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어르신은 전화를 끊자 뭔가를 고뇌했고생각을 마치자 바로 소리 질렀다. "집사!"집사는 그의 부름에 바로 달려와 물었다."어르신, 뭘 도와드릴까요?""빨리!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주방장에게 전해. 지금 빨리 준비해. 나씨 가문 아가씨가 무슨 음식을 좋아할지 모르니 빨리 가서 사모님께 물어봐.""네! 나씨 가문 아가씨가 오시는 건가요?" 집사는 믿기지 않는 듯 다시 한번 확인했다."그래! 나씨 가문 아가씨도 참 보는 눈이 있단 말이야! 은준이가 싸우는 영상을 보고 반한 모양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말이야. 알 수가 없다니까! 그래도 기분이 좋네! 하하! 은준이는 방에 있지?" 어르신은 말을 마치자 바로 별관으로 향했고별관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어르신이 다가오자 바로 가서 문을 열어줬다.장 아주머니는 어르신을 보자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다가갔다. "어르신, 은준 도련님께서 이틀째 밥을 먹지 않고 있어요. 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이대로는 안돼요! 문도 잠근 상태여서 제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어요. 아무리 건강한 몸이라도 단식하면 몸에 무리가 갈 거예요!" 서 어르신은 가정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고 여분의 열쇠를 찾았고잠시 후, 열쇠를 들고 문을 열었다.서은준은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고 잠들었는지 배고파서 기절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서 어르신은 스스로 내린 벌이기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한참 꾸물거렸다."은준아,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들었다. 죽을 끓였으니 일어나서 먹어!" 서 어르신은 말하면서 은준의 팔을 툭툭 건드렸고서은준은 그의 손을 쳐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면 얘기하세요."서 어르신은 무엇보다 아들이 살아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가 며칠 전에 홧김에 세게 때린 건 알아. 그건 사과할게. 아빠는 네가 방에 있지 않으면 혹시 길을 잃을까 봐 그래. T시는 네 엄마가 살고 있는 도시와 달리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서 어르신은 아들이 이런 걸 요구할 줄 몰랐다."은준아, 그 아이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게 혹시 그 아이를 좋아해서니?" 서 어르신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애가 지금 고아라는 건 그렇다쳐도 얼굴이 저런데 너...""왜 그녀를 모욕하는 거예요?" 서은준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 어르신은 밖에서 여자를 계속 갈아치우며 사생활도 지저분하면서 제가 누굴 좋아하든 무슨 상관이에요?""너-" 서 어르신은 나씨 가문 아가씨의 얼굴을 봐주지 않았더라면 채찍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널 가만히 놔둘 수 있어. 하지만 조금 있다 나씨 가문 아가씨를 화나게 하지 마. 지금 수수를 데려올게. 그럼 된거지?""말만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서은준은 말을 뱉고 나서 침대에서 일어났다.서 어르신은 아들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핏자국으로 얼룩진 그의 옷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등에 난 상처엔 약을 발랐어? 내가 발라줄까?""여기서 위선 떨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못 알아들었어요? 제 요구를 들어주면 나씨 가문 아가씨를 만나준다니까요.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서은준은 캐리어에서 셔츠 한 벌을 꺼내 들고 샤워하러 갔다.서 어르신: "알았디! 내가 나가마! 죽 먹는 거 잊지말고."...40분 후 수수는 서씨 가문에 돌아왔다.그녀를 데려온 경호원은 그녀가 서씨 가문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고만 했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그래서 서씨 가문에 온 그녀는 별관에 있는 서은준을 찾아갔다."도련님, 왜 제 문자에 답장 안 해요? 세 통이나 보냈는데 하나도 답장하지 않았어요." 수수는 서은준을 만난 후 물었다. "그 번호가 내 번호라는 걸 모르세요?"서은준은 그녀의 옆에 있는 장 아주머니를 힐끗 보고 말했다. "앞으로 안 와도 돼요."장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도련님, 어떻게 절 다시 건져낸 거예요?" 수수가 서은준의 앞에 앉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님이랑은 화해하셨어요?""어떤 부잣집 딸이 내가 마음에 든대.
