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평의 경호원은 집안을 향해 들여다보았다.인테리어는 매우 평범해 보였다, 제대로 된 가구도 별로 없어 집이 약간 휑해 보였다.귀를 기울이면 어린 여자아이의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지금 현이가 울고있는 겁니까?" 강도평이 물었다. "왜 우는 겁니까?"조순현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 누구라도 납치 당하고 방에 갇히면 울고있을 거예요."강도평은 정색하며 물었다: "왜 현이를 가두어 놓았어요? 평범한 애들처럼 그렇게 키우면 안되나요?""정말 재미있네요, 강 선생님 언제부터 그렇게 자선가가 되셨어요? 박시준과 진아연이 항상 아이를 찾고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이 아이 성격도 장난 아니에요, 매일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다고요. 가두어 놓지 않았다면 진작에 도망쳤을 걸요."조순현은 강도평이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도록 그의 입을 막았다."먼저 올라가세요! 현이는 지금 2층 방안에 있어요." 조순현은 주방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저는 목이 너무 말라서 물 좀 마시려구요! 물 가져다 드릴까요?""괜찮습니다." 강도평은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와 몸부림 치는 소리를 점점 더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이거 놔... 엉엉엉! 이거 놓으라구... 이 나쁜 놈들..." 어린 여자아이의 울음소리는 강도평의 심금을 울렸다.강도평은 최대한 빨리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빨리 그녀를 데려가고 싶었다.강도평은 현이의 손을 직접 잡고 있어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자, 위층으로 가자!" 강도평은 조순현이 주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경호원에게 말했다.두 명의 경호원이 앞장 서서 갔고 강도평은 그 뒤를 따랐다.위층에 있던 여자아이도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결국 멈췄다.위층으로 올라간 경호원은 재빨리 주변의 상황을 살폈고 마지막으로 문이 닫혀있는 방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다른 방의 문들은 모두 열려 있어 방안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고, 여자아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도평이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여자아이가 말했다: "할아버지, 저 사람들 보세요..."여자아는 문앞에 서있는 강도평의 경호원을 가리키며 비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들 마치 꼭두각시 같아요!"강도평은 자신의 경호원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호원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도 보았다.그들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동시에 하나의 권총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강도평은 너무 놀라서 영혼이 가출한 것 같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양손을 들었다."지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저 돈 드렸습니다... 조순현 씨에게 돈 20억 드렸다고요... 모자라는 겁니까? 얼마면 됩니까? 금액 얘기하세요... 지금 당장 사람 보내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강도평은 겁에 질렸다.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그는 미래에 엄청난 재부를 실현하게 될 것이고 그의 몸값은 진아연과 박시준을 초월할 것이다.... 그의 곁에 모든 사람들을 능가할 것이다!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전설이라고 부를 것이다!"강도평 씨, 혹시 제가 원하는 게 돈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어요?" 문 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순현'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앞에 나타났다.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강도평은 정신을 차렸다.어쩐지 그는 이 얼굴이 낯익게 느껴졌다, 그는 전에 분명 이 여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게다가 두 사람은 원한을 품고 있는 사이일 것이다!"처음에 당신이 저를 조순현이 아니라고 의심했을 때 저 엄청 걱정했어요! 근데 당신이 진작에 절 잊었으리라 생각했죠, 몇 마디로 당신의 관심을 돌리니까 정말 제 신분을 의심하지 않더라구요. 한 편으로는 다행이었고 한 편으로는 속상하고 서운하기도 했죠... 어쨌든 우리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는데 어떻게 제 얼굴과 목소리를 완전히 잊을 수가 있어요?"여자는 방안으로 들어와 강도평의 앞으로 다가갔다.강도평은 여자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계속해서 입술을 우물거렸지만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마
