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고진아연은 듣고 있었지만 문 열 생각이 없었고 누군지도 궁금하지 않았다.마치 속이 텅 빈 몸뚱이만 남아 물 위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익사할 것 같았지만 죽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왜 이런 절망적인 감정에 시달리는지 생각한 그녀는 여전히 그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는 답을 내렸다.그의 거짓말에 매번 속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교훈을 얻지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그의 계획이라 단정 짓고 떠났을 거다!그녀는 끊임없이 울리는 벨 소리 때문에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팠고문을 열지 않는다면 문밖의 사람이 포기하지 않을 듯했다.그녀는 침대를 부축해 몸을 서서히 일으키고 문 쪽으로 향했다.그녀가 문을 열자 키가 크고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고진아연은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진아연! 오해야! 나 방금 방에 없었어. 너를 방으로 보낸 후, 누가 연회로 불러 술 마시러 갔어." 박시준은 붉어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가슴이 미어졌다.박시준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고진아연은 그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으며파르르 떨고 있는 눈동자로 그를 자세히 훑어봤다.단정한 옷차림에 구겨진 자국도 찾을 수 없었다. 박시준은 눈살을 찌루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금 소정 씨가 연락해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어!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거야."진아연은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듯 몸을 돌렸다.이제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거다."내 방에 들어왔던 여자는 전 회장의 조카야. 전에 몇 번 봤는데 친한 사이는 아니고 사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야. 만약 그때 방에 있었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급히 다가가 어깨를 잡고 사실을 알렸다."그럼 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은 누구죠? 제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봤어요." 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자신의 불만을 알렸다."웨이터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그녀는 주소록을 열어 어머니의 이름을 클릭해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저 박시준 씨와 화해했어요. 이번에는 진짜 모든 오해를 풀었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 믿어요. 하늘나라에서 부디 잘 지내시고 저도 착하게 살고 아이들을 잘 키울게요.진아연이 메시지를 보낸 후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려 할 때갑자기 방안에 불빛이 보였다.이에 그녀는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그곳에는 탁자 위에 놓인 박시준의 휴대폰이 보였다.메시지를 받았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지만, 누가 보냈고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다.박시준은 한 번도 그녀한테 휴대폰을 숨긴 적이 없었고 그녀가 보더라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만약 휴대폰이 그의 옆 탁자에 놓여있지 않았다면 호기심에 봤을 테지만, 지금은 침대에서 내려가기 귀찮고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아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을 금세 포기했다.눈만 감으면 그 어떤 미지의 공포도 두렵지 않은 듯했다.다음 날 아침, 일곱 시.잠에서 깬 박시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곁에 조용히 누워있는 진아연을 보더니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그는 진아연이 깰까 봐 이대로 함께 누워 있기로 했고침대 옆 탁자에서 휴대폰을 켜자 메시지를 확인했다.메시지를 본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한 시간 후, 진아연은 졸린 눈을 하며 일어났다.전날 밤 너무 늦게 잔 탓인지, 아직 몽롱한 상태여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눈앞의 장면을 보자 꿈속이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일어났어요?" 말을 건넨 건 바로 전 회장의 조카였다.진아연은 마치 충격이라도 받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 여자,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녀는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멍한 표정으로 박시준을 바라봤다.박시준은 담배를 들고 전 회장의 조카를 팔로 감싸고 있었다.두 사람은 침대 옆에 서서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는 것처럼 그녀를 보고 있었다."진아연, 오늘 떠난다고 하지 않았어? 빨리 짐을 챙기고 가!" 박시준은 말
