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아가씨, 이곳이 바로 청산 별장입니다. 이곳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 잘 보관하세요." 직원은 말하면서 출입증을 그녀에게 건넸다.진아연은 출입증을 받은 후 캐리어를 끌고 현대 과학기술의 느낌으로 가득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1층 로비에 들어서자 별장이 겉보다 훨씬 더 넓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마치 화려한 미로에 들어선 것 같았다.그녀는 전화를 켜서 부대표가 보낸 수업표를 찾아 캐리어를 끌고 다용도 강의실을 찾았다.잠시 후, 그녀는 강의실 앞에서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안에는 20여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고그녀가 문을 밀고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봤다.이에 진아연은 볼이 빨개졌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교단 쪽에서 웬 익숙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뭐 해요?"진아연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이 저릿저릿했다.왜 환각이 느껴지지? 왜 박시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냐고?진아연은 그의 목소리를 절대 잘못 들을 리가 없었다! 이는 박시준이 분명했다!그녀가 교단을 바라보자 박시준은 깔끔한 옷차림에 완벽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럴 수가?부대표는 왜 박시준이 여기 있다고 미리 말해주지 않았지?박시준이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면 절대 여기 와서 학생 노릇을 하지 않았을 텐데!그녀는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다!"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진아연은 '신호성' 이라 적혀 있는 수업표를 보고 말을 이었다."진아연, 잘못 들어온 게 아니야. 신호성 씨가 몸이 불편해 내가 대신 수업하게 됐어." 박시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캐리어를 받고 설명했다.진아연: "???""일단 빈자리 찾아 앉아. 끝나고 얘기하자." 그는 말을 끝마치자 진아연의 캐리어를 들고 교단으로 향했다!이에 진아연은 붉어진 눈시울로 그가 들고 있는 캐리어를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뺏을 뻔했다.그녀는 숨을 가다듬고 뒤돌아 뒷줄로 걸어가자리에 앉은 후 휴대폰을 꺼내 부대표에게 박
현장은 그녀의 한마디에 난리가 났다!교단에서 듣고 있던 박시준도 귓불이 빨개졌다.그녀가 화 때문에 한 말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이상한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래도 공공장소이니 이대로 비난의 대상이 되게 놔둘 수 없었다."진아연, 일단 앞으로 나와." 박시준은 교단에서 내려와 첫째 줄 학생들을 뒤로 앉혔고진아연이 홀로 첫째 줄에 앉으면 곁에 사람도 없으니 더는 싸울 일 없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은 첫째 줄에 앉고 그를 힐끗 노려보더니 아예 휴대폰을 꺼내 그의 앞에서 부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박시준이 있다는 걸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부대표: 미리 말씀드리면 가지 않을까 봐 미처 말하지 못했습니다. 등록비가 6,000만 원인데 너무 아깝잖아요.진아연: 그럼 제가 지금 6,000만 원을 드릴 테니 내일 돌아갈게요. 그럼 되죠?부대표: 네? 아연 씨, 혹시 박시준 씨 때문에 그런 겁니까? 괴롭혔나요? 정 힘드시면 돌아오세요! 돈은 괜찮아요!!진아연은 부대표의 답장에 점점 진정되었다.박시준은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그의 속임에 온 것도 아닌데 굳이 그한테 화를 낼 필요가 있나?그녀가 심호흡하고 박시준의 강의에 집중하려 할 때, 곁에 놓인 분홍색 캐리어에 이성이 다시 무너졌다!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뺏어오고 싶었다.진짜 부끄럽지도 않은 거야?청산 별장의 호화로운 침실 내, 별장 주인인 전 회장의 휴대폰이 울렸다.전 회장이 전화를 받자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로는 박시준 씨와 진아연 씨가 회장님 별장에 있다면서요?""하하, 네! 근데 무슨 일이죠?" 전 회장은 입에 시가를 물고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 "두 분과 사이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시준 씨는 제 친구입니다.""하하! 전 회장님, 성공을 이룬 사업가로서 영원한 친구와 적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한테 완벽한 계획이 있는 데 혹시 관심이 있나 싶네요?" 전화 저편에는 사악한 여자 목소리가
"박시준 씨, 이런 식으로 저를 모독하지 마세요. 만약 제가 박시준 씨를 멀리하고 싶었으면 아이들의 생일파티에 참여하라고 하지도 않았겠죠?"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말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렸다.이에 박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뭔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으로 바래다줄게. 돌아가서 쉬어." 그는 진아연의 캐리어를 끌고 문 쪽으로 향했고진아연은 앞장선 박시준을 보며 비웃었다. "제 방 번호를 알아요? 설마 진짜 부대표님을 매수한 건 아니죠? 박시준 씨, 진짜 못하는 짓이 없네요?"이에 박시준은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설명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어제 네 부대표님이 호텔에서 진짜 도와달라고 말했었어. 아들이 아파서 참가비를 환불받고 싶은데, 처리할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한 거야. 난 그한테 널 이곳으로 부르라고 말했지만 동의하지 않았어. 아무래도 전날 우리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해 마음이 바뀌어 도와줬나 봐.""진짜 그런 거예요?" 진아연은 그의 설명을 듣더니 화가 바로 가라앉았다."그러면 지금 네 부대표님에게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겠네. 이 정도의 믿음도 없이 부대표의 자리에 앉힌 건 아니지?" 박시준은 장난삼아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그런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나쁜 놈이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지지 않고 맞서 조롱했다. "ST그룹 대표님이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이런 옹졸한 수단을 쓰다니."박시준은 화난 척하는 그녀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려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난 모든 걸 할 수 있는데."이에 진아연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한테서 캐리어를 뺏었다. "저 알아서 돌아갈 테니까 바래다주지 않아도 돼요."박시준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진아연은 룸 카드 키를 꺼내 자기의 방 번호를 확인했다.따라온 박시준은 침착하게 알려줬다. "네 방은 내 옆방이야. 내가 데려다줄게."그리고 말을 마치자 다시 그녀한테서 캐리어를 뺏었다."진아연, 내가
