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안의 남자는 검은 양복과 흰 셔츠 차림으로 짙은 회색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전용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그는 스크린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데이터 그래프를 주시하며, 바쁜 와중에 그의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네가 들어가지 않을 거면, 우리는 지금 돌아가면 돼.”문훈아는 듣자마자 즉시 동준의 허벅지를 껴안았다."아저씨, 반드시 나를 데리고 들어가야 돼요."동준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터뜨렸다.벤틀리의 문은 닫혔지만, 차는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정문에 그대로 세워져있었다.벤틀리의 외부 디자인
이강은 몹시 곤란했다.단톡방 친구는 그에게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를 원한다며, 약물을 사용해 원아를 먼저 잠들게 한 뒤 보내달라고 요구했다.수면제는 최음제보다 안전하다. 이강은 위험이 적은 이 방법이 더 맘에 들었다. 그러나 원아는 지난번 원선미의 계략을 겪으면서 경계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만약 그가 고의로 그녀에게 술을 주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당연히 그가 안에 뭔가 장난을 쳤을 것이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수면제를 여러 컵에 발라, 그물을 넓게 칠 수 밖에 없었다. 수
주소은은 상황을 동준에게 보고한 후 화장실로 돌아갔다."원아 씨, 정신 차려요, 정신 차려!"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잠에 빠진 원아는 주소은이 아무리 부르고 흔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주소은은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됐다.화장실 밖에서 동준은 상황을 가장 먼저 대표에게 알렸다."동준 아저씨, 저 들어가도 돼요?" 문훈아는 여자화장실은 남자아이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초조하게 동준을 쳐다보았다. 동준은 고개를 숙여 아이를 보며 말했다."아버지 오시면 들어가세요."문훈아는 엘리베이터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일
이강은 종아리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향해 조금씩 올라가는 시선을 통제할 수 없었다. 곽영진은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서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침대에 던져지자 치마가 비뚤어져 속이 다 드러났다.이강은 발목을 놓고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가슴을 바라보며 그녀를 잡아당겼다.곽영진은 혼수상태에 빠져 마치 의식이 없는 것처럼, 이강이 잡아당겨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강은 갑자기 사악한 생각을 품었다.이때 핸드폰이 진동했다.이강은 핸드폰을 들고 카톡을 확인했다. 카톡방 친구가 그에게 소식을
문소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나도 원아 아줌마랑 같이 자고 싶어." 원원이가 희미한 간청이 담긴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다. 원원이의 눈에 아버지는 늘 뭐든 자기 마음대로고 다루기 어려운 어른이었다. 문훈아는 문 입구까지 걸어갔다가,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자기도 원아 아줌마와 함께 자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훈아는 여동생이 아주 어리석고 천진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모든 것을 혼자 차지한다. 원아 아줌마도 마찬가지다."훈아야, 네 여동생을 방으로 데
그는 침대로 돌아와 따뜻한 흰 수건으로 그녀의 볼과 이마, 그리고 하얀 목을 꼼꼼히 닦아주었다.그가 그녀의 목을 닦는 동안 그녀의 옷깃은 살짝 젖혀질 수밖에 없었다.위에서 내려다보는 문소남의 눈동자에 무심코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그녀의 명치가 보였는데, 부드럽고 하얀 봉오리가 보일락 말락했다.그는 결국 그녀의 몸 모든 곳을 구석 구석 닦아주었다. 마지막에 문소남은 벗겨진 그녀의 옷을 화장실로 가져갔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샤워를 마친 문소남은 문훈아와 문원원의 방에 각각 들러 아이들이 잘 자는 것을 확인하고, 거실 불을
문소남이 내민 물을 보면서 원아는 왠지 갈증이 났다.그와 한밤중까지 키스를 했던 그녀의 입술은 마르고 부어 있었다.그녀는 컵을 받아들고 물을 마신 후,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화장실로 가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가 옷이 어디 있는지 묻기도 전에 남자의 한 손이 그녀를 자기 품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의 다른 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꽉 감싸더니, 곧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저항했다. 그의 팔을 잡고 저항하던 그녀의 손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만져졌다.주
……원아는 오늘 이 집에서 나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늘 미쳐있기 때문이다.자기를 보내 줄 것처럼 말하는 문소남의 말에 그녀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왔다. 문소남은 화장실에서 금방 나오더니, 한마디도 하지 않고 테라스로 갔다.그녀는 화장실에서 옷을 찾았다. 옷 더미를 집어 들어 보니 구겨져 전혀 입을 수 없었고, 물도 묻어 있었다. 화장실 좌우를 살피던 그녀는 한 귀퉁이에서 종이백을 찾아냈다.그녀는 옷을 종이백 안에 넣고 몸에 걸친 가운을 제대로 입었다. 그녀는 안쪽 단추와 바깥 끈을 잘 묶어 롱스커트처럼 입고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