"대표님이 공항까지 바래다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경호원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그럴 필요 없어요!"경호원은 그녀의 외침에 성질을 냈다. "왜 저한테 소리를 지르는 겁니까? 저는 그냥 대표님이 내린 지시를 따를 뿐입니다."진아연은 경호원의 어두운 낯빛에 하려던 말을 다시 뱃속으로 삼켰다.잠깐의 고민 끝에 이상함을 느낀 진아연은 직감적으로 문제를 발견했다."저를 공항으로 바래다주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요?"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경호원 : "일단 눈물부터 닦으세요. 계속 울고 있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네요."진아연은 그의 말에 얼굴의 눈물을 닦았다. "설마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았나요?"경호원: "모르겠어요. 저에게 전한 말은 진아연 씨를 빨리 공항으로 바래다주라는 말뿐입니다."진아연: "..."경호원: "대표님에 대한 제 판단을 보자면 아마 이곳이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요. 진아연 씨가 먼저 떠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툰 게 아닐까 싶어요."경호원은 진아연에게 자기 생각을 알려주면 진아연이 감동해 박시준과 함께 머물러줄 거라 생각했었다.경호원은 진아연이 의리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라대표님이 그녀를 이리 좋아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진아연은 아무 말 없이 멍을 때렸다."저기요. 무슨 생각 해요?" 경호원은 팔꿈치로 그녀를 툭툭 치면서 물었다. "방금 제가 했던 말을 이해 못 하셨어요? 왜 반응 없어요?"진아연은 심호흡 크게 한번 하더니 말를 이었다. "그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계속 울까요?"경호원: "..."진아연은 경호원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누군가가 제가 떠날 수 없게 붙잡으면 어떡하죠? 제가 슬퍼 보여야 나쁜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겠죠?"경호원: "..."경호원은 박시준을 따르면서 온갖 풍파를 겪었지만 진아연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방금까지 슬퍼 통곡하던 사람이 그녀가 아닌 듯침착하게 어떻게 탈출할지를 생각했고 박
"전 회장이 왜 박시준한테 그랬대요? 원수라도 있어요? 원수 지간이라면 박시준은 왜 또 여기까지 왔어요?" 진아연은 무언가 좀 찜찜했다."두 사람이 지난번에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경호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세계는 원래 그런가 봅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하고요. 뭘 하든 이익만 보고 다른 건 전혀 중요하지 않고요."진아연은 걱정이 됐다. 그녀는 먼 산을 보았다.진아연은 어젯밤 한밤중에 받았던 메시지가 갑자기 생각났다.혹시 그 메시지와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언덕 위.박시준은 전 회장 조카를 따라 전 회장 방으로 들어갔다.전 회장은 마치 여우같이 박시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시준아, 내가 널 과소평가를 한 것 같다." 전 회장은 감탄하며 말했다. "너한테 소식을 흘린 사람은 누구지?"박시준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담배를 집어 들고 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다."경호원한테 진아연은 데리고 떠나고 너 혼자 여기 남은 거로군, 참 대단하구나." 전 회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박시준을 보고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조종사가 어젯밤에 비행기로 왔다면서요? 왜요? 도망이라도 가게요?" 박시준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전 회장도 궁금했다. "시준아, 만약에 네가 오늘 여기에서 죽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거니?"박시준은 슥 웃으며 말했다. "제가 혼자 죽을 리가 있겠어요? 죽어도 같이 죽어야죠! 질문을 잘못했어요, 제가 오늘 여기서 죽으면 그쪽 자손들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어야죠."전 회장은 순간 안색이 '확' 변했다.경호원들이 재빨리 앞으로 다가와 박시준을 째려보았다."그리고 당신의 비행기는 청산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박시준은 경호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젠 당신 아버지 세대가 아니에요, 정보 기술도 각종 무기도 엄청난 발전을 했단 말이에요. 이번에 이 자리에 온 모든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 집안은 편히 못 살 거예
