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속눈썹은 파르르 떨렸으며 그가 이렇게 그녀의 말을 들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다.예전에 두 사람이 연애를 할 때는 그렇게 그녀의 말을 안 들었던 그였다.왜냐하면 그는 매우 원칙적인 사람이었다. 절대로 그녀에게 돈을 쓰지도, 그녀의 돈을 받지도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그가 자신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며 돈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의 돈을 받았다.그 말은 그가 이제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원칙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그가 이렇게 순종적이게 변했다니, 더 이상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시준아, 핸드폰 좀 그만 봐라! 진아연 씨가 또 널 무시한 거지?"그의 방에서 성빈은 불쌍하다는 듯이 박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와인 한 잔을 건네주었다."아니거든." 박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대답했다고? 그럼 불러내서 놀아. 네가 그녀를 불러낸다면 그 말 믿어줄게." 성빈은 박시준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말했다.박시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내일 출근해야 해.""우리도 내일 출근하는데?" 성빈은 그의 말을 비꼬면서 말했다. "진아연이 너한테 답을 했다면 네가 지금 여기에 우리랑 앉아 있겠어? 당장이고 달려갔을 놈이? 하하하!"다른 사람은 박시준의 굳은 표정을 보고 침묵했다.그리고 성빈 역시 웃음을 갑자기 멈췄다.박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성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해보던가."성빈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박시준의 와인 잔에 건배했다. "시준아, 농담이야. 설령 진아연 씨가 필요 없다고 해도 걱정 마. 언젠가는 네가 최고의 남자라는 걸 알고 돌아올 거잖아?"박시준은 그가 자신을 위로하는지 아니면 놀리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빈이 형, 시준이 형은 지금 충분히 힘드니까 그만 놀려요." 하준기는 화제를 바꿨다. "우리 재밌는 게임 좀 할까요?"모두가 바라던 바였다.박시준은 와인 잔을 내려놓고는 재빨리 일어났다. "너희들끼리 놀아. 난 가볼게.""시준아, 흥 좀 그만
진아연은 모두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한 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붉은 장미 꽃다발은 그녀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이 장미 꽃다발은 일반적인 꽃다발과 달랐다. 육안으로 살펴만 봐도 적어도 99송이 장미꽃이었다.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를 할 때, 이런 꽃다발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녀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꽃다발을 살포시 만졌다.그리고 그 안에는 짧은 문구가 적힌 카드가 들어 있었다.그 카드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당신은 나의 영원한 여신ㅡ"그리고 그 카드를 본 뒤, 그녀는 박시준이 보낸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생겼다.솔직히 박시준 외에 그녀에게 누가 이렇게 큰 장미 꽃다발에 이런... 내용이 적힌 카드를 보낼 것인가?그의 이런 행동에 그녀는 내심 기분이 좋았지만 이런 기분으로 하루 종일 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ST그룹.월요일. 오늘은 정기 임원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박시준이 회사에 도착한 뒤, 임원들은 차례대로 회의실로 모였다.박시준은 어젯밤에 진탕 와인을 마시는 바람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그는 비서에게 커피 한 잔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회의가 시작된 뒤, 박시준은 계열사 관련 업무 내용 보고를 받았다.잠시 뒤, 비서가 원두커피를 가지고 들어왔다.비서가 커피를 들고 그에게 가져다줬을 때, 휴대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화면에는 '진아연' 이라는 글자가 떴다!진아연의 이름을 보고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고, 휴대폰을 바로 들기 위해 손을 뻗다가 실수로 비서가 건네준 커피를 건드렸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잔이 넘어지면서 그의 손과 테이블, 옷에 커피가 튀었다!비서는 겁에 질려 거듭 사과했다.박시준은 커피에 얼룩진 옷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바로 휴지로 휴대폰 화면을 닦았다.하지만 그러다 실수로 그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조용한 회의실에 진아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시준 씨! 꽃을 보낸 거예요? 아니,
박시준은 바로 끊긴 휴대폰을 바라보았고 그의 기분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떨어졌다.진아연에게 혼난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진아연에게 꽃다발을 건넨 사실이 화가 났다.진아연에게 꽃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마이크 아니면 김세연인데, 그들이라면 분명 자신의 이름을 적었을 것이다.대체 누구지? 대체 누가 몰래 진아연에게 큰 관심이 있다는 거지?"잠시 일이 있어. 계속하세요!" 박시준은 그렇게 말한 뒤, 회의실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임원진들은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회의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하지만 매주 월요일 아침 보고는 그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였다.대표가 없는 회의에 업무 보고를 누구에게 한다는 말인가?박시준은 회의실에서 나와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쾅 하고 닫았다.비서는 사무실 문밖에서 자신의 대표를 보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그녀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으며, 오늘 처음으로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를 말이다!커피가 많이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표님의 휴대폰과 손, 옷이 엉망이 되었다.지금 대표님께서 그녀를 탓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대표님께서는 염두에 두었다가 처리할 것이다."무슨 일이죠?" 지나가던 조지운은 비서가 곧 울음을 터트릴 거 같은 표정을 보고 물었다.비서는 조지운에게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했다."아, 대표님께서는 진아연 씨한테 혼나셔서 저를 혼내지 않으셨지만... 큰 실수였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저를 벌하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비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진 아가씨가 부럽습니다. 분명 이런 실수에도 당당하게 갑자기 손을 뻗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라고 말씀하셨겠지요."조지운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하, 제가 보기에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요.""진 아가씨의 대담함에 다들 충격받으셨을 걸요? 저라면 진 아가씨처럼 꿈도 못 꿀 거예요. 대표님께서 이렇게 순종적이실 줄이야." 비서는 고개를 떨구었다.조지
