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간호사의 말에 주희진을 한 번 보고 미소를 지었다.“간호사님이 착각하셨나 봐요. 이분은 임 지사님 사모님이세요. 저희는 모녀 관계가 아니에요…….”앳돼 보이는 얼굴의 간호사는 주희진의 팔에서 주삿바늘을 빼면서 민망한 듯 미소를 지었다.“아, 죄송합니다. 두 분이 너무 닮아서 제가 착각했어요…….”원아도 그녀의 말에 웃으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주희진은 달랐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원아를 바라보았다. 왜 사람들이 자신과 원아의 사이를 모녀 관계로 착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수희도 원아를 처음 보았을
물론 그녀도 영은에게 그만 마음을 접으라고 충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영은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그녀의 충고를 무시했다.문소남의 영은을 대하는 태도가 갑자기 왜 바뀌었는지 생각하던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문소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남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어떤 협박과 회유에도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자면, 설마 영은이 정말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여 고의로 그들을 갈라놓았단 말인가?‘설마,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어떻게든 딸의 입장에 서서 보호해 주고 싶
원민지는 머릿속이 온통 어지러워, 원아의 혈액 검사 결과지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다.그녀는 원아의 혈액형 란에 ‘O형’이라고 분명히 표기된 것을 보고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고모, 괜찮아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원아는 고모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그녀 앞으로 갔다.“아니…… 문제는 무슨, 아무 문제도…… 없어…….”원민지는 침착하려고 애썼다.“선화야, 혹시 혈액 검사가 틀리진 않겠지?”류선화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지를 흘겨보았다. 그녀는 책상 위의 진료 기록을 정리하며 매우
아늑한 방안에 임영은이 누워있었다. 그녀는 인형들에 둘러싸인 채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으악! 뱀…… 살려주세요!”그녀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는, 공포에 질린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뱀이 나오는 꿈을 꿨다. 그것들은 영은의 목덜미를 휘감아 숨을 쉬지 못하게 했다. 어떤 것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그녀를 삼키려 했다!청소하고 있던 가정부는 그녀의 비명을 듣고, 청소기를 던지듯 내려놓고 곧장 영은의 방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그림자 하나가 그녀의 방으로 뛰어갔다.주희진은 자물
주희진은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안색이 변하며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너…… 그게 사실이야? 그런데 왜 우리 부부가 조사하러 갔을 때는 아무 정보도 찾지 못했던 거지?”오수희는 물을 한 잔을 따라 주며 희진을 도로 자리에 앉혔다.“설마 누군가 일부러 임혜정의 자료를 지운 것이 아닐까? 틀림없이 장인숙 그 여자가 한 짓이야…… 마침, 우리 남편이 세관에서 일해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그 여자의 최근 출입국 기록을 알아봐 줬어. 임혜정은 거의 20여 년을 외국에서 살았고, 지금은 그 나라 국적을 취득한 상태
원아는 잠시 고민한 끝에 답장을 보냈다.[내일 상황을 보고 최대한 참석하도록 할게.]그녀는 미나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그녀는 한참 후에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보내왔다.[우리는 원아 네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어. 아이들이 모두 너를 보고 싶어 해. 모임 장소는 위캔드야. 내가 주소 보내 줄게.]곧바로 그녀는 모임 장소의 주소와 함께 룸 번호도 보내왔다. 원아는 휴대전화를 들고서 책상 위에 엎드렸다.그녀는 미나가 말한 것처럼 동창들이 모두 자신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나는 재벌가 남자친구의 팔짱을 낀 채 그를 소개했다.“원아, 소개할게. 내 약혼자 DK그룹의 설준기야. 오빠, 이쪽은 원아라고 해요. 제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서로 인사해요.”그녀는 과장된 목소리로 크게 남자친구를 소개했다.과연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 동창들이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명성이 자자한 DK그룹이라니!DK그룹은 실력면에서는 아직 A시 4대 재벌 가문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규모는 A시에서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어마어마했다.설준기는 키가 크고 건장하며 단정한 모습으로 전체적으로는 귀티가 흘렀지만 음탕
호화로운 룸 안의 커다란 소파에 앉은 익준은 여자를 품에 끌어안더니 거칠게 키스했다. “이렇게 오래 놀았는데도 역시 난 아바가 제일 마음에 들어!” 그는 지갑을 꺼내 안에서 두꺼운 지폐 한 묶음을 꺼냈다.그리고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바의 열린 옷깃에 지폐를 쑤셔 넣었다.“진짜 예쁘네.”“대표님 정말 나빠…….”아바는 부끄러운 척하며 주먹으로 익준의 가슴을 두드렸다.다른 여자들의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느끼며, 그녀는 한층 우쭐해졌다. 소남과 마주 앉은 송현욱은 표정 없는 얼굴로 주사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