"강도평 씨, 아직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지금 벌 받고 있는 거에요!" 여자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나님도 참 자비로우시네요, 당신 같은 악마를 지금까지 살게 한 거 보면요.""강민이었구나... 그 계집애가 감히 날..." 강도평은 이를 꽉 깨물고 웃픈 표정을 지었다.오히려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다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진 않을 것이다.강민, 이 배신자! 여태껏 강민을 찾지 못해 죽이지 못했는데 이렇게 그녀가 만든 함정에 빠지다니....아침 9시, 강훈은 강씨 집안의 본가에 도착했다.그는 어젯밤에 아버지에게 오늘 아버지와 함께 조순현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거절했다.아버지는 자신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아버지와 조순현의 얘기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다면 본가로 와서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아버지가 현이를 찾는다고 해도 아이를 집에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현이의 사진이라도 보고 싶었다.현이가 진아연을 닮았을지 아니면 박시준을 닮았을지 궁금했다.그때 가서 아버지가 현이를 어디에 숨길 지도 모르겠다.아버지가 현이를 찾은 후 야망에 눈이 멀어 충동적인 일을 벌일까 봐 역시도 걱정이었다.강훈은 어젯밤에 잠을 설쳤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아버지가 먼저 현이를 찾는다고 해도 결국 아버지가 예상하는 것처럼 순조롭게 잘 풀리진 않을 것이다.박시준과 진아연이 그렇게 하찮은 인물도 아니고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어찌 강씨 집안을 가만 둘 수 있겠는가?박시준은 죽는 한이 있어도 참고 지나가는 성격은 아니었다."오늘 어르신께서 5시 좀 넘어서 일어나셨습니다." 강도평을 돌보던 하인이 강훈에게 차를 내오며 말했다. "평소에는 9시나 10시까지 주무시다 깨시는데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셨어요! 정신상태도 아주 좋아보였구요."강훈: "아버지 오늘 몇 시쯤에 외출하셨어요?""6시 좀 넘어서 나가셨습니다." 하인이 대답했다. "아직 해도
오늘은 눈이 조금 내렸고 기온도 어제보다 조금 더 떨어졌다.강훈은 문을 향해 걸어가며 패딩을 걸쳤다, 그리고 눈밭을 향해 걸어갔다."둘째 도련님, 어디 가세요?""밖에서 좀 걸을려구요, 얼른 돌아올 거에요." 강훈은 말하며 정원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경호원이 그의 뒤를 따랐다."도련님, 어르신께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되잖습니까? 왜 여기서 직접 기다리고 계시는 겁니까?" 경호원은 추운 칼바람을 맞으며 이해가 안가서 물었다."전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안 받으셨어." 강훈은 문밖을 나서기 전에 이미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었다.전화가 건너갔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하인의 말대로 아버지는 오늘 일찍 나가셨으니 아마도 지금 조순현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았다."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너무 걱정돼." 강훈은 자신의 걱정을 얘기했다."어르신께서 외출하실 때 분명 경호원과 함께 나갔을 겁니다..." 경호원이 말했다. "아니면 제가 큰 형에게 전화 한 번 해볼까요?"강훈의 경호원의 큰 형은 강도평의 곁에서 경호원 직을 맡고 있었다."전화해 봐!" 강훈은 눈속에 서서 경호원이 전화하기를 기다렸다.경호원은 휴대폰을 꺼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건너갔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안 받는 데요." 경호원은 강훈을 바라보며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설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무슨 일이 생긴거라면 분명 박시준과 진아연이 했을 겁니다!""목소리 좀 낮춰." 강훈은 정원 대문앞으로 다가가 주위를 살폈다.밖에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였고 그림자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강훈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설마 아버지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30분 동안 눈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힌 후, 그는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아연이라면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이때 A국은 늦은 밤이었다.그래도 진아연은 재빨리 그의 전화를 받았다."아버지랑 연락이 안된다고?" 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고 너무 놀라 큰소리로 외쳤다.
