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계를 차도 되는 줄은 몰랐어요!" 수진은 자신을 비웃었다."이상한 게 아니면 얼마든지 착용할 수 있어요. 만약 착용하기에 부적합한 것이라면, 저희가 미리 알려드릴 거예요. 귀걸이, 목걸이 착용도 가능해요. 디자인이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 돼요."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화면 속의 현이를 다시 보았다. "쟤가 착용한 저 시계는 가격이 싸지 않겠죠?""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분명 명품을 살 돈이 없겠죠?" 스태프가 대답했다."쟤가 살 돈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사줬을 수도 있어요... 박현은 대인 관계가 아주 좋으니까요." 수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스태프: "맞아요, 우리 주임님도 그녀를 아주 좋아해요. 사실 주임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녀를 매우 좋아해요. 그녀뿐만이 아니라 인턴들 모두를 좋아해요. 요즘 학생들의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니까요!"수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능력으로 따지면 현이가 대단해요. 그녀가 처음 입학했을 때, 말투도 지방 사투리를 썼었는데 지금 방송하는 것을 보세요, 얼마나 잘해요! 겨우 반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에요. 노력도 노력이지만 재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저는 저 아이와 비교하면, 정말 부끄럽네요."수진은 현이를 칭찬한 후 스튜디오를 떠났다.질투도 질투지만, 현이는 확실히 능력이 있었다.예전에는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추측했지만, 인제 보니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그녀의 실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30분 후에 현이의 방송이 끝났다.현이는 스튜디오에서 나온 후 즉시 휴대폰을 켰다.엄마는 그녀가 전화하겠다고 말했다.휴대폰을 켠 후 그녀는 먼저 가족들이 단체방에서 채팅하는 것을 보았다."선정 이벤트가 있다니..." 현이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투표 홍보를 해야 하나? 됐어, 신경 쓰지 말자. 자기 일을 잘하면 되는 거지."진아연이 이때 전화를 걸어왔다.현이는 엄마의 전화를 보고 곧 전화를 받았다."현이야, 지금 퇴근해?""네. 옷 갈아입고 돌아갈 수 있어요."
현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뜻밖에도 선배가 아직 있었다.현이는 스태프가 방금 자신에게 한 말이 떠올라 수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선배님, 왜 아직도 퇴근 안 해요?""이 시간에 차가 없어." 수진이는 현이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현이야, 전에 내가 널 오해했어. 주변 친구들이 네가 인맥으로 인턴 자리를 얻었다고 해서 나도 네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오늘 너의 방송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현이는 이미 그녀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선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내심 기뻤다."선배님, 선배님도 대단해요. 저도 오늘 밤 선배님의 방송을 봤어요.""하하하, 너 그때 원고 외우기로 했잖아. 원고를 열심히 외우지 않았네?"수진이가 조롱 조로 말했다."밤 10시가 넘어서 왔는데 방송할 때 이미 거의 다 외웠어요." 현이는 외투를 벗고 옷 갈아입을 준비를 했다.수진: "현이야, 학교 근처에 살아? 이 시간에 버스도 지하철도 없는데 어떻게 돌아갈 거야?"현이는 멍해 있다가 대답했다. "택시 타요."수진: "여기서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려면 비싸. 나는 6시 넘어서까지 여기에 있다가 지하철을 타고 돌아갈 예정이야."현이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일하는 게 처음이라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택시비를 주셨어요.""오... 집이 꽤 부유한가 보네." 수진이가 부러워했다. 인턴 아나운서 인기투표하는 거 알아?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왕년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인턴 아나운서들이 모두 방송국과 정규직 계약을 맺을 수 있었대.""아, 아직 시작 안 했죠?""내일 낮 12시에 투표 통로가 열린대. 실명제 투표라서 주민등록증 하나에 한 표만 투표할 수 있다던데." 수진이는 좀 걱정이 되었다. "아직 어떻게 표를 모을지 정하지 못했는데,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현이는 고개를 저었다. "선배님이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그렇구나, 너희 부모님은 네 일을 많이 지지해 주시니
