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도 바로 원아를 거들었다.“염 교수가 지금 어머니에게 하는 제안은 다 어머니를 위해서예요. 그러니까, 약은 염 교수가 처방해 드리지만, 드시든 안 드시든 그건 어머니의 선택이에요.”장인숙은 소남을 노려보았다. 불만스러웠다. 자기 아들인데 항상 남의 편이었다.“알았어, 약 잘 먹을게. 효과 없으면 그만 먹을 거야. 됐지?” 장인숙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소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원아 역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장인숙은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문득 한 가지 일이
“어머니,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어머니를 H국에 보내서 거기에 유명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드리려고 해요. 그 나라는 성형기술이 발달해서 국내 의사들이 안 된다고 하는 케이스도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만약 어머니가 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여기에 계속 계셔도 돼요.” 소남은 원래 장인숙을 H국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다. 원래는 몇 달 연기하고 싶었는데, 지금 자기 어머니가 집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니, 바로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장인숙을 일단 내보내면 이 집안 모든 사람에게 조용한 날이 많아질 것
“예, 대표님.” 김 집사가 대답했다.소남이 원아를 바라보는 표정이 평안했다.“가요.”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나갔다.김 집사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탄식했다. ‘우리 대표님은 염 교수님과 정말 잘 어울려 하지만 두 분의 사이에는 원아 사모님이 있으니 앞으로 어려울 겁니다.’이때 예성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우리 형은요?”“대표님은 방금 염 교수님과 함께 떠났습니다.” 김 집사가 대답했다.예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형 방금 나갈 때
소남은 원아가 무의식중에 내뱉은 말을 듣고 액셀을 밟으며 물었다.“염 교수 지금 날 동정하는 거예요?”“아니요, 대표님의 신분과 지위는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것이죠. 그 누구도 동정하지 않아요.”원아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속으로 후회했다. 방금은 너무 생각 없이 말을 뱉고 말았다.“염초설 씨, 그런 것들은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들인 걸 잘 알면서도 왜 그런 말을 하죠? 당신에게 정말 날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긴 해요?”소남이 물었다.“아니에요.”원아는 뜸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소남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마트에 들어서자 원아는 바로 쇼핑카트를 밀고 가려고 하는데 소남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대표님, 카트는요?”원아가 물었다.“염초설 씨가 카트를 밀고 있잖아요. 카트가 두 개나 필요한가요?”소남은 아예 카트를 가져갈 생각이 없다는 듯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원아는 그가 자신과 함께 움직이려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을 알았다.이제는 소남의 이런 행동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더 이상 추측하고 싶지 않고... 어차피 이 남자는 이미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추측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원아는 카트를 밀며
원아는 식재료를 구매한 후 과자 매대 쪽으로 가서 소남이 여러 가지 과자를 골라 카트에 넣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도 암암리에 머릿속으로 그 간식들을 기억했다.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함께 계산대로 갔다. 직원은 모든 물품을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원아가 움직이기 전에 소남이 핸드폰으로 계산을 마쳤다.원아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원래 자신이 계산하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가 먼저 계산해버렸다.집에 돌아오자 세 아이가 소남과 원아를 에워쌌다.헨리가 귀여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빠, 과자 사오셨어요?”“그럼,
아이들이 밥을 다 먹은 후, 원아는 보온병에 죽을 담아 들고 병원으로 출발했다.소남이 온라인 미팅을 마친 후 쟁반을 들고 내려오자 오현자가 받아서 들어 주방 쪽으로 가져갔다. 그는 무의식중에 원아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헨리는 소파에 앉아 그림책을 보다가 소남을 보고 말했다.“아빠, 찾아봤자 누나는 없어요. 누나는 이미 나갔어요.”“나갔어?”소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아들의 곁에 앉았다.“네.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나갔어요. 연이 이모를 보러 간다고 했어요.”헨리는 아주 정확하게 원아의 말을 전해주었다.“그럼 왜 아빠를
“정말 괜찮아요.”이연은 의사를 찾으려는 현욱의 모습을 보고 얼른 말리고 ‘초설’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날 믿지 못하겠으면 초설 씨에게 맥을 짚어달라고 할게요. 초설 씨 실력은 문 대표도 인정했잖아요.”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연에게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한번 봐볼까요?”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아의 실력이라면 믿을 수 있다.원아가 손을 뻗어 이연의 맥을 짚자 병실의 분위기가 조용해졌고, 잠시 후에 원아가 손을 거두었다.현욱 조심스럽게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때요?”“약간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