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여소정은 장난삼아 말을 이었다. "두 사람 혹시 같은 곳으로 가는 거 아니야?"진아연은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그녀는 전날 박시준에게 어디로 출장 가는지 묻지 않았다.물론 궁금하지만 선뜻 그한테 물어볼 수 없었다.아무리 같은 곳이라고 해도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지?진아연은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방에서 나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고지성이는 거실 아기침대에서 낮잠을 자고 이모님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이모님, 저 오늘 멀리 떠나야 하는데 아마 일주일 후에 돌아올 겁니다." 진아연은 주방으로 향해 이모님에게 알렸다.이모님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저녁에 아이들이 돌아와 아연 씨가 떠난 걸 알게 되면 무척 보고 싶어 할 텐데요."진아연: "다른 사람의 약속 때문에 외지로 가서 교육받아야 합니다.""그러세요. 일 때문이니 아이들도 이해할 겁니다. 그럼 혼자 가세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겁니까?" 이모님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혼자 가요." 진아연은 주방으로 들어가 식탁 의자에 앉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폐쇄식 관리로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그래요. 그럼 언제 떠날 생각이세요?" 이모님은 아침을 식탁에 차리면서 물었다."아침 먹고 비행기 표를 예매할 생각인데, 늦어도 오후에 출발할 거예요. 마이크는요?" 진아연은 잔을 들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아직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모님이 말을 마치자 마이크가 곁으로 다가왔다."제가 왜요?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마이크는 헝클어진 금발 머리로 진아연의 곁에 앉았다."마침 너한테도 얘기할 생각이었어. 오늘 외출할 건데 아마 일주일 뒤 돌아올 거야. 집안일은 너한테 맡길게." 진아연은 말을 이었다.마이크도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확 깼다. "어디 가? 내가 같이 가줘?""청산 대학이라고 들어봤어?" 진아연은 죽 한 숟가락
마이크는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바로 반박했다. "어디로 출장 가든, 네가 가는 청산 대학은 아닌걸. 스스로가 비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인데, 다른 사람과 자기의 성공담에 대해 얘기하겠어? 안 믿기면 인터넷에서 한 번 찾아봐. 개인 인터뷰를 거의 한 적이 없었어. 그리고 그런 성격에 다른 사람에게 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에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드디어 깨달았다.박시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그녀인데 왜 이런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였을까?진아연은 어색한 듯 얼굴이 붉어졌고 마이크는 그녀의 기색을 보더니 물었다."그럼 내가 지운 씨에게 연락해 볼까? 혹시 진짜 청산으로 갈 수도 있잖아?" 마이크는 그녀를 비웃지 않았지만, 박시준을 비웃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청산, 좋은 곳이지. 환경도 좋고 공기도 맑고, 휴가 보내기 참 좋은 곳이지. 설마 명목상 출장이라고 해놓고 청산에 놀러 간거 아니야?"진아연은 그의 말에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출장 가든 휴가 가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지운 씨한테 묻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마."진아연은 삶은 계란 껍데기를 벗기고 그의 접시에 올려줬다."몇 시 비행기야? 내가 공항으로 데려다줄게." 마이크는 달걀을 먹고 물었다."아직 예매하지 않았어!" 진아연은 고개를 떨구고 말을 이었다. "아직 좀 혼란스러워. 원래 출근할 생각인데 전혀 준비가 안 됐어."마이크는 답답해하는 그녀를 보자 위로해 줬다. "청산은 좋은 곳이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 세상과 거의 동떨어져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 일주일 동안 마음을 추스르러 간다고 생각해!"진아연: "넌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세상과 동떨어졌다니. 내가 세속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 만에 하나라도 인터넷이 없으면 바로 다시 돌아올 거야.""인터넷이 없을 리가 없잖아. 명색이 CEO 학원인데, 대표님들이 많이 갔을 텐데. 넌 인터넷 없이 잘 살 수 있겠지만, 이들은 안 될걸."
