원은 그 모습을 보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객님, 저
‘문 대표’라는 말에, 잡지를 보고 있던 원아의 귀가 그쪽 대화로 쏠렸다.‘문소남’의 이름이 언급되자, 지윤의 눈에 잠시 슬픈 감정이 스쳤다. 지윤은 결국 ‘문소남’에게 마음을 빼앗긴 운명이었다. 비록 그와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었지만, 그녀의 꿈속에는 여전히 문소남이 등장했고, 그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지윤의 마음속 사랑은 점점 더 커져갔다. 지윤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문소남 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지윤은 적당히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자신을 쫓는 남자들은 모두 하찮게 여겨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