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욱은 재훈의 말에 자극을 받아 욱했지만, 재훈과 달리 아무리 화가 난 상황에서도 이성이 남아 있었다.“재훈이 기절시킨 뒤 묶어서 방에 가둬.”현욱이 경호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막 들어온 경호원 한 명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얼른 말했다. “대표님, 그래도 괜찮을까요?”“묶어!” 현욱은 재훈과 계속 이렇게 시간만 낭비할 인내심이 전혀 없었다.경호원들이 재훈을 힐끗 보고는 그중의 두 명이 바로 그를 에워싸고 사과했다.“실례하겠습니다. 재훈 도련님.”재훈은 다가오는 경호원들을 보고 화를 내며 의자를 밟았다.
현욱은 싸움으로 난장판이 된 선내를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지시했다.“여길 청소해.”“네.” 웨이터 두 명이 청소하러 올라갔다.현욱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이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이연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현욱의 뒤로 보이는 장식을 보고, 눈에 약간의 실망이 배어났다.[아직도 유람선에 있는 거예요?]“응, 왜? 나 보고 싶어?” 현욱은 이연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전혀요, 당신이 없는 동안 내가 얼마나 자유롭게 살고 있는데요. 당신을 생각할 시간조차도 없어요!]이연은 그에게
“날 속일 생각 말고 솔직히 말해. 그동안 밥 잘 못 먹었지?” 현욱은 이연의 야윈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춘미 이모님이 당신한테 말했어요?] 이연은 혀를 내둘렀다. 황춘미는 현욱이 지금 이연과 같이 살고 있는 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도우미이고, 주로 청소와 요리를 담당하고 있다. 실은 이연이 요즘 별로 식욕이 없었던 이유는 주로 현욱이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 이연은 자신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정말로 밥도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현욱이 그리웠다. “이모님은 아무
두 형제간의 일은 자신이 경호원으로서 뭐라 말하기도 어려우니 잠자코 지시를 따르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다른 곳.계약식이 끝난 뒤 문소남은 마르코스와 짧은 인터뷰를 했다.원아는 무대 위에 있는 소남을 보면서 의기양양하고 냉엄하고 도도한 모습에 설렘을 느꼈다.그녀는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힐끗 쳐다보았다.마르코스가 옆에 서 있어도 많은 여성 기자들의 시선은 계속 소남에게 갔고, 몇몇 기자들은 소남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계속 손을 들기도 했다.소남이 어제 왜 깁스를 풀자고 주장했는지 원아는 순간 깨달았다.많은 사람의
그 자리에 있던 T그룹의 다른 직원도 맞장구를 쳤다.“제가 전에 이 나라 귀족들이 사는 저택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그런 저택들은 거의 다 지난 세기에 지어진 고급스러운 정원식 저택이었어요.”“그래요?”“네. 마르코스 대표님의 가문은 R국 쪽에서는 손꼽히는 거대한 가문으로 어마어마한 재산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최고의 명문가 집안이죠.”장 변호사가 옆에서 말을 이어갔다.마르코스의 저택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T그룹의 직원들은 매우 기뻐 보였다.반면에 원아는 묵묵히 그곳에 선 채 직원들의 얘기에
그녀는 빠른 움직임으로 실밥을 끝까지 다 제거한 후 분홍빛 흉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흉터가 남는다고 해도 원아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염초설 씨.”원아가 옷을 내려놓고 약품을 탁자 위에 올려놓기도 전에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소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원아는 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밥 먹어요.”소남이 그녀의 방을 힐끗 보았다.“네.”원아가 방을 나가자 동준은 이미 테이블 옆에 서서 수저를 준비하고 있었다.“대표님, 교수님, 이제 드시면 됩니다.”동준은 수저를 차려놓고
원아가 막 옷을 걷어 올리려고 할 때 객실 문이 열렸다.소남은 복잡한 표정으로 문쪽을 바라보았다.동준은 그곳에 서서 소남과 원아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무슨 큰일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그리고 그는 원아의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동준의 시선은 다시 소남의 얼굴로 옮겨져 좋지 않은 표정을 보면서, 지금 자신이 문을 연 것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그는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동준은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감히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이
‘지금 이 상처는 나중에 완전히 아물어도 흔적이 남을 거고, 앞으로 이 상처들을 보면 내가 내 여자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들었는지 떠올리게 될 거야...’원아는 그가 이렇게 바라보자 제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얼른 옷을 내리며 말했다.“대표님, 동 비서님과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소남은 그녀의 상처가 확실히 이미 다 나았다는 걸 확인했고 게다가 실밥도 제거되어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동준은 소남이 방을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