"매번 출장 갈 때마다 저를 데려가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진아연 씨는 왜 갑자기 대표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조지운은 물 잔을 내려놓고 날카롭게 물었다."아연이도 오늘 출장 갔는데 일주일 동안 간다네요. 그래서 저한테 박시준 씨가 어디 갔는지 물었던 거예요." 마이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박시준 씨와 같은 곳으로 갈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리가 있냐고 말했죠! 박시준 씨가 CEO 학원 같은데, 갈 리가 없잖아요! 그 사람 성격에 강사는 무슨, 염라대왕이 더 어울리겠네요! 그런 차가운 얼굴로 강의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니까요!"조지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진아연 씨는 어디로 출장 갔는데요?""청산 대학이요! 지운 씨 대표님은요?""어! 대표님도 청산에 갔어요!" 조지운은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시 진아연 씨도 초대 강사로 청산에 간 거 아닐까요?"마이크는 '푸흡' 소리와 함께 웃으면서 말했다. "강사는 무슨! 학생으로 간 거예요! 아무래도 함정인 것 같은데요! 조지운 씨, 솔직히 말해요. 지운 씨 대표님께서 아연이에게 올가미 씌운 거 아니에요?!"조지운: "그럴 리가요! 혹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잖아요."마이크: "그렇네요. 이건 회사 부대표가 신청한 건데, 갑자기 집안일 때문에 가지 못해 아연이가 간 거예요. 설마 박시준 씨가 부대표한테 시킨 건 아니겠죠?!"조지운: "우연일 거예요. 하늘도 아마 두 분의 관계를 맺어 주고 싶은 거겠죠."마이크: "무슨 소리예요. 하늘은 두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여기시는 거겠죠. 그렇지 않다면 서로 얽힌 지 몇 년인데 왜 결혼도 못 했을까요? 서유기를 보면 현장이 온갖 시련을 겪었는데, 두 사람은 이보다 더 한 것 같잖아요!"조지운: "혹여 청산 여행에서 완벽한 결말을 얻을 지도 모르죠."마이크: "그랬으면 좋겠네요! 근데 아연이도 참, 저한테 언제 집에서 나갈 건지
"진 아가씨, 이곳이 바로 청산 별장입니다. 이곳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 잘 보관하세요." 직원은 말하면서 출입증을 그녀에게 건넸다.진아연은 출입증을 받은 후 캐리어를 끌고 현대 과학기술의 느낌으로 가득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1층 로비에 들어서자 별장이 겉보다 훨씬 더 넓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마치 화려한 미로에 들어선 것 같았다.그녀는 전화를 켜서 부대표가 보낸 수업표를 찾아 캐리어를 끌고 다용도 강의실을 찾았다.잠시 후, 그녀는 강의실 앞에서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안에는 20여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고그녀가 문을 밀고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봤다.이에 진아연은 볼이 빨개졌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교단 쪽에서 웬 익숙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뭐 해요?"진아연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이 저릿저릿했다.왜 환각이 느껴지지? 왜 박시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냐고?진아연은 그의 목소리를 절대 잘못 들을 리가 없었다! 이는 박시준이 분명했다!그녀가 교단을 바라보자 박시준은 깔끔한 옷차림에 완벽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럴 수가?부대표는 왜 박시준이 여기 있다고 미리 말해주지 않았지?박시준이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면 절대 여기 와서 학생 노릇을 하지 않았을 텐데!그녀는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진아연은 '신호성' 이라 적혀 있는 수업표를 보고 말을 이었다."진아연, 잘못 들어온 게 아니야. 신호성 씨가 몸이 불편해 내가 대신 수업하게 됐어." 박시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캐리어를 받고 설명했다.진아연: "???""일단 빈자리 찾아 앉아. 끝나고 얘기하자." 그는 말을 끝마치자 진아연의 캐리어를 들고 교단으로 향했다!이에 진아연은 붉어진 눈시울로 그가 들고 있는 캐리어를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뺏을 뻔했다.그녀는 숨을 가다듬고 뒤돌아 뒷줄로 걸어가자리에 앉은 후 휴대폰을 꺼내 부대표에게 박
