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가슴이 조여왔고 실망감이 밀려왔다.마이크가 전화하기 전 그녀는 의사의 문자를 보았고, 미처 기뻐할 새도 없이 이런 나쁜 소식이 뒤따랐다."괜찮아." 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병원에 전화할게.""알았어. 자는 걸 깨운 거 아니야?""아니야. 이미 깨어 있었어. 고생했어." 진아연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지금 당장 병원에 가려 했다. "참, 방금 혈액은행에서 혈액 300 ml를 보내왔어. 300 ml면 충분할 것 같아.""그럼 잘 됐어. 충분하면 나 귀국 준비 할게." 마이크가 말했다."그래, 난 지금 병원에 가볼 려고.""알았어. 건강 좀 챙겨! 지성이가 다 낫기도 전에 네가 쓰러지겠어." 마이크가 당부했다. "이 시간에 전화하면 안 되는거 아는데, 전화를 안 하면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고.""난 원래 잠을 깊게 못 자." 진아연은 그와 몇 마디 나눈 후 전화를 끊고외출하기 전에 날씨를 확인했다.그 시각 밖의 온도는 0 도였고 오늘 큰 눈이 내릴 것이라 했다.그녀는 눈을 볼 때마다, 심지어 '눈'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예전에 박시준과 뜨겁게 사랑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뜨거웠다.지성이가 나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그녀는 옷장에서 롱패딩을 찾아 자신을 꽁꽁 무장한 후 별장 문을 나섰다.찬바람이 얼굴에 불어오자 추위에 코끝이 찡했다.그녀는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고 차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며 캄캄한 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는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아니었다. 출산 후 몸이 허약해져 쉽게 잠 들 수 있었다.오늘 밤, 잠이 들지 못한 건 박시준이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울어버린 것으로 인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눈을 감는 순간마다 슬픔으로 가득한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그에게 몇 번이고 거친 말을 하고 헤어지자고 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에 대한 사랑까지 모른 체할 수 없었다.지성이가 아픈 걸 어떻게 그의 탓이라
그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아이는 그가 강제로 그녀에게 임신시켜 생긴 것이다.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여러 차례의 산전검사, 그리고 태어나기까지 그는 이 아이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다."지성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네가 날 원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두 아이도 말이다.그 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이와 라엘이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그들 사이는 여전히 서먹했다. 하지만 그는 두 아이가 영원히 자신을 아빠로 인정해 주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다.지성이가 아직 죽은 것도 아닌데, 그들은 지금 마치 아이가 이미 죽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그녀를 곁눈질해 봤다.그녀는 초췌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도록 했다."눈 좀 붙여, 지성이는 아무 일 없을 거야. 우리는 지금 부질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그는 쉰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법처럼 그녀의 조여왔던 심장이 풀렸다.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자기도 몰래 얼굴을 그의 따뜻한 목에 문질렀다. 그러고는 편안한 자세로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들은 마치 오래된 부부 같았다.오늘 밤 그가 그렇게 울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왕은지를 어떻게 할 지 물어봤을 것이고,그녀에게 왕은지를 벌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녀는 분명히 화를 낼 것이다.고요한 복도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전해오는 한숨을 들었다.간호사 한 명이 그들을 지나쳐 중환아실을 향해 걸어갔고그의 시선은 간호사를 따라 중환아실로 향했다.아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아들만 무사하다면 그는 어떤 고난도 기꺼이 받을 것이다.약 4시간 후, 새벽이 되었다.주치의가 박시준에게 다가오더
통화가 연결된 후 혈액은행 담당자가 말했다. "당직 직원이 접수했어요. 당직 직원에게 물어보니 헌혈한 사람이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마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을 남기기 싫었나 봐요."이름을 남기지 않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진아연은 그가 통화를 마친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우리 헌혈해준 그 고마운 분을 찾아봐요."지성이 상황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병원에 있어도 딱히 도움 되는 일은 없었다."헌혈한 사람이 이름을 남기지 않았대." 박시준은 독수리 같은 눈으로 예리하게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진아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대답했다. "위정 선배가 피 한 봉지를 가져왔었어요. 고마운 누군가 이름도 남기지 않았다고 하면서 말이에요.""이번에 가져온 300 ml도 위정 씨가 찾은 거라고 생각해?"진아연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만약 위정 선배가 가져온 거라면 직접 여기로 가져오지 않고 왜 혈액은행에 가져갔을까요?"박시준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제가 위정 선배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전화하려 했지만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갔다 와야겠어."그녀는 그가 시은이를 찾으러 간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는 300 ml를 헌혈해준 고마운 사람이 시은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입원 병동에서 나오자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흩날려 눈 앞을 가렸다.외롭게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갑자기 겁이 났다.어젯밤의 피 300 ml가 진짜 시은의 것이라면 시은이의 몸이 감당할 수 있을까?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손발이 차가워졌고 그가 점점 멀어져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어젯밤의 피가 정말 시은이 것이라면 위정이 그전에 가져왔던