저녁 여섯 시 반.나씨 가문의 차가 서씨 가문의 마당에 멈춰 섰다.수수는 별관 마당에 서서 본관의 상황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은색 고급 차가 정차하더니 키가 크고 잘 차려입은 젊은 여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멀지 않은 거리에서 수수는 나씨 가문의 딸의 정교한 메이크업을 보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하얀 가죽옷에 드리워졌다.그 여자는 나이가 많지 않았고 매우 패셔너블하고 성숙했다.그녀의 하얀 가죽옷 아래에는 타이트한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다.그녀의 발에는 무릎 높이의 검은색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고어깨에 멘 가방은 불빛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수수는 코가 갑자기 시큼해졌다.그녀는 너무 부러웠다!그녀는 나페페가 입고 있는 아름다운 옷이 부러웠고, 나페페가 들고 있는 비싼 가방도 부러웠으며, 나페페가 들고 있는 휴대폰도 부러웠다.나페페의 휴대폰 케이스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반짝였다.사실 가장 부러운 건 나페페가 좋아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집안 조건으로 상대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서 어르신은 아내와 함께 나와 나페페를 안으로 안내했다.본관 별장의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던 수수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하늘에는 눈이 흩날렸지만 수수는 눈 속에 서서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서은준은 그녀에게 돌아와서 일하라고 했다. 그녀는 월급을 두 배로 받을 수 있었고, 그리된다면 얼마 뒤에 그녀는 곧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었다.빚을 다 갚고 나면 앞으로 학비와 생활비만 벌어가면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었다.누군가는 평생 노력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끝점이 또 다른 누구에겐 출발점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다른 사람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그녀에게 자기 삶을 잘 살며 무사하고 건강하기만 하면 그게 가장 큰 축복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매우 낙관적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조금 우울했다.며칠 전 서 어르신과 사모님에게 쫓겨났다
"오... 은준 씨, 어느 대학에 가고 싶어요? T 대학은 어때요? 그러면 우리 동문이 되는 건데." 나페페가 열정적으로 말했다.서은준 : "시험치고 입학했어요?"수수의 말에 의하면 T 대학은 점수선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서은준의 질문에 나페페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경직됐다.서 어르신은 화가 나 심장이 아파왔다.서은준은 그냥 벙어리인 게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아니요, 공부를 잘 못해서 아빠가 T대학에 도서관을 기증하고 입학했어요." 나페페는 말하고 나서 와인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은준 씨는요? 공부 잘해요?"서은준: "나페페 씨와 같아요. 난 T대학에 못 가요. 집이 가난해서 도서관을 기증할 수 없거든요." 나페페가 크게 웃었다. "은준 씨 집이 가난하다고요? 그럴 리가요?"서 어르신: "하하하! 은준이가 서씨 가문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정황을 잘 몰라서 그렇단다.""우리 집이 가난하지 않다면 구씨 가문과 나씨 가문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겠죠?" 서은준은 아버지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이번에는 서 어르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페페가 먼저 소리내 웃었다. "성격이 참 화끈하네요. 전 이런 성격을 좋아해요. 하하하. 밥 먹고 둘이 얘기 좀 하죠? 우리 둘, 서로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은데.""여기서 얘기하죠. 저 사람들은 공기 취급하면 돼요." 서은준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만 자리를 지키면 됐다.그는 이 부잣집 따님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싫었다."그래요! 겨울방학이니 매일 집에 있죠? 우리 서로 연락처 교환해요. 나중에 같이 자주 놀러 다니게요." 나페페는 말을 하며 휴대폰을 꺼냈다."에헴!" 서 어르신은 아들이 무관심해 보이자 마른기침하며 주의를 줬다.서은준은 고개를 들고 아빠를 힐끗 본 후 나페페의 휴대폰을 가져와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카카오톡 친구 추가할까요?" 나페페는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후 계속 물었다."