현장은 그녀의 한마디에 난리가 났다!교단에서 듣고 있던 박시준도 귓불이 빨개졌다.그녀가 화 때문에 한 말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이상한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래도 공공장소이니 이대로 비난의 대상이 되게 놔둘 수 없었다."진아연, 일단 앞으로 나와." 박시준은 교단에서 내려와 첫째 줄 학생들을 뒤로 앉혔고진아연이 홀로 첫째 줄에 앉으면 곁에 사람도 없으니 더는 싸울 일 없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첫째 줄에 앉고 그를 힐끗 노려보더니 아예 휴대폰을 꺼내 그의 앞에서 부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박시준이 있다는 걸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부대표: 미리 말씀드리면 가지 않을까 봐 미처 말하지 못했습니다. 등록비가 6,000만 원인데 너무 아깝잖아요.진아연: 그럼 제가 지금 6,000만 원을 드릴 테니 내일 돌아갈게요. 그럼 되죠?부대표: 네? 아연 씨, 혹시 박시준 씨 때문에 그런 겁니까? 괴롭혔나요? 정 힘드시면 돌아오세요! 돈은 괜찮아요!!진아연은 부대표의 답장에 점점 진정되었다.박시준은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그의 속임에 온 것도 아닌데 굳이 그한테 화를 낼 필요가 있나?그녀가 심호흡하고 박시준의 강의에 집중하려 할 때, 곁에 놓인 분홍색 캐리어에 이성이 다시 무너졌다!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뺏어오고 싶었다.진짜 부끄럽지도 않은 거야?청산 별장의 호화로운 침실 내, 별장 주인인 전 회장의 휴대폰이 울렸다.전 회장이 전화를 받자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로는 박시준 씨와 진아연 씨가 회장님 별장에 있다면서요?""하하, 네! 근데 무슨 일이죠?" 전 회장은 입에 시가를 물고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 "두 분과 사이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시준 씨는 제 친구입니다.""하하! 전 회장님, 성공을 이룬 사업가로서 영원한 친구와 적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한테 완벽한 계획이 있는 데 혹시 관심이 있나 싶네요?" 전화 저편에는 사악한 여자 목소리가
"박시준 씨, 이런 식으로 저를 모독하지 마세요. 만약 제가 박시준 씨를 멀리하고 싶었으면 아이들의 생일파티에 참여하라고 하지도 않았겠죠?"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말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이에 박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으로 바래다줄게. 돌아가서 쉬어." 그는 진아연의 캐리어를 끌고 문 쪽으로 향했고진아연은 앞장선 박시준을 보며 비웃었다. "제 방 번호를 알아요? 설마 진짜 부대표님을 매수한 건 아니죠? 박시준 씨, 진짜 못하는 짓이 없네요?"이에 박시준은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설명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어제 네 부대표님이 호텔에서 진짜 도와달라고 말했었어. 아들이 아파서 참가비를 환불받고 싶은데, 처리할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한 거야. 난 그한테 널 이곳으로 부르라고 말했지만 동의하지 않았어. 아무래도 전날 우리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해 마음이 바뀌어 도와줬나 봐.""진짜 그런 거예요?" 진아연은 그의 설명을 듣더니 화가 바로 가라앉았다."그러면 지금 네 부대표님에게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겠네. 이 정도의 믿음도 없이 부대표의 자리에 앉힌 건 아니지?" 박시준은 장난삼아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그런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나쁜 놈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지지 않고 맞서 조롱했다. "ST그룹 대표님이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이런 옹졸한 수단을 쓰다니."박시준은 화난 척하는 그녀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려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난 모든 걸 할 수 있는데."이에 진아연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한테서 캐리어를 뺏었다. "저 알아서 돌아갈 테니까 바래다주지 않아도 돼요."박시준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진아연은 룸 카드 키를 꺼내 자기의 방 번호를 확인했다.따라온 박시준은 침착하게 알려줬다. "네 방은 내 옆방이야. 내가 데려다줄게."그리고 말을 마치자 다시 그녀한테서 캐리어를 뺏었다."진아연, 내가
