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은 짐을 정리하며 물었다.“영은 아가씨, 과일 좀 드실래요?”“차라리 너를 잘근잘근 씹어버리고 싶어.”영은은 간병인을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내면의 불만을 드러냈다.간병인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점심시간도 다 됐으니 밖에서 음식 사 올게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 핸드폰으로 연락 주세요.”그 말을 남기고, 간병인은 급히 자리를 떠났다.옆 침대에 누워 있던 중년 여성은 영은이 병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라고 생각해 말을 걸었다.“아가씨, 아직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무슨 병에 걸렸어요?”“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야
아이를 키우고 나면 어머니는 늘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희진도 예외는 아니었다.영은이 문제를 일으킨 곳은 너무 많았다. 영은이 연예계에 있었던 시기에 주희진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더 나은 기회를 주려고 했다. 영은이 다른 연예인들처럼 출연 기회를 얻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아첨하거나 비위를 맞추지 않길 바랐다.하지만 결국 영은이는 잘못된 길을 택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복수를 위해 자신을 정성껏 키워준 양어머니 주희진에게 독이 든 약까지 먹이려 했다.주희진은 이런 기억
이전에는 현욱의 옷이 모두 맞춤 제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가 너무 바빠 설날이 다가와도 맞춤 제작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연은 이 매장에서 몇 벌의 옷을 골라 현욱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새해에 새 옷을 입는 것은 좋은 기원의 의미가 있으니까. “송 대표님은 연이 같은 여자친구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겠네.”주희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연은 원아의 절친이라서, 언론에서 뭐라 하든 주희진은 여전히 이연의 솔직한 성격을 좋아했다. “이모, 뭘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다 지사님과 영은 씨 거죠?”이연은 주희진 옆의 직원이 많은
주희진은 영은이 의사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며 난감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모, 왜 그러세요?”이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니야, 그냥 새해가 지나면 모든 게 나아졌으면 좋겠어.”주희진은 마음속 소원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이연은 영은을 싫어했지만, 만약 영은이 죽으면 주희진이 슬퍼할 것이 뻔했기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특히 원아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친모인 주희진이니까.“이모, 걱정 마세요. 영은 씨도 곧 회복해서 퇴원할 거예요. 게다가 초설 씨도 있잖아요? 초설 씨가 한의학 실력이 뛰어나니까 언제든
주희진은 여전히 망설였다. 원아가 지금까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 해준 것들을 생각하면, 사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오히려 반대로 되어버려서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주희진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원아가 말했다.“이모, 이건 그냥 제 작은 정성이에요. 다른 뜻은 없고, 설이 다가오니까 작은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어서요.”이연도 거들었다.“맞아요, 이모. 부담스러우시면 설날에 원아한테 세뱃돈 많이 주시면 되잖아요.”주희진은 원아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초설아, 고마워.”
“내가 할게, 조심해, 뜨거우니까.”“시원한 반찬도 좀 내올게요.”주희진은 요즘 매일같이 야근하는 임문정이 안쓰러웠다.임문정은 국수를 들고 나와 식탁에 놓고 앉았다.주희진은 젓가락을 건네며 차가운 반찬도 곁에 내려두며 조용히 말했다.“드세요.”“고마워.”임문정은 면을 한 입 먹고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오늘 쇼핑몰에 다녀왔어?”“네,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쇼핑백 봤죠?”주희진이 물었다. 그 쇼핑백들은 모두 ‘초설’이 준 것이었다.주희진이 산 것들은 이미 정리해두었다.“봤어, 물건이 꽤 많던데, 설 준비하려고
임문정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주희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집에서 초설이 바로 원아라는 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니, 내가 하는 말을 우리 집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그럼 설날 때 초설이한테 세뱃돈을 많이 주면 되겠어.” 임문정이 말했다. ‘어쨌든 초설이는 우리 친딸인데,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설에 세뱃돈을 주는 것은 흔한 일이잖아. 세뱃돈은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최고의 축복이지.’ “그래도 그건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요?” 주희진은 망설이며 말했다. ‘물론 어른이 젊은 사람에게 세뱃
주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초설이 없었더라면, 내가 우리 남편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야...’ 지금은 주희진은 건강이 많이 회복된 덕분에 이렇게 임문정의 곁에서 남편이 원하는 일을 안심하고 도울 수 있었다. 그래서 주희진은 ‘초설’이 자신들에게 준 은혜는 간단한 감사 인사나 사과로 갚을 수 없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임문정이 왜 그렇게 ‘초설’에게 신경을 쓰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주희진은 자신이 아직 충분히 초설에게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