"엄마, 제가 강도평을 찾게 되면 엄마한테 전화해 드릴게요. 국내에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오늘은 전화하지 않을 게요." 한이가 귀띔해 주었다. "일찍 주무세요, 이런 인간 때문에 잠 설치지 마시고요. 강도평은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니까요.""그래. 엄마 강도평 걱정 안해. 그냥 강도평 아들이 자기 아버지 연락이 안된다고 하길래 일이 어떻게 되가고 있나 하고 물어본 거야." 진아연은 현이의 소식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현이에 대한 소식이 있으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엄마한테 알려드릴게요." 한이가 말했다."그래."전화를 끊은 후 진아연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도평은 오늘 분명 조순현을 만나기로 했는데 다른 여자와 함께 갔다니, 너무 이상한데요."박시준도 이상함을 느꼈다: "조순현이 보낸 여자가 아닐까?""그렇게 말하시면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강도평이 조순현과 만난다고 해도 왜 가족의 전화도 받지 않는 걸까요?" 진아연은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어찌 됐든, 강도평이 주도하는 입장이잖아요. 조순현은 Y국의 탈옥자일 뿐인데 강도평을 컨트롤할 능력이 있을리가 없으니까요.""사건의 전말을 알기 전까지 뭐가 어떻게 된건지 짐작하기 어려워." 박시준이 말했다."네. 일단 강훈한테 전화해볼게요." 진아연은 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훈은 방금 전보다 조금 침착해진 것 같았다."강훈아, 내가 방금 물어봤는데 너희 아버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도 잘 몰라. 너희 아버지가 무도회장에서 어떤 낯선 여자와 함께 떠났다는 것만 알고 있어." 진아연이 그에게 말했다. "너희 아버지 조순현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 근데 왜 다른 여자랑 간 거야?""그 여자는 조순현이 맞을 거야." 강훈이 말했다. "조순현이 성형수술을 했거든."진아연: "???""전에 조순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자신이 조순현이라고 했어. 너희를 피하기 위해서 성형수술 했다고 했어." 강훈이 계속해서 말했다.진아연은 믿을 수 없다고 느꼈다: "이 세상에 기술이 뛰
이 집의 모든 장식들은 하나같이 다 강도평의 보물이었다.강도평이 죽는다 해도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강도평의 재산을 순조롭게 상속받을 수 있다면 참 손쉽게 모든 것을 얻는 것이다.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그런 행운이 주어질 것이라 믿지 않았다.아마도 강민이 재산을 위해 자신과 싸울 것이다!그의 짐작이 사실이라면, 때가 되면 강민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둘째 도련님, 어르신 찾으러 갈까요?" 경호원은 걱정하며 말했다.강훈: "어디 가서 찾을 건데? B국이 이렇게나 크고, 아버지 아침 6시에 나가셨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 방금 진아연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그들이 잡아간 게 아니래.""그럼 어르신께서 왜 연락을 받지 않으시는 겁니까?""진아연이 우리 아버지 어떤 여자와 함께 갔다고 했어." 강훈은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자! 24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안되면 그때 신고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자."경호원은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24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건 위험에 부딪쳐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몇 명의 하인들은 그의 말을 들은 후, 몰래 주방에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둘째 도련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면 어르신 이번에 돌아오기 어려울 거 같은데!""둘째 도련님 탓할 수는 없지! 어르신 어제도 둘째 도련님 심하게 꾸짖었잖아... 큰 도련님이 사고를 당한 후부터 둘째 도련님은 거의 매일 혼나면서 지내는 거 같아. 어르신도 아마 후회하고 있을 걸, 전에 큰 도련님께 그렇게 잔인하지 말았어야 했다고.""지금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 있겠어? 그리고 어르신 같은 사람은 후회같은 거 안할 거 같아. 근데 이번에 어르신이 사라지신건, 둘째 도련님이랑은 아무 상관 없겠지? 그래도 둘째 도련님은 평소에 많이 조심스러운 성격이니까.""둘째 도련님이 그랬는지는 알수 없지만, 지금 봐서는 둘째 도련님이 절대 어르신을 구하러 가진 않을 것 같아.""강씨 집안의 주인이 곧 바
