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평은 조명주의 장례식을 이용하여 언론을 통해 조명주의 팀원들에게 조명주의 마지막을 보내주길 원한다며 장례식에 초대했다.사실 이것은 도덕적 삿대를 이용한 가스라이팅이었다.하지만 최종 목표에만 달성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강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차에 탄 남자가 말했다."무훈 씨라고 했었나요? 장례식은 거의 다 끝났습니다. 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립니다. 저와 따로 얘기 좀 나누시죠!" 강도평은 미소를 지으며 살가운 태도로 무훈에게 말했다. "강 선생님, 저 혼자 온 게 아닙니다." 무훈은 옆에서 큰 꽃바구니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저희 연구팀 동료들끼리 같이 구매한 꽃바구니입니다.""알겠습니다! 경호원에게 들여보내라고 하겠습니다." 강도평은 말하며 꽃바구니를 경호원에게 건넸다. "무훈 씨, 우리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 좀 합시다!"무훈은 잠시 생각한 다음 차에서 내렸다.추도식이 끝난 후, 조명주와 조영의 시신은 화장되었다.매체에서는 모든 과정을 생중계로 방송하고 있었다.조명주의 시신이 화장된 후, 사람들은 조명주의 유골과 함께 묘소로 가서 안장하는 것을 보았다. 모든 일이 끝난 후, 하객들은 호텔로 돌아가 연회를 참석했다.강도평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강훈이 손님을 접대했다.의료계 종사자뿐 아니라 상업계 종사자도 있었다."훈아, 너희 아버지가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투자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냐?" 어떤 사람이 강훈에게 물었다. "너희 아버지가 전에 나 데리고 같이 돈 벌겠다고 약속했거든. 돈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고 언제든 주식에 투자할 생각인데 그 사이에 아버지 은행에 가서 대출까지 받고. 혼자서 부자되겠다 이거야?"강훈은 물론 강씨 집안의 실제 상황에 대해 밝힐리 없었다: "죄송하지만 수철 삼촌이 말한 것에 대해 저도 잘 몰라요.""아버지가 말하지 않았어?""네.""며칠 전에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입원하셨잖니? 조명주의 죽음이 아버지한테 그렇게 큰 타격이었던 거야? 조명주가 죽었다고 해도
"방금 훈이와 이번 일을 논의했네! 난 자네가 나 없이 혼자 재미를 보려는 줄 알았어. 이제 보니 내 속이 좁았어! 이따가 벌주로 석 잔 마시겠네!"…강훈은 아버지가 최 씨 성의 사내와 화기애애하게 술상에 앉는 것을 보고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지금 아버지는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인다.방금 그가 도대체 뭘 한 걸까?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가 수중에 또 다른 패를 쥐게 되기라도 한 걸까?강훈이 재빨리 걸어가 아버지의 곁에 앉았다.저녁 식사 자리에는 듣는 귀가 많아, 그들은 사업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술자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룸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훈은 함께 들어갈 수 없어,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경호원을 찔러보는 수밖에 없었다."방금 아버지와 어디를 다녀왔나? 누구를 만났지?"아버지가 최 씨와 룸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직접 물었을 것이다.이번 일을 강훈에게 말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경호원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조명주 씨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조명주 씨의 연구팀에 나머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대표님께서 오늘 그 연구팀의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내셨습니다."강훈은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그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아버지는 이미 헤아리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조명주 연구팀의 나머지 사람들까지 순조롭게 찾아내기까지 했다.조명주의 팀원은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져, 외부인은 그 팀의 핵심 인물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초점은 항상 조명주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강훈은 아버지가 이렇게 절망적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 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이건 아마 진아연과 박시준 또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강훈은 순간 희망을 보았다.강씨 가문이 살아날 가능성이 보였다.하지만 아버지의 성격에, 아버지는 이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더라도 분명 박시준에게 복수하고 말 것이다.강훈은 또다시 진아연에게 연락해 주절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
진아연은 표정이 굳어지고, 가슴이 옥죄여 왔다: "무슨 방법?""알아서 추측해." 강훈이 뜸을 들였다. "진아연, 내가 너에게 강씨 가문에 대해 말해주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 너도 들어 봤겠지.""그래, 너도 결국은 강씨 가문의 차남일 수밖에 없지. 네가 네 아버지 편을 드는 거, 나도 이해해.""어쩐지 그 말은 날 놀리는 것 같은데.""넘겨짚지 마, 강훈아. 난 그럴 생각 없어. 네가 말로는 너희 아버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하고, 넌 너희 집의 유일한 후계자잖아. 대부분 사람이 너와 같은 선택을 할 거야." 진아연은 차분한 말투로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강도평이 또 어떤 패를 손에 넣은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나도 너와 박시준 씨처럼 내 힘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이상만 그득할 뿐, 현실은 영 볼품이 없지. 강씨 가문을 떠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그래. 강훈아, 하지만 넌 너희 아버지와 달라. 나중에 네가 강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난 네가 너희 아버지처럼 행동하진 않을 거라고 믿어...""우리 아버진 아직 돌아가실 수 없어." 강훈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그녀는 강씨 가문이 가진 패가 그녀와 박시준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강씨 가문을 통제하는 사람이 그라면, 그는 당연히 그들을 해치지 않겠지만, 지금 강씨 가문의 주인은 강도평이었다."너희 아버지는 조명주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찾은 거야? 조명주는 너희 아버지를 사랑하지도 않았으니, 그에게 남긴 것도 없었을 텐데." 진아연이 추측하며 말했다."조명주가 남긴 것이 아니야. 네가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그 기술은 조명주 혼자 개발한 것이 아니야. 당시 조명주에게는 연구팀이 있었어. 지금 우리 아버지는 그 연구팀의 사람을 찾아내신 거야." 강훈은 그녀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그의 마음이 자연스레 열려버렸다."그랬구나." 진아연은 정말로 그 부분을