"나도 생각지 못했어. 네 방송이 끝나고 갑자기 엄마, 아빠가 방에서 나와서 야식을 먹으러 내려가더라고." 박지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분 너무 흥분한 것 같아."현이:"인턴쉽인데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죠?""많이 컸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 네가 이렇게 능력이 좋으니, 앞으로 집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이야.""알겠어요! 둘째 오빠, 오빠도 얼른 주무세요! 계속 휴대폰만 하지 말고요." 현이는 그를 끌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휴대폰이 아니라 업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에게 휴대폰 인터페이스를 보여주었다. "아빠가 말단직에서 일하라고 했는데 아빠를 망신시킬 수 없잖아.""어떻게 아빠를 망신시킬 수 있겠어요? 오빠는 이렇게나 훌륭한데." 현이가 말했다. "둘째 오빠, 오빠는 내 마음속에서 천하무적이에요. 오빠는 무엇이든 잘 하잖아요.""칭찬해 줘서 고마워. 근데 이미 주민등록증도 바꿨어. 아버지 회사에서는 감히 박 씨 성을 못 쓰겠어."박지성이 웃었다."그렇군요, 그럼 회사 사람들은 오빠 신분을 몰라요?""응! 너도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할 수 있어." 박지성의 결정은 동생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분명 잘할 거예요. 둘째 오빠, 빨리 가서 쉬세요! 앞으로 밤을 새우면 안 돼요. 집에서도 엄마, 아빠를 지켜봐요. 다시는 밤을 새게우 하면 안 돼요." 현이는 생각하면 할수록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알았어. 나랑 같이 위층에 가자. 어서 자.""네."2층 방으로 돌아가서 화장을 지운 후 현이는 부드러운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곧 잠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불을 끈 후, 눈을 뜬 채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머릿속으로 오늘 밤 자신의 방송을 여러 번 회상했다.가족들이 아무리 칭찬해도 그녀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녀가 잘하지 못해도 가족들이 칭찬하기 때문이었다.아쉽게도 아직 리플레이를 볼 수 없어서, 그녀는 자신에
"현이, 잘 잤어? 어때? 많이 힘들지 않아? 아줌마한테 영양죽을 끓여달라고 했어." 진아연은 딸을 보자마자 다가가 손을 잡았다.현이는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웃으며 대답했다. "잘 잤는데 배가 좀 고파요.""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밥 먹고 좀 더 자렴. 오늘 밤에 또 출근해야지? 출근 시간대가 너무 살인적이야. 병원에서도 보통 의사와 간호사에게 연속으로 야근을 배정하진 않는데 말이야." 진아연은 마음이 아팠다."엄마, 전 괜찮아요. 하루만 더 출근하면 이틀을 쉴 수 있어요!" 현이는 주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무슨 죽이에요? 좋은 냄새 나요.""보양식이야, 밥부터 먹어. 밥을 먹고 나서 국도 마셔." 진아연 딸을 데리고 식탁에 앉았다."엄마는 드셨어요? 아빠는요?" 집안은 조용했다. 현이는 계단을 내려갈 때 시간을 확인했는데, 마침 12시였다.엄마, 아빠도 집에서 거의 이 시간에 식사를 하곤 했다."아빠는 회사에 가셨어. 우리는 10시에 밥을 먹어서 지금 배가 고프지 않아." 진아연은 오늘 9시가 넘도록 자고 일어났는데, 10시 식사가 아침과 점심 중간에 있어서 오늘은 두 끼만 먹어야 했다."엄마랑 아빠의 시간이 엉망이 된 거 아니에요? 앞으로 절대 저와 함께 밤을 새우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죄책감이 들어요.""아니야, 어젯밤은 너와 함께 하고 싶었고,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 더군다나 네가 정식으로 아나운서가 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 어젯밤 방송을 보고 매우 만족했단다. 앞으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진아연은 자애로운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 "현이야, 일할 때의 네 모습은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난단다."현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항상 저를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엄마랑 아빠가 젊었을 때 더 대단했다는 걸 알아요. 엄마와 아빠는 우리의 롤모델이에요.""롤모델이 될 수 있지만 스트레스는 받지 마. 우리가 네게 바라는 것은 성공하는 것이 아니야. 성공하는 것보다 더 중
