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은이 도시락 뚜껑을 모두 열자 병실 안은 순식간에 고기 냄새로 가득 찼다.유난히 진한 냄새였다.평소라면 배고픈 사람에게 식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냄새였지만 지금은…….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보아하니 임영은은 평소에 응석받이로 자라 전혀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것 같았다.영은은 어머니의 못마땅한 표정을 전혀 알아 체지 못했다.그녀는 음식 하나를 주희진 앞에 내밀고는 먹이려고 했다.“엄마, 먼저 이것 좀 드세요. 아리랑의 음식은 모두 최고의 요리사가 정성껏 만든 거예요. 게다가 제가 고른 것 모두 엄마가
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문소남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회의가 있다고 했잖아요…….”원아는 때로 그가 정말 귀신이 아닌가 생각했다. 자신이 사고를 당할 때면 항상 그가 제일 먼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어쩌면 신일지도 몰랐다.원아는 지금 그를 만나게 된 것이 매우 기뻤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혹시나 자신이 그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 짐이 되어서는 안 됐다.소남은 그녀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 조심스럽게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그녀를 병원 도로 옆에
문 노인이 또다시 지팡이로 예성을 때리려 하자 채은서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버님!”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예성의 앞을 막고 자신의 몸으로 아들을 단단히 감쌌다.“아버님, 예성은 몸이 약해서 이렇게 때리시면 견디지 못해요. 정 화가 나시면 저를 때려주세요!”이 지팡이로 맞는다면 뼈를 다칠 수밖에 없었다. 채은서는 예성이가 지팡이로 맞을 때마다 자신의 마음이 매질을 당하는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마치 어린 송아지 새끼를 보호하듯이 예성이를 보호했다. 문 노인은 며느리가 직접 나서는 것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잡
임영은은 장인숙이 찾아온 것을 보고 순간 기뻤다.그녀는 문을 열고 밝은 얼굴로 장인숙을 맞이했다.“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장인숙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임영은에 대해 꽤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임영은은 비위도 잘 맞췄을 뿐만 아니라, 매번 자신을 만날 때마다 각종 명품을 선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서 교수를 유혹하는 영상을 본 이후로 장인숙은 영은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임영은이 아들 소남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했다.지나치게 자신을 환영하는 영은을 본 장인숙은 안
장인숙의 말은 마치 커다란 망치처럼 주희진의 마음을 세게 내리쳤다.친딸을 찾는 것은 그녀의 평생 소원이었다.희진은 흥분하며 인숙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뭐라고? 내 딸은 지금 어디에 있어? 어서 말해봐. 네가 알려 주기만 하면…… 네 아들 회사의 일들은 모두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게. 약속해!”장인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 뺐다. “너 너무 흥분하는 거 아냐? 날 죽이려고 작정했니?”주희진은 붉어진 인숙의 팔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내 딸
임영은은 안에서 소리가 나자,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는 희진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엄마!” 영은은 들고 있던 쟁반을 얼른 탁자 위에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아직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왜 일어나셨어요?”주희진은 탁자 모서리에 부딪힌 머리에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머릿속이 텅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의식이 점차 또렷해지면서 조금 전 장인숙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영은의 도움을 받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딸을 문밖
원민지는 절망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베개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원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비록 며칠 안 된 치료 기간에도 그녀는 온몸이 마치 빠짝 마른 식물처럼 시들시들 생기가 없었다. 원아는 창문에 커튼을 친 후, 과일 바구니에서 포도 한 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가서 꼼꼼하게 씻은 후 하나하나 따서 접시에 담아 고모 앞에 내놓았다.“고모, 포도 좀 드세요.”원아는 포도 한 알을 원민지에게 건네었다.“수액을 맞으면 입이 써요. 그럴 땐 달콤한 것을 먹으면 좀 괜찮아져요
원아는 병실 온도가 낮아서인지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고모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높였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수액을 맞으며 잠이 든 고모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원아의 얼굴은 꽤 평온해 보였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고모가 수술하도록 할 수 있을까?’그녀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띵동'하는 소리가 나며 카톡 메시지가 왔음을 알려주었다.혹시 회사일지 몰라 그녀는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몇 개는 구독 중인 카카오톡 채널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