강훈의 전화를 끊은 다음, 그녀가 김세연의 전화를 받았다."아연 씨, 지금 B국이에요? 식사는 했어요? 제가 밥 살게요." 이 시각, 김세연은 맨발로 부드러운 양모 카펫을 밟은 채,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막 B국의 집에 도착해, 여유가 생기자마자 그녀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전 벌써 식사했어요. 이번엔 일 때문에 온 거예요, 아니면 쉬러 온 거예요?" 진아연이 물었다."쉬러 왔어요. 게다가 이번엔 2년 동안이나 휴가를 아껴뒀죠. 그래서 적어도 두 달은 쉴 수 있어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김세연이 즐겁게 웃었다. "사실 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어요. 아연 씨가 여기에 있어서 여기로 온 거예요.""그런데 전 요즘 엄청 바빠요." 진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시준 씨 소식, 들으셨죠?""네. 저도 들었어요. 제가 잘 아는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그분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박시준 씨의 일은 너무 터무니없다고요. 시나리오 작가한테 영화 한 편 만들라고 해도 될 정도래요."진아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좀 터무니없긴 하죠. 하지만 시준 씨의 머릿속에 특수 장치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게다가 그것 때문에 시준 씨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고요.""꺼낼 수는 없는 거예요?" 김세연이 물었다. "저였다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걸 절대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세연 씨, 시준 씨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사실 시준 씨 생각도 세연 씨와 같아요. 제가 버텨달라고 부탁한 거죠.""그럴 일 없어요. 이제 앞으로 박시준 씨를 싫어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박시준 씨가 저한테 화를 내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아연 씨가 저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저도 저지만, 라엘이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나저나 두 사람도 만날 기회가 없겠네요. 시준 씨는 지금 귀국했어요." 진아연이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강훈이 한 말을 떠올리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전 그 사람이 남자일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어요." 김세연이 자신의 느낌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던 그는, 이번 일을 줄곧 혼자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왜요?" 진아연은 그의 부모님이 그를 속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대화를 나눠보니 느낌이 그래요.""두 사람이 아직 대화 중이면, 다음번에 직접 물어봐요. 중요한 문제인 만큼 확실히 하는 게 좋잖아요." 진아연이 그에게 방법을 제안하는 동시에 물었다. "그 사람은 세연 씨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어요?"김세연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아마 모를 거예요. 부모님께서 주선자에게 저를 그냥 방송인이라고 소개하셨대요.""역시 세연 씨 부모님께선 정말 신중하시네요!" 진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세연 씨 부모님께 아들은 세연 씨 한 사람뿐이니, 절대 두 분께서 세연 씨에게 남자를 소개해 주실 리 없어요.""저희 부모님은 어쩔 땐 아주 이성적이시지만, 어쩔 땐 굉장히 황당한 구석이 있으세요. 부모님께서 제게 그 사람을 어떻게 소개하셨는지 알아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진세연이 몸을 돌려 그의 옆에 있던 작은 카운터 테이블에서 물컵을 집어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저희 부모님께선 제가 아연 씨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연 씨가 의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지금 소개해 주시려는 분도 의대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무려 의사 집안이래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까지 모두 의대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선 저와 그 여자분이 천생연분이라 생각하신 거죠."진아연: "...""지금 두 분은 발 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무조건 이번 휴가 동안 그 사람과 만나보라고 하시고 계세요.""그 여자분은 몇 살이래요?""21살인 것 같아요. 대학교 3학년이래요.""세연 씨, 세연 씨 부모님께서 이렇게까지 그 여자분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데, 그 여자분이 세연 씨와 만나는 걸 꺼리지 않는다면, 한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그 여자는 햇살 아래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반듯한 이목구비와 서글서글한 미소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사진을 보자, 진아연도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뒤이어, 김세연이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내왔다.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가 체육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두자, 시각적인 임팩트가 굉장했다.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김세연이 회의감이 든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였어도 회의감이 들 것 같았다.