"그럴 리가요!" 현이는 얼굴이 뜨거워져 웃으며 말했다. "제 눈에는 엄마와 언니가 가장 아름다운걸요.""하하, 너와 언니는 둘 다 내 딸이야, 엄마 눈에는 둘 다 똑같이 아름다워." 진아연은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 실검에 올라와서 너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무섭지 않니? 나랑 네 아빠 모두 실검에 오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저도 싫어요. 하지만 모두가 저를 좋아해줘서 너무 기뻐요. 현이는 하루만 출근했는데 이렇게 잘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빠가 처리해 줄 수 있어. 연예계에 진출하지 않는 한, 실검에 오르는 것은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진아연 딸이 여론의 중심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아빠가 실검에서 내려주실 수 있나요?" 현이도 실검에 있고 싶지 않았다."그래." 진아연이 박시준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폰을 켰다. "지금 아빠에게 처리하라고 할게.""좋아요." 현이는 일어나서 물컵을 집어 들었다.진아연은 소식을 전한 후 딸에게 다가갔다."가서 쉬어, 잠을 충분히 자야지, 그러다가 몸 상할라.""알겠어요. 배가 불러서 좀 움직이다 갈게요""네.""엄마, 우리 가족은 매년 설을 어떻게 보내요?" 현이는 휴대폰을 들고 엄마에게 와서 이야기를 나눴다."오빠가 귀국해서 집에서 설을 쇠기도 하고, B국에 가서 오빠랑 함께 설을 쇠기도 해. 그런데 보통은 다 오빠가 와서 설을 쇠는 경우가 많지. 언니와 둘째 오빠가 모두 국내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까." 진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도 네 오빠가 돌아올 거야. 현이야, 올해 설은 어떻게 보내고 싶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현이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족끼리 모여서 밥 먹고, TV 보고, 수다 떨고, 화투 치고, 다른 건 모르겠어요.""아빠와 상의하고 있어. 두 고모를 불러서 함께 설을 쇠는 건 어때?" 진아연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사람이 많으면 좀 시끌벅적할 거야, 올해 설은 네가 돌아왔으니 우리 가족에게 가장 기쁜 한 해란다.""그래요. 사람
그녀가 투표 통로에 들어가 보니, 그녀의 투표수는 2등과 격차가 매우 컸다.페이스북을 탈퇴하고, 그녀는 카카오톡을 클릭했다.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이 보낸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가은: 현이야, 너 유명해졌어. 축하해!가은: 투표수가 아주 높아. 정말 빨리 올랐어! 네가 이번에 인기 왕인 것 같아! 인기 선정 1위는 방송사와 정식 계약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현이야, 네가 정말 부러워!수진: 투표 시작도 안 했는데 지지자가 많네, 부러워!전공과 선생님: 현이야, 선생님이 너의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어. 땀은 노력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아, 교만하지 않고 계속 힘내길 바란다.조해영: 현이야, 오늘 낮에 푹 쉬어. 오늘 밤 너의 방송을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야. 잘해!현이는 휴대폰을 들고 그들의 메시지에 하나씩 답장했다.답장을 다 하고 나서 휴대폰을 무음으로 맞춘 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수진은 현이의 답장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이 빨개졌다.현이가 그녀에게 보낸 답장은 이러했다: 선배님, 선배님도 훌륭했어요.현이가 비꼬는 마음에 한 말은 아니었지만 수진은 그녀의 답장이 눈에 거슬렸다.현이의 답장뿐만 아니라, 그녀는 지금 현이 자체가 눈에 거슬렸다.현이가 없었다면, 자신이 최연소 인턴 아나운서로서 큰 주목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하지만 현이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현이는 그녀보다 예쁘게 생겼고 진행 능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진의 진행 능력이 현이보다 특별히 뛰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자신의 커리어 발전에 현이의 영향을 받을 게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수진은 자신의 실력이 현이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이를 쫓아내는 것이었다.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이가 진행 중일 때 사고를 일으켜 모든 사람들이 현이의 능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오늘 현이는 페이스북에서 아주 유명했는데
