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박시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위정의 오피스텔에는 아무도 없었다.위정이 시은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박 대표님이 왜 여기 계세요?" 위정의 어머니가 어리둥절해 물었다. "박 대표님도 위정에게 혈액에 관한 걸 물으려고 왔어요?"위정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 진아연은 박시준이 화를 참지 못할까 다급히 그의 앞에 다가갔다."시준 씨, 진정해요!"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저씨와 아줌마도 위정 선배가 어디 갔는지 몰라요. 제가 찾아볼 테니 시간을 좀 줘요."박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동안 그가 조심스럽게 시은이를 돌봤기에 시은이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그녀의 상태가 겨우 호전되어 마침내 일반 사람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위정이 그런 그녀를 건드렸다.그가 어떻게 감히 시은의 피를 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감히!지성이 진아연의 아들이 아니라면 그가 이런 양심 없는 짓을 했겠는가!"만약 시은이가 죽으면 그 자식을 함께 묻을 거야." 박시준은 또박또박 말을 뱉은 후 진아연을 밀쳤다.그가 떠난 후 위정의 어머니는 혼비백산하며 진아연을 붙잡고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왜 시은이가 죽는데 우리 위정이를 함께 묻는다는 거야? 내 아들이 박 대표님의 돈을 받고 시은이를 돌보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아들을 시은이와 함께 묻는다는 거야!"진아연은 위정의 어머니를 부축하며 멍하니 대답했다. "아줌마, 그 피가 시은의 것이라는 의심이 들어요.""그래... 하지만 그건 시은이가 원해서 그런 걸 거야. 우리 아들은 절대 누굴 강요하고 그러지 않아. 위정이가 널 좋아해도 언제 한번 너한테 강요한 적이 없잖아, 널 힘들게 한 적도 없고! 넌 위정이를 잘 알잖아, 그 애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교양있는 남자야...""아줌마, 저도 위정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요. 하지만 그 피가 정말 시은이 것이라면 시은이의 건강이 위험해요. 위정 선배는 의
이번 그의 행동은 예전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그녀가 위정의 집에서 나왔을 때,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그녀의 차에 하얀 눈이 수북이 쌓였다.그녀는 눈을 아주 좋아했다. 지금 만약 이런 걱정거리가 없다면 한가하게 눈밭을 거닐거나 애처럼 눈사람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얼굴에 떨어지는 눈꽃이 뼛속까지 차갑게만 느껴졌다.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어 병원으로 향했다.신생아과에는 박시준이 없었다.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지금 아주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건 가늠할 수 있었다.심지어 어젯밤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보이는 고통이 오히려 더 쉽게 해소되는 법이다. 반면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은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내려 고통만 더해간다.안젤라 학교 앞에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주차돼 있었다.차는 조용히 그곳에 주차된 채 와이퍼가 유리창 위로 흩날린 눈을 쓸어주고 있었다.차 안에서 박시준이 깊숙한 두 눈으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곳은 시은이가 10 년 넘게 있었던 곳이다.이곳에서 있었던 10여 년 동안, 그녀의 지능은 몇 살짜리 아이 수준에 머물렀었다.그녀는 낯선 사람을 무서워했고 말하는 걸 싫어했지만 그를 만날 때마다 기뻐하며 오빠라고 불렀었다.진아연은 이곳이 아름다운 감옥이라고, 시은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었다.사실 그렇지 않았다.시은이가 이곳의 환경이 익숙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었다.수술하고 건강이 회복되기 전, 그녀는 지력이 떨어진 아이들보다 돌보기 더 어려웠다.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학대를 받은 그녀의 마음은 이미 찢어질 대로 찢어져 안전감이 없었다. 그녀가 쓰던 수건을 바꿔도 울며 비명을 질렀고, 머리 스타일을 바꿔도 울며 비명을 질렀었다.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시기의 그녀의 비명이 맴돌았다.그녀가 너무 힘들게 살아왔기에 그는 무엇이든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따랐다.평생 이대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부주의로 인해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하늘이 갑자기
눈물이 휴대폰 화면에 떨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질렀고 결국 영상이 끝났다.그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다 보고 나니 마음이 더 아팠다.그는 즉시 그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차가운 안내문만 들려왔다.그녀가 처음으로 그를 속이고 중요한 선택을 했다.그는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예상했어야 했다. 그녀가 더는 바보가 아니었는데, 그는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처음 위정이 피 150 ml를 가져왔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그가 마침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같은 시각, 진아연의 휴대폰이 한번 울렸다.휴대폰을 켜보니 위정의 문자가 와있었다."미안해!"단 세글자뿐이었다. 진아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위정이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한다!그렇다면 두 번이나 피를 보내온 그 사람은 시은이가 틀림없다!그가 시은이의 피를 뽑았다!그리고 시은이는 지금 사고가 났다!그래서 그는 '미안해' 라는 세 글자를 보내온 것이다.한순간 하늘 땅이 빙글빙글 돌고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아연 씨, 무슨 일이예요?" 조지운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점심에 와서부터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대표님도 안 오고.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지성이가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조지운은 그녀가 이렇게 넋 놓고 있는 게 아이의 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그녀는 휴대폰을 보고 나서부터 자극을 받은 듯해 보였다.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고 판단했다.진아연은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조지운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지성의 생명을 이어준 그 피가 시은의 것이라는 생각만 하면 그녀는 진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움직이며 그의 물음에 대답하려 했다.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의사가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왔다
