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렸다.엄마라는 말은 모든 사람이 태어난 후 누구나 부르게 되는 호칭으로, 보통사람들에게 이 말은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두 글자다.그러나, 원아에게 ‘엄마’라는 두 글자는 낯설고 사치스러운 말이었다.원아에게 이 두 글자가 낯선 이유는 그녀가 말을 할 줄 알게된 이후 지금까지 이 두 글자를 불러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누구를 엄마라고 부를 기회가 없었다.그녀는 18세에 임신하고, 19세에 아이를 낳은 다음 바로 자신이 나은 혈육과 분리되었다.외
"괜찮았어요. 다 지나갔고요." 원아는 남에게 얹혀살던 끔찍한 시절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나한테 제대로 미래가 있고, 삶의 희망이 있는 혈육은 너뿐이야. 고모의 모든 것을 너에게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주겠니?" 원민지가 말했다.원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는 나이가 많지도 않고, 용모도 아름다우며, 품위가 저속하지 않은 데다가, 학력도 출중하고, 원래 결혼도 행복했었다.이렇게 인생이 완벽한 여자가 하필 불치병에 걸리다니!나강에서 그날 원민지는 떠나기 전에 원아에게 자신의 병
"안 돼요, 고모. 이런 거 싫어요."얼굴이 빨개지고 귀밑까지 빨개진 원아가 속옷을 도로 고모에게 내밀었다. 고모가 골라서 그녀의 손에 쥐어준 속옷들 때문에 그녀는 손까지 뜨거워 지는 것 같았고, 그 속옷들을 쳐다보는 것만도 마치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 어색했다. 원민지는 원아의 이런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너는 겨우 24살이야. 44살, 54살이 아니라고! 이런 걸 지금 네 나이에 입지 않으면, 입어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늙은 나이에 입을 거니?”말을 마친 원민지가 조카딸을 피팅룸으로 잡아당겼다."
"너무 예쁘다. 고모가 네 나이였으면, 100벌은 사가지고 가서, 매일 갈아 입으면서 눈과 마음을 즐겁게 했을 거야. 자기 자신에게 반할 것 같지 않니?”그러나, 원아는 원민지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입어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너무 수치스러웠다.실크 원단으로 된 것이나 레이스 스타일은 그녀도 억지로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러나, 고모가 나중에 가져온 이 세트는 성인 용품점에서나 취급할 것 같은 물건이다.원아는 자신의 일생 동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너 안 입어? 너 원래 입었던 그 노처녀 스타일 속옷은 고모
백화점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으면서 원선미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장정안을 발견했다.그러나, 장정안의 시선은 잠시도 그녀에게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며 원아를 찾고 있었다. 장정안이 앞에 있는 원선미에게 물었다."어딨어?"이 세 글자를 묻는 동시에 남자의 눈빛은 원선미에게 ‘만약 나를 속인거라면 죽을 줄알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갔어요. 내가 나서서 못 가게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낯 뜨거운 물건을 산 것 같아요." 원선미가 말했다.낯 뜨거운 물건?장정안은 백화점을 흘끗 훑어보았다. 이 층
어떻게 된 거야, 그 여자가 원아에게 속옷을 사준 게 아니야?왜 원아는 손에 아무것도 안 들고 있는 거지?장정안이 차를 버스정류장으로 몰고 갔다. 포르쉐는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포르쉐를 여기에 세우면, 이따가 버스는 어디에 서지? 원아도 쳐다보는 행인 중 한 명이었는데, 차에서 내린 남자가 장정안이라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마귀를 본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장정안이 차 문을 꽝 닫았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음울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곧장 원아 앞으로
포르쉐 운전석에 앉은 장정안은 눈을 감은 채 한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는 얇은 입술로 담배를 가볍게 한 모금 빨고 하얀 연기를 토해내며 미간을 찌푸렸다.원선미는 장정안에게 가서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장정안의 안색은 너무 보기 흉했고, 지금 그에게 다가간다면 화난 그는 그녀에게 화풀이를 할 것 같았다.그러나, 지금 그를 다독이지 않으면, 그녀의 생활은 정말 편치 않을 것을 알기에 원선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장정안의 소개로 임영은의 옆에 있을 수
"아…… 니요. 하지만, 난 배울 수 있어요."장정안은 그녀가 도대체 얼마나 용기를 내서 이 말을 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말을 하다가 혀를 깨물었는지 눈썹을 찡그렸다.장정안은 그녀가 너무 풋풋해 보여서 그녀가 성숙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더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장정안은 죄책감을 억누르며, 자신이 건드리지 않아도 결국 짐승만도 못한 다른 남자가 그녀를 건드릴 것이라는 생각에, 그날 밤 중개업자에게 그녀의 사정을 묻고, 돈이 얼마나 있어야 거래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그는 그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