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현이가 북쪽 나라에 도착했을 때 북쪽 나라는 이미 어두워졌다.박지성은 택시를 타고 엄마가 보내준 호텔 주소로 향했다.엄마에게 다가갈수록 박지성과 현이의 마음은 더 긴장되고 두려웠다."이틀이 다 돼가는데 왜 아직도 누나의 행방이 없는 거지?" 박지성은 마음이 졸여왔다.지성이는 형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묻고 싶었지만, 형이 지금 매우 바쁠 것이라고 생각해서 참았다.가족 그룹창은 조용하기만 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지성이는 즉시 전화를 받았다."엄마, 동생이랑 비행기에서 내렸어요. 저희는 지금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예요." 박지성은 전화를 받자마자 엄마에게 자신의 상황을 말했다."알았어. 조심히 와." 진아연의 목소리는 낮만큼 슬프지 않게 들렸다.한이가 이미 라엘이의 휴대폰의 위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방금 알아낸 것이었다.한이는 엄마가 걱정하는 것을 알고, 라엘이의 휴대폰 위치를 발견한 즉시 그 소식을 엄마에게 전했다.라엘이의 휴대폰은 설산 700미터 높이에 있다고 나타났다.이것은 사실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설산 중 천 미터 정도만 약간 평평한 곳이 있는데 이곳만 개방된 명소로서 관광객이 스스로 다른 곳으로 올라가다 사고가 날 경우 관광지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게다가 라엘이가 전문 안내원 없이 산기슭에서 설산 700m까지 스스로 오를 리가 없었다.또한 케이블카를 타고 1000m까지 간 뒤 700m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가능성은 딱 하나.눈사태가 발생했을 때 라엘이의 휴대전화가 1000m에서 700m로 떨어졌다는 것이다.이런 경우라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첫 번째는 라엘이와 휴대폰이 함께 설산 700m 위치에 떨어졌을 가능성이고두 번째는 설산 700m 지점에 휴대전화를 따로 떨어뜨렸을 가능성이었다.어떤 경우라도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아무리 추측해도 라엘이의 현재 상황은... 다 좋지 않았다.눈사태가 발생한 지 하루가 넘었고 날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까지 설산 쪽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진아연은 막내딸과 막내아들을 보자마자 그들에게 어서 와서 밥부터 먹으라고 했다."엄마, 계속 안 주무신 거 아니에요?" 현이는 엄마의 눈이 충혈된 것을 보았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고 있었지만 컨디션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리하지 마세요."진아연은 그들을 속일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 "정말 잠이 오지 않서 그렇단다.""하지만 잠을 안 자면 안 돼요." 현이는 진정제를 먹고 잠을 자라고 말하려 했지만 끝내 뱉지 못했다.이런 약물은 분명 몸에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엄마, 밥 먹고 방에서 주무세요! 제가 여동생과 설산 쪽으로 가볼게요." 사실 박지성도 하루 넘게 잠을 못 잤다.하지만 그는 아직 젊고, 하루 정도 잠을 안 자도 그렇게 초췌해 보이지 않았다."내가 너희들과 함께 보러 갈게. 소식이 없으면 다시 돌아오지 뭐." 진아연이 말했다. "너희 아빠도 불러와야 해. 아빠도 계속 안 주무셨어."박지성과 현이는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진아연은 젓가락을 들고 그들에게 반찬을 집어 주었다."많이 먹어. 이렇게 많은 음식을 낭비하지 말고." 진아연 사실 먹을 수 없었지만 아이들 앞이라 힘을 내야 했다."엄마, 밖이 추워요." 박지성은 밥을 한입 떠먹은 후 입을 열었다. "엄마는 현이랑 호텔에서 쉬고 계세요. 저희가 현장에 가봤자 도움이 안 될 거예요. 제가 아버지께 밥을 밥을 가져다 드리면서 아버지가 음식을 다 드시는 지 지켜볼게요."현이는 오빠의 뜻을 알아차리고 즉시 맞장구를 쳤다. "엄마, 아니면 저랑 함께 자요! 지금 밖은 너무 추워요. 결과가 나오면, 그들은 가장 먼저 우리에게 알릴 거예요."진아연은 창밖을 내다봤다.창밖으로 가로등이 어두워서 눈발이 날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밖이 추운데 네 언니는 얼마나 추울까!" 진아연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지성이와 현이는 다시 슬픔에 빠졌다.세 사람은 배불리 먹고 진아연은 남은 음식을 포장했다