조지운은 통화를 끝내고 박시준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대표님, 진아연 씨가 받았다던 꽃다발은 부대표님께서 보내신 거라고 합니다."박시준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돌아가셔서 좀 씻고 오시죠." 조지운은 그의 슈트에 묻은 커피 얼룩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장 비서님께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셨던데요. 실수를 하셨다고 죄송하다고 말이죠."박시준은 비서의 실수에 대해 질책할 생각이 없었다.그저 그는 휴대폰을 들고는 사무실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진명그룹.진아연은 꽃다발을 부대표가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부대표 앞에서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아니. 전 직원을 대표해서 보내는 거라면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여신.' 이라고 적으셔야죠. '당신은 나의 영원한 여신.' 이라니... 이게 무슨 망신이에요?"부대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제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세요?! 꽃을 보내실 거면 미리 말씀을 좀 해주시지! 제가 지금 박시준 씨가 보낸 거라고 오해해서 전화로 얼마나 뭐라 했는데요!"진아연은 얼굴까지 빨개지며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싶었지만, 물 잔은 비어있었다.부대표는 즉시 새 잔을 가져와 물을 따랐다. "진 대표님, 욕한 게 뭐 잘못되었습니까?! 잘 하셨습니다! 이런 날에 꽃 한 송이 보내지 않는 분이 잘못되신 거 아닙니까? 그거 얼마나 한다고 말이죠.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닙니까?!"진아연: "..."부대표는 정중하게 진아연 앞으로 물 잔을 가져다 줬다."알겠어요! 그만 나가보세요. 꽃은... 감사해요." 진아연은 더 이상 부대표와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 회의는 어떻게 할까요?" 부대표가 물었다. "첫날 출근이니 회사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업무 보고 회의를 열겠습니다.""네, 오후에 하시죠! 지금은 진정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서대 영재반.해외
"아니거든! 내가 아빠가 필요 없는 거야!" 한이는 동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식판을 들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동이는 한이의 코트를 잡으며 말했다. "하, 한아! 미안...! 우리 옆집에 사는 애는... 아빠가 자신이 필요 없다고 해서 엄마랑 살고 있길래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였어."한이는 악의로 그런 건지 표정으로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동이의 표정은 진심이었다.한이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하, 한이야...! 미안. 내가 널 또 화나게 만들었네." 동이는 자신의 식판에 있던 닭다리를 한이에게 주며 사과했다. "진짜... 고의로 한 말은 아니었어.""아, 필요 없어!" 한이는 닭다리를 뚫어져라 보기만 했다."왜 아빠가 필요없다는 거야? 널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거잖아?""네 닭다리가 필요 없다고!" 한이는 자신의 식판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오더니 말했다. "난 깔끔한 편이라고!"동이는 바로 닭다리를 자신의 식판으로 가져왔다. "한이야, 비록 네가 날... 무시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난 네 친구가 되고 싶어. 대회에도 두 명이 갈 수 있으면 난 너랑 반드시 같이 갈 거야."한이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한테 질 일은 없거든!""기말고사에서 내가 너보다 더 잘했다고. 내가 반에서 일등이야." 동이는 닭다리를 먹으며 말했다. "물론. 네가 나보다 더 잘 해도 난 널 진심으로 축하할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절친이니까.""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울지나 말라고." 한이는 비웃었다. "울어도 나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니까."동이는 한이가 자신을 뛰어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한이야, 근데 네 여동생은 왜 학교에 널 마중 안 오는 거야?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나?"한이: "너 나랑 절친하겠다고 운운하는 것도... 내 여동생 때문이지?"동이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야... 나, 나는..."한이는 식판을 들고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어느 누구라도 여동생의 관심을 받게 놔두지 않