이때 옆방의 문이 열리자 여인은 우아한 자태를 보이며 안으로 들어갔다!진아연은 눈앞의 장면에 놀라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진아연은 반 시간 전까지 자기와 시시덕거리던 박시준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바로 옆방인데 감히 여자를 방으로 부르다니. 설마 방음 효과가 괜찮아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진아연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너무 역겨워서 식욕이 없어졌다!그녀는 너무 분한 나머지 문을 쾅 닫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말도 안 돼! 왜 박시준이 이런 남자라는 걸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박시준이 순결을 지키고 사생활이 문란하지 않다고 여겼던 진아연은 스스로가 너무 순진했다고 생각했다!뚜껑이 머리끝까지 열린 진아연은 빨개진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고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깊은 숲속이라 교통도 불편해 떠나고 싶어도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심리적 장벽이 허물로 무너졌다!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난 거지?박시준은 도대체 그녀를 뭘로 봤을까? 그녀를 속여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고작 그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야?진아연은 침대 옆에 웅크린 채 눈물을 글썽였다.박시준이 왜 그 여자에게 문을 열어준 거지?아니야. 아마 박시준이 연락해 부른 여자일 거다.그게 아니라면 왜 여자를 방으로 들여보낸 걸까?이를 깨달은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고 휴대폰을 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이때 여소정이 보낸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아연아, 듣기로는 박시준 씨와 청산에 함께 있다며, 너무 짜릿한 거 아니야?진아연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자 다시 눈물을 보였다.그래! 짜릿하긴 하지!진아연은 눈물을 꾹 참고 답했다. 그래. 바로 옆방이야. 근데 지금 다른 여자와 방에서 놀아나고 있어. 짜릿하긴 하지.메시지를 보내자 여소정이 바로 그녀에게 연락했고진아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얼마 지나지 않아 벨 소리가 울렸고진아연은 듣고 있었지만 문 열 생각이 없었고 누군지도 궁금하지 않았다.마치 속이 텅 빈 몸뚱이만 남아 물 위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익사할 것 같았지만 죽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왜 이런 절망적인 감정에 시달리는지 생각한 그녀는 여전히 그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는 답을 내렸다.그의 거짓말에 매번 속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교훈을 얻지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그의 계획이라 단정 짓고 떠났을 거다!그녀는 끊임없이 울리는 벨 소리 때문에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팠고문을 열지 않는다면 문밖의 사람이 포기하지 않을 듯했다.그녀는 침대를 부축해 몸을 서서히 일으키고 문 쪽으로 향했다.그녀가 문을 열자 키가 크고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서 있었고진아연은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진아연! 오해야! 나 방금 방에 없었어. 너를 방으로 보낸 후, 누가 연회로 불러 술 마시러 갔어." 박시준은 붉어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가슴이 미어졌다.박시준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고진아연은 그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으며파르르 떨고 있는 눈동자로 그를 자세히 훑어봤다.단정한 옷차림에 구겨진 자국도 찾을 수 없었다. 박시준은 눈살을 찌루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금 소정 씨가 연락해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어!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거야."진아연은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듯 몸을 돌렸다.이제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거다."내 방에 들어왔던 여자는 전 회장의 조카야. 전에 몇 번 봤는데 친한 사이는 아니고 사적으로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야. 만약 그때 방에 있었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급히 다가가 어깨를 잡고 사실을 알렸다."그럼 그녀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은 누구죠? 제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봤어요." 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자신의 불만을 알렸다."웨이터야." 그는 숨을 헐떡이며