…오후 3시 30분. 대화를 마친 강도평과 최수철이 룸에서 나왔다.강훈이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가 아버지의 팔을 잡고 부축했다."훈아, 내가 그때 네게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말거라! 난 그저 네가 어디에도 마음 두지 못해, 너희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 걱정되었을 뿐이야." 최수철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그래서 강훈에게 아주 따뜻하고 친절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수철 삼촌, 마음에 담지 않았어요." 강훈이 대답했다. "카드 치러 가세요? 아니면 가서 쉬실 거예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괜찮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너희 아버지를 모셔다드리렴. 난 알아서 함께 놀아줄 사람을 찾으마." 최수철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강도평에게 신호를 보낸 다음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떠났다.강훈이 아버지를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여기는 너무 시끄럽구나. 집으로 가자." 강도평이 강훈에게 말했다. "수철이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궁금할 테지. 돌아가면서 얘기해 주마.""네."호텔에서 나온 두 부자는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도평이 아들에게 자신의 돈벌이 계획을 말해주었다."앞으로 난 2조 6천억은 말할 것도 없고,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거야." 강도평은 이미 최수철을 판에 끌어들였다.최수철은 가진 돈이 많았다.우선 최수철의 돈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다음, ‘기사회생술’이라는 개념을 이용하면 많은 돈
"훈아, 때론 한 가지 개념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단다. 난 그 사람들이 조명주의 기술을 똑같이 개발해 내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들은 비슷한 껍데기 정도만 개발해 낼 수 있으면 된다. 그 정도만 되어도 우리가 돈을 긁어모으기 충분해." 강도평이 또다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 팀의 사람과 이야기 나눠보니 어떠셨어요? 그들이 아버지께 뭐라고 하던가요?" 강훈은 심장이 꽉 조여왔다.그 팀의 사람들이 조명주의 기술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면, 강도평은 분명 그것을 빌미로 진아연과 박시준을 협박할 것이다.그 팀의 사람들이 그 기술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강도평도 그들을 협박할 방법이 없어진다."오늘은 한 명밖에 오지 않았어. 그 사람과 간단한 이야기 정도밖에 나눌 수 없었지." 강도평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살짝 눈을 감았다. "그 사람 말로는, 당시 조명주가 한 사람마다 한 부분만 담당하게 했다는구나. 그래서 다른 팀원들도 찾아내야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어.""역시 조명주 씨는 핵심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줄 알았어요." 강훈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어도 지금은 아버지가 박시준과 진아연을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강훈은 강씨 가문이 망하는 것도, 아버지가 박시준, 진아연과 적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어느 쪽이 우세하건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강훈아, 너 설마 이 일을 진아연에게 말하는 건 아니겠지?" 강도평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방금 한 말 중에 하나라도 흘리는 게 있다면 내가 바로 널 죽여버릴 거야. 알겠어?!"강훈이 놀라 얼굴이 귀밑까지 빨개져서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전 이미 진아연과 갈라섰어요. 그들이 우리 집에서 2조 6천억을 가로챈 순간, 전 바로 알아차렸어요. 저와 진아연은 가는 길이 다르다는 걸요.""똑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강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자격을
만약 그가 강민이였다면, 절망적인 기분에 사라져 버리고 싶을 것 같았다."그 아이가 잘 지내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난 기필코 그 아이를 붙잡아 올 거야!" 강도평의 눈빛에 살기가 비쳤다. "난 바보 취급당하는 게 제일 싫다! 그런데 강민이는 박시준이 두려워, 박시준이 날 처리하도록 도왔지. 내가 자기의 친아버지라는 이유로, 나는 자기를 헤치지 않을 줄 알았을 거야! 하하!"아버지의 말을 듣자, 강훈은 알아차렸다. 강민은 아버지의 손에 붙잡히는 순간 죽은 목숨이라는 걸.저녁.이씨 가문.이종용이 휴대폰을 들고 거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조명주 연구팀의 일원이다.조명주의 연구가 끝난 후, 연구팀의 모든 팀원은 높은 보수를 받았고, 그 뒤로 팀은 해산되었다.팀의 합류하던 당시 특수한 계약서를 작성한 탓에, 팀이 해산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팀원 중 누구도 그와 관련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오늘 조명주의 장례식에 참석한 팀원은 무설희였다.그리고 지금 이종용에게 전화를 한 사람도 바로 무설희였다.무설희가 오늘 강도평이 그에게 약속한 사항을 이종용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이종용을 강도평의 팀에 끌어들이고 싶었다.통화를 마친 후, 이종용이 옆에서 몰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설희가 강도평을 만나고 왔대. 우리가 조명주의 연구 성과를 재현해 내는 걸 조건으로, 강도평이 우리에게 이전의 10배가 넘는 보수를 제시했다고 해. 게다가 우리에게 회사 지분까지 넘기겠다고 했다는군." "강도평이 원래 이렇게 통이 큰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많은 보수를 제시했는데, 뭘 망설이고 있어요? 하겠다고 해요!" 이종용의 아내는 고민도 하지 않고 그를 부추겼다.이종용이 고개를 저었다: "강도평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의 돈을 받고서 그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분명 그 돈을 우리에게 순순히 내어줄 리 없어.""당신 혼자 나서는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이에요?""당신은 몰라... 조명주의 그 기술은, 우리 팀원들의 힘을 모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