강훈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큰 누나, 아직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어떤 소식도 없어. 만약에 명확한 소식을 알게 되면 반드시 가족 채팅방에서 모두에게 알릴게."큰 누나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아버지에게 이런 일이 생겨서 우리도 많이 속상해하고 있어.""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 강훈이 물었다."본가에서 아버지와 연락이 안된다는 소식을 들었어. 훈아, 네가 누나한테 얘기해주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아무 소식도 없었네...""누나, 나도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 아버지 오늘 하루만 연락이 닿지 않는 거 뿐이야.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는 나도 잘 몰라, 근데 내가 어떻게 감히 아버지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겠어? 갑자기 돌아오시기라도 하면 어떻게?" 강훈이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와서 우리 모두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본다면 엄청 화나실 거야.""그랬구나, 누나는 네가 무슨 명확한 소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줄 알았지!""아니야, 누나.""그래. 훈아, 누나가 한 가지 더 물을 게 있는데, 너 혹시 아버지의 유언장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니?" 다른 형제자매들이 보기에 강훈은 강도평이 인정한 후계자였다, 그래서 다들 강훈을 엄청 부러워했다. 동시에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죽는다면 아버지의 대부분 재산은 강훈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들은 큰 욕심은 없었고 국물 한 모금이라도 얻어 마시고 싶은 것 뿐이었다.같은 강씨 집안의 자식으로써, 아버지가 설마 집 한 채 정도 남겨주지 않을 수는 없겠지?"누나, 이건 아버지의 개인 변호사에게 물어봐야 할 거 같아." 강훈이 말했다. "아버지는 여태껏 유언장을 들먹이며 내가 아버지의 말에 잘 순종하도록 협박해왔지. 이번에 아버지한테 진짜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돌발사건일 것이고... 전에 유언장을 어떻게 작성하셨는지는 나도 잘 몰라.""그렇구나! 훈아, 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아버지는 언제나 딸보다 아들을 중시해 왔잖니, 지금
"하하! 고모한테 다 방법이 있지, 넌 걱정하지 말고 얼른 학교나 가!"라엘이가 떠난 후, 우유를 다 마신 지성이는 다가와 쇼핑백을 들여다 보았다."우리 지성이도 학교에 가야겠네? 고모는 우리 지성이랑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최은서는 지성이를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계속 안고 있었다.지성이는 해맑고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저 오늘 학교에 안 가고 고모랑 같이 놀게요! 아버지한테 선생님께 하루 휴가 신청하라고 하면 되요!"최은서는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고모는 주말에 또 와서 우리 지성이랑 놀면 돼지! 지성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엄마가 고모 탓할 거야! 너희 엄마 학교 다닐 때 천재였거든!" 최은서는 지성이를 안고 밖으로 걸어갔다. "고모가 우리 지성이 데려다줄까? 그러고 보니 고모 우리 지성이 유치원에 한 번도 안 가본 거 같네!""좋아요! 제가 우리 유치원 구경시켜 줄게요!" 지성이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모에게 안긴 채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떠난 후, 진아연은 다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거실에 놓여있는 두 개의 커다란 흰 쇼핑백을 보고 그녀는 약간 궁금했다.이모님이 말했다: "은서 씨가 가져온 거에요. 아연 씨를 위해 준비한 가운이라고 했어요.""네, 근데 왜 저한테 이런 걸 주는 거죠?" 진아연은 쇼핑백에서 가운을 꺼냈다.그녀가 꺼낸 것은 아주 긴 남성용 가운이였다."이건 시준 씨한테 주는 거겠죠?" 그녀는 가운을 자신의 몸에 대보았고, 긴 가운은 바닥에 끌렸다."기장을 보니 남성용인 거 같네요." 이모님은 말하며 다른 하나의 가운을 꺼냈다.이 가운의 길이는 진아연에게 딱 맞았다."근데 은서가 왜 갑자기 우리한테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까요?" 진아연은 가운을 들고 천을 만지작 거렸다, 부드러운 재질의 천은 걸치기에 아주 편안할 것 같았다.다만... 그녀는 이런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집에도 집에서만 입을 수 있는 잠옷이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편하고 캐주얼한 옷을 더 즐겨입는 편이었다. 그런 옷들은 외출할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