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는 정보를 받은 뒤 곧바로 대답했다. "알았다. 당장 움직이겠다."약 5분 후, 별장 밖에서 싸우는 소리와 남자의 거친 비명이 들려왔다.홍 아줌마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나와 무슨 상황인지 살펴봤다.경호원 두 명이 남자 한 명을 때리는 것을 본 그녀가 물었다. "왜 그래요? 이 사람은 누군데요?""홍 아줌마, 이 사람이 바로 어제저녁 그 남자예요. 수상하게 담장 주변을 어슬렁거렸어요. 나쁜 짓을 저지를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두들겨 맞아야 해요." 경호원 한 명이 손을 거두며 홍 아줌마에게 설명했다. "안 그럼 매일 이렇게 찾아올 거예요. 그럼 대표님이 화내실 거고요.""아..." 홍 아줌마는 땅에 웅크리고 있는 중년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홍 아줌마, 절 아직도 기억하세요?" 중년 남자가 고개를 들며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벌건 두 눈을 반짝이며 홍 아줌마를 바라보았다.경호원은 중년 남성이 홍 아줌마에게 한 말을 듣고 곧 동작을 멈추었다.이 사람이 홍 아줌마와 아는 사이라고?홍 아줌마와 아는 사이면 왜 일찍 말하지 않은 걸까?"당신은..." 날이 어두워 홍 아줌마는 그의 얼굴을 보고도 한순간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예전에 당신이랑 같이 저택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최경규가 일어서며 말했다.최경규는 살이 많이 쪘다. 그래서 그가 이름과 직무를 말하기 전까지 홍 아줌마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예전에 저택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라니 들어와서 얘기해요." 홍 아줌마가 들어가자고 했다. "참, 이름이 뭐라고 했죠? 여기엔 왜 왔어요?"최경규는 입가에 웃는 둥 마는 둥 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최경규라고 해요. 예전에 저택에서 운전기사 일을 했었어요."홍 아줌마는 이 이름에 대해 조금 인상이 있었다.그녀는 멍하니 바라보며 열심히 생각해 봤다.잠시 후 그녀가 나지막이 소리쳤다. "기억났어요! 저택에 경규라고 하는 운전기사가 있긴 했어요. 당신이 바로 그분이군요.""네! 제가 바로 경규예
최경규는 평생 나쁜 짓을 일삼으며 누굴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박시준의 차갑고 음침한 얼굴을 보며 처음으로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자신이 박시준을 계속 건드린다면 여기서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입가까지 나온 말을 도로 꿀꺽 삼켜버렸다.그는 실수했다! 박시준의 성격을 잘못 짚었다. 그는 이렇게 함부로 여기에 나타나면 안 되는 것이었다.그는 지금 오로지 살아서 여기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홍 아줌마, 나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아요. 구급차 불러줘요!" 그는 감히 박시준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홍 아줌마에게 소리를 질러댔다.홍 아줌마는 그가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온몸을 떨고 있자 놀라서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 했다."홍 아줌마. 저런 자식에게 마음 약해질 필요 없어요!" 박시준이 소리치며 말렸다.홍 아줌마는 곧 정신을 차렸다. "대표님, 경호원을 시켜 내쫓아요. 앞으로 다시는 저 인간을 집안에 들이지 않을 거예요!"박시준은 경호원에게 신호를 보냈다.경호원은 곧바로 최경규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박시준은 최경규의 비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차갑게 경호원에게 분부했다. "좀 멀리 내다 버려!"한순간, 거실이 다시 조용해졌다.홍 아줌마는 화장실에 가서 따뜻한 물을 받아 수건으로 바닥에 묻은 혈흔을 닦았다.그녀는 바닥을 닦으며 박시준에게 사과했다. "대표님, 이건 제 잘못이에요. 예전에 저택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들어오라고 했거든요. 제가 그 사람을 너무 늦게 알아봤어요..."박시준은 여전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무슨 일로 왔는지는 얘기했어요?"홍 아줌마: "아뇨. 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어요. 돈을 달라고 온 게 틀림없어요. 저한테 돈을 요구하든가 대표님에게 돈을 요구하든가 할 거예요. 어쨌거나 저 사람은 양아치예요. 낯짝도 없고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 그런 파렴치한 인간이에요."박시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죽는 게 안 두렵나 보군요."홍 아줌마: "저런 양아치는