"미안해. 다실에 있는 캐비닛에 올려놓았어. 꽃다발의 향기가 너무 심해서 말이야. 난 꽃 알레르기가 있거든." 수진은 말하면서 신비롭게 웃었다. "안에 카드가 있었지만 엿보지는 않았어. 지금 가지러 가봐. 나도 오늘은 택시도 타고 돌아가야해서."현이는 속으로 꽃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했고 생각할수록 더 궁금해졌다.그녀는 시간을 흘끗 보았는데, 방송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몇 분이나 남았다.다실은 바로 밖에 있었고 그녀가 그곳까지 갔다 오는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수진에게 인사했다. "고마워요! 문자도 못 받았는데!"수진이 추측했다. "아마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나 봐!"수진은 곧 몸에 걸친 양복 외투를 갈아입었다.오늘 그녀의 이너웨어는 흰색 셔츠였는데 그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 외투를 입고 머리에 있는 가발 커버를 벗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오늘 엄마, 아빠한테 너의 부모님이 저녁에 집에 갈 택시비를 줬다고 말했더니 우리 엄마, 아빠도 돈을 더 주시더라고." 수진이 거울을 보며 가발을 뜯고 있었다. "이쪽 휴게실에서 잠을 잘 못 자. 왠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네. 퇴근했으니 얼른 가서 쉬어요! 전 꽃을 가지러 가볼게요.""갔다 와!" 수진이는 부드럽게 말하며 거울 속에서 현이가 나가는 것을 보았다.현이가 나간 후 수진이는 즉시 자신의 책상에서 폴더를 열고, 안에서 종이 몇 장을 들고나온 다음, 현이의 책상으로 가서, 그녀의 보도 자료를 몇 장 뽑아서 교체했다.이 모든 것이 1분을 넘지 않았고 모든 것은 완벽했다.이 모든 것을 끝낸 후, 그녀는 가방을 들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침착한 얼굴로 무대 뒤에서 나왔다.현이는 파란 장미 한 다발을 안고 다실에서 나왔고두 사람은 복도에서 만났다."카드를 봤는데 덕담 한마디만 있을 뿐 사인이 없었어요. 누가 제게 선물했는지 모르겠네요." 현이는 꽃을 안고 수진에게 다가갔다."오늘 팬일 수도 있으니 신경 쓰지 마. 이 꽃에 독이 없으
그녀는 페이지 원고 끝 부분을 흘끗 본 뒤 카메라를 올려다보며 방송을 이어갔다.그때 텔레포롬프터에서는 아무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 보도자료를 낭독하며 카메라를 보았다.세 번째 뉴스가 나오자 영상 역시 해당 영상으로 바뀌었다.현이는 바로 감독에게 조용히 말했다. "감독님, 원고가 달라요."현이는 인턴 이틀째에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녀는 오늘 밤 보도자료까지 모두 다 외웠지만 이번 일로 그녀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사람은 극도로 긴장하게 되면 통제력을 잃고 하려던 말을 까먹게 된다.그녀의 말을 듣고 감독은 바로 말했다. "당황하지 마세요. 영상 끝나면 바로 광고를 넣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간대 스크립트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 현이는 감독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호텔.수진은 침대 옆에 앉아 TV에서 뉴스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두 손을 꼭 쥐었다.그녀는 현이의 당황스럽고 긴장한 표정을 보고 방송이 엉망이 될 거라 생각했다. 현이 역시 잠시 멈칫하다가 잠시 마무리 멘트를 했다.그리고 지금 세 번째 뉴스 영상이 끝나자 마자 광고가 나왔다.수진은 이를 악물었다.원래라면 별도의 광고가 나오지 않는다.아마도 감독이 그녀를 돕기 위해 광고를 내보냈을 것이다.90초의 광고가 끝난 뒤, 화면이 다시 스튜디오로 전환됐다.현이의 얼굴은 평정을 되찾았고 테이블 위에는 자료가 놓여있었다.그리고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수진은 TV를 신경질적으로 끄고 머리를 헝클였다.그녀는 박현을 너무 과소 평가했다고 생각했다!박현은 원고가 없어도 최대한 당황해 하지 않고 마무리를 잘 끝냈다.수진은 자신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현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완전히 져버렸다!원래라면 현이의 실력이 자신보다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스튜디오 6번.쇼가 끝난 뒤, 현이는 무대 뒤로 돌아갔다.직원들이 모두 그녀에게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