전 카카오톡이 없어요." 서은준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한 시간 후 서은준이 나페페와 함께 나갔다.나페페가 차에 타자 은색 고급 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서은준은 걸어서 별관으로 돌아갔다.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 수수를 본 서은준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수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눈이 한 층 쌓였다."뭐 하는 거야!" 서은준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 위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밖에 서 있으면 안 추워?"수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도련님, 나씨 집안 아가씨를 봤어요. 너무 예쁘던데요.""그녀를 보려고 이렇게 밖에 서 있었던 거야?" 서은준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꼭 그런 건 아니고... 오늘 밤에 본관에서 식사하셨으니 전 저녁을 안 해도 되잖아요. 그래서 심심해서 나온 거예요." 그녀의 얼굴과 코가 추위에 빨갛게 되었다.방에 들어와 히터를 틀자 피부가 갑자기 빨갛게 되더니 가려웠다."넌 정말 바보야." 서은준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핀잔을 주었다. 핀잔하고 난 그는 곧 후회했다. "감기라도 걸리면 누가 날 돌봐주겠어?"수수가 곧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입었으니 감기에는 걸리지 않을 거예요. 밖에 눈이 오긴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괜찮아요. 바람이 불어야 춥죠. 바람이 불면 나도 밖에서 구경하지도 않을 거예요.""본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데, 도대체 뭘 구경한다는 거야?" 서은준이 야유를 부렸다. "너 돈 많이 모으고 싶지 않아?"수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요?""앞으로는 여기서 지내. 장 아주머니도 하숙 도우미 아니야? 그러면 월세와 생활비를 다 절약할 수 있어." 서은준은 그녀가 오해할세라 황급히 설명했다. "밤에 내가 야식을 먹고 싶을 때 아무 때든 널 부를 수도 있고.""그렇구나" 수수는 머뭇거렸다.그녀는 하숙 도우미를 거부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조금 번거로웠다."뭘 망설이는 거야? 싫어?" 서은준은 그녀가 주저할 것이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한참 고민하고 난 수수
수수가 떠나자마자 서 어르신이 찾아왔다.서은준은 아빠를 보자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은준아, 방금 수수랑 하는 말을 다 들었다. 내가 속이 좁았다." 서 어르신이 말했다. "네 새어머니가 개를 독살해서 개에 대한 감정을 수수에게로 돌린 거라면 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앞으로 수수를 내쫓지 않을 거야.""그럼 과외 선생님은요?" 서은준이 물었다."과외 선생님을 다시 초대하면 돼. 하지만 페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페페는 널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만약 너희들이 함께할 수 있다면...""걘 그저 저와 놀고 싶은 거지 결혼하자는 게 아니에요.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서은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거든요.""상관없어! 네가 그녀와 잘 지낸다면 다른 사람들이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나도 구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 사과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서 어르신은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공부를 못하니 강요하진 않겠지만 너의 장점을 이용해 좋은 아내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어?""제 장점이요?""네 그 얼굴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왜 페페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서 어르신은 아들이 또 화를 낼 것 같아서 황급히 화제를 바꿨다. "네 둘째 형이 며칠 후에 돌아올 거야. 그 애도 나중에 내가 찾아낸 아이인데 네 큰형과 여동생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 네가 둘째 형이랑 얘기 좀 나눠보렴. 성격이 괜찮은 아이니 말이야."...A국.A시의 가장 큰 체육관에서 김세연의 마지막 콘서트가 열린다.여소정은 점심에 가족들과 함께 박시준의 집에 찾아왔다."아연아. 새로 코트를 샀는데 예뻐?" 여소정이 말하며 진아연의 앞에서 빙글 돌았다."잘 어울려, 넌 뭘 입어도 예뻐." 진아연이 칭찬했다. "지민이랑 세트야?""맞아! 준기 씨에게도 한 벌 맞춰주려 했는데 죽어도 안 입는대. 칫!" 여소정은 말하며 몸에 걸친 코트를 벗었다."아연 씨가 말해봐요. 가죽옷을 입는 남자