"아연 씨, 오늘 많이 힘들었죠?" 이모님이 그녀에게 말했다. "한이와 라엘의 선물을 모두 1층 창고에 가져다 놨다고 알려주러 왔어요.""알았어요. 제가 내일 처리할게요." 진아연은 지성이의 동그란 머리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가야, 오늘 좋았어? 네가 한 돌이 되면 엄마가 너에게도 생일파티해줄게."이모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눈 깜짝할 새에 우리 지성이가 어느덧 6개월이 됐어요.""그러네요.""아연 씨, 어서 돌아가서 샤워하고 쉬세요. 내일 또 출근해야잖아요!" 이모님이 말했다.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샤워하고 자려 했다. 하지만 방에 돌아온 후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침대는 마치 마력이나 있는 듯 그녀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저도 몰래 걸어가서 누웠다. 조금만 쉬면서 기력이 조금 회복되면 다시 샤워하려고 했는데 결국 누운 지 얼마 안 돼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그녀는 평소 악몽을 꾸는 버릇이 있는데 아무리 조절하려고 해도 잘 안됐다.그녀가 늘 여러 장면을 반복해서 꾸곤 했다.첫 번째는 그녀의 아빠가 돌아갈 때였다. 방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빠는 이미 숨이 넘어갔고 이건 그녀의 이번 생에서 유감으로 남았다.두 번째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꿈이었다. 차에 부딪혀 피범벅이 되었는데 그녀는 엄마와 작별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런 비통함 속에서 그녀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세 번째는 박시준과 헤어지고 이혼하는 장면이었다.네 번째는 지성이가 미숙아로 태어난 후 하마터면 죽을 뻔한 장면이었다.이러한 후회와 고통이 밤마다 차례로 찾아와 그녀를 괴롭혔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아주 푹 잤다.꿈을 꾸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번 깨는 일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 다급한 휴대폰 벨 소리에 진아연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잠에서 깬 그녀는 습관대로 베개 옆을 더듬으며 휴대폰을 찾았다. 하지만 베개
진아연은 오래간만에 잠을 잘 자고 기분이 산뜻했는데 결국 이 전화 때문에 마음이 또다시 조급해졌다.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부대표가 보내온 청산 대학의 주소를 받았다.그녀는 곧 티켓을 끊고 그곳으로 가야 했다.그녀가 항공권 예약 앱을 열자 휴대폰 화면에 알람 시계가 떴고 깜짝 놀라 휴대폰을 던져버릴 뻔했다.그녀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뭐가 그렇게 급한 거지?수업일 뿐인데 늦어도 별 상관이 없다.학창 시절에 지각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었고 지금은 학생도 아닌데 말이다.그리고 이 수업도 그녀가 등록한 것이 아닌 부대표를 위해 참석하는 건데 가주는 것만으로 이미 도리를 다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이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시 쉬려했다.그녀는 휴대폰을 켜고 여소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소정아, 나 오늘 멀리 떠나야 할 것 같아. 일주일 후에나 올 거야. 네 심리 의사를 만나면 나한테 얘기해 줘.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녀는 여소정이 아직 자고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문자를 보낸 후 휴대폰을 내려놓고 쪽잠을 좀 더 잔 후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려 했다.일주일은 그녀에게 조금 길었다.아기를 낳은 뒤로 그녀는 이렇게 오랫동안 출장을 간 적이 없었다.그녀가 눈을 감고 기분을 조절하려 할 대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왔다.그녀는 눈을 뜨고 휴대폰을 가져왔다. 여소정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왜 이렇게 갑자기 먼 길을 떠나는 거야? 어제 어디 간다는 말이 없었잖아?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어?" 문자를 본 여소정은 걱정되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부대표 부탁으로 가는 거야. 예전에 학원을 등록한 적이 있어서 내가 대신 가는 거야. 부대표 아들이 아파서 수술해야 하거든, 그래서 어쩔 수 없어." 진아연은 하품을 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이 두 가지야. 하나는 회의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공부하는 거."여소정은 웃어야 할지
