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백미러로 딸을 한 번 보고, 운전에 집중하며 대답했다.“있지, 왜?”“내일 제가 해피랜드에서 작은 공연이 있는데 아빠가 출장 가셨잖아요. 언니가 대신 제 공연을 보러 와주실 수 있어요?”원원이 물었다.같이 춤을 배우는 원원의 반 친구들은 모두 부모가 이번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해서, 원원도 원아가 공연에 와주길 바랐다.‘아빠는 먼 지역에 있어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지만 엄마는 올 수 있지 않을까?’“그래, 그때 그럼 이 언니가 우리 원원을 공연장까지 데려다줄게.”원아는 내일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기로 결심하며 승낙
원원은 약간 억울한 듯 설명했다.“선생님께서 이번 공연에서 내가 주역을 맡았기 때문에 옷도 다른 친구들과 달라야 한다고 하셨어.”게다가 선생님은 원원의 집에 발레복이 많은 걸 알아서 의상도 따로 준비해 주지 않았다.훈아도 고민하듯 말했다.“근데 오빠도 잘 모르겠는데.”“오빠, 오빠가 우리 중에서 제일 똑똑하잖아!”원원은 발레복 몇 벌을 바라보면서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했다.‘이 발레복들 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데, 왜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고를 수 없는 거지?’훈아는 손을 들어 동생의 이마를 가볍게 쳤다
“이미 말했어, 다들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원아가 말했다.“그럼 우리도 가요.”원원은 원아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이닝룸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았다. 엄마가 만든 요리의 맛있는 냄새 같았다.“맛있는 냄새!”원원은 감탄했다.“현자 할머니가 너희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준비해줬고, 언니는 너희가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었단다.”원아가 말했다.식재료는 모두 오현자가 준비했고 원아는 그것으로 요리를 했다.“너무 좋아요. 언니가 만든 요리는 정말 맛있어요.”원원이 다이닝룸에 들어서
헨리는 옆에서 감탄했다.“아, 정말 배불어요.”오현자는 그릇과 젓가락을 치우며 아이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염 교수님이 계시면 도련님들과 아가씨는 편식을 전혀 하지 않네요.”원아는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거실에 가서 좀 걸을까? 조금 있다가 현자 할머니에게 과일 준비해 달라고 할게.”“그래, 누나.”장난꾸러기 같은 성격의 헨리는 움직이기를 좋아해서 걷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원아는 훈아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먹은 듯했다.훈아가 먼저 말했다.“누나, 안심하세요. 저도 좀 걸으면서 소화시킬
원원이 다시 한번 부탁했다.“안심해, 언니한테 맡겨. 지금 사진기 찾아봐야겠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거든.”원아는 말을 마치고 원원의 침실을 나갔다. 조금 전 원원이 한 말에 원아의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소남과 함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한 삶은 모두 아름다웠다.원아는 자기 침실로 돌아가서 캐비닛에서 사진기를 찾았다. 이 사진기는 원아가 공포의 섬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산 것이었다. 그때는 자신이 여기에 얼마나 머물 것인지 몰라서 A시의 풍경을 찍어 나중에 다시 섬으로 돌아갔을 때 어린 심비에게 보여주고
“그래, 고마워.”원아는 사과를 받아 한 입 베어 물었다.“누나, 사과 맛있어요?”헨리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맛있어.”원아가 다시 한 입 먹었다.오현자가 신경 써서 사온 사과라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헨리도 사과 한 조각을 먹으며 원아에게 기대어 있었다.아이는 사과를 먹으면서 만화영화를 보고 매우 기뻐했다.만화영화가 끝난 후 원아는 아이들에게 세수하고 빨리 자라고 재촉했다.아이들은 잘 따랐다.한 시간 후, 원아는 아이들이 모두 잠들었는지 확인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화장대에 둔 핸드폰을 보니 여러 개의 부
도재희는 오늘 원원의 가족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직 눈앞의 이 여자만이 문소남의 부하직원으로서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그렇군요. 그럼 선생님이 오늘 원원의 공연을 보러 오신 건가요?”“네, 그렇습니다.”원아가 말했다.‘내가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있는데, 이 선생님은 그걸 못 본 건가?’“바깥 공연장에 어린이 가족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보통 두 번째 줄에 있으니 그곳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도재희가 알려주었다.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원원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을 보
원아는 하늘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원아가 예성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원원이는 숙모와 사촌 언니가 공연 보러 올 줄은 생각 못 했을 거예요.”원아는 손에 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예전에 자신이 원아였을 때였다면 일단 참고 문현만에게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했겠지만, 지금은 ‘염초설’이기 때문에 문씨 집안의 문제에도 개의치 않았다.무엇보다 이하늘에게 아무리 잘해줘도 그들이 원원에게 잘해주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문씨 집안에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은 문현만과 문소남뿐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