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오늘 이 집에서 나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늘 미쳐있기 때문이다.자기를 보내 줄 것처럼 말하는 문소남의 말에 그녀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왔다. 문소남은 화장실에서 금방 나오더니, 한마디도 하지 않고 테라스로 갔다.그녀는 화장실에서 옷을 찾았다. 옷 더미를 집어 들어 보니 구겨져 전혀 입을 수 없었고, 물도 묻어 있었다. 화장실 좌우를 살피던 그녀는 한 귀퉁이에서 종이백을 찾아냈다.그녀는 옷을 종이백 안에 넣고 몸에 걸친 가운을 제대로 입었다. 그녀는 안쪽 단추와 바깥 끈을 잘 묶어 롱스커트처럼 입고
문소남은 아들이 화장실 밖에서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는데, 그중에는 ‘사후 피임약’이라는 다섯 글자가 있었다.아들의 손에서 사후 피임약을 받아든 문소남은 시선을 집중하여 작은 약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원아에게 팔을 찔렸던 어제의 일을 회상했다. 그는 어제 확실히 그녀를 건드렸지만, 단지 화가 치밀어 올라 보복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뿐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약해져서 억지로 하지 않았고, 그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깨끗이 씻은 문훈아와 문원원은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은 다음, 아침식사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외출하기
핸드폰이 침대 머리맡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침대에서 깊이 잠든 여자를 놀라게 했고, 원선미가 ‘으’ 소리와 함께 깨어났다.온몸이 시큰 거리는 느낌 속에 눈을 떴을 때, 원선미의 눈에 들어온 첫 장면은 커다란 낯선 남자가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뒷모습이었다. 원선미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났다. 어젯밤 이강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선미야, 내가 술이 취해서 운전을 할 수가 없는데, 대리운전도 찾지 못했어. 네가 좀 와줄 수 있어?"그녀는 처음에 이강을 데리러 올 생각이 없었지만, 전화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
"아, 살려줘, 살려줘!"몸 아래의 피를 보고 그녀가 큰 소리를 질렀다.장정안은 비서가 일찌감치 보내준 잘 다림질된 양복과 셔츠를 입고,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여우처럼 웃었다. "사촌 형을 좀 이해해 줘. 내가 감옥에서 그 여자 오빠에게 은혜를 입었는데, 나온 후에 보답할 것이 없잖아. 그러던 중에, 그 여동생이 파파라치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야."침대 위의 흥건한 피를 바라보던 원선미는 그 남자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원선미는 당황하
황신옥이 타고 가던 버스는 신호에 걸려, 길에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행사를 하고 있는 대형 백화점이 보였다.차 안의 아주머니 몇 명이 토론을 시작했다."화장지를 저렇게 싸게 팔아? 30롤에 만 원이래. 진짜야?""요즘 광고하는 그 신발도 있네요. 지난주에 딸하고 같이 신어보러 갔었는데, 할인해서도 16만 원이었어요. 저기는 7만9천9백 원이에요."황신옥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백화점을 쳐다보던 황신옥은 백화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잠깐만, 나 내려요!" 운전
할아버지에게 안긴 문훈아는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장정안 때문에 좀 어리둥절했고, 조금 무섭기도 해서, 아이는 결국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의 목을 껴안았다.문훈아는 장정안이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자, 큰아버지한테 와봐!" 장정안은 문훈아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문훈아는 이 아저씨를 알지 못했고, 그의 눈빛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두 손을 내민 장정안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할아버지가 품속의 아이에게 말했다. "훈아야, 이 사람은 네 큰아버지야.""하지만 나는 전에 큰아버지를 본 적이 없어요."
장인덕은 아들에게 빨리 가정을 이루라고 부모로서 입이 닳도록 말하지만, 아들은 조금도 귀기울여 듣는 것 같지가 않았고, 아버지의 말투가 조금만 엄해져도 아들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부득이하게 장인덕은 친조카 문소남에게 도움을 청하며 이 일을 말했다.문소남은 자신도 가정을 이루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에게 가정을 이루라고 권할 때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장정안은 자신의 입으로 ‘나도 마음을 다잡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을 때가 된 것 같아’라고 말했다. 문소남은 외삼촌과 외숙모의 이 5년간의 고생을 생각하며
원아는 고개를 들어 장정안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그날 할아버지가 문 씨 가문 저택에서 갑자기 피를 토하는 바람에 병을 치료하고 휴식하고 있을 때, 문소남의 서재에 이 남자와 또 함께 왔던 곽영진이 앉아 있었다.원아는 곽영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남자에 대한 인상 역시 별로 좋지 않았다. 이때 어떤 사람이 지나가자, 원아는 장정안을 비켜서 행인에게 전단지를 건네주며, 하던 말을 반복했다. “안녕하세요, 한번 읽어보세요. 감사합니다.”장정안은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원아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