"그래?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여소정은 장난삼아 말을 이었다. "두 사람 혹시 같은 곳으로 가는 거 아니야?"진아연은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그녀는 전날 박시준에게 어디로 출장 가는지 묻지 않았다.물론 궁금하지만 선뜻 그한테 물어볼 수 없었다.아무리 같은 곳이라고 해도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지?진아연은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방에서 나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고지성이는 거실 아기침대에서 낮잠을 자고 이모님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이모님, 저 오늘 멀리 떠나야 하는데 아마 일주일 후에 돌아올 겁니다." 진아연은 주방으로 향해 이모님에게 알렸다.이모님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저녁에 아이들이 돌아와 아연 씨가 떠난 걸 알게 되면 무척 보고 싶어 할 텐데요."진아연: "다른 사람의 약속 때문에 외지로 가서 교육받아야 합니다.""그러세요. 일 때문이니 아이들도 이해할 겁니다. 그럼 혼자 가세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겁니까?" 이모님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혼자 가요." 진아연은 주방으로 들어가 식탁 의자에 앉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폐쇄식 관리로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그래요. 그럼 언제 떠날 생각이세요?" 이모님은 아침을 식탁에 차리면서 물었다."아침 먹고 비행기 표를 예매할 생각인데, 늦어도 오후에 출발할 거예요. 마이크는요?" 진아연은 잔을 들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아직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모님이 말을 마치자 마이크가 곁으로 다가왔다."제가 왜요?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마이크는 헝클어진 금발 머리로 진아연의 곁에 앉았다."마침 너한테도 얘기할 생각이었어. 오늘 외출할 건데 아마 일주일 뒤 돌아올 거야. 집안일은 너한테 맡길게." 진아연은 말을 이었다.마이크도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확 깼다. "어디 가? 내가 같이 가줘?""청산 대학이라고 들어봤어?" 진아연은 죽 한 숟가락
마이크는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바로 반박했다. "어디로 출장 가든, 네가 가는 청산 대학은 아닌걸. 스스로가 비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인데, 다른 사람과 자기의 성공담에 대해 얘기하겠어? 안 믿기면 인터넷에서 한 번 찾아봐. 개인 인터뷰를 거의 한 적이 없었어. 그리고 그런 성격에 다른 사람에게 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에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드디어 깨달았다.박시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그녀인데 왜 이런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였을까?진아연은 어색한 듯 얼굴이 붉어졌고 마이크는 그녀의 기색을 보더니 물었다."그럼 내가 지운 씨에게 연락해 볼까? 혹시 진짜 청산으로 갈 수도 있잖아?" 마이크는 그녀를 비웃지 않았지만, 박시준을 비웃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청산, 좋은 곳이지. 환경도 좋고 공기도 맑고, 휴가 보내기 참 좋은 곳이지. 설마 명목상 출장이라고 해놓고 청산에 놀러 간거 아니야?"진아연은 그의 말에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출장 가든 휴가 가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지운 씨한테 묻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마."진아연은 삶은 계란 껍데기를 벗기고 그의 접시에 올려줬다."몇 시 비행기야? 내가 공항으로 데려다줄게." 마이크는 달걀을 먹고 물었다."아직 예매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고개를 떨구고 말을 이었다. "아직 좀 혼란스러워. 원래 출근할 생각인데 전혀 준비가 안 됐어."마이크는 답답해하는 그녀를 보자 위로해 줬다. "청산은 좋은 곳이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 세상과 거의 동떨어져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 일주일 동안 마음을 추스르러 간다고 생각해!"진아연: "넌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세상과 동떨어졌다니. 내가 세속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 만에 하나라도 인터넷이 없으면 바로 다시 돌아올 거야.""인터넷이 없을 리가 없잖아. 명색이 CEO 학원인데, 대표님들이 많이 갔을 텐데. 넌 인터넷 없이 잘 살 수 있겠지만, 이들은 안 될걸."