"아연아, 나 이제 안전해." 전화 반대편에서 박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아침 일은...""만나서 얘기해요" 진아연은 조금 떠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안전하면 됐어요, 박시준 씨, 무슨 일 있을까 봐 좀 많이 놀랐어요."진아연의 걱정 어린 소리에 박시준은 달려며 말했다. "다 끝났어, 바로 내려갈게."전화를 끊은 진아연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경호원은 그녀를 진정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말이 바뀌었다. "대표님이 안 죽었잖아요! 여자들이 질질 짜는 거 제일 보기 싫어요!"진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걱정되지도 않아요? 그러고 보니 계속 덤덤했던 것 같아요."경호원은 말했다. "오늘 같은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표님이 오늘 이 자리까지 오는 과정에 암살 같은 거 한두 번이 아니에요. 예전에 비하면 오늘은 아무것도 아닌걸요. 아가씨가 대표님이랑 같이 하기로 결정해으면 암살 같은 건 각오를 해야 될걸요."진아연: "???"경호원은 진아연이 놀란 모습을 보고 자기도 멍했다.혹시 진아연이 자기 말에 놀라 박시준이랑 헤어지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아연이 그렇게 겁이 많으면 대표님이랑 어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아가씨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늘 위험할 거예요. 뉴스 많이 봤을 거 아니에요. 납치당하는 아이들 다 부잣집 아이들이잖아요." 경호원은 계속해서 말했다.진아연: "..."박시준이 내려와 진아연을 만났다. 진아연의 안색을 여전히 창백했다. 아마도 아직도 마음이 제대로 안정되지 못한 모양이었다."아연아, 오늘 아침에 많이 놀랐지?" 박시준은 그의 긴 팔로 진아연의 가냘픈 몸을 감싸 안았다. "저놈들이 너를 잡아 협박을 할까 봐 그랬어, 만약에 정말 그렇게 되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시준 씨, 자주 암살 시도 당했었어요?"박시준: "갑자기 왜? 오늘은 암살이 아니야. 전 회장 그 인간이 누군가에게 속아 가지고 나랑 별
두 사람의 계획은 청산 휴가를 보내며 더 가까워지려고 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이런 위험에 처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여소정이 아침에 전화 왔어요. 어제 진아연한테서 문자를 받았는데 박시준이랑 재혼할 거래요." 흥분했던 마이크는 단 30분 만에 두 사람이 청산에서의 일을 들었다. "다행이다, 별일이 없어서.""성빈 형한테 전화해 빨리 들어오라고 해야겠다." 조지운은 휴대폰을 꺼내 해외 출장을 간 성빈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마이크는 시간을 보고 말했다. "저 한이 학교 다녀올게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한이한테 미리 얘기해야 돼요. 이따가 들어와 한이가 소식을 들으면 많이 놀랄 것 같아요."조지운은 마이크의 팔을 잡았다. "그게... 한이를 꼭 좀 설득해 줘요. 대표님이랑 진아연 씨가 어렵게 여기까지 왔어요. 두 사람이 이제 같이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괜히 한이 때문에 결혼 못 하면 좀 그렇잖아요."마이크: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한이가 그렇게 도리를 모르고 억지 부리는 아이가 아니에요. 한이가 아직도 박시준 씨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박시준 씨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그런 거잖아요."조지운은 조금 당황스러워 보였다. "알아요. 대표님이 라엘이랑 한이가 자기 자식인지를 모르고 있었을 때 좀 너무 하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잖아요. 나중에 아이들한테 정말 잘해 줄 거예요."마이크: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이를 잘 설득할게요."저녁, 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과 박시준이 안전히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한이는 박시준을 보고도 방에 들어가 숨지 않은 것에 조금 놀랐다.모두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진아연은 두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이야, 라엘아. 엄마가 너희들한테 할 말이 있어."라엘이는 맑고 큰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네, 엄마. 아빠랑 결혼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엄마가 남편을 찾는 거지, 저희에게 남편을 찾아주는 것도 아닌데 우리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죠!"한이도 고개를 끄덕였