이때 옆방의 문이 열리자 여인은 우아한 자태를 보이며 안으로 들어갔다!진아연은 눈앞의 장면에 놀라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진아연은 반 시간 전까지 자기와 시시덕거리던 박시준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바로 옆방인데 감히 여자를 방으로 부르다니. 설마 방음 효과가 괜찮아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진아연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너무 역겨워서 식욕이 없어졌다!그녀는 너무 분한 나머지 문을 쾅 닫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말도 안 돼! 왜 박시준이 이런 남자라는 걸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박시준이 순결을 지키고 사생활이 문란하지 않다고 여겼던 진아연은 스스로가 너무 순진했다고 생각했다!뚜껑이 머리끝까지 열린 진아연은 빨개진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고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깊은 숲속이라 교통도 불편해 떠나고 싶어도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심리적 장벽이 허물로 무너졌다!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난 거지?박시준은 도대체 그녀를 뭘로 봤을까? 그녀를 속여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고작 그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야?진아연은 침대 옆에 웅크린 채 눈물을 글썽였다.박시준이 왜 그 여자에게 문을 열어준 거지?아니야. 아마 박시준이 연락해 부른 여자일 거다.그게 아니라면 왜 여자를 방으로 들여보낸 걸까?이를 깨달은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휴대폰을 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이때 여소정이 보낸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아연아, 듣기로는 박시준 씨와 청산에 함께 있다며, 너무 짜릿한 거 아니야?진아연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자 다시 눈물을 보였다.그래! 짜릿하긴 하지!진아연은 눈물을 꾹 참고 답했다. 그래. 바로 옆방이야. 근데 지금 다른 여자와 방에서 놀아나고 있어. 짜릿하긴 하지.메시지를 보내자 여소정이 바로 그녀에게 연락했고진아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얼마 지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고진아연은 듣고 있었지만 문 열 생각이 없었고 누군지도 궁금하지 않았다.마치 속이 텅 빈 몸뚱이만 남아 물 위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익사할 것 같았지만 죽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왜 이런 절망적인 감정에 시달리는지 생각한 그녀는 여전히 그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는 답을 내렸다.그의 거짓말에 매번 속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교훈을 얻지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그의 계획이라 단정 짓고 떠났을 거다!그녀는 끊임없이 울리는 벨 소리 때문에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팠고문을 열지 않는다면 문밖의 사람이 포기하지 않을 듯했다.그녀는 침대를 부축해 몸을 서서히 일으키고 문 쪽으로 향했다.그녀가 문을 열자 키가 크고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고진아연은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진아연! 오해야! 나 방금 방에 없었어. 너를 방으로 보낸 후, 누가 연회로 불러 술 마시러 갔어." 박시준은 붉어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가슴이 미어졌다.박시준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고진아연은 그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으며파르르 떨고 있는 눈동자로 그를 자세히 훑어봤다.단정한 옷차림에 구겨진 자국도 찾을 수 없었다. 박시준은 눈살을 찌루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금 소정 씨가 연락해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어!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거야."진아연은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듯 몸을 돌렸다.이제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거다."내 방에 들어왔던 여자는 전 회장의 조카야. 전에 몇 번 봤는데 친한 사이는 아니고 사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야. 만약 그때 방에 있었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급히 다가가 어깨를 잡고 사실을 알렸다."그럼 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은 누구죠? 제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봤어요." 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자신의 불만을 알렸다."웨이터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