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원아는 자기가 있는 곳이 낯선 장소라는 것을 알아챘다.넓은 방에는 커다란 창이 있어 창밖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마치 바다를 연상케 하는 벚꽃을 바라보던 원아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물이 오른 벚나무는 하얀 꽃을 잔뜩 피웠다.언젠가 소남과 함께 갔던 복사나무 숲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일이 기억났다. 원아는 많은 사람 앞에서 문씨 집안의 체면을 떨어뜨렸다.문씨 일가에게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고모도 실망하게 했다. 그들은 자신을 철없다고 생각할지 몰랐다
블루캐슬.요염은 영은에게 선물 받은 고가의 옷과 신발을 신고는 기쁨에 겨워 VIP룸에 들어갔다.그녀는 국내의 유명 영화감독 중 하나인 박지성 감독이 투자금만 몇백억에 달하는 영화를 계획 중이라는 소식을 친구에게서 전해 들었다. 출연 배우를 모두 신인으로 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요염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의 친구가 박 감독과 함께 일하는 프로듀서와 친분이 있었던 탓에 요염은 추천받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은 프로듀서를 통해 요염의 사진을 본 후, 그녀에게 오디션에 참가할 기회를 주었다.박 감독이 오늘 블루캐슬에 룸을 예약했다는
소남은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으로 요염을 바라봤다.“네가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야?”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경호원이 그녀를 놔주었다.요염은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그녀는 남자라면 다 좋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자기를 언제 죽일지 모르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그녀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용서를 빌었다.“잘못했어요. 문 대표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저는 원아와 아무런 원한도 없어요. 단지 영은이 시켜서 그랬을 뿐이에요. 그 애가 절 협박했어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저를 A 시에서
고급 전원주택.동준은 소남을 별장에 데려다주고 차를 몰고 되돌아갔다.그가 막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 멀리서 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놓으세요. 전 떠나야 해요!”“사모님, 대표님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사모님을 보낼 수 없어요.” 가사도우미의 목소리였다.소남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얇은 옷차림의 원아가 거실 입구에 서서 도우미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그녀가 기어코 떠나려 하는 것을 안 소남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원아!”소남이 그녀를 불렀다.원아는 자신을 부른 사람이 소남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신은 정말 걱정이 안 돼요?” 소남의 말에 원아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최근 며칠 동안 어떤 해결책도 구하지 못한 그녀는 고통스러운 마음뿐이었다.심지어 매일 밤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 소남은 경찰에 끌려갔다. 놀라서 깨어나 보면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자신이 뇌물을 준 증거가 CD에 분명히 남아 있었지만 소남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는 CD가 유출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있을까?’‘얼마나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될지 정말 알고 있을까?’소남은 손을 들어 원아의 턱을 감쌌다.얼마나 힘이 셌던지 아플 지경이었다.“이
호텔 밤의 경치는 아름다웠다.남자 하나가 얼굴 한쪽에 가면을 쓴 채 여자를 안고 있었다. 가리지 않은 얼굴은 꽤 준수했다. 남궁산이었다.밖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여자를 안고 재빨리 침대 밑으로 몸을 굴렸다.순간, 소음탄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조금 전까지 남궁산이 누워있던 침대 위로 떨어졌다.침대는 산산조각이 났다.검은 마스크를 쓰고 두 눈만 드러낸 남자 두 명이 창문으로 들어왔다.그들은 첫 번째 계획이 실패하자, 남궁산에게 권총을 겨누었다.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남궁산이 먼저 총을 뽑아 그들을
다음 날.영은은 분장실에 앉아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화장을 받으며 휴대전화를 닦았다. 원아에 대한 뉴스가 더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원아의 무너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그러나 아무리 SNS, 카카오 스토리, 유명한 개인 유튜브 채널 등을 살펴보아도, 그녀에 관한 글을 찾을 수 없었다. 영은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해졌다. 어제 자정 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에서 분명히 볼 수 있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원아에 대한 글이 게시된 모든 사이트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영은은
원아는 서현의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대체 뭔가 했더니 달랑 사진 몇 장뿐이네요? 서팀장님, 아직 제대로 조사도 안 됐는데, 왜 사진 속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포토샵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데요. 사람 얼굴 갖다 붙이는 건 일도 아니에요.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증거를 가지고 왜들 이러세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에요.”서현이 원아의 말을 어떻게 받아칠지 궁리하는 동안 이연이 말했다.“서 팀장님, 설마 아직도 모르고 계시는 건 아니죠? 그 글을 공유한 모든 계정은 이미 모두 차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