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미의 입술에 키스하던 장정안이 갑자기 키스를 멈추더니, 분명하지 않은 목소리로 불평했다. "누가 얼마나 짐승 같은지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그 녀석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아니면 오 년 전 당신은 나한테 아이를 낳아줬겠지.”원선미는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이 멀쩡했다. 그녀는 장정안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얼마나 짐승 같은지에 대해 말하자면 누가 누구보다 못하다고?누가 짐승이야?5년 전, 누가 누구에게 아이를 낳아줬어?원선미의 몸속에서 솟구치던 정욕이 모두 장정안의 말 때문에 사그라들
눈에 눈물을 살짝 머금은 원선미는 화가 나서 자신이 우는지 웃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매력이 없어?원선미는 임영은과 같은 팔자 좋은 여자보다 못한 것은 그렇다 쳐도, 원아에 비하면 자신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아가 뭔데?"똑똑히 봐. 내가 누구야?" 원선미는 장정안에게 빠져 그를 돈줄이라고 생각하며 추앙했고, 또한 그를 자신의 현재 남자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지금 그녀를 원아라고 생각하고 있다. 원선미는 참을 수가 없었다.원강수에게 시집간 엄마를 따라 원 씨 집으로 가서 원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
원강수의 집.고스톱을 치고 돌아온 이혜진이 원선미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원선미는 아직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왜 그래? 하루 종일 잤잖아, 안 일어나?" 이혜진이 이불을 들추며 물었다.원선미는 몸을 뒤척이며 눈썹을 찌푸렸다."나가, 내 방에 오지 마!""아파? 감기 걸린 거 아니야?" 이혜진은 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여 얼른 손을 뻗어 이마를 만졌다.원선미는 확실히 감기에 걸렸고 열도 났다.그녀는 어제 장정안과 술집 이층에 있었는데, 하마터면 그와 끝까지 갈 뻔했다. 그러나, 옷까지 다 벗은 상황에서 그녀는
"왜 원원이는 글씨 연습 안해?" 문소남이 아들에게 물었다.문훈아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보고 또 여동생을 보았다."원원이는 이제 유치원에 가지 않겠대."소파에 엎드린 원원이가 불안하게 꿈틀거렸다.글씨 연습 안 해, 흥!문소남도 급하게 아이를 훈계하지 않고 먼저 샤워를 하러 갔다.원아가 세 가지 요리와 국을 상에 올렸을 때, 이미 샤워를 마친 문소남이 짙은 색의 편안한 옷을 입고 나왔다. "이리 와서 밥 먹어." 문소남은 거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분명 가벼운 말이었지만, 아이들은 마치 무슨 명령을 들은 것 같은
서재의 옅은 색 바닥 타일 위에 눈부신 검은색이 놓여있었다. 유난히 눈에 확 들어오는 섹시한 원단은 대담한 스타일이 굉장히 유혹적이다. 원아는 볼을 붉히며 즉시 속옷을 주워 손에 쥐고 허둥지둥 문소남의 서재를 나섰다.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은 그녀는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내려다보았다.속옷 상의와 하의를 다 합쳐도 옷감이 얼마 되지 않아 뭉쳐서 한 손에 쥐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너무 민망하다!원아는 핸드폰을 꺼내 고모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속옷의 디자인은 고모가 백화점에서 그녀에게 골라 줬던 그 몇 벌이다.이
원원이가 말하는 ‘할머니’는 당연히 장인숙이 아니라 문 씨 집안 저택의 두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말한다."아빠는 너를 씻겨준 적 없어?" 원아는 마음이 한바탕 괴로웠다. 훈아와 원원이는 5년 동안 엄마를 잃었었다. 아무리 보충해도 그 부족함을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고 절대 되돌아 갈 수 없을 테니까…….자신의 아빠를 언급하자 원원이가 입을 삐죽 내밀고 속눈썹을 움직였지만, 아이는 졸려서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원아에게 기대어 말했다."아빠는 너무 무서워. 한번 나를 씻겨줬어. 내가 장난이 심해
"아! 당신 놔줘요!"원아는 얼굴이 붉어지기도 전에 남자에게 안겨 아파트의 좁고 작은방으로 곧장 옮겨졌다.그녀는 코트를 입고 있는 문소남의 단단한 가슴을 손으로 때리며 발버둥쳤다. 원아는 남자의 성숙하고 듬직한 분위기에 취할 것만 같아 겁이 났다.그녀는 침을 삼키며 불안하게 말했다. "당신 뭐 하려고요?"현재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 명분이 없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빈번한 요구는 여자로서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나강에서의 그날 아침, 원아는 이 남자가 도대체 몇 번이나 요구했는지
하지만, 두 아이를 돌보고, 마침내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쉬는데, 어른이 또 따라와서 그녀의 또 다른 ‘돌봄’을 요구하고 있다.문소남이 그녀의 후드티를 밀어 올렸다. 속옷이 아니라 눈부시게 새하얀 피부가 문소남의 눈에 들어왔다. 원아가 원래 입고 있던 속옷은 모두 고모가 백화점 피팅룸에서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좀 전까지는 두꺼운 후드티와 긴 외투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후드티가 문소남에게 밀려났고, 결국 그에게 모두 들켜버렸다.원래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원아는 곧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