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건배!”술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외양은 다르나 모두 한결같이 출중한 세 남자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걸출한 이 세 젊은이들이 A시 전체의 부를 쓸어 모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한 사람은 T그룹 회장 문소남이며, 또 한 남자는 송씨 그룹의 대표 송현욱이며, 나머지 한 사람은 안씨 그룹 회장 안익준이었다. 판이한 개성의 그들이 아주 가까운 사이의 대학 동창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세 사람의 친분은 졸업 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조각처럼 또렷한 이목구비의 문소남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연꽃 형상의 야광등처럼, 그녀는 어디를 가든지 쉽게 남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소남 씨…….”하늘하늘거리며 문소남 앞으로 걸어온 영은이 아주 친한 듯이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잡았다. 영은은 간드러지는 눈으로 그에게 바짝 붙어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안익준과 송현욱에게 인사를 건냈다.“두 분, 안녕하세요. 소남 씨 친구분들이신가 보군요.”송현욱과 안익준이 서로 슬쩍 눈빛을 교환했다. 눈에는 고소의 빛을 담은 채로.‘이 여자가 지금 죽고 싶은 거지. 소남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걸 가장 혐오하는
안익준과 송현욱이 원아의 실물을 직접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맑고 투명한 피부에 수려한 이목구비를 지닌 원아는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여성스러운 온유한 기질이었다.그녀가 장난꾸러기 성택을 인내심을 가지고 달래고 있을 때, 그 모성애 가득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발산되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완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문소남의 뜨거운 시선은 줄곧 그녀의 청아한 얼굴에 꽂혀 있었다. 이 모습은 영은이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했다.“대디…….”어린 성택이 귀엽게 원아의 손을 끌며 안익준의 곁으로 다가갔다. 개다리 포즈로 아빠 문익
이 못된 꼬마가 나더러 못생겼다고? 할매라고?촌스러운 얼굴에 나이 든 시장 여자들이나 할매라고 부르는 거지!그녀처럼 젊고 아름다운 미인이 어디가 할매 같다고?영은이 아무리 교양을 갖춘 숙녀라 해도, 이 순간은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이때 성택의 작은 머리를 톡하고 살짝 친 원아가 영은을 보내 주기 위해 말했다,“이 녀석, 사람 앞에서 무례하게 행동하면 안되지. 그건 교양 없는 행동이야. 넌 작은 사나이잖아.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여자를 대할 때는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지. 꼬마 신사가 되는 법을 좀 배워야겠네, 응?”성택이
역정찰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설도엽은 영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렸다.주변 사람들은 그의 품속 안긴 여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단지 그를 연회석상에서 여자를 꼬여낸 바람둥이 정도로 여길 뿐이었다. 호텔이란 장소가 결국 남녀 사이에 스파크가 일기 쉬운 곳이 아닌가 말이다.그래서 설도엽은 호텔 구석구석에 설치된 CCTV를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반 혼수상태인 영은을 안은 채 그는 바로 호텔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그는 조금의 배려도 없이 영은을 검정색 고급 세단에 던지다시피 했다.이어서 조바심이 난 그는 영은의
“정말 나쁜 여자네. 네 이런 음탕한 모습, 나중에 네 눈으로 직접 보게 해 주지.”웃으며 휴대폰을 켠 설도엽이 카메라를 영은에게 맞추고, 자신의 아래에 깔려 있는 영은의 모습을 모두 촬영했다.하지만 영은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오직 미몽 속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이 꿈에 그리던 남자를 가졌고, 이 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었다고 믿었다! 모든 명문가의 숙녀들, 스타들이 원하는 문소남을 가진 것이다!이 남자의 아이를 가지도록 애써야 해. 그래서 그의 유일무이한 여자가 되
큰 운동장에는 T자형 무대가 세워져 있었다. 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세운 것 같았다.늦은 밤이라 운동장에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오직 두텁게 쌓인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부드럽게 뒤덮고 있었다.원아를 끌면서 문소남이 한 발 한 발 지척거리며 길게 이어진 발자국을 남겼다.그는 원아를 무대 위로 끌어 올린 다음, 자신도 곧바로 쌓인 눈을 밟고 올라갔다.편의점에서 사온 불꽃을 품에서 꺼낸 남자는 몸을 굽히고 앉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문소남의 곁을 지키고 서 있던 원아는 눈을 크게 뜨고 심지에 불이 붙은 불꽃이 ‘치지직’하
그녀의 가슴도 잠시 당기며 욱신거렸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뜻하고 단단한 손바닥으로 원아의 손을 꽉 그러잡고 있는 문소남을 보며, 그녀는 그에 대한 신뢰가 한결 단단해짐을 느꼈다. 그는 평생 그녀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라는. 원아는 고개를 돌려 그들이 터뜨린 불꽃 다발들을 바라보았다.찬란하게 폭발한 불꽃 나무는 여전히 위력이 있었다.흩어져 내리는 꽃불은 마치 밤의 장막 가운데서 알알이 반짝거리며 떨어지는 유성 같았다. 그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눈을 옮길 수가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