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남을 자기 밑에 두고 보는 그런 무례한 태도를 참을 수 없었다. “임영은씨, 지금 그런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지요?” 원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영은이 경멸이 가득 담긴 눈으로 원아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원아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이런 여자가 정말 소남씨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참을성도, 침착함도 갖추지 못한 이런 여자를?’영은은 자신이 원아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믿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여자가 소남씨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소은이 영은에게 시선을 고정
임영은이 원아를 더 자극하려던 그때, 소은이 보라색 드레스를 집어들어 원아에게 건넸다.“우리가 집중할 건 이거라는 거 잊지마. 이런 미친 여자가 아니라구. 아휴, 시간 아까워라. 자! 그럼, 하던 일 마저 할까?”소은은 원아를 피팅룸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곤 잡지 하나를 꺼내어 들고 소파에 앉았다.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명품 매장답게 인테리어가 훌륭했다. 향이며 맛이 좋은 다양한 음료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은은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고 싶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소 깔보는 태도의 매장직원과 우월감으로 가득 찬 영은
‘원이 네 인간관계가 이렇게 나쁜줄은 몰랐는걸? 사방에 죄다 적뿐이잖아? 그나저나 갑자기 튀어나온 이 여자는 대체 누구야?’‘상관없는 일이었다. 그게 누구든 원아를 괴롭게 하는 쪽이 자신의 편이나 다름없었다.’원아가 지갑에서 블랙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미경은 무시한 채였다. “계산해 주세요.”“잠깐! 이거 내가 살게요.”미경이 원아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미경이 계산대 위에 놓인 드레스를 가리켰다. 꽤나 거만한 태도였다.“고객님, 죄송하지만 이 드레스는 여기 계신 분이 이미 구매하기로 결정한 제품입니다.
소은이 원아가 드레스를 더 고르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더니 말했다.“이제 가는 게 어때? 살 거 샀잖아. 난 이제 더는 못 참겠어. 빈대 몇 마리가 날뛰며 여길 더럽히는 꼴 말이야.”소은이 공중을 향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로 더러운 공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듯했다.영은과 미경의 안색이 변했다.‘뭐라는 거야? 혹시 그 빈대가 우리라는 거야?’미경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뭐, 빈대? 누굴보고 빈대라는 거야, 지금?”원아가 소은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러더니 냉소적인 말투로 말했다.
“어차피 난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 마음껏 찾아봐.”사실, 임임영은은 조금 전 하림이 목걸이를 원아의 주머니에 몰래 넣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원아가 아닌가? 임임영은은 은근히 원아가 누명을 쓰는 것을 통쾌히 여기고 있었다. 진실을 밝혀낼 증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원아가 냉소적인 태도로 말했다.“이렇게 남의 물건을 제멋대로 뒤지는 것이 불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원아의 말에 직원이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말했다.“고객님, 이번 일은 매
소남이 직원을 향해 말했다. “매니저를 불러주세요.”매장 직원은 황급히 사무실로 향했다.잠시 후, 한쪽에서 남자 매니저가 급히 나왔다.소남을 발견한 매니저는 놀란 듯이 잠시 머뭇거렸다.“대표님, 오셨습니까? 어쩐 일로 저희 같은 누추한 곳을 방문하셨는지요? 필요한 물건을 말씀해주시면 지정하신 곳으로 저희가 배달해 드리겠습니다.”소남은 말없이 검은 가죽 지갑을 열었다. 그러더니 여러 개의 골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이내 그중 하나를 매니저 눈앞에 내밀었다.“여기에 있는 모든 물건.”소은은 너무 놀라고 기쁜 마음에 하마
‘이렇게 온화하고 우아해 보이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난폭할 수가 있다고?’“핸드폰은 제가 얼마든지 보상하겠습니다. 어때요, 또 다시 내 여자에게 손을 댈 겁니까? 자,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소남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미경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남이 원아를 데리고 매장을 나서며 소은에게 말했다.“나머지 일 처리 좀 부탁합니다.”소은이 얼른 머리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오늘 일은 고맙습니다. 제가 잘 처리하고 가겠습니다.”소은은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대표님이 자신을 기억하고
어둠이 내려앉고, 별들이 온 땅에 총총히 쏟아진다.밖은 온통 서리와 눈으로 뒤 덮였지만 그랜드 메리어트 호텔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고 있고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하다. 왜냐하면 임 노인의 칠순 잔치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군계, 정계, 재계 3계의 거물들이 모두 참석했다.호텔 내부는 매우 기품 있고 웅장했다.공중에 높이 걸려 있는 일곱 빛깔 크리스탈 조명, 따뜻하고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사치스러운 거대한 벽화가 홀 전체를 화려하고 웅장하게 돋보이게 한다.정장 차림의 임 노인은 허리를 꼿꼿이 하고 있는데,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