두 사람의 전화기가 모두 꺼져 있었다.헌혈한 그 고마운 사람이 시은이가 분명했다.시은이는 지성에게 피 450 ml를 수혈했다.성인 한 명이 한 번에 헌혈할 수 있는 혈액량은 300 ml인데, 헌혈하면 안 되는 시은이가 이미 일반 성인의 양을 초과해 헌혈했다.그녀의 몸이 어떻게 견딜 수 있단 말인가?두 사람이 동시에 휴대폰을 꺼놓았다는 것은 시은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정이 책임을 지지 못하고 도망간 게 분명했다."시은 아가씨 경호원에게 전화할게요!" 홍 아줌마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박시준이 지성의 일로 지쳐 있지만 않았어도 홍 아줌마는 어젯밤 그에게 확인 전화를 했을 것이다.그는 한 번도 시은이가 다른 사람과 함께 먼 길을 떠나도록 허락한 적이 없었는데,경계심을 높였어야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은이도 그녀에게 거짓말한 적이 없었다.홍 아줌마는 긴장하며 자책했다. 시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그녀는 경호원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얼마 안 돼 전화가 연결되었다."빨리 시은 아가씨를 집으로 모셔와요!" 홍 아줌마가 말했다. "시은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둘 다 그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경호원은 다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가... 속은 것 같아요!""무슨 말이에요?!" 홍 아줌마는 당황하며 박시준을 곁눈질로 힐끔 보고 나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당황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봐요.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기억이 안 나요. 전 지금 낯선 방 안에 있는데 시은 씨가 안 보여요... 누군가 절 기절시킨 것 같아요..." 경호원은 곧 방에서 걸어 나왔다. "위정이 절 기절시킨 게 분명해요. 기억을 잃기 전에 위정이 저한테 물 한 컵을 건넸던 게 기억나요..."전화를 끊은 홍 아줌마가 울면서 박시준에게 말했다. "위정 씨가 경호원을 기절시켰대요. 위정 씨가 시은 아가씨를 데리고 도망간 게 분명해요."박시준의 얼굴에 한기가 서렸다.그는 위정을 찾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박시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위정의 오피스텔에는 아무도 없었다.위정이 시은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박 대표님이 왜 여기 계세요?" 위정의 어머니가 어리둥절해 물었다. "박 대표님도 위정에게 혈액에 관한 걸 물으려고 왔어요?"위정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 진아연은 박시준이 화를 참지 못할까 다급히 그의 앞에 다가갔다."시준 씨, 진정해요!"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와 아줌마도 위정 선배가 어디 갔는지 몰라요. 제가 찾아볼 테니 시간을 좀 줘요."박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동안 그가 조심스럽게 시은이를 돌봤기에 시은이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그녀의 상태가 겨우 호전되어 마침내 일반 사람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위정이 그런 그녀를 건드렸다.그가 어떻게 감히 시은의 피를 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감히!지성이 진아연의 아들이 아니라면 그가 이런 양심 없는 짓을 했겠는가!"만약 시은이가 죽으면 그 자식을 함께 묻을 거야." 박시준은 또박또박 말을 뱉은 후 진아연을 밀쳤다.그가 떠난 후 위정의 어머니는 혼비백산하며 진아연을 붙잡고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왜 시은이가 죽는데 우리 위정이를 함께 묻는다는 거야? 내 아들이 박 대표님의 돈을 받고 시은이를 돌보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아들을 시은이와 함께 묻는다는 거야!"진아연은 위정의 어머니를 부축하며 멍하니 대답했다. "아줌마, 그 피가 시은의 것이라는 의심이 들어요.""그래... 하지만 그건 시은이가 원해서 그런 걸 거야. 우리 아들은 절대 누굴 강요하고 그러지 않아. 위정이가 널 좋아해도 언제 한번 너한테 강요한 적이 없잖아, 널 힘들게 한 적도 없고! 넌 위정이를 잘 알잖아, 그 애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교양있는 남자야...""아줌마, 저도 위정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요. 하지만 그 피가 정말 시은이 것이라면 시은이의 건강이 위험해요. 위정 선배는 의
이번 그의 행동은 예전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그녀가 위정의 집에서 나왔을 때,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그녀의 차에 하얀 눈이 수북이 쌓였다.그녀는 눈을 아주 좋아했다. 지금 만약 이런 걱정거리가 없다면 한가하게 눈밭을 거닐거나 애처럼 눈사람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얼굴에 떨어지는 눈꽃이 뼛속까지 차갑게만 느껴졌다.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어 병원으로 향했다.신생아과에는 박시준이 없었다.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지금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건 가늠할 수 있었다.심지어 어젯밤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보이는 고통이 오히려 더 쉽게 해소되는 법이다. 반면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은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내려 고통만 더해간다.안젤라 학교 앞에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주차돼 있었다.차는 조용히 그곳에 주차된 채 와이퍼가 유리창 위로 흩날린 눈을 쓸어주고 있었다.차 안에서 박시준이 깊숙한 두 눈으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곳은 시은이가 10 년 넘게 있었던 곳이다.