진아연은 고민 없이 바로 차에서 내렸다!진아연이 본 사람은 최운석의 형이었다!전에는 진아연은 B국에 만나로 갔었는데, 이사 갔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진아연은 그들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 여기서 만났다. 그들은 A국에 온 것이었다!차에서 내린 진아연은 바로 최운석 형 쪽으로 갔다."최운철 씨!" 진아연은 뒤에서 그의 팔을 잡고 가쁜 숨을 고르 쉬기 바쁘게 불렀다. "왜 이사를 가셨어요? A국에 정착을 하신 거예요? 운석 씨를 좀 만나고 싶습니다!"최운철은 뒤를 돌아 진아연을 보는 순간 얼굴은 귀찮고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아버지가 박시준 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고 최운철은 아침을 사 드리려고 잠깐 나왔던 것이었다. 여기서 진아연을 만나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 박사님, 왜 그러세요? 우리 서로 잘 아는 사이인가요? 저희가 이사하든 안 하든 뭔 상관이세요? 왜 자꾸 제 동생을 귀찮게 해요?" 최운철은 진아연의 손을 뿌리쳤다. "아버지가 입원 중이에요, 저 지금 병간호하러 가야 되거든요, 저리 비켜주세요!"진아연은 순간 멍했다. "아버님이 왜요? A국에 병 보러 오신 거예요? 저도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왜 운석 씨 휴대폰을 못 쓰게 해요?! 운석 씨도 사람이에요, 당신들이 키우는 동물이 아니란 말이에요! 무슨 권리로 운석 씨 자유까지 제한하고 그래요?""자유? 웃기네요! 걔는 바보예요! 바보가 자유를 얻다간 얼마 못가 죽는다고요!" 최운철의 말에는 경멸과 무시가 섞여 있었다.그의 말에 진아연은 이성을 슬슬 잃어갔다. 진아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정이 언제 폭발할지 몰랐다.최운석은 바보가 아니다. 이미 자기의 의식이 돌아왔다!"전 당신이 운석 씨 친형 맞나 싶어요!" 진아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친형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짐승보다 못한 말을 할 수 있어요!""우리가 친형제든 아니든 뭔 상관이에요? 그렇게 할 일이 없어서 지금 거리까지 나와 판사 놀이라도 하는 건가요?" 최운철은 바로
"차를 견인해 가? 왜?" 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어?""별일 아니었어요." 진아연을 컵을 집어 들고 물 한 모금 마셨다. "오다가 B국에서 봤던 그 환자의 형을 만났어요. 그 집 환자분 빼고 다른 가족 전체가 다 이상했어요. 환자가 저한테 연락을 못 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좀 화났어요. 그러다 오늘 오는 길에 그 환자분 형을 봤어요. 그래서 내려가 따졌죠."박시준은 진아연의 설명을 듣고 더 어리둥절했다. "아연아, 환자 가족들이 환자가 너랑 연락하는 거 꺼리는데 네가 그냥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네 환자긴 하지만 가족은 아니잖아. 다른 집 일까지 어떻게 다 봐줘?""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환자는 다른 일반 환자랑 달랐아요.""알아, 시은이랑 같은 병을 앓고 있었지.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던 거 아니야? 맞지?" 박시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 집 사람들도 그 많은 돈을 들여 너한테 환자를 보낸 거 그 집도 일반 가정은 아니라는 말이잖아. 환자분을 알아서 잘 보살필 거야.""근데 이상한 건 그 사람들 환자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왜 쓸데없는 짓을 하겠어요." 진아연은 계속해서 말했다. "저랑 뭔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는 걸 저도 알아요. 하지만 이 환자는 저도 모르게 참견을 하게 돼요."박시준은 순간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아연아, 네가 잘못했다는 거 아니야. 만약에 가족들이 정말 환자분을 학대하고 그러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도와줄게!"진아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지랖은 넓지만 그렇다고 제 능력 밖의 일은 안해요. 그리고 우리 결혼식도 신경 써야 되는데 이 일은 시준 씨가 괜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박시준: "알았어.""시준 씨, 시준 씨도 어릴 때 이 병을 앓았다면서요? 어떤 의사가 치료해줘서 나았다고 들었어요. 그 뒤로 그 의사분 만나본 적은 있어요?" 진아연은 오랫동안의 고민을 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