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가 탄 차가 입찰제안서에 나와 있는 땅이 있는 마을을 지날 때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뜻밖에 임문정을 만났다. 그는 캐주얼한 차림으로 공무원들과 함께 그곳을 시찰 중이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장서서 허리를 숙이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아는 차에 앉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저분이 내 아버지야.’달리는 차는 점점 멀어졌고, 마침내 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원아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원아는 사업
원아의 말에 사업부서의 중간관리직 직원들을 화가 났다.그러나 지금은 반박할만한 때가 아녀서 애써 화를 누르며 그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한편, 소지겸은 그런 원아의 결정에 감탄했다.그는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산속을 유유히 누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활짝 웃었다.사실, 문소남이 대표로 있을 때, 소지겸은 이 사업을 제안했었다. 그리고 문소남은 이를 가능하다고 보고 그에게 상세한 입찰제안서를 써서 가져오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쓰기도 전에 사고가 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의 아내 역시 문 대표와 의견이 같을 줄을
식사를 마친 후, 임문정은 원아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황폐한 산을 개척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관해 물었다.그녀가 산을 밀어버리고 집을 지으려는 것을 알고 난 그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원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이 염려하고 있는 바를 털어놓았다. “제가 이곳의 지리적 환경을 조사해 보았는데, 꽤 좋았어요.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산을 깎거나 수로를 만드는 것은 별로 문제가 아니에요. 단지, 제가 염려되는 것은 이곳의 교통이에요…….”T그룹은 세계 최고의 기술팀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면에서는 걱정되는
카시안은 문소남이 멋진 외모를 지녔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도 매력적이었지만, 눈을 뜨니 마치 온 세상의 빛을 다 빨아들인 듯 영롱한 눈빛이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 넋을 잃게 만드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던 카시안은 다급히 투명한 수정구슬을 꺼냈다.그것은 눈부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문소남의 매서운 눈동자가 수정구슬을 바라보는 순간 산만해졌다.“편히 쉬어요. 지금 당신은 부드러운 바다 위에 있어요. 휘영청 밝은 달빛이 세상을 덮고, 맑은 파도가 부드럽게 모래사장을 덮고 있지요. 보세요! 달은
모스크바.밤. 번화하면서도 차가운 도시.찬바람이 휘몰아치고 함박눈이 흩날리며, 세상이 온통 은빛으로 뒤덮였다.쏟아지는 눈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었다.너무 추운 날씨 탓에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모처럼 고요한 밤이었다.완벽하고도 매끄러운 선을 가진 롱 블랙 벤틀리가 마치 유연한 황새치처럼 눈 속을 누비며 빠르게 달렸다.어두운 골목길.몸집이 크고 해진 옷을 입은 채 손에 흉기를 든 건달들이 아름다운 외모의 한국계 젊은 여자 둘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눈송이가 여자들 위로 떨어지며 머리카락을 적셨다.두꺼운 패딩점
T그룹.원아는 새 건축사업에 ‘그리움·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녀는 한 남자를 그리워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그녀 마음의 소원과도 같은 사람이었다.어떤 작가가 ‘비를 기다리는 것은 우산의 숙명’이라고 말했다.원아는 자신이 바로 그 우산이 되어 메마른 마음을 적셔 줄 비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그리움·그린’ 사업이 마무리되면,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이라고 믿었다.……‘그리움·그린’ 건축사업 공사는 비록 시작은 호기로웠지만, 곧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이전에 VIVA 그룹과의 합작에 문제가
그녀는 지금 실행 가능한 방법이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에서 자금 조달로 인한 법률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는 터라 자금 조달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잘못하면, 경제사건에 해당하는 분쟁으로 번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금융위원회의 감독과 조사도 이뤄질 수 있어 골칫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동준은 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해요. 우리가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임문정은 주희진의 말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설사 아내가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회를 봐서 원아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일을 더는 늦추지 말자고 말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나도 우리 딸을 빨리 데리고 오고 싶어. 며칠 전 산수마을에서 원아를 만났는데, 친딸이 내 눈앞에 있는데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 부쩍 여위고 초췌한 모습을 보니 아버지인…… 내 마음이 무척 아팠어.”주희진은 붓을 내려놓고 손을 씻은 뒤, 등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목을 어루만졌다.“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