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은은 유리창을 통해 자신의 실루엣을 세심히 살펴보았다.영은이 입은 순백색의 원숄더 드레스는 깊은 V 네크라인으로 디자인되어, 그녀의 뽀얗고 풍만한 가슴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또 뒷면의 절묘하게 레이어드 된 주름이 아름다운 등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긴 슬릿의 드레스로 인해, 곧게 쭉 뻗은 그녀의 아름다운 두 다리가 움직일 때 마다 보일 듯 말 듯하다.섹시한 드레스에 청순한 얼굴이 더해지자, 영은은 지금 자신의 모습이 진짜 예쁘고 육감적이라고 느껴졌다.그녀는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는 연회에 참석한 남성들 모두 이런 목적을 품고 있으리라 생각했다.영은이 슬쩍 남자를 살폈다. 30세 남짓해 보이는 평범한 외모의 남자는 얼굴 가득 여드름투성이였다. 또 아무리 고급 슈트를 걸치고 있어도 불룩 나온 아랫배를 가릴 수는 없었다.순간적으로‘얼빠’인 임영은은 그에게 엄청난 반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상냥한 표정을 띤 채였다.영은은 그와의 접촉을 거부하며 말했다.“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오늘 제가 크게 곤혹스러울 뻔했네요. 이제 좀 놓아주시겠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배가 나온 남자는
연회장.“건배!”술잔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외양은 다르나 모두 한결같이 출중한 세 남자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걸출한 이 세 젊은이들이 A시 전체의 부를 쓸어 모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한 사람은 T그룹 회장 문소남이며, 또 한 남자는 송씨 그룹의 대표 송현욱이며, 나머지 한 사람은 안씨 그룹 회장 안익준이었다. 판이한 개성의 그들이 아주 가까운 사이의 대학 동창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세 사람의 친분은 졸업 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조각처럼 또렷한 이목구비의 문소남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연꽃 형상의 야광등처럼, 그녀는 어디를 가든지 쉽게 남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소남 씨…….”하늘하늘거리며 문소남 앞으로 걸어온 영은이 아주 친한 듯이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잡았다. 영은은 간드러지는 눈으로 그에게 바짝 붙어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안익준과 송현욱에게 인사를 건냈다.“두 분, 안녕하세요. 소남 씨 친구분들이신가 보군요.”송현욱과 안익준이 서로 슬쩍 눈빛을 교환했다. 눈에는 고소의 빛을 담은 채로.‘이 여자가 지금 죽고 싶은 거지. 소남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걸 가장 혐오하는
안익준과 송현욱이 원아의 실물을 직접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맑고 투명한 피부에 수려한 이목구비를 지닌 원아는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여성스러운 온유한 기질이었다.그녀가 장난꾸러기 성택을 인내심을 가지고 달래고 있을 때, 그 모성애 가득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발산되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완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문소남의 뜨거운 시선은 줄곧 그녀의 청아한 얼굴에 꽂혀 있었다. 이 모습은 영은이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했다.“대디…….”어린 성택이 귀엽게 원아의 손을 끌며 안익준의 곁으로 다가갔다. 개다리 포즈로 아빠 문익
이 못된 꼬마가 나더러 못생겼다고? 할매라고?촌스러운 얼굴에 나이 든 시장 여자들이나 할매라고 부르는 거지!그녀처럼 젊고 아름다운 미인이 어디가 할매 같다고?영은이 아무리 교양을 갖춘 숙녀라 해도, 이 순간은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이때 성택의 작은 머리를 톡하고 살짝 친 원아가 영은을 보내 주기 위해 말했다,“이 녀석, 사람 앞에서 무례하게 행동하면 안되지. 그건 교양 없는 행동이야. 넌 작은 사나이잖아.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여자를 대할 때는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지. 꼬마 신사가 되는 법을 좀 배워야겠네, 응?”성택이
역정찰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설도엽은 영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렸다.주변 사람들은 그의 품속 안긴 여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단지 그를 연회석상에서 여자를 꼬여낸 바람둥이 정도로 여길 뿐이었다. 호텔이란 장소가 결국 남녀 사이에 스파크가 일기 쉬운 곳이 아닌가 말이다.그래서 설도엽은 호텔 구석구석에 설치된 CCTV를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반 혼수상태인 영은을 안은 채 그는 바로 호텔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그는 조금의 배려도 없이 영은을 검정색 고급 세단에 던지다시피 했다.이어서 조바심이 난 그는 영은의
“정말 나쁜 여자네. 네 이런 음탕한 모습, 나중에 네 눈으로 직접 보게 해 주지.”웃으며 휴대폰을 켠 설도엽이 카메라를 영은에게 맞추고, 자신의 아래에 깔려 있는 영은의 모습을 모두 촬영했다.하지만 영은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오직 미몽 속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이 꿈에 그리던 남자를 가졌고, 이 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었다고 믿었다! 모든 명문가의 숙녀들, 스타들이 원하는 문소남을 가진 것이다!이 남자의 아이를 가지도록 애써야 해. 그래서 그의 유일무이한 여자가 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