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놀란 눈으로 소남을 바라보았다. ‘커플 세트?’ 그녀는 다시 한번 음식들을 살펴보았다. 정말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히 푸아그라의 플레이팅이 하트 모양이었다. 게다가 추가로 주문한 포도 주스도 하트 모양의 빨대가 꽂혀 있었다. 소남은 원아의 놀란 표정을 보고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원아와 데이트 중이었고, 데이트라면 당연히 조금 더 로맨틱한 법이니 커플 세트 메뉴를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서빙 직원이 떠나고 방 문이 닫히자 소남은 전채 요리와 메인
직원은 그녀가 촬영할 의향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들고 룸을 나갔다.소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아가 왜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억지로 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방금 전에 두 사람이 꽤 친밀한 사진을 찍었으니, 이번에는 원아의 뜻을 따르는 게 좋았다. “잡지에서 보니 여기 이 디저트는 매일 한정 수량으로만 제공된다고 하더군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먹기 어렵대요. 한번 먹어봐요.” 소남은 디저트를 원아에게 내밀며 말했다.“고마워요.” 원아는 포크로 작은 조각을 떠서 입에 넣었다.
소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원아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러나 지금은 원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더 조용히. 그녀의 정체를 들추어내지 않고 마치 자신이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소남은 모든 일을 자신이 통제 아래 둘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러나 원아와 관련된 일만큼은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소남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원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 노력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소남은 가방을 내려놓았다. 직원은 힘이 센 남자 직원을 불러서 말했다. “이 고객님을 도와서 차까지 물건을 옮겨 드리세요.” “네.” 남자 직원은 가방들을 들어 올렸다. 소남은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올게요.” “네.” 원아는 그가 자신을 더 이상 피곤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임을 알고 조용히 동의하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소남은 남자 직원을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다른 직원은 그 모습을 보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객님, 저
‘문 대표’라는 말에, 잡지를 보고 있던 원아의 귀가 그쪽 대화로 쏠렸다.‘문소남’의 이름이 언급되자, 지윤의 눈에 잠시 슬픈 감정이 스쳤다. 지윤은 결국 ‘문소남’에게 마음을 빼앗긴 운명이었다. 비록 그와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었지만, 그녀의 꿈속에는 여전히 문소남이 등장했고, 그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지윤의 마음속 사랑은 점점 더 커져갔다. 지윤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문소남 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지윤은 적당히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자신을 쫓는 남자들은 모두 하찮게 여겨 무시했다.
지윤은 원아 이야기가 나오자 분노를 드러냈다. 그녀는 지금 ‘외국에 있는 원아’와 문소남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철석같이 믿었다. ‘외국에 있는 원아’가 납치되어 강제로 성매매를 당한 후, 정신을 잃고 기억까지 상실한 상태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소남처럼 깔끔함을 중시하는 남자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문소남을 다시 만날 기회만 생긴다면 반드시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원아는 고개를 숙이
소남은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윤의 마음은 항상 일방적인 것이었고, 소남은 지윤에게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었다.“문...!” 지윤은 소남이 원아의 손을 잡고 가려 하자, 급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몇 년 동안...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애정을 쏟아냈다.원아는 불안해졌다. 지윤이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고, 그녀가 소남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외치면 분명히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소남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
‘지금 소남 씨가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이야.’“듣기로는 10년이나 됐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그 여자분의 친구가 말하는 걸 들으니, 지금도 여전히 당신을 못 잊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 시선을 끌까 봐 일부러 피하려 했는데, 마침 당신이 들어왔네요.” 원아는 말했다.“그 사람은 원래 T그룹의 고위직 임원이었어요. 만약 그 사람이 본인의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지금쯤 동준과 같은 위치에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이 다른 마음을 품은 순간, 나랑 더 이상 함께 일을 할 수 없었죠.” 소남은 덤덤하게 말했다. 소남에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