박시준은 한 입 먹다가 지성이와 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추우니깐 텐트로 들어가.""아빠, 우리는 하나도 안 추워요. 누나가 여기에 있는 거 맞겠죠?" 박지성은 머나먼 설산 중간에 구조 대원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 여기 있을 거야." 진지한이 대신해서 대답했다. "박지성, 동생을 데리고 텐트로 돌아가."지성이는 형의 말을 듣고 순순히 동생의 손을 잡고 텐트로 돌아가려 했다."오빠, 아빠... 저는 하나도 안 추워요." 현이는 구조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현이가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지성이는 현이의 손을 끌고 텐트로 돌아갔다."현이야, 아빠 흰머리 봤어?" 지성이는 방금 아빠 옆에 있을 때 똑똑히 보았다. "흰머리가 없으셨는데... 누나가 사고를 당한 뒤로 갑자기 흰머리가 생기셨어."현이는 아빠의 흰머리를 발견하지 못했다."갑자기 많이 늙어지신 것 같아요." 현이는 그 말을 한 뒤 눈시울이 붉어졌다. "예전에는 엄마랑 아빠는 절대 늙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정말 충격이야..." 박지성 역시 큰 충격을 먹은 얼굴이었다.하지만 박시준과 진아연에게는 두 번째 큰 충격이었다.첫 번째 충격은 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현이를 찾을 수 없었던 것.현이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 삶을 이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그나마 위로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 라엘이의 사고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라엘이가 여기 있다... 그것도 어딘가에 묻혀서."... 찾았습니다!"멀리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박지성과 현이는 바로 텐트에서 나왔다."휴대폰을 찾았습니다!" 이어서 소리가 들려왔다.라엘이의 휴대폰을 찾은 것이다.라엘이의 휴대폰은 눈 속 깊이 파묻혀 있었다.구조대원들은 다행히도 어두운 환경에서도 라엘이의 휴대폰을 찾아냈다."사람은 없습니까?!" 진지한이 큰 소리로 물었다."휴대폰 근처에는 없습니다!" 구조대가 확성기를 이용하여 대답했다. "계속 찾겠습니다! 분명 근처에 있을 겁니다!"진지한: "조심
진아연의 손에 들린 도시락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진아연이 절규했다. "라엘이는요?! 분명 라엘이도 있을 거예요!"구조대원들이 조심스럽게 김세연의 몸을 다른 곳에 눕혔고 그 밑에 라엘이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찾았습니다! 진 대표님! 찾았습니다!" 구조대원은 기쁜 표정으로 손을 뻗어 라엘이의 숨결을 확인했다.이미 산의 기온은 매우 낮았다.라엘이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구조대원들의 떨리는 손 끝에 라엘이의 숨결이 닿았다...라엘이가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숨결이 매우 약했다."진 대표님... 호흡이 많이 약합니다!""당장 데리고 내려와요!" 진지한은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이 바로 뛰어가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말이다.그는 야외와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그는 비서에게 망원경을 건네 받아 위의 상황을 살폈다.몇 초 동안 망원경을 보았고 박시준 역시 망원경을 가져와 본 다음 진아연에게 넘겼다."살아 있을 거야... 아니. 아연아, 살아 있어..." 박시준의 목소리는 매우 절박했다.진아연 역시 그의 기분만큼이나 슬펐다.구조대는 김세연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김세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그녀는 딸이 세상을 떠난 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세연 역시... 이렇게 갈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함께 설산을 올랐는데 왜 둘 다 살아남지 못한 것이지?진아연은 김세연의 부모님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 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김세연의 목숨을 구한 뒤,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에게 김세연은 은혜를 갚기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의 도움은 이미 그 은혜의 빚을 넘어섰다.김세연은 사실 진작부터 그녀의 빚을 다 갚았었다.하지만... 이렇게 김세연을 죽게 만들다니...헬리콥터는 김세연과 라엘이를 구출해 병원으로 바로 이송했다.헬리콥터가 설산 위를 지나가자 진지한 역시 가족들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현이의 말에 진아연의 눈빛에는 일말의 희망이 비치기 시작했다.