이곳에서 있었던 10여 년 동안, 그녀의 지능은 몇 살짜리 아이 수준에 머물렀었다.그녀는 낯선 사람을 무서워했고 말하는 걸 싫어했지만 그를 만날 때마다 기뻐하며 오빠라고 불렀었다.진아연은 이곳이 아름다운 감옥이라고, 시은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었다.사실 그렇지 않았다.시은이가 이곳의 환경이 익숙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었다.수술하고 건강이 회복되기 전, 그녀는 지력이 떨어진 아이들보다 돌보기 더 어려웠다.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학대를 받은 그녀의 마음은 이미 찢어질 대로 찢어져 안전감이 없었다. 그녀가 쓰던 수건을 바꿔도 울며 비명을 질렀고, 머리 스타일을 바꿔도 울며 비명을 질렀었다.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시기의 그녀의 비명이 맴돌았다.그녀가 너무 힘들게 살아왔기에 그는 무엇이든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따랐다.평생 이대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부주의로 인해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하늘이 갑자기
눈물이 휴대폰 화면에 떨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질렀고 결국 영상이 끝났다.그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다 보고 나니 마음이 더 아팠다.그는 즉시 그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차가운 안내문만 들려왔다.그녀가 처음으로 그를 속이고 중요한 선택을 했다.그는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예상했어야 했다. 그녀가 더는 바보가 아니었는데, 그는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처음 위정이 피 150 ml를 가져왔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그가 마침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같은 시각, 진아연의 휴대폰이 한번 울렸다.휴대폰을 켜보니 위정의 문자가 와있었다."미안해!"단 세글자뿐이었다. 진아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위정이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한다!그렇다면 두 번이나 피를 보내온 그 사람은 시은이가 틀림없다!그가 시은이의 피를 뽑았다!그리고 시은이는 지금 사고가 났다!그래서 그는 '미안해' 라는 세 글자를 보내온 것이다.한순간 하늘 땅이 빙글빙글 돌고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아연 씨, 무슨 일이예요?" 조지운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점심에 와서부터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대표님도 안 오고.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지성이가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조지운은 그녀가 이렇게 넋 놓고 있는 게 아이의 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그녀는 휴대폰을 보고 나서부터 자극을 받은 듯해 보였다.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판단했다.진아연은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조지운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지성의 생명을 이어준 그 피가 시은의 것이라는 생각만 하면 그녀는 진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움직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려 했다.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의사가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왔다
"지성이가 위험한 고비를 넘겼대요."전화기 너머로 마이크가 흥분하며 말했다. "잘됐어요, 돌아가서 축하 파티해요.""뭘 축하하는데요?" 조지운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 "시은이가 죽었어요. 지성이의 목숨은 시은의 목숨과 바꾼 거예요."마이크는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마이크, 빨리 돌아와요! 진아연 씨가 걱정되는데 전 지금 나가서 대표님을 찾아봐야 해요." 조지운이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일로 인해 대표님이 큰 충격을 받은 거 같아요."...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은 시은이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방금 누군가가 택배를 보내왔는데 안에는 시은이의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시은이의 휴대폰에는 시은이가 찍은 셀카 사진과 동영상이 있었다.그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겼고 동영상도 하나씩 클릭했다.그녀의 목소리와 웃는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그녀는 영원히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를 지켜온 몇 년 동안 그도 정신적으로 그녀에게 기대고 있었다.그가 잘살아가야만 그녀가 괴롭힘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이모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고 홍 아줌마는 울어서 두 눈이 벌겋게 부었다.홍 아줌마는 시은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은이를 돌봐왔다.시은이가 낯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홍 아줌마가 시은이의 옆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홍 아줌마는 시은이를 자신의 작은 딸처럼 예뻐했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시은 아가씨는 너무 착해요." 이모님이 홍 아줌마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대표님과 아연 씨 몰래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 대표님이나 아연 씨는 그녀가 헌혈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기 때문일 거예요. 지성이를 잃더라도 시은 아가씨가 헌혈하는 건 허락하지 않을 분들이잖아요."홍 아줌마는 마음이 아팠다. "너무 바보 같아요, 자신을 위할 줄도 모르고! 다 내 탓이에요, 나한테 전화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한밤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