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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장

그녀의 속눈썹은 파르르 떨렸으며 그가 이렇게 그녀의 말을 들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예전에 두 사람이 연애를 할 때는 그렇게 그녀의 말을 안 들었던 그였다.

왜냐하면 그는 매우 원칙적인 사람이었다. 절대로 그녀에게 돈을 쓰지도, 그녀의 돈을 받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자신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며 돈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의 돈을 받았다.

그 말은 그가 이제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원칙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그가 이렇게 순종적이게 변했다니, 더 이상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

"시준아, 핸드폰 좀 그만 봐라! 진아연 씨가 또 널 무시한 거지?"

그의 방에서 성빈은 불쌍하다는 듯이 박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와인 한 잔을 건네주었다.

"아니거든." 박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대답했다고? 그럼 불러내서 놀아. 네가 그녀를 불러낸다면 그 말 믿어줄게." 성빈은 박시준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박시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

"내일 출근해야 해."

"우리도 내일 출근하는데?" 성빈은 그의 말을 비꼬면서 말했다. "진아연이 너한테 답을 했다면 네가 지금 여기에 우리랑 앉아 있겠어? 당장이고 달려갔을 놈이? 하하하!"

다른 사람은 박시준의 굳은 표정을 보고 침묵했다.

그리고 성빈 역시 웃음을 갑자기 멈췄다.

박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성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해보던가."

성빈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박시준의 와인 잔에 건배했다. "시준아, 농담이야. 설령 진아연 씨가 필요 없다고 해도 걱정 마. 언젠가는 네가 최고의 남자라는 걸 알고 돌아올 거잖아?"

박시준은 그가 자신을 위로하는지 아니면 놀리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빈이 형, 시준이 형은 지금 충분히 힘드니까 그만 놀려요." 하준기는 화제를 바꿨다. "우리 재밌는 게임 좀 할까요?"

모두가 바라던 바였다.

박시준은 와인 잔을 내려놓고는 재빨리 일어났다. "너희들끼리 놀아. 난 가볼게."

"시준아, 흥 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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