만약 의사가 사망했다고 판단한다면 고인에 대한 별도의 수술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예를 들어 정말로 고인이 숨을 쉬지 않고 동공에 반응이 없을 경우 구조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그때 진지한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사진 몇 장이 들어왔고 발신자는 마이크였다.마이크는 구조대와 함께 라엘이를 찾으러 올라갔었다.그리고 김세연과 라엘이를 발견한 뒤, 몇 장의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그리고 마이크는 지금 산을 내려가는 중이었다.그리고 빨리 그들에게 사진을 보내려고 신호를 찾았고 보내는 것에 성공했다.진지한은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 보았다.사진 속 김세연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고 얇은 스웨터만 걸치고 있었다.이 얇은 스웨터만을 입고 설산에 오를 수는 없었다...진지한은 바로 두 번째 사진을 탭하여 확인했다.두 번째 사진에는 라엘이가 있었다.라엘이의 안색은 김세연보다 괜찮아 보였다.마치 깊은 잠에 든 사람의 표정처럼 보였다.그녀는 두꺼운 패딩으로 감싸져 있었다... 아마도 김세연의 것으로 보였다.진지한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사태가 발생했을 때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세연 삼촌이 라엘이를 살렸어요." 진지한은 자신의 휴대폰을 진아연에게 건넸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받은 뒤, 사진을 보았다.두 장의 사진을 본 뒤, 진아연은 휴대폰을 붙잡고 박시준의 어깨에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박시준은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가져갔다.사진 속 김세연의 얼굴을 보며 박시준은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랐다.그는 라엘이를 지키기 위해 그녀에게 패딩을 입힌 뒤, 목숨 걸고 라엘이를 안은 채로 그녀를 지켰다.박지성과 현이 역시 형의 휴대폰에 있는 사진이 궁금해 아빠에게 다가가 사진을 바라보았다.몇 초 뒤, 지성이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보통 이렇게 생사의 갈림길 앞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만 생각하는데... 세연 삼촌은
"아버지, 제가 여기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을게요!" 현이가 병실 간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그리고 현이는 어머니의 눈가에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마음 속 깊이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라엘이와 김세연을 허락해 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이다.만약 그때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면 결혼식 준비를 바로 하느라 출장은 고사하고 설산에 이렇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박시준은 진아연의 잡은 손을 놓으며 말했다. "엄마가 깨어나면 알려주렴.""네." 현이는 대답했다. "언니가... 수술실에서 나오면 제게도 말해주세요.""그래."마치 1초가 1시간처럼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현이는 티슈로 어머니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뒤, 병원 침대 끄트머리에 멍하게 앉아있었다.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정확히 어떤 생각들이었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리고 생각의 끝에는 김세연과 언니가 무사히 깨어나길 바랄 뿐이었다.언니가 깨어났는데 김세연이 자신을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된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그리고 그 충격은 평생의 그녀에게 짐이 될 것이다.조용한 병실이었지만 현이의 마음은 평온해지기 어려웠다.그녀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 가족들은 모두 힘들고 지쳐있는 상태였다.그녀는 이런 말을 터놓을 친구가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주소록을 살피다 서은준의 이름이 보였다.이건 T국의 서은준의 번호였다.서은준은 E국을 갈 때, 번호를 변경했다.그리고 서은준은 그녀에게 새로운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서은준의 현재 전화번호를 알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서은준이 보고 싶었고 찾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아버지와 마이크 삼촌이라면 바로 서은준을 찾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도 몰랐다.그녀는 그저 그의 예전에 사용하던 전화번호로 메시지를 보내 자
