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캐슬 지배인이 다가와 미경을 차갑게 바라봤다. 마치 북극의 얼음 조각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고객님, 행패를 부리시려거든 나가주세요. 여기는 격이 있는 곳입니다. 교양 없는 손님은 환영하지 않지요. 누구도 귀중한 우리의 고객을 모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한마디 더 하면 경찰서로 보내겠습니다. 당신은 계속해서 우리 고객이 도둑이라고 우기지만,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얼마 안 되는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문 대표님께서 평소에 우리 고객님께 주는 액세서리의 먼지만큼도 되지 않지요. 당신은 지금 별거 아닌 일로 터무니없는 괴담을 퍼
‘뭐야, 이 남자 입이 너무 거칠잖아? 감히 나를 문 앞의 개와 비교하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냐?’상황 파악에 둔한 미경은 다른 사람들이 송현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미경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자신은 고객임을 당당히 내세우면서 송현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품격을 지키려고 어떻게든 몸부림치는 것이었다.“어머, 이분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요? 나를 개와 비교하다니 교양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요? 내가 보기에 당신은 개만도 못한 것 같은데 말이에요. 난
문소남의 일가족 4명이 룸에 들어갔을 때, 귀한 품종의 하나인 순종 페르시안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른한 모습으로 벨벳 카펫 위에 누워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양이의 길고 화려한 순백색 털은 바닥의 카펫과 완벽히 어우러져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때문에 원아는 하마터면 신고 있는 하이힐 굽으로 고양이의 꼬리를 밟을 뻔했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고양이는 펄쩍 뛰며 앙갚음이라도 하듯 뾰족한 이를 드러내어 원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원아가 주춤거리며 뒤로
원아가 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진짜요? 좋아요! 엄마 최고!”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 훈아는 뛸 듯이 기뻐했다.훈아는 곧장 원원에게 달려가 작은 팔을 잡아당겼다.“원원! 엄마가 앞으로 고양이를 키울 수 있대! 좋지?”원원은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에게 뽀뽀하다가 오빠를 바라보았다.“응 좋아, 하지만 나는 이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고 싶어…….”그 순간, 여지껏 얌전히 안겨 있던 고양이가 원원에게서 벗어나 어떤 여자의 품으로 재빨리 뛰어들었다.여자는 20대 초반쯤 되어 보였는데, 예쁘장한 얼굴에
영은은 장인숙을 통해 문소남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가 블루캐슬에 와서 식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맘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하지만, 그가 원아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도대체 원아의 무엇이 소남의 관심을 끌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 임영은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에 고아원에서 함께 지냈던 옛 친구인 진보라를 바로 여기서 만났다는 사실이었다.영은은 눈을 감았다. 이젠 더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지 말라며 자기 자신에게
영은은 원장이 하는 말을 통해 1~2년이 더 지나면, 어린 소녀를 좋아하는 장애가 있는 늙은 부자 남자에게 자신을 팔 것이라는 계획을 알게 되었다.당시, 영은은 이 끔찍한 소식을 듣고 겁에 질려 덜덜 떨었다. 만약 정말로 영은이 그런 남자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어떤 비참한 생의 끝을 맞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걱정 하나 없이 뛰노는 아이들, 그리고 진보라의 아름답고 천진한 얼굴을 바라보며 영은은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들을 욕했다. 눈앞에 화가 닥쳤는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었다.영은은 매일 악몽을 꾸었다.
영은은 핸드백을 꽉 쥔 채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미 마음속에서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진보라! 3번 룸!” 조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급히 보라를 찾았다.“네, 바로 갈게요! 죄송합니다, 손님.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보라가 원아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 보라가 떠나자, 소남은 자상한 태도로 원아를 부축하여 룸으로 들어갔다.문소남이 원아를 정성껏 대하는 모습을 보자
두 어린 쌍둥이가 식탁 앞에 바른 자세로 앉았다.소남은 아이들을 아주 잘 교육했다. 그들의 식탁 예의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원원의 품에 안겨 있는 고양이는 여전히 나른한 모양이었다.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폭 파묻혀 있으면서, 원원이 하얗고 부드러운 털을 어루만져도 가만히 있었다.파란색 제복을 입고 흰 장갑을 낀 멋진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왔다. 화이트 트러플, 캐비어, 로얄피자, 해산물 카레 등 보기 드문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상차림이 끝나자, 웨이터는 공손하게 예의를 차려 인사한 뒤 조용히 물러났다.“훈아, 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