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숙의 말은 마치 커다란 망치처럼 주희진의 마음을 세게 내리쳤다.친딸을 찾는 것은 그녀의 평생 소원이었다.희진은 흥분하며 인숙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뭐라고? 내 딸은 지금 어디에 있어? 어서 말해봐. 네가 알려 주기만 하면…… 네 아들 회사의 일들은 모두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게. 약속해!”장인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 뺐다. “너 너무 흥분하는 거 아냐? 날 죽이려고 작정했니?”주희진은 붉어진 인숙의 팔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내 딸
임영은은 안에서 소리가 나자,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는 희진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엄마!” 영은은 들고 있던 쟁반을 얼른 탁자 위에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아직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왜 일어나셨어요?”주희진은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머리에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머릿속이 텅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의식이 점차 또렷해지면서 조금 전 장인숙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영은의 도움을 받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딸을 문밖
원민지는 절망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베개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원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록 며칠 안 된 치료 기간에도 그녀는 온몸이 마치 빠짝 마른 식물처럼 시들시들 생기가 없었다. 원아는 창문에 커튼을 친 후, 과일 바구니에서 포도 한 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가서 꼼꼼하게 씻은 후 하나하나 따서 접시에 담아 고모 앞에 내놓았다.“고모, 포도 좀 드세요.”원아는 포도 한 알을 원민지에게 건네었다.“수액을 맞으면 입이 써요. 그럴 땐 달콤한 것을 먹으면 좀 괜찮아져요
원아는 병실 온도가 낮아서인지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고모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높였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수액을 맞으며 잠이 든 고모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원아의 얼굴은 꽤 평온해 보였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고모가 수술하도록 할 수 있을까?’그녀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띵동'하는 소리가 나며 카톡 메시지가 왔음을 알려주었다.혹시 회사일지 몰라 그녀는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몇 개는 구독 중인 카카오톡 채널의
임영은은 치맛자락을 들고 황급히 추예림의 사무실로 달려갔다.“언니, 왜 내 배역을 다른 사람이 가져갔어요? 촬영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배역이 바뀌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추예림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알겠어? 모두 다 윗사람들이 결정한 일인데. 네가 요즘 너무 소란스러웠어. 너무 떠벌리고 다녔다고…….”추예림은 억울했다. 입지가 탄탄한 여배우와 함께하면서 이름을 떨치며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애써 만든 이미지를 영은 스스로 다 무너뜨려 버렸다. 이런 억울한 마음을 어디
소남은 원아의 의심이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임 지사 부인이 따뜻하게 대한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되잖아. 어쨌든 그분은 당신의 친엄마인데, 차갑게 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소남은 원아가 총명하긴 하지만 때로는 어리석은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원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난 사모님이 내 친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분은 내가 자기 딸인 것을 모르잖아요. 이렇게 자주 연락하다가 내가 날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돼요…….”소남은 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을 톡 치며 웃었다.“
원아는 창가에 서서 멍하니 그가 스포츠카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이 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자신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그가 미웠다. 그녀 역시 남궁산이 소남을 구하기 위해 외모까지 바꾸는 커다란 결심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대신해 범죄 혐의를 뒤집어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소남이 그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인 자신과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남궁산이 그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썼지만, 나중에 소남은
도착한 곳은 경비가 삼엄했다. 몇 걸음 간격으로 검은 옷을 입을 사람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레이는 별장의 1 층 로비에서 문소남을 맞이했다.소남은 레이가 이렇게 젊은 남자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레이는 당연히 고루한 모습의 뻔뻔한 노인이거나, 흉악한 얼굴의 중년 남자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는 러시아 남자 특유의 외모로 키와 덩치가 컸다. 하지만 얌전한 얼굴에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소문으로만 듣던 마피아 대부가 이렇게 멋진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