현이는 잠시 눈을 붙이다 일어났고 자신이 병원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둘째 오빠." 현이는 병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둘째 오빠를 보고 말했다. "오빠, 엄마는요? 지금 몇 시에요?"박지성이 말했다. "9시야. 밤새 어머니 곁을 지키다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 있길래.""좀 쉬라고 다른 병실로 옮겼어.""엄마는요?" 현이가 앉으며 말했다.그래도 한숨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어머니의 상태를 물은 뒤, 그녀는 다시 언니와 김세연의 상태가 떠올랐다."언니랑 세연 삼촌은요...? 괜찮은 건가요?"박지성: "누나는 괜찮아. 아직 정신을 못 차렸을 뿐. 세연 삼촌은... 다행히도 목숨을 구했지만 상태가 매우 나쁘데. 여기 시설에서는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해서 형이 바로 전세기를 불러서 B국으로 갔어. 세연 삼촌이 누나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세연 삼촌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너무나도 다행이었다!일말의 희망이 보였다."엄마는 아침 7시에 일어났어. 일어나서 바로 세연 삼촌 검사 결과서를 보더니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박지성이 말했다. "아, 근데 현이야 배는 안 고파? 밥 먹어야지.""오빠, 전 괜찮아요. 별로 배고프지 않아요." 현이는 언니를 바로 보러 가고 싶었다. "언니가 보고 싶은데 가도 될까요?""밥 먹고 데려다 줄게! 너라도 잘 먹어야지 언니를 간호하지." 박지성은 가방을 맨 뒤 말했다. "언니가 의식을 차릴 때까지 지켜보자고 했어. 그리고 일어나면 바로 연락주기로 하셨고.""아... 그럼 언니가 일어나면 보러가요.""그래.""근데 아빠랑 엄마는 어디에 계세요?" 현이가 물었다."언니 병실 밖에서 기다리고 계셔. 엄마도 B국에 가고 싶어 하셨어. 세연 삼촌 때문에." 박지성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누나가 깨어나면 엄마도 B국으로 가실 것 같아.""네. 아, 근데 둘째 오빠는 한숨 잤어요?" 현이가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어떠한 말보다 눈물부터 흘러 내렸다."아연아, 울지마렴... 세연 씨, 아직 살아있어..." 진아연은 떨리는 손으로 딸의 손을 잡았다. "알아... 네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근데 이제... 다 지나갔단다."라엘이 역시 어머니의 손을 꼭 움켜쥐며 울기 시작했다.박시준은 병원 침대로 걸어가 티슈로 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라엘아, 울지마렴... 김세연 씨 치료를 위해 우린 최선을 다할 거야. 네 탓이 아니야... 라엘아." 박시준은 딸의 눈물을 계속 닦았지만 그칠 줄 몰랐다."다... 저 때문이에요... 김세연 씨를 그렇게 만든 건..." 라엘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가 부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박시준과 진아연은 멍하니 병원 침대 옆에 서서 고통스러워 하는 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들이 지금 아무리 위로를 해도 라엘이는 모두 그녀의 잘못이라 생각할 것이다.그녀는 딸이 어떠한 심정일지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애써 부정하고자 하였다.이미 일은 일어났고 다시 되돌릴 수 없다.그리고 김세연이 만약 세상을 떠나도 살 사람은 살아나가야만 했다.라엘이는 울다 지쳐 다시 잠이 들었다.의사가 와서 라엘이의 상태를 다시 검사했다."박 대표님, 진 사모님. 두 분 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심리적으로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옆에서 잘 지켜봐주시고 정신과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진아연: "감사합니다."정신과 의사는 집으로 돌아간 뒤 찾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라엘이의 몸 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 뒤, 돌아갈 예정이다.현이와 지성이도 아침을 먹은 뒤, 라엘이를 보러 왔다.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병실 밖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그들에게 다가가자 박시준과 진아연은 말을 멈추고 그들을 쳐다보았다."어머니, 아버지. 언니는요?" 현이가 물었다."일어났는데 울다가 다시 잠들었어." 진아연은 현이에게 다가가 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