"지성이가 위험한 고비를 넘겼대요."전화기 너머로 마이크가 흥분하며 말했다. "잘됐어요, 돌아가서 축하 파티해요.""뭘 축하하는데요?" 조지운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 "시은이가 죽었어요. 지성이의 목숨은 시은의 목숨과 바꾼 거예요."마이크는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마이크, 빨리 돌아와요! 진아연 씨가 걱정되는데 전 지금 나가서 대표님을 찾아봐야 해요." 조지운이 피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일로 인해 대표님이 큰 충격을 받은 거 같아요."...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은 시은이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방금 누군가가 택배를 보내왔는데 안에는 시은이의 휴대폰이 들어 있었다.시은이의 휴대폰에는 시은이가 찍은 셀카 사진과 동영상이 있었다.그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겼고 동영상도 하나씩 클릭했다.그녀의 목소리와 웃는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그녀는 영원히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를 지켜온 몇 년 동안 그도 정신적으로 그녀에게 기대고 있었다.그가 잘살아가야만 그녀가 괴롭힘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이모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고 홍 아줌마는 울어서 두 눈이 벌겋게 부었다.홍 아줌마는 시은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은이를 돌봐왔다.시은이가 낯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홍 아줌마가 시은이의 옆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홍 아줌마는 시은이를 자신의 작은 딸처럼 예뻐했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시은 아가씨는 너무 착해요." 이모님이 홍 아줌마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대표님과 아연 씨 몰래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 대표님이나 아연 씨는 그녀가 헌혈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기 때문일 거예요. 지성이를 잃더라도 시은 아가씨가 헌혈하는 건 허락하지 않을 분들이잖아요."홍 아줌마는 마음이 아팠다. "너무 바보 같아요, 자신을 위할 줄도 모르고! 다 내 탓이에요, 나한테 전화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한밤중에
그녀는 그에게 이 '좋은 일' 을 감히 알려줄 수 없었다.이 '좋은 일' 은 시은이의 고통을 밟고 일어난 일이다.그가 지성이를 향한 짙은 부성애는 이미 달라졌다.그녀는 감히 그가 이 아이를 계속 사랑할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없었고, 그저 그가 이 아이를 미워하지 말기만 바랄 뿐이었다.그녀는 피곤한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마이크가 돌아와 있었다."지성이는 괜찮지?" 마이크가 그녀의 앞에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시은이의 일은 지운 씨한테 전해 들었어. 참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이미 돌릴 수도 없어."진아연은 한이와 라엘이 거실에 서 있는 걸 보고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지성이는 당분간 괜찮을 거야. 의사 선생님께서 나더러 돌아와 쉬라고 했어." 그녀의 어조는 평소와 별다름 없었다.마이크가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었다.그녀는 두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침은 먹었어? 학교 가야지?"라엘: "엄마, 오늘 주말이에요, 세연 삼촌이 우리 집에 오기로 했어요.""세연 삼촌이 너한테 얘기했어?" 진아연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세연 삼촌이 오빠한테 전화해서 말했어요." 라엘은 눈을 반짝이며 아주 기뻐했다. "세연 삼촌이 너무 보고 싶어요. 겨울 방학이 되면 매일 삼촌이랑 함께 있을 수 있어요."진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성이와 시은이의 일로 그녀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라엘이 공부를 싫어하고 연예계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고 해도 라엘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다 지지할 것이다.생명은 너무 연약해 어느 날 갑자기 마침표를 찍을지 모른다.그녀가 방에 돌아간 후 한이가 마이크의 옆에 다가가 물었다. "방금 엄마한테 귓속말로 시은이 얘기를 한거죠? 시은이가 왜요?"마이크는 입을 꾹 다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시은이가 왜요?" 라엘도 다가왔다.두 아이의 질문에 마이크는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시은이가... 사망했을지도 몰라."한이가 놀라 멍해졌고 그의 나이에 맞지 않은
