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가 두 아이 생각에 잠겨 있자, 소은이 그녀를 툭 쳤다.“저기요, 바보같이 왜 웃어? 방금 대표님의 전화를 받은 거 아냐? 봐봐, 좋아서 감출 수 없는 이 미소 좀 보라고. 이 언니 질투 나게 만들어서 죽일 셈이야?”원아는 곧 서른이 되는 소은이 줄곧 솔로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에 어떤 일을 겪은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많은 남자가 소은에게 접근했지만, 항상 거절했다. 자신은 남자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주소은은 매우 유능하고 총명한 사람이었다. 사실, 그녀가 처음 원아에게 접근했을 때는 지금
미경이 즉시 원아를 발견했다. 그녀는 정안의 팔을 꽉 잡고는 콧방귀를 뀌었다.“왜 어딜가나 저 여자가 있는 거야? 귀신이야 뭐야? 정말 재수 없어!”지난번, 명품 매장에서도 원아를 곤경에 빠뜨리려던 미경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었다. 오히려 자신의 값비싼 액세서리만 잃어버린 데다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큰 오빠에게는 한 달 넘게 용돈을 뜯겼다.지난번 일을 생각하던 미경은 짜증이 났다.원아는 교만한 데다 제멋대로인 미경에게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두 아이의 손을 잡고 소남과 함께 자리를
미경이 분위기 파악도 못 한 채 소리를 질러 댔다.“고객님, 혹시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신가요?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당신은 저희의 고객을 도둑으로 몰며 모욕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 말을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나요?”지배인의 목소리는 매우 날카로웠다. 가늘게 뜬 눈동자는 이제 곧 비바람이 몰아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네가 뭔데 참견이야? 너는 상관하지 마!” 미경은 상대의 기세에 잠시 눌린 듯했지만, 이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지난 사건 이후로, 정안에게서 더는 소남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었지만, 응석받이
블루캐슬 지배인이 다가와 미경을 차갑게 바라봤다. 마치 북극의 얼음 조각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고객님, 행패를 부리시려거든 나가주세요. 여기는 격이 있는 곳입니다. 교양 없는 손님은 환영하지 않지요. 누구도 귀중한 우리의 고객을 모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한마디 더 하면 경찰서로 보내겠습니다. 당신은 계속해서 우리 고객이 도둑이라고 우기지만,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얼마 안 되는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문 대표님께서 평소에 우리 고객님께 주는 액세서리의 먼지만큼도 되지 않지요. 당신은 지금 별거 아닌 일로 터무니없는 괴담을 퍼
‘뭐야, 이 남자 입이 너무 거칠잖아? 감히 나를 문 앞의 개와 비교하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상황 파악에 둔한 미경은 다른 사람들이 송현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미경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자신은 고객임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송현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품격을 지키려고 어떻게든 몸부림치는 것이었다.“어머, 이분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요? 나를 개와 비교하다니 교양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개만도 못한 것 같은데 말이에요. 난
문소남의 일가족 4명이 룸에 들어갔을 때, 귀한 품종의 하나인 순종 페르시안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른한 모습으로 벨벳 카펫 위에 누워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양이의 길고 화려한 순백색 털은 바닥의 카펫과 완벽히 어우러져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때문에 원아는 하마터면 신고 있는 하이힐 굽으로 고양이의 꼬리를 밟을 뻔했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고양이는 펄쩍 뛰며 앙갚음이라도 하듯 뾰족한 이를 드러내어 원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원아가 주춤거리며 뒤로
원아가 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진짜요? 좋아요! 엄마 최고!”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 훈아는 뛸 듯이 기뻐했다.훈아는 곧장 원원에게 달려가 작은 팔을 잡아당겼다.“원원! 엄마가 앞으로 고양이를 키울 수 있대! 좋지?”원원은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에게 뽀뽀하다가 오빠를 바라보았다.“응 좋아, 하지만 나는 이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고 싶어…….”그 순간, 여지껏 얌전히 안겨 있던 고양이가 원원에게서 벗어나 어떤 여자의 품으로 재빨리 뛰어들었다.여자는 20대 초반쯤 되어 보였는데, 예쁘장한 얼굴에
영은은 장인숙을 통해 문소남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가 블루캐슬에 와서 식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맘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하지만, 그가 원아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도대체 원아의 무엇이 소남의 관심을 끌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 임영은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에 고아원에서 함께 지냈던 옛 친구인 진보라를 바로 여기서 만났다는 사실이었다.영은은 눈을 감았다. 이젠 더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지 말라며 자기 자신에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