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부터 고객님이 그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높은 가격에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기에 자신 있게 원아를 바라보았다.그래서 그녀는 이를 협상 카드로 삼아 원아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을 작정이었다.엘사가 끈질기게 부탁하는 것을 들으며 원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완곡하게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귀국합니다. 드레스와 액세서리 여기 있으니 가져가세요.”드레스는 예뻤지만, 원아의 눈에는 그저 옷에 불과했다.그저 옷 한 벌일 뿐, 대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엘사는 포기하
“고객님, 제 제안을 거절하신 걸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이 말을 들은 원아는 말문이 막혔다.‘후회할 게 뭐가 있어?’‘이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은 내가 평소에 입을 일도 없는 옷인데...’ “조심해서 가세요.”원아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억지로 엘사의 손을 잡아끌고 나갔다.세 사람이 객실 입구를 나가자마자 원아는 바로 문을 닫고 아직도 전화를 들고 있는 소남을 바라보았다.그는 R국어로 수화기 너머의 직원을 향해 말했다.“이제 필요 없어요.”말이 끝나자 그는 전화를 끊고 원아에게 말했다.“에
마르코스 가문 저택의 한 곳.집사는 페트르가 사설탐정에게 ‘염초설’을 조사하라고 한 일을 마르코스에게 보고했다.마르코스의 눈빛이 심각해졌다.‘페트르 내 충고를 새겨듣지 않다니!’집사는 마르코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도련님을 막으시겠습니까?”“그 사람을 누가 막을 수 있겠어?”마르코스는 혐오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지금 자기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페트르의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그러나 가문에서 아무도 페트르의 이런 황당한 행동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가문의 다른
지금 사진 속에서 나이를 많이 먹은 듯한 여자를 보면서 마르코스는 자기 어머니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거짓이라고 확신했다.문소남은 가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저녁이 되어서야 마르코스는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문 대표님 일행은 이미 공항에서 탑승하여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그래, 알았어.”마르코스는 전화를 끊었다.‘보아하니 문 대표도 아주 똑똑한 사람이야... 페트르가 염초설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바로 최대한 빨리 우리나라를 떠나기로
“별일 아니에요.”페트르는 자신이 ‘염초설’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결국, 그 여자는 마르코스와 공동사업을 할 회사의 직원이라 이 일은 아직은 일단 비밀로 해야 했고, 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아버지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테오도르는 아들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번엔 또 어떤 여자가 마음에 든 거야?”페트르는 테오도르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아버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너도 나이가 어린 편도 아니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빨리 결혼해서 내 손자도 낳아주어야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테오도르가 되물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일은 삼촌이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마르코스는 냅킨을 들고 입을 닦고 일어섰다. 그의 얼굴의 웃음은 여전했다.“저는 다 먹었습니다. 회사 일도 처리해야 하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테오도르는 흐릿한 눈빛으로 마르코스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페트르의 얼굴로 옮겨졌다.“말해봐, 어떻게 된 일이야?”“아버지, 저도 제 방식이 있으니 그 녀석이 하는 말을 믿지 마세요.”페트르는 여전히 자기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쉬고 있는 원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번 함께 여행한 경험이 있는 그는 원아가 오늘도 조용할 것이라고 짐작했고, 장거리 이동 수단을 타자마자 휴식을 취할 기회를 잡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소남은 원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비행이 지연된 탓에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이륙한 후 기내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승무원이 쟁반을 들고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남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승무원은 옆자리에서 담요를 덮고 잠든 여성을 발견하고, 조용히 메뉴판을 소남에게 건네기 전에
게다가, 설사 같은 길로 갈 수 있다고 해도 그는 감히 자기 보스와 원아를 방해할 마음이 없었다.소남은 원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가시죠, 이제 집에 가야죠.”그 말을 듣던 원아의 귀는 설명할 수 없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소남 씨가 집에 가자고 했어...’소남의 발걸음을 따라 원아도 공항을 빠져나왔다.밖은 영하 날씨로 매우 춥고 바람도 매섭게 몰아쳤지만, ‘집에 가자’는 소남의 말 때문에 원아의 마음은 유난히 따뜻해졌다.애정 어린 말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지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소남의 말은 언제든지 원아를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