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게 누구야. 원아 씨 아냐? 남자한테 안겼지 않았어? 듣자하니, 그 부호가 별장 데려가서 호강을 시켜 준다며. 평생 여기 돌아올 리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찌 이리 빨리 돌아왔대? 설마 그 부호한테 차인 거야? 하, 그러게, 내가 뭐랬어. 여자가 안겨서는 끝이 좋을 리가 없지. 기어코 말 안 듣더니. 남자는 모두 새 걸 좋아하지, 오래된 건 싫어해. 원아 씨가 부귀할 운이 없으니, 참새가 봉황이 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지, 뭐.”원아는 정말 이 두씨 아주머니가 싫었다.그녀가 나이를 내세워 큰 소리 치는 게 너무 싫었다
원아는 이연을 위해 푸짐한 점심 상을 차렸다.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설거지를 하고, 주방 안팎까지 깨끗하게 닦았다.그런 뒤, 그녀는 다시 인근의 시장에 가서 채소들을 사다가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말 그대로‘눈으로 미끄러운 겨울’에 이연이 외출하기는 불편할 터였다. 그래서 육류와 채소들로 냉장고를 모두 채운 후, 이연이 음식을 하기 편하도록 모두 준비했다. 원아는 자신을 이렇게나 생각하니, 이연은 울컥해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 지 몰랐다.“어차피 회사도 곧 휴가이니, 그 동안은 더 이상 출근 안 해도 돼. 네가 연가를 낼 수
이문기는 아픈 마음으로 서지선을 쳐다보았다.예전의 그 청렴, 고결하고 도도하던 여자가 이 지경까지 타락했을 줄은 몰랐다.그를 미워해서. 그와 맞서기 위해서. 무엇보다 그를 굴복시키기 위해서. 그가 맡는 사건이라면, 서지선은 무조건 끼어들어 방해했다. 심지어 인의, 도덕도 저버리면서까지.이번에 그녀는 이혜진과 원선미 모녀를 위한 무료 변호에 자원했다. 단지 그를 굴복시키기 위해서…….몇차례의 소송을 진행하며, 이문기는 서지선이 성장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지금 그녀는 확실히 노련해졌다. 노련하면서 교활해졌다. 관건은
법원 정문을 나선 뒤,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니 원아의 눈이 밝아졌다.밝게 내리쬐는 바깥의 여전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막 왔을 때처럼 더 이상 침울하지 않았다.이혜진과 원선미 두 모녀는 마침내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원아의 허리를 감싸 안은 문소남은 그녀가 계속 눈썹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리 넋을 놓고 있지?”“이혜진과 원선미가 제1고등법원에 2차 항소를 한다면, 재판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요.”원아가 한숨을
원아는 그제야 문득 정신이 들었다. 오늘은 근무하는 날이었는데, 이혜진 모녀 재판 때문에 재차 휴가를 낸 것이었다.난처했다. 원아는 T그룹에 입사한 지 짧은 몇 달 사이에 연차 일수가 부서에서 제일 많았다.설계부서로 돌아가면 팀장님이 또 난리 치실 텐데…….문소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원아를 응시했다. 작은 얼굴이 다양한 표정들로 바뀌는 것을 보니, 무척 사랑스러웠다.“자꾸 쳐다보지 마요. 네?”원아는 문소남이 내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뜨거운 눈빛에 약간 긴장이 되었다.더욱이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
문예성이 눈물을 흘리며 도망쳤다. 마치 스스로 무덤을 판 것 같았다.그동안 형수가 순한 양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형수님, 정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네요.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예성이 원아를 원망하며 말했다.“내 생각엔 네가 너무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소남이 싸늘하게 말하며, 몸을 돌려 대표실로 향했다.“만약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지금 당장 남아프리카에 가도 돼. 내가 동준이 시켜서 가장 빠른 비행기 표를 구해 달라고 할 테니까.”“아, 형. 날
원아가 자료를 열심히 보고 있을 때였다. 서현이 정장 차림의 사람들 몇 명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이분은 VIVI 그룹 설계부서 부장이고, 또 다른 분들은 VIVI그룹 설계부서의 부장과 책임 디자이너들입니다. 서로 인사 나누시기 바랍니다.”원아는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여자 부장은 대략 30대 후반인 듯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꽤 젊어 보였다.“안녕하세요, 저는 T그룹 설계부서 주임 주소은입니다. 앞으로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소은이 웃음 띤 얼굴로 여자
‘원아라는 사람은 유난히 어려 보여. 마치 갓 졸업한 대학생처럼 말이야. 저런 애송이가 이렇게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VIVI 그룹의 설계 디자이너들은 막상, 원아가 대표와의 인맥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를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회의는 대략 한 시간 남짓 진행되었다.방연주가 두꺼운 자료 한 묶음을 원아에게 건네주었다.“이것들은 모두 이번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입니다, 원아 씨, 며칠 동안 그것을 잘 숙지하길 바라요. 모레, 우리가 정식으로 합작 프로젝트를 연구하려고 하는데, 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