"매번 출장 갈 때마다 저를 데려가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진아연 씨는 왜 갑자기 대표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조지운은 물 잔을 내려놓고 날카롭게 물었다."아연이도 오늘 출장 갔는데 일주일 동안 간다네요. 그래서 저한테 박시준 씨가 어디 갔는지 물었던 거예요." 마이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박시준 씨와 같은 곳으로 갈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리가 있냐고 말했죠! 박시준 씨가 CEO 학원 같은데, 갈 리가 없잖아요! 그 사람 성격에 강사는 무슨, 염라대왕이 더 어울리겠네요! 그런 차가운 얼굴로 강의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니까요!"조지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진아연 씨는 어디로 출장 갔는데요?""청산 대학이요! 지운 씨 대표님은요?""어! 대표님도 청산에 갔어요!" 조지운은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시 진아연 씨도 초대 강사로 청산에 간 거 아닐까요?"마이크는 '푸흡' 소리와 함께 웃으면서 말했다. "강사는 무슨! 학생으로 간 거예요! 아무래도 함정인 것 같은데요! 조지운 씨, 솔직히 말해요. 지운 씨 대표님께서 아연이에게 올가미 씌운 거 아니에요?!"조지운: "그럴 리가요! 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잖아요."마이크: "그렇네요. 이건 회사 부대표가 신청한 건데, 갑자기 집안일 때문에 가지 못해 아연이가 간 거예요. 설마 박시준 씨가 부대표한테 시킨 건 아니겠죠?!"조지운: "우연일 거예요. 하늘도 아마 두 분의 관계를 맺어 주고 싶은 거겠죠."마이크: "무슨 소리예요. 하늘은 두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여기시는 거겠죠. 그렇지 않다면 서로 얽힌 지 몇 년인데 왜 결혼도 못 했을까요? 서유기를 보면 현장이 온갖 시련을 겪었는데, 두 사람은 이보다 더 한 것 같잖아요!"조지운: "혹여 청산 여행에서 완벽한 결말을 얻을 지도 모르죠."마이크: "그랬으면 좋겠네요! 근데 아연이도 참, 저한테 언제 집에서 나갈 건지
"진 아가씨, 이곳이 바로 청산 별장입니다. 이곳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 잘 보관하세요." 직원은 말하면서 출입증을 그녀에게 건넸다.진아연은 출입증을 받은 후 캐리어를 끌고 현대 과학기술의 느낌으로 가득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1층 로비에 들어서자 별장이 겉보다 훨씬 더 넓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마치 화려한 미로에 들어선 것 같았다.그녀는 전화를 켜서 부대표가 보낸 수업표를 찾아 캐리어를 끌고 다용도 강의실을 찾았다.잠시 후, 그녀는 강의실 앞에서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안에는 20여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고그녀가 문을 밀고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봤다.이에 진아연은 볼이 빨개졌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교단 쪽에서 웬 익숙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뭐 해요?"진아연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이 저릿저릿했다.왜 환각이 느껴지지? 왜 박시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냐고?진아연은 그의 목소리를 절대 잘못 들을 리가 없었다! 이는 박시준이 분명했다!그녀가 교단을 바라보자 박시준은 깔끔한 옷차림에 완벽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럴 수가?부대표는 왜 박시준이 여기 있다고 미리 말해주지 않았지?박시준이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면 절대 여기 와서 학생 노릇을 하지 않았을 텐데!그녀는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진아연은 '신호성' 이라 적혀 있는 수업표를 보고 말을 이었다."진아연, 잘못 들어온 게 아니야. 신호성 씨가 몸이 불편해 내가 대신 수업하게 됐어." 박시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캐리어를 받고 설명했다.진아연: "???""일단 빈자리 찾아 앉아. 끝나고 얘기하자." 그는 말을 끝마치자 진아연의 캐리어를 들고 교단으로 향했다!이에 진아연은 붉어진 눈시울로 그가 들고 있는 캐리어를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뺏을 뻔했다.그녀는 숨을 가다듬고 뒤돌아 뒷줄로 걸어가자리에 앉은 후 휴대폰을 꺼내 부대표에게 박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