박한은 마당에 나갔다.차는 박한의 앞에 멈춰 섰고, 차 문이 열리더니 박시준의 경호원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경호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박한을 바라보았다.경호원의 눈빛을 본 박한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박시준의 친형인데 경호원이 감히 이런 도발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다니!아랫사람이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는 일반적으로 주인의 개인적인 태도를 말해준다.박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은이의 죽음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박한이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을 때 박시준이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한을 흘겨보고는 별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어리둥절해진 박한이 그를 뒤쫓아가며 말했다. "시준아, 어젯밤 시은이한테 사고가 있었다는 말은 들었어. 연락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안 한 거야. 지금 이 일을 얘기하려던 참이였는데 네가 왔어."박시준이 뼛속까지 시려 올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뭘 얘기할려 했는데?""시은이의 장례식에 관한 걸 논의해야지.""시은이가 죽었다고 누가 그래?"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두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박한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곧 후회하며 말했다. "이런, 내가 말이 헛나왔어. 시은이는 내 친동생이기도 한데 저주할 리가 없잖아... 나도 그 애가 잘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박시준은 그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거실에 들어갔다.박시준이 시은이의 장례식에 대해 논의하러 온 게 아니면 뭘 하러 온 건지 박한은 아주 궁금했다.박한이 거실에 들어섰을 땐 박시준이 이미 계단까지 걸어갔다.그는 계단 앞에 서서 올라가지 않았다.이곳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곳이다.박한은 곧 이 사실을 눈치채고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시준아, 너 엄마가 그리워?""응." 그는 콧소리가 크게 났고 숨도 조금 거칠어졌다. "형, 왜 엄마를 죽였어?"박한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내, 내가
박시준은 어젯밤에 생각을 정리했다.그는 엄마를 위해 복수할 것이다. 만약 엄마를 살해한 사람이 형이라면 그는 형을 죽일 것이고, 엄마를 살해한 사람이 박우진이라면 박우진을 죽일 것이다.누가 애원하든 소용이 없다.그는 총을 든 손에 힘을 주고 박우진을 조준한 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읊은 후방아쇠를 당겼다!'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박우진을 향해 발사되었다.박우진은 놀라 표정이 일그러진 채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잊었다.갑자기 눈앞에 검은색 그림자가 스쳐 지나는 것이 보였고, 곧 그 검은 그림자의 나지막한 고통 어린 비명이 들려왔다.그는 엄마가 품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엄마의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엄마가 자신을 위해 날아오는 총알을 막았다는 걸 깨달았다."엄마! 엄마!" 박우진은 어머니를 안고 통곡했다.아래층에 있던 박한은 이 광경을 보고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여보, 여보, 안 돼. 우리 당장 병원 가자!" 박한은 위층으로 달려가 아들의 품에서 아내를 안았다.아내를 안은 박한이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박우진이 그 뒤를 따랐다.그들은 박시준의 옆을 지날 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속력을 냈다.박시준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다.그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박우진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시도할까 두려웠다.그는 가족들과 달리 마음이 누구보다 독했고,그래서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다."대표님, 다들 갔어요." 경호원이 박시준에게 귀띔했다. "제가 가서 박우진을 잡아 올까요?"박시준은 계단에 묻은 혈흔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목숨값은 목숨으로 갚아야지."박우진의 엄마가 대신 벌을 받았으니 이 일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앞으로 그가 감히 함부로 행동하면 죽일 것이라 다짐했다.점심, 스타팰리스.김세연이 오자 라엘은 곧 그의 품에 안겼다."세연 삼촌, 삼촌이 와서 너무 좋은데 지금 웃음이 나오지 않아요... 저의 고모가 제 동생을 구하려다 죽었어요. 전 고모를 너무 좋아하는데... 고
그가 왜 전화를 한 거지?그녀는 다시 누워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 전화기 너머로 박우진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진아연은 멍해 있다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니? 어떻게 돌아가신 건데?""박시준이 죽였어!" 박우진이 울먹이며 말했다. "나한테 총을 쐈는데 엄마가 대신 총알을 막았어. 아연아, 나 지금 너무 힘든데 누구한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진아연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박시준이 왜 그런 거야?시은이는 지성에게 피를 헌혈하느라 사고가 났고 박우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없고 그럴 사람도 아니다!"박우진, 삼촌이 그렇게 한 건 네가 무슨 가증스러운 일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진아연이 따져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박우진은 진아연에게 한탄할 생각이었는데 진아연이 자신보다 더 격동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내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긴 했어. 삼촌이 날 죽인다고 해도 삼촌을 원망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엄마는 억울하잖아!" 박우진은 숨을 들이쉬고 나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내가 심윤과 함께 할머니를 죽였어...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심윤이 날 좋아하면 남은 생을 편하게 살 줄 알았거든!""박우진, 할머니를 죽이고 반성을 해야지, 엄마마저 너 때문에 죽었는데 삼촌을 원망할 자격이 있기나 해? 내가 삼촌이라도 널 죽이고 싶었을 거야!" 진아연이 이를 갈며 말했다. "사람은 능력이 없어도 되지만 양심이 없으면 안 돼!"박우진이 눈물을 멈췄다. "진아연, 위로를 안 해도 돼, 하지만 내가 가장 힘들 때 날 비난하는 건 하지 말아줘. 엄마가 죽었다고! 내가 죽인 게 아니잖아! 내가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내 손으로 우리 엄마를 죽이지 않을 거야!""그럼 할머니는? 할머니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진아연이 물었다. "네가 네 손으로 할머니를 죽였으니 난 널 비난해도 돼!"박우진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귓가에 들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