오후 4시에 콘서트가 시작되었다..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객석이 꽉 찼고, 현장에는 빨간색 응원 등이 번쩍이고 있었다.소속사는 김세연의 마지막 콘서트를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일부 팬들이 미리 소식을 접했다.김세연이 무대에서 첫 곡을 부르자 객석에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앞줄에 앉아 있던 박시준은 고막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그는 안절부절못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흘끗 보았다.진아연은 그가 시끄러운 걸 두려워한다는 걸 알기에 가방에서 소음 제거 이어폰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당신 참 좋아." 박시준의 세상이 한결 조용해졌다.진아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당신을 안 데려오는 건데 그랬어요."박시준: "여보, 지금 이 볼륨이 딱 좋아. 소리가 조금 들리면서도 시끄럽진 않아.""당신이 아마 소음 제거 이어폰을 끼고 콘서트에 온 첫 사람일 거예요." 진아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당신이랑 딸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호기심이 생겨서 말이야. 김세연의 마지막 콘서트라고 당신이 그랬잖아. 오늘 안 오면 앞으로 다시는 못 볼 것 같았어." 박시준이 말했다."인터넷에 콘서트 리플레이가 있어요. 세연 씨는 콘서트를 많이 했었어요." 진아연은 인터넷에서 콘서트 녹화 버전을 여러 차례 봤다.그들이 친구가 아니고 현실에서 서로를 모른다면 진아연도 김세연을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김세연은 절대적인 실력파 가수였기 때문이었다."덕질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그래."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지나갔다.김세연은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 흰색 수트와 드레스로 갈아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온몸에 성스러운 후광을 발산했다."제 콘서트에 와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두 가지를 말씀드릴 건데, 이 두 가지가 발표되면 마지막 곡을 부르겠습니다. 이 곡의 제목은 '굿바이'입니다."그가 말을 마치자 무대 아래에서 하늘 땅을 뒤집는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박시준은 소음 제거 이어폰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일로 바빴고 그녀는 자기 사업으로 바빴어요... 참, 그분은 의사라는 건 알려드릴 수 있어요." 말을 하던 김세연은 몸을 돌려 스태프를 향해 손짓했다.갑자기 ‘굿바이’의 전주가 서서히 들려왔고진아연은 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라엘이는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여보, 김세연이 말한 여자친구가 누구야?" 박시준은 김세연이 연애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진아연: "모르겠어요! 제게 말한 적이 없어요."박시준: "그래... 라엘아, 너 왜 그래?" 그는 딸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발견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진아연이 그에게 한마디 한 후 딸의 손을 잡았다. "라엘아, 우리 그냥 돌아가자."라엘이는 혼란스러웠지만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부모님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많이 계셨다.너무 평정심을 잃으면 체면을 잃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체면을 잃게 만드는 셈이었다."엄마, 괜찮아요. 마지막 한 곡밖에 남지 않았으니 마저 듣고 가죠." 라엘이는 고개를 숙이고 가방을 열더니 자신의 보온병을 찾았다.진아연은 고개를 들고 무대를 바라보았다.김세연은 눈을 감고 마이크를 양손에 꼭 쥐고 연기 인생의 마지막 곡을 세심하게 소화했다.시간이 빠르게 흘러 노래가 끝나자 김세연은 눈을 뜨고 관중석을 그윽이 바라보다가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가자!" 진아연은 딸이 속상해 할까 봐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박시준도 곧 따라 일어섰다."엄마, 저녁 회식 있잖아요? 우리도 세연 삼촌 여자친구나 한 번 보러 회식 자리에 가봐요." 라엘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적어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척할 수 있었다."현장에 여자친구가 왔는지 모르겠네." 진아연은 김세연의 의사 여자친구가 누구일지 궁금했다."현장에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휴대폰에 사진이 있을 거예요!" 라엘이는 엄마를 무대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여소정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