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확실히 예전의 나답지 않아. 예전의 나는 얼마나 멋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조심히 하고, 알렉세이와 연락이 안 되니 하늘이 무너진 듯해...’실은 얼마 전, 티나는 자신이 알렉세이에게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알렉세이는 전혀 티나의 감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그래서 티나는 알렉세이가 자신과 연락이 되지 않는 이유가, 첫째로 알렉세이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피하고 있거나, 둘째로는 알렉세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최근 불면증이 좀 심해요.”티
원아가 보기에는, 비록 알렉세이가 지금 공포의 섬과 같은 처지에 있고, 외부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엮이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원아는 알리사와 알렉세이를 공포의 섬에서 벗어나게 할 자신이 있었다.“그래요?”티나의 마음이 약간 움직였다.‘정말 염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라면 알렉세이는 일부러 나를 무시한 게 아니었어... 단지 연락할 방법이 없었을 뿐이었지...’티나의 마음이 좀 편해졌다.‘비록 염 교수님이 나와 알렉세이가 자주 연락한다는 것을 몰랐지만, 요즘은 친구를 사귀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니 가족에게 보고
“네.”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티나가 사무실을 떠나고 나서 그녀는 계속 일에 몰두했다.3시가 되자 수혁이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들어와요.”원아는 시간을 확인하고 이마를 문질렀다.‘잠시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벌써 3시가 되었네.’수혁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일깨워주었다.“교수님, 이미 3시가 되었습니다.”“그래요, 가죠.”원아는 차키와 노트북을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성은은 사무실에 앉아 원아와 수혁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나가서 물었다.“교수님, 어디 가시는 거죠?”“HS제약 회의에 참석해야
원아는 주지혜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이미 두 명의 교수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원아가 들어오자 두 교수는 잇달아 말했다.“염 교수님, 오셨어요. 오랜만이에요.”“오랜만입니다, 임창만 교수님, 장재원 교수님.”원아는 두 교수가 자신을 환영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T그룹 소문이 여기까지 전해졌나 보네.’두 회사는 깊은 관련이 없지만, 여전히 들리지 말아야 할 소문들이 퍼져 원아는 무력감을 느꼈다.“오랜만이에요. 어서 앉으세요.”임창만 교수는 원아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염 교수는 문소남 대표와 아
김태식은 넌지시 공모의 가능성을 암시했다.어쨌든 서두인 교수가 연구팀의 책임자이긴 하지만, 혼자서 연구를 팔아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니 분명히 누군가가 서두인 교수와 공모했다고 생각했다.한 교수가 김태식의 말을 듣고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김 사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냥 위에서 지시한 내용을 전달할 뿐입니다.”김태식은 설명했다.원아는 김태식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저런 말은 절대 소남 씨가 지시한 것이 아니야. 동 비서님도 소남 씨의 의사를 함부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HS제약의 원로 교수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대할 수도 없다.원아가 걱정하는 것은 안드레이가 나중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이다.안드레이의 제약회사도 A시에서 꽤 유명해서, 만약 HS제약의 원로 교수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현재 회사의 복지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교수가 그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그렇게 되면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가져가거나 연구를 중단할 수도 있어서, HS제약이 초기 단계에 투자한 연구비가 물거품이 될 것이다.원아는 당연히 안드레이에게
수혁은 조심스럽게 차를 몰며 뒤쪽 거울을 한번 보았다.“교수님...”“응, 할 말이 있어요?”원아가 물었다.“아니에요...”수혁은 자신의 느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염초설 교수’의 연구 보조가 되었고, 게다가 ‘염초설 교수’의 연구팀에서 그렇게 많은 암투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태식의 속셈에 대해 뭔가 느끼긴 느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혹시 오늘 회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된 부분이라
성은은 얼른 나가서 말했다.“염 교수님, 지금 실험실로 가시는 거예요?”원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네, 왜요?”“문 대표님이 지금 교수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성은은 소남이 ‘염 교수’의 사무실에 있음을 알려주었다.소남은 원아가 회의 때문에 HS제약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한 것이다.소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원아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뒤돌아서서 수혁에게 먼저 실험실에 가라고 손짓했다.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실험실로 향했다.원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