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안은 문소남이 멋진 외모를 지녔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도 매력적이었지만, 눈을 뜨니 마치 온 세상의 빛을 다 빨아들인 듯 영롱한 눈빛이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 넋을 잃게 만드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던 카시안은 다급히 투명한 수정구슬을 꺼냈다.그것은 눈부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문소남의 매서운 눈동자가 수정구슬을 바라보는 순간 산만해졌다.“편히 쉬어요. 지금 당신은 부드러운 바다 위에 있어요. 휘영청 밝은 달빛이 세상을 덮고, 맑은 파도가 부드럽게 모래사장을 덮고 있지요. 보세요! 달은
모스크바.밤. 번화하면서도 차가운 도시.찬바람이 휘몰아치고 함박눈이 흩날리며, 세상이 온통 은빛으로 뒤덮였다.쏟아지는 눈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었다.너무 추운 날씨 탓에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모처럼 고요한 밤이었다.완벽하고도 매끄러운 선을 가진 롱 블랙 벤틀리가 마치 유연한 황새치처럼 눈 속을 누비며 빠르게 달렸다.어두운 골목길.몸집이 크고 해진 옷을 입은 채 손에 흉기를 든 건달들이 아름다운 외모의 한국계 젊은 여자 둘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눈송이가 여자들 위로 떨어지며 머리카락을 적셨다.두꺼운 패딩점
T그룹.원아는 새 건축사업에 ‘그리움·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녀는 한 남자를 그리워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그녀 마음의 소원과도 같은 사람이었다.어떤 작가가 ‘비를 기다리는 것은 우산의 숙명’이라고 말했다.원아는 자신이 바로 그 우산이 되어 메마른 마음을 적셔 줄 비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그리움·그린’ 사업이 마무리되면,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이라고 믿었다.……‘그리움·그린’ 건축사업 공사는 비록 시작은 호기로웠지만, 곧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이전에 VIVA 그룹과의 합작에 문제가
그녀는 지금 실행 가능한 방법이 이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에서 자금 조달로 인한 법률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는 터라 자금 조달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잘못하면, 경제사건에 해당하는 분쟁으로 번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금융위원회의 감독과 조사도 이뤄질 수 있어 골칫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동준은 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해요. 우리가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임문정은 주희진의 말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설사 아내가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회를 봐서 원아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일을 더는 늦추지 말자고 말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나도 우리 딸을 빨리 데리고 오고 싶어. 며칠 전 산수마을에서 원아를 만났는데, 친딸이 내 눈앞에 있는데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 부쩍 여위고 초췌한 모습을 보니 아버지인…… 내 마음이 무척 아팠어.”주희진은 붓을 내려놓고 손을 씻은 뒤, 등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목을 어루만졌다.“여보
주희진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우리 딸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실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왜 갑자기 문씨 집안에 가서 우리 딸을 데려올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임문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남편을 잃은 데다 문씨 집안에서 구박을 받을까 봐 걱정돼서겠지.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우리가 그 아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싶었던 것 아니야?” 그녀는 남편의 손을 잡고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당신이 말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긴 해요. 장인숙 그 여자는 원래가 제멋대로예요
딸의 잠꼬대를 들은 원아는 손을 내밀어 원원의 작은 손을 잡았다.그녀는 딸의 손이 차가운 것 같아 자신의 손으로 꼬옥 감싸주었다.그때 원원이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엄마를 발견한 원원은 잠이 덜 깬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엄마?”원아는 이불을 걷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딸 깼어? 시간이 아직 이르니 좀 더 자.”원원은 눈을 비비며 궁금한 듯 물었다.“엄마, 아빠는 돌아왔어요? 나 방금 아빠 꿈꿨어요. 아빠가 나와 오빠한테 장난감을 많이 사주셨어요. 디즈니랜드에도 놀러 가자고 했는데…… 엄마, 아빠 출장 간 지
문 노인이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원아야, 문정 아저씨와 희진 이모는 전에 본 적이 있으니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되겠지? 오늘 이들 부부가 이곳에 온 것은 바로 너 때문이란다.”“저 때문에요?” 원아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임문정과 주희진을 바라보았다.“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뭐지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희진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 하나를 원아에게 내밀었다.가정부는 자연스럽게 원아의 품에 있는 아기를 데려가 안았다.원아는 서류를 받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DNA 유전자검사 결과지였다. 그녀는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