그녀는 주소록을 열어 어머니의 이름을 클릭해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저 박시준 씨와 화해했어요. 이번에는 진짜 모든 오해를 풀었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 믿어요. 하늘나라에서 부디 잘 지내시고 저도 착하게 살고 아이들을 잘 키울게요.진아연이 메시지를 보낸 후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려 할 때갑자기 방안에 불빛이 보였다.이에 그녀는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그곳에는 탁자 위에 놓인 박시준의 휴대폰이 보였다.메시지를 받았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지만, 누가 보냈고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다.박시준은 한 번도 그녀한테 휴대폰을 숨긴 적이 없었고 그녀가 보더라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만약 휴대폰이 그의 옆 탁자에 놓여있지 않았다면 호기심에 봤을 테지만, 지금은 침대에서 내려가기 귀찮고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아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을 금세 포기했다.눈만 감으면 그 어떤 미지의 공포도 두렵지 않은 듯했다.다음 날 아침, 일곱 시.잠에서 깬 박시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곁에 조용히 누워있는 진아연을 보더니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그는 진아연이 깰까 봐 이대로 함께 누워 있기로 했고침대 옆 탁자에서 휴대폰을 켜자 메시지를 확인했다.메시지를 본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한 시간 후, 진아연은 졸린 눈을 하며 일어났다.전날 밤 너무 늦게 잔 탓인지, 아직 몽롱한 상태여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눈앞의 장면을 보자 꿈속이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일어났어요?" 말을 건넨 건 바로 전 회장의 조카였다.진아연은 마치 충격이라도 받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 여자,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녀는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멍한 표정으로 박시준을 바라봤다.박시준은 담배를 들고 전 회장의 조카를 팔로 감싸고 있었다.두 사람은 침대 옆에 서서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는 것처럼 그녀를 보고 있었다."진아연, 오늘 떠난다고 하지 않았어? 빨리 짐을 챙기고 가!" 박시준은 말
"대표님이 공항까지 바래다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경호원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그럴 필요 없어요!"경호원은 그녀의 외침에 성질을 냈다. "왜 저한테 소리를 지르는 겁니까? 저는 그냥 대표님이 내린 지시를 따를 뿐입니다."진아연은 경호원의 어두운 낯빛에 하려던 말을 다시 뱃속으로 삼켰다.잠깐의 고민 끝에 이상함을 느낀 진아연은 직감적으로 문제를 발견했다."저를 공항으로 바래다주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나요?"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경호원 : "일단 눈물부터 닦으세요. 계속 울고 있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네요."진아연은 그의 말에 얼굴의 눈물을 닦았다. "설마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았나요?"경호원: "모르겠어요. 저에게 전한 말은 진아연 씨를 빨리 공항으로 바래다주라는 말뿐입니다."진아연: "..."경호원: "대표님에 대한 제 판단을 보자면 아마 이곳이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요. 진아연 씨가 먼저 떠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툰 게 아닐까 싶어요."경호원은 진아연에게 자기 생각을 알려주면 진아연이 감동해 박시준과 함께 머물러줄 거라 생각했었다.경호원은 진아연이 의리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라대표님이 그녀를 이리 좋아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진아연은 아무 말 없이 멍을 때렸다."저기요. 무슨 생각 해요?" 경호원은 팔꿈치로 그녀를 툭툭 치면서 물었다. "방금 제가 했던 말을 이해 못 하셨어요? 왜 반응 없어요?"진아연은 심호흡 크게 한번 하더니 말를 이었다. "그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계속 울까요?"경호원: "..."진아연은 경호원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누군가가 제가 떠날 수 없게 붙잡으면 어떡하죠? 제가 슬퍼 보여야 나쁜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겠죠?"경호원: "..."경호원은 박시준을 따르면서 온갖 풍파를 겪었지만 진아연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방금까지 슬퍼 통곡하던 사람이 그녀가 아닌 듯침착하게 어떻게 탈출할지를 생각했고 박
"전 회장이 왜 박시준한테 그랬대요? 원수라도 있어요? 원수 지간이라면 박시준은 왜 또 여기까지 왔어요?" 진아연은 무언가 좀 찜찜했다."두 사람이 지난번에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경호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세계는 원래 그런가 봅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하고요. 뭘 하든 이익만 보고 다른 건 전혀 중요하지 않고요."진아연은 걱정이 됐다. 그녀는 먼 산을 보았다.진아연은 어젯밤 한밤중에 받았던 메시지가 갑자기 생각났다.혹시 그 메시지와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언덕 위.박시준은 전 회장 조카를 따라 전 회장 방으로 들어갔다.전 회장은 마치 여우같이 박시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시준아, 내가 널 과소평가를 한 것 같다." 전 회장은 감탄하며 말했다. "너한테 소식을 흘린 사람은 누구지?"박시준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담배를 집어 들고 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다."경호원한테 진아연은 데리고 떠나고 너 혼자 여기 남은 거로군, 참 대단하구나." 전 회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박시준을 보고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조종사가 어젯밤에 비행기로 왔다면서요? 왜요? 도망이라도 가게요?" 박시준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전 회장도 궁금했다. "시준아, 만약에 네가 오늘 여기에서 죽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거니?"박시준은 슥 웃으며 말했다. "제가 혼자 죽을 리가 있겠어요? 죽어도 같이 죽어야죠! 질문을 잘못했어요, 제가 오늘 여기서 죽으면 그쪽 자손들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어야죠."전 회장은 순간 안색이 '확' 변했다.경호원들이 재빨리 앞으로 다가와 박시준을 째려보았다."그리고 당신의 비행기는 청산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박시준은 경호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젠 당신 아버지 세대가 아니에요, 정보 기술도 각종 무기도 엄청난 발전을 했단 말이에요. 이번에 이 자리에 온 모든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 집안은 편히 못 살 거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