라엘이는 잠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거실을 뛰어다니며 작은 새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노래를 흥얼거리며 말이다.이모님은 지성이를 껴안은 채, 그녀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다.지성이는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누나의 춤을 지켜보았고 웃음을 터뜨렸다.진아연 입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녀는 돌아서서 침실로 돌아가 잠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샤워를 하고 나니 모든 피로가 풀리는 동시에 오전에 있었던 일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녀는 꽃다발 때문에 박시준에게 화를 냈으며, 아직 그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그가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그녀는 휴대폰을 켜서 박시준이 10분 전에 보낸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그는 그녀에게 하준기의 결혼식에 갈 것인지 물어보았다.몇 초 동안 생각한 뒤, 그녀는 초대받지 않았다고 대답했다.2분 뒤, 하준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진아연은 전화를 받았고 하준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 씨, 제가 정말 결혼식 초대를 하지 않았나요? 전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아니요. 소정이를 통해서 들었어요.""아... 이런! 제가 깜빡했군요! 죄송해요. 아연 씨, 4월 1일입니다. 제 결혼식에 꼭 오셔야 합니다!" 하준기는 정색까지 하며 말했다.진아연은 마음이 불편했다. "하준기 씨, 정말 소정이를 포기한 건가요...?"하준기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녀는 저와 이혼하겠다고 했어요. 모든 연락을 다 차단했죠. 제가 받아야 할 상처가 아직 남아 있나요..? 아연 씨가 시준이 형을 용서하지 않은 것처럼. 저 역시 여소정을 용서할 수 없어요."진아연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미안해요... 초대해 주셨으니 꼭 결혼식에 참석할게요.""네.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어서 쉬세요." 하준기는 용건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카카오톡에서 박시준에게서 그날 여소정과 함께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그녀는 왜 그래야 하냐며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
밤에는 사람이 쉽게 감정적이게 된다.그녀는 그에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전화가 바로 왔다.그녀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50%의 희망을 믿고 그는 전화를 걸었다.진아연은 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잠시 망설이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하준기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잔인하지 않아." 박시준은 바로 하준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소정에 대해서라면 민감했기 때문에, 그녀가 바로 전화를 끊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준기는 결혼을 이용해 여소정을 자극하고 싶어 하는 거야."진아연은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만약 소정이가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요?""그렇다면 그 둘의 인연은 거기까지라는 소리지." 박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만약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난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야."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제 결혼에는 당신이 막을 권리는 없어요! 강진 씨와 결혼을 할 때도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요!""그래. 나도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박시준은 화제를 돌리며 천천히 말했다. "아연아, 내가 정신병이 있다면 넌 날 포기할 거야?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어. 강주승이랑 저번에 타협을 할 때도 난 오직 이것만 생각했어. 세상이 날 어떻게 바라보는 것보다... 아이들이 그걸 알고 실망할까 봐. 아이들이 남들에게 무시 당할까 봐 그랬어.""박시준 씨, 저랑 아이들이 그렇게 약해 보이나요? 그런 편견을 무서워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진아연은 그의 말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핑계 대지 말아요. 당신은 아이들이 걱정되는 것보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게 싫을 뿐이라는 거 알아요! 공항에서 당신이 포기한다고 했을 때, 가장 날 아프게 만들었으니깐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휴대폰 건너편의 그는 조용했다.잠시 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솔직히 당신이 병이 있다고 해도 저는 아무렇지
시은이는 그때 집에 살지 않았고 설날 혹은 휴일에만 잠깐 집으로 올 수 있었다.그는 그날 누나를 보고 기분이 좋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우울해 보였다.와인을 몇 잔을 마신 아버지는 갑자기 시은이에게 손지검을 했다.좋았던 모든 순간들이 그날부터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갔고 시은이는 구타를 당하며 큰 소리로 울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말리다 쓰러졌고, 그런 어머니를 큰형이 데리고 방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아버지는 시은이를 끌고 바깥으로 나왔다.밝은 달빛이 밤을 비추었지만 박시준은 유달리 어둡게 느껴진 밤이었다.그는 이 모든 고통을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고통의 근원은 항상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만 없다면... 가족들은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그날 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다."아연아, 네가 생각하는 거랑 달라... 시은이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근데 내가 이용을..." 박시준은 그녀에게 설명을 하려고 했다.그때 진아연 침실 문이 열렸다.라엘이는 손에 시계를 들고 진아연의 곁으로 달려왔다."엄마! 누구랑 통화하세요?" 라엘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 이거 부모님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어요. 내일 학교에 가져가야 해요!"진아연은 전화를 바로 끊고 딸이 준 종이를 건네받았다."엄마, 이거 빨리 작성해야 해요." 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펜을 찾았다."엄마, 여기에 뭐라고 적어야 해요?" 라엘이는 진아연을 따라다니며 물었다."음, 가족 정보를 적으면 돼." 진아연은 펜을 찾아 테이블에 앉았다. "엄마는 예전에 입학할 때, 이런 거 안 적어도 됐었는데.""아? 그럼 우리는 왜 작성해야 해요?""음, 아마도 선생님께서 우리 라엘이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은 게 아닐까?" 진아연은 가족 정보가 공부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지만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적기 시작했다.다만 그녀는 아이의 아빠를 입력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