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윤은 영은이 화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농담 섞인 어조로 조롱했다. 사실, 지금 이 병원에서 가장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기 쉬운 사람으로 영은을 꼽을 수 있었다.사윤의 조롱을 들은 영은은 눈을 내리깔고, 불쾌하게 말했다.“이제 좀 쉬고 싶으니, 관련 없는 사람들은 나가주세요.”“영은아!”주희진은 당황했다. 영은이 이렇게 무례하게 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원아는 영은의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알고 바로 소파로 가서 서류 가방을 집어 들며 말했다.“이모, 임영은 씨가 깨어났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원아는 병원을 떠난 후 성준의 차를 타고 T그룹으로 향했다.약 5분쯤 지났을 때, 원아는 주희진의 전화를 받았다. [초설아, 벌써 병원에서 나갔니?]주희진은 병실을 나설 때 원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서둘러 전화를 건 것이다. “네, 이모. 회사에 아직 할 일이 좀 있어서요...”원아는 주희진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쉰 기운을 느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까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 초설아, 내가 밥 한 번 살게.]주희진은 원아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 아무리 영은이 고마움을 모른다고 해도, 주
“아가씨, 어젯밤에 응급실에 들어가셨습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바로 지사님과 사모님께 연락을 드렸죠. 지사님과 사모님은 아가씨가 응급실에 들어간 지 30분도 안 돼 병원에 도착해 각종 동의서에 서명을 하셨습니다...”간병인은 시간을 강조하며 말했다. 영은과 가족들 사이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주희진이 영은에게 얼마나 잘해주고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젊은 아가씨는 전혀 어머니의 애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간병인은 의도적으로 그 사실을 강조했다. 영은은 간병인이 말을 할 때마다 주희진을
“아주머니, 우리 중요한 얘기 할 거니까 잠시 나가주세요.”영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간병인을 내쫓았다.간병인이 떠나자, 세아는 병상 앞으로 다가와 거짓으로 걱정하는 척하며 말했다.“영은아, 전에 간을 사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네 가족들이 끝까지 반대하고 있는 거지? 지금 네 상태를 봐, 얼굴은 창백하고, 몸은 너무 약해 보여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그러니까 좀 더 비참한 척하면, 네 부모도 결국 동의할 거야.”영은은 이를 악물고 세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이 지경이 된 건 다 너 때문이야!”“알았어, 그만 탓해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영은은 독설을 날렸다. 사윤이 세아에게 관심을 가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세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침대 옆에 앉으며, 영은을 달래듯 말했다.“지금은 상관없지만, 네가 좀 도와줄 수 있잖아. 네가 회복되면, 내가 분명 보답할게.”영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아의 목적은 분명했다. 배사윤을 자기 남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었다.그러나 영은은 A시에서 오랜 시간 지내면서 사윤이 여자친구를 사귀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는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T그룹.원아가 실험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반쯤 지나 있었다. 그녀는 장성은에게 점심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해 둔 터라, 사무실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사무실로 가는 길에 성은이 다가와 말했다.“교수님, 점심은 이미 사무실에 준비해 두었어요. 그리고 문 대표님도 사무실에 계십니다.”원아는 잠시 멈칫했다. 성은은 ‘문 대표’를 언급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알겠어요.”원아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약간의 냉담함이 묻어 있었다.성은은 ‘염 교수’가 사무실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대표님은 이미 짐작하고 계신 거죠...”원아는 결국 말했다.‘임영은이 돌아온 지 한참 되었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시간도 길었는데, 소남 씨가 이 모든 걸 모를 리 없겠지. 그저 임영은만이 자신이 모든 걸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인 것 같아...’“내가 뭘 알고 있다는 거죠?”소남은 일부러 물었다.원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대표님 이미 알고 계시죠.”“임영은 때문이었나요?”소남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원아의 신중한 모습이 소남에게는 안쓰럽게 느껴졌다.사실 영은 때문에 원아가 그런 고통을 겪게 되
원아가 말하지 않아도, 소남은 이미 임영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임영은은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암시장에서 간을 찾도록 부탁하고 있을 것이다.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임영은이 가진 임씨 집안과 임문정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당신 생각은 어때요?”소남이 원아의 의견을 물었다.원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사실, 임영은 씨가 돌아온 걸 이미 알